| 이제 그도 많이 늙었구나 싶다. 50대라니. 하긴 탁선생이 강호에 발을 들여놓은지도 벌써 꽤나 시간이 흘렀지. 2000년에 강호에 데뷔했으니 올해 2006년, 딱 6년 됐다. 그렇담 그가 첫 책인 <한국의 정체성>을 낸 것이 - 논문으로 쓴 흄의 인과론에 관한 책도 있지만 이건 제외 - 40대였단 이야기가 된다. 40대 초반부터 시작해서 저술가라는 칭호를 받을 때도 됐다. 그간 낸 책들이 적지 않다. 한국의 정체성, 주체성을 비롯해서 <오류를 알면 논리가 보인다> <철학 읽어주는 남자> <탁석산의 한국의 민족주의를 말한다> <탁석산의 글짓는 도서관>(전 5권), 그리고 이번에 나온 <대한민국 50대의 힘>까지. 권수로 하면 총 11권이고, 시리즈를 한 권으로 한다면 여섯 작품이다. 일년에 하나씩으로 친다면 그다지 활발한 저술활동을 했다고는 볼 수 없겠구나. 그도 이제 어느덧 공자가 말한 하늘의 이치를 깨닫게 되는 '지천명'이라는 50대가 되었고, 사회와 국가에 대한 관심은 자신의 주변에 널려있는 같은 또래의 개개인의 사람으로 돌려졌다. 이 책은 자기계발서로 분류되지만 역시나 내 짐작대로 그것은 책을 팔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었고, 책의 내용을 뜯어보면 자기계발서라기보다는 사회학 쯤으로 분류가 되지 않을까 싶다. 이 책은 같은 50대를 살아가고 있는 9명의 사람들을 인터뷰하고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서 탁석산이 느낀 바들, 그리고 평소 생각해두었던 50대의 인생살이에 대해 풀어놓는다. 그러나 단순히 한국의 50대를 관찰하고, 분석하는 것에 머물지 않고, 현재 한국 사회에 있어서 50대가 해줘야 할 역할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탁석산에 따르면 지금은 네트워크 시대이다. 인간의 뇌는 컴퓨터와 다르기 때문에 중앙 연산 장치를 바꾸는 것으로 업그레이드가 되지 않고, 모든 것이 그물망처럼 연결되어 있다. 한국 사회는 예전에는 모든것을 통제하는 중앙 연산 장치가 존재했고 다른 조직이 명령에 따르기만 하면 되는 등 컴퓨터 구조와 비슷했지만, 지금은 컴퓨터보다는 인간의 뇌에 가깝다. 각종 시민 단체와 수많은 연대가 사회에서 발언권을 얻고 있고, 위계질서에 의해 지탱되던 계급사회는 평등한 관계를 토대로 하는 네트워크 시대로 전환하고 있다. 이러한 네트워크 시대에서 어떻게 시대적 요구에 부응할 수 있는가. 탁석산은 이에 대한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세대로 지금의 50대를 손꼽고 있는 것이다. 그의 50대론은 이렇게 시작한다. 지금의 50대들은, 한국의 1950대에 태어난 이들이고, 이들은 첫째, 자연연령으로 볼 때 모든 세대를 연결하기에 적합한 세대이다. 왜냐면 현재 평균 수명의 연장으로 50대는 딱 중간에 위치한 세대이다. 둘째, 이들은 해방 이후에 태어나 식민지와 전쟁을 겪지 않아 비교적 자유로우며, 가난에서 풍요로, 독재에서 민주주의로, 국가주의에서 세계화로 모든 것이 요동치던 시대를 거치며 성장한 세대이기에 인간에 대한 이해가 다른 세대보다 깊다. 셋째, 말보다 실천의 힘을 가지고 있는 세대로서, 이념에 함몰되지도 않고, 실천이 사회를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체득한 세대이다. 넷째, 혼자 잘살기보다 더불어 살기에 익숙한 세대이고 이를 실천할 수 있는 세대이다. 다섯째, 지난 세월 열심히 살아왔기에 가족과 국가에 빚이 없다. 국가에서도 할 만큼 했고, 가정에서도 할 만큼 했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자신이 원하는 인생을 살아가며 희망하는 바람직한 사회를 형성하는데 사심없이 헌신할 수 있는 나이이다. 탁석산은 스스로 이 책은 축 쳐진 그대 50대여 힘내라, 아니라 니들이 정신 똑바로 차려야 사회가 제대로 굴러갈 수 있다고 쓴소리를 하는 책이라고 소개한다. 이 책은 확실히 대한민국 사회에서의 50대의 위치란 어떤 의미를 지니며, 그들이 지금껏 한국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해왔고, 앞으로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해 명확히 이야기하고 있다. 탁석산 스스로는 50대여 힘들내라 는 메세지를 날리는 책이 아니라고 하지만, 이 책을 읽은 50대들은 자신들이 이 사회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에 있으며, 막대한 임무가 나를 기다리고 있음을 깨우치게 되리라 본다. 그리고 축 쳐진 그대의 어깨를 빳빳이 펴고 당당하게 오늘을 살아가지 않을까 한다. 이 책은 각각의 개인으로서의 50대의 인간을 살펴본다기보다는 50대라는 단체의 특성을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에 다소 세밀하게 짚지 않고 뭉뚱그려 넘어가는 경향이 있긴 하다. 50대라고 해서 모두 다 같은 50대를 지칭하진 않는다. 탁석산이 이 책에서 지칭하고 있는 50대는 시대의 주역으로 살아왔으나 지금은 팽개쳐진 그들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개인으로서가 아니라 시대의 흐름에서 살아왔던 50대를 지칭한다. 이 책을 보며 다소 비약이 아닐까 하고 생각할 독자들을 위한 오해풀이 정도로 보면 좋을 듯 하다. 내가 탁석산에 대한 오해를 제대로 풀어주고 있는 것인지는 또 모르겠지만. 이 책의 주된 내용은 탁석산이 인터뷰한 50대의 입이 아니라 탁석산 본인의 입이다. 대한민국 대표 50대 아홉명의 목소리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50대에 접어든 탁석산의 목소리로 이루어져있다. 9명의 입은 탁석산이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 위해 거쳐가는, 혹은 도움을 주는 이들일 뿐이다. 그들은 목소리는 분명 이곳에 소개되어있지만 그것이 주가 되지는 않는다. 탁석산은 자신이 하고픈 말을 하기 위해 그들의 입을 빌린 것 뿐이다. 그리고 그들을 이용해 자신의 목소리를 낸 것이다. 그런 점에서는 이 책은 '대한민국 50대의 힘'이 아니라 '대한민국 대표 50대 탁석산의 힘'이라고 제목을 붙여야 옳을 것이다. 두 가지 의미를 모두 담고 있는 책이다. 대한민국의 50대의 위상과 역할에 관한 책이면서, 50대 접어들은 탁석산 본인의 목소리를 높이는 책이기도 하다. 이 책은 아들과 딸이 50대를 살고 있는 아버지에게, 회사 사장이 함께 50대를 살아가는 부하직원이자 동료인 그들에게, 50대 아내가 50대 남편에게, 또 남편이 아내에게 선물해야 할 책이다. 자기계발서로 분류해 이 책을 팔아보고자 하는 출판사의 욕심은 그런 점에서 나쁘지 않다. 이 책을 읽고 힘 빠진 그들이 스스로에게 힘을 불어넣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대한민국 대표 50대 탁석산은 이렇게 활발하게 저술활동을 펼치며 사회적 목소리를 키워나가고 있지 않은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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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들어 부쩍 심심해하시는 아빠에게 선물하려고 구입했고, 차 안에서 내가 먼저 읽었다.
우리나라 50대들의 과거, 현재, 미래를 모두 모아놓은 책이라고 하면 될 것 같다.
현재의 50대가 지난 시절 어떤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 변화를 겪고 지금에 이르렀는지, 그들이 가지고 있는 자식, 배우자, 성공, 사회적 소망, 인생에 대한 생각은 무엇인지, 그런 50대가 가지고 있는 힘이 무엇이고 그 힘을 앞으로 어떻게 활용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 기술되어 있다.
정작 자기한테 있는 건 별로 소중한 줄 모르다가, 남한테는 다 있는데 나한테만 없는 게 더 크게 보일 때가 있다. 내겐 아버지가 안 계셔서 그런지 그 존재가 더욱 그립고 욕심났다. 몇 년 전 결혼하면서 내게도 아버지가 생겼다. 시아버지를 ''''아빠''''라고 부르게 된 것이다. 시아버지는 날 ''''우리 공주''''라고 부르신다.
내년이면 아빠의 연세 59세. 십수 년 다니던 마지막 직장에서 올해 연초 퇴직금은커녕 밀린 임금도 못 받고 쫓겨나신 후 우울증을 보이셨다. 몸도 여기저기 편찮으시고, 맘고생 때문인지 그 전에 비해 무척 수척해지셨다. 그래도 요즘은 산에 운동도 다니시고, 농사 짓는 친척집에 가끔 일도 도우러 가시고 하시면서 체중도 늘고 많이 건강해지셔서 마음이 놓인다.
그런 아빠의 책상에 놓아드리려고 산 이 책을 읽고, 난 조금 쓸쓸하고 슬퍼졌다. 감쪽같이 몰랐던 부모의 비밀을 알아버린 심정이랄까? 그동안은 우리 부모 세대가 어떤 어려움과 난관을 겪으며 살아왔는지, 그리고 그들이 지금 인생길 중반을 넘어서면서 어떤 느낌으로 하루하루를 살고 있는지 한 번도 생각해본 적도 없고 생각해보려고 하지 않았던 나였기 때문이다.
책에서 소개된 50대는 대략 이렇다.
"그들은 한국전쟁 이후 지독하게 가난한 학창시절을 보냈으며, 20~30대에는 숨 막히는 유신체제와 군부정권 아래서 산업역군으로서 한국의 고도성장을 이끌었다. 40대에 접어들어 이제 달콤한 성장의 열매를 따먹나 했더니 IMF가 터졌다. 거센 한파 속에서 부모를 부양하고 자식들 뒷바라지하느라 정작 자신의 노후는 챙기지도 못했는데, ''''명퇴'''' 바람이 거세졌다."
딱 우리 부모 세대의 이야기였다. 그리고 이 책에서 꼽고 있는 50대의 힘도, 많은 부분 우리 아빠의 모습과도 일치되는 것 같았다. 인간에 대한 이해력이라든지, 혼자만 잘살려고 하지 말고 동기간에 우애 있게 지내고, 작은 일이라도 남을 도우며 살라고 늘 강조하시는 모습이라든지, 어떨 때 보면 미련해 보일 정도로(죄송합니다, 아빠-_-;) 우직한 인내심이라든지...
이 책이 너무 늦은 선물이 아니길 바란다. 50대의 끝에서, 이제 정말 아빠가 하시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무엇을 잘 하실 수 있는지, 그래서 새롭게 무엇을 할 것인지 인생 후반기를 계획하시는 데 큰 힘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만약, 우리 아빠처럼 힘든 50대를 맞이하신 분들이 또 계시다면, 그분들도 이 책을 읽고 기운내셨으면 한다.
대한민국 50대, 화이팅입니다! [인상깊은구절] 어쩌면 지금의 50대는 평균수명의 연장이 짐이 되기 시작한 첫 번째 세대일지도 모른다. 아무런 준비없이 다가오는 고령화 사회 앞에서 50대의 마음은 어둡다. 그들은 부모 세대처럼 나이 60이 되면 인생의 정리 단계에 들어갈 것이라고 생각하며 40년 이상을 살아왔다. 그런데 어느 날 주위를 둘러보니 65세 이하는 아예 동네 경로당에조차 갈 수 없으며, 설령 가게 되더라도 70이면 주전자 들고 물 떠와야 하는 현실을 알게 되었다. 바로 앞 세대의 경험이 나의 경험이 될 수 없다는 사실! 이 심리적 단절감과 이질감이 50대를 인생 도정의 중간자로 만들고 만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