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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할머니의 배겟머리에 앉아 듣는 듯한 구수하고 감칠맛나는 이야기의 전개가 매력적인 책. 아니나다를까, 작가가 일본의 전래동화를 채집하는 작업을 하였고, 그런 이야기를 바탕으로 창작했다고 합니다.
게으르고 별 생각 없이 지내던 아이 타로오가 점차 괴물을 물리치고 사람들의 삶의 신기원을 여는 영웅으로 성장해 가는 일종의 영웅담이면서, 결혼에까지 이르는 성장 설화, 새로운 삶의 터전을 일구는 조그만 규모의 건국설화 쯤 되는 것 같습니다.
타로오가 영웅으로 성장해 가는 과정의 모티브는 슬픈 사연을 가진 용과의 관계로 인한 자신의 근원에 대한 탐색, 등장할 때부터 타로오의 반려자임이 예견된 소녀 아야의 납치입니다. 그리스 신화나 우리나라의 옛이야기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패턴이지요.
그러면서도 타로오의 내적 성장이 다소 이채롭습니다. 마치 <눈의 여왕>에서 어린아이였던 주인공들이 계절을 통과한 여행을 끝낸 후에 성인으로 변해 있었듯이, 시련과 극복의 과정이 타로오를 그저 자신과 자신의 가족에게만 관심을 두던 한 소년에서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보고, 개선시키려는 강한 의지를 가진 지도자로 변모시켜 가는 과정과 잘 맞물려 돌아가, 재미와 깊이를 더해 줍니다. <바리공주>를 다른 버전으로 읽는 듯한 느낌도 있습니다.
함께 읽은 아이들은 한 마디로 '재미있다'고 표현합니다. 특히 텐구나 오니 등의 일본의 옛이야기에 나오는 일종의 도깨비들에 대해 흥미로워하고, 용의 눈알에 대한 이야기에서 마음 아파합니다. 또, 할머니나 할아버지들만이 지니는 특유의 자애로움에 대해서는 진한 공감을 표시했습니다. 그리고 사람이 저지르는 '크지 않은' 잘못에 대한 혹독한 대가에는 분노를 표시하기도 했습니다.
그런 것들이 모두 사람들의 삶을 이루는 보편성이고 사람의 감정을 건드리는 공통분모라는 생각이 아이들의 반응을 보며 떠올랐습니다.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겠다 싶습니다. 우리 옛이야기와 닮았으면서도 달라서 더 재미있는 이야기. 옛이야기를 바탕으로 하였지만 작가의 현대적 해석이 돋보이는 독특한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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