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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죽어가는 것을 보는 일은 힘들다. 직업 때문에 죽음의 장면을 수없이 보지만, 죽음을 목격하는 것은 아무리 반복되어도 익숙해질 수 없는 일이다. (78 익숙함에 관하여)
죽는다, 죽는다, 죽는다... 늘 죽음을 생각하니 죽음에 대해 뭔가 잘 알 것 같은데 그것도 아닌가 보다. 아무리 떠올려 봐도 죽음이 막연하게 들릴 때가 더 많다. 때로는 ‘죽는다는 건 이럴 것이다’라고 추측할 수도 있지만, 누구도 그 죽음에 대해 생생하게 말하기는 어려울 것도 같다. 죽음을 경험한 사람이 죽음에 대해 말할 수는 없을 테니까, 이미 심장이 멈췄으니까.
심장 이야기가 나왔으니까 하는 말인데, 나는 인간의 몸에 대해 참 단순하게 생각했다. 세상의 모든 것이 작동하는 기준을 100%라고 할 때, 심장 역시 우리가 살아있는 동안 100% 그 기능을 다 한다고 여겼다. 그러니까 심장이 100으로 뛰다가 갑자기 0이 됨과 동시에 숨이 멈추는 거라고, 심장을 두고 100과 0 사이의 숫자는 없다고 생각했다. 왜 그렇게 생각해왔는지 모르겠다. 지금 생각하면 참 무지한 건데... 1년 반쯤 전에 아버지가 처음 병원에 실려 갔을 때, 시술과 할 수 있는 모든 치료가 끝나고 의사가 한 말은 아버지의 심장 기능은 30% 정도라고 했다. 그 말을 듣고 놀랐다. 사람의 심장이 30%만 뛰어도 살아 있는 거구나. 그 후로 몇 번 더 응급실과 중환자실을 드나들고 작년 12월 또 한 번 병원행이 이어졌을 때, 의사는 아버지의 심장이 10% 정도만 뛴다고 했다. 상당히 좋지 않은 상태라는 것을 알겠는데, 신기한 건 여전했다. 이상하기도 했다. 사람의 심장이 10%만 뛴다는데도, 살아있는 거였다. 100%가 아니면 그냥 다 죽는 거 아니었어? 이런 거였구나, 심장이라는 게...
이 책이 출간되었던 작년에, 제목만 보고 있다가 막상 펼쳐본 책 소개 글에 허탈하게 웃었던 기억이 난다. ‘심장이 뛴다는 말’이란 제목에서 달달한 연애소설인가 싶었는데, 아니었다. 달콤함을 기대했던 잠깐의 시간 때문이었는지, 오히려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서늘함이 더 크게 다가왔다. 사람의 심장에 대해, 가장 가까이서 그 심장을 보고 만지고 살리는 사람이 하는 말을 듣는다는 게 긴장되기도 했다. 병원이 지겨웠는데, 이렇게 또 병원, 환자, 의사 이야기를 듣고 있는 게 아이러니지만, 뭔가 듣고 싶었다. 내가 의사라는 존재의 전문성을 확인하는 것보다 의사에게 가졌던 비호감을 감정적으로 풀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이 책은 그 부분을 채워주기에 충분했다.
말 그대로 ‘적막하고 소란한 밤의 병원 이야기’, 저자가 전공의 때부터 틈날 때마다 기록했던 글과 현재 흉부외과 집도의로 살아가는 시간의 기록이다. 의학에 관한 전문서가 아니고 의사로 살아온 저자의 삶을 이야기한다. 오랜 시도 끝에 입학한 의과 대학, 인턴과 전공의, 전문의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실었다. 대부분 그가 병원에서 머문 시간이다. 중환자실 환자의 침상에 달라붙어 날을 새는 게 기본이 된 시간. 언제고 한번은 도망가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어서 철저한 계획하에 도망갈 날짜와 시간까지 맞춰놨는데 다른 이가 선수 쳐서 병원에 묶이고야 말았던 웃픈 일. 손가락으로 심장의 구멍을 막아가면서 견딘 순간들이 모여 지금의 그를 이뤄냈으리라. 수술해야만 조금 더 안정적인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데 그걸 거부하는 환자를 설득하는 일. 불가능할 것 같은 상황을 의지로 극복하고 재활에 성공해 일상으로 돌아가는 환자를 보는 기적. 몇 번의 수술과 진료를 계속해오면서 의사와 환자의 유대가 생기는 과정. 그리고 그 이상의 경험들이 들려온다. 여러 사례를 얼핏 들으면 말 안 해도 아는 뻔한 일이라고 여길지도 모르겠다. 이런 사람 저런 사람 사는 게 세상이니, 병원이라고 다를 바 없을 것이니... 그런데 저자의 말을 계속 듣고 있다 보면 그 뻔함이 더 생생하다. 내가 의료진이 되어보지 않는 이상, 그들의 입장에서 할 수 있는 것을 당연하게 알 수는 없으니까. 의사는 의사로서 해야 할 일을 하면서 그 희망과 고통을 경험한다. 환자나 보호자가 되어 병원에 드나들지 않으면 모를 일이 많다는 것도 마찬가지. 다 말할 수는 없지만 내가 의료진을 수없이 원망하고 불신했던, 당황하고 혼란스러운 우리의 마음을 너무 몰라준다면서 투덜거리던, 너무한다는 생각에 욕하기 직전까지 감정이 격해졌던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데, 그렇게 또 조금씩 마음을 열게 만드는 일을 이 책이 하고 있었다. 그래서 읽는 동안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저자가 들려주는 이야기가 병원을 경험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진지하고 긴장감 있게 다가갔으면 좋겠다고. 물론 나에게도 말이다.
오늘 후배에게 물어봤다. “너 스키 타?” 그의 대답은 5년 전이 마지막이라는 것. 나는 10년도 더 전인 것 같다. 처음에 시간이 없어서 못 탔고 이제는 겁이 나서 못 탄다. 손을 다치거나 다리를 다쳐 수술을 못 하게 될까 봐. (164페이지. 2008년 1월 8일)
저자가 말하는 병원은 내가 경험한 병원과 많이 닮았다. 의사와 보호자로 경험한 시각의 차이가 약간 있을 뿐이다. 내가 직접 본 장면들을 저자가 말할 때마다 ‘이런 게 생생한 거구나’ 싶었다. 그러면서 저자 역시 의사이자 한 명의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음을 알게 된다. 새삼스러울 거 없지만, 그래도... 이렇게 듣고 나면 그 새삼스러움에 더해진 뭔가가 그들을 다르게 보이게 한다. 약간의 신뢰감이 보태진, 같은 상황에서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이해. 어떤 입장에 서 있든 생명을 앞에 두고 같은 지점을 향해 가기를 바란다는 것.
세상일엔 임계점이라는 것이 있다. 돌이킬 수 없는 순간이라고 말하면 될까. 돌아갈 수 없는 길. 곧 무너져버릴 공든 탑. 사람들은 번번이 자신이 서 있는 곳이 임계점인 줄 모르고 그 앞에서 아등바등하다가, 무너진다. 때로는 결과를 알고 있지만 모른 척할 수밖에 없다. 임계점 바로 아래에서 버둥거리며 사는 것이 대부분 사람들의 삶인지도 모른다. 지나고 나면 너무나 뻔한 일들을 그 상황에선 알지 못한다. 환자를 보는 것도 마찬가지다. 이성을 잃고 임계점을 넘어 헤매다, 결국은 떠나보내고 만다. (64페이지. 임계점)
두렵고 무서운 죽음에 대처하는 방법 같은 건 어차피 없다. 살이 있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어떻게든 더 살아남으려고 애쓰는 것뿐. 전장의 군인들이 헤어질 때 두 손을 잡고 하는 말처럼, 살아서 다시 만나자, 다짐하는 것뿐. 죽음을 대하는 최선의 방법은 그저 살아남는 것 같다. 더 오래. 최대한. (262페이지. 질문)
어느 날이었던가. 늦은 시간인데도 잠이 오지 않아 보호자 휴게실에 앉아있었는데, 자정에서 새벽으로 넘어가는 그 시간에 온 병원을 울리던 코드블루 방송을 들을 뒤로는 그곳을 더 냉정하고 담담하게 보려 애썼다. 누군가는 죽어가고, 누군가를 살리기 위해 뛰는 사람이 있고, 잠시 후 누군가의 생사가 결정되리라는 생각은 무섭기까지 했다. 그날 밤 쪽잠도 자기 어려웠다. 어떤 상황을 준비한다고 해서 괜찮은 건 아니라는 걸 느꼈다. 특히 죽음 앞에서...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도 마찬가지겠지. 특히 생명의 끝을 알릴 수도 있는 심장 앞에서는 더욱더. 결국은 죽음에 관한 이야기인가 싶은 지점에 잠시 생각이 머물기도 하지만, 그 죽음에 항상 따라붙는,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를 찾는 일이라는 것도 어렴풋이 알 것 같다. 살아가는 순간의 많은 것을 볼 기회를 만들어주고 있는 듯하다. 세상 모든 게, 내가 살아있을 때 의미도 있는 거니까.
병원의 진짜 풍경을 보고 싶다면 한 번쯤 만나 봐도 좋을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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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보기에 의사는 굉장히 멋진 직업인 것 같다. 사람의 병을 척척 고치고, 아주 어려워보이는 수술도 해내니 말이다. 그리고 멋있는 의사가 되기 위해서는 남들보다 오랜 수련기간도 거친다. 그런데 이 책을 쓴 저자는 그렇게 멋있는 의사만은 아닌 것 같다. 매 순간 고민하고 어떻게 해야 더 좋은 결과를 낼지, 가족보다는 환자가 더 가깝게 느껴지기도 하는 그런 의사이다. 집에 있다가도 병원에 긴급 상황이 발생하면 언제라도 뛰어나갈 준비가 되어있는, 환자에게는 누구보다도 고맙지만 가족에게는 아쉽기만한 그런 의사이다. 여기에는 흉부외과의로 생활하면서 느꼈던 생각들을 가감없이 솔직담백하게 적어놓았다. 사실 나의 수첩 깊은 곳에 쓰여있던 나만의 생각을 끄집어내서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준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만은 아니다. 과연 이런 글을 세상에 내놓아도 좋을지 고민하는 과정도 있고, 나와는 생각이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고민이 되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과감하게 자신의 글을 책으로 펼쳐보였다. 이 글들을 읽으면서 의사도 나름대로 심각한 고민을 한다는 사실을 새삼스레 알게 되었고, 앞으로 병원에서 의사들을 볼 때 조금은 다른 시각으로 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냥 권위주의에 물든 사람이 아닌, 인간적인 고민을 참으로 많이 하는 사람이라는 사실은 의사들에게 어떤 태도를 취해야하는지 두 번 생각하게 만든다. 심장이 뛴다는 말은 그 사람이 아직은 살아있다는 말이다. 무엇보다 흉부외과의로서 심장은 그 무엇보다 의미심장하게 들릴터이다. 그래서 '심장이 멈추는 줄 알았다'라는 말은 굉장히 아무렇게나 할 수 있는 말이 아니다. 오랫동안 병원 안에서 뛰어다니며 심각하게 고민했던 생각들이 세상밖으로 나왔다. 나와는 상관없는 사람의 이야기일 수도 있겠지만, 생사가 오가는 병원에서 분명 나도 모르게 전달되는 감동이 있다. 퍽퍽하게만 느껴지는 세상에서 조금은 따뜻한 감동의 온기를 느껴보고 싶어서 이 책을 선택했다면 그리 나쁘지 않다. 일상의 소소한 감동을 찾는 사람들에게 조심스레 안겨주고 싶은 책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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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라는 신분으로 임상에서 손을 땐지 1년이 지났다. 여전히 친구, 동기들은 임상에서 뛰고 있고, 만나면 2-3시간은 임상 얘기로 끝이 날 줄 모른다. 1년이라는 시간동안 임상과 동떨어졌어도 자연스럽게 우리만의 언어로 친구, 동기들과 환자와 병원을 오가며 끊임없이 이야기 하고 있는 것이다. 임상에서 근무를 하고 있을 때에는 이번 달만 다니고 이 지겨운 병원 그만둬야지.. 라는 말이 일상이었다. 창문도 보이지 않는 중환자실에서 기계, 환자들과 씨름하며 밤샘 근무를 뛰고 퇴근할 무렵은 언제나 출소하는 기분이 들었고, 자도 자도 끝나지 않을 피곤과 환자들과의 줄다리기에 지쳐가면서도 어느순간 발걸음은 병원을 향해 걷고 있는 나 자신을 볼 때마다 씁쓸한 웃음이 있었다. 임상이라는 환경은 언제나 나와 애증관계였다.
그리고 그만두겠노라. 얘기를 하고 나온지 1년... 속편히 살 수 있을 것만 같았는데, 임상에 대한 그리움과 갈증은 여전했다. 그리고 우연히 심장이 뛴다는 말을 보게 되었다. 10년동안 흉부외과 전문의로 살아가며 병원속에서 치여왔던 생활을 보여주는 책.. 이 자체만으로도 갈증을 느끼고 있던 나에겐 흥미거리와 관심을 갖기에 충분했던 것 같다. 몇 시간도 되지 않아 10년이란 정의석 선생님의 흉부외과 속의 삶을 접할 수 있었다. 보는 내내 고개를 끄덕이고, 그의 생각과 맘이 이해가 되었다. 쪽잠을 자고, 새집머리를 하고 출근하는 레지던트를 볼 때마다 저런 3d 직업도 없을 거라며.. 농담소리로 했던 생각들도 어렴풋이 생각이 났다. 빛좋은 개살구 같은 의사라는 직업속에 애환을 느끼면서도.. 왠지 모를 공감대가 형성되는 그런 책이었다. 흉부외과 전문의의 열정과 애정을 엿볼 수 있는 책이었다. 의사로서 죽음에 대해 끊임없이 마주하고, 생각하고.. 죽음보다 중요한 것은 하나의 생명이라는 것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환자를 생각하는 마음에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하나의 생명이 쉽게 사그라지지 않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꺼져가는 생명에도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는 그의 정성에 의사선생님의 고마움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책은 세상은 아직 살만하구나.. 아직까지 쉽게 포기하지 않고 우리를 위해 열심히 일하시고 있는 사람들이 있구나.. 라는 희망을 알 수 있게 해준다. 그 누가 읽더라도 쉽게 한편의 메디컬 드라마를 보는 것처럼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많은 사람들이 환자와 보호자를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알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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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이 뛴다는 말 - 정의석 저
심장에 대해 자료를 조사 중이었고, 예상보다 충분치 못한 자료에 절망하던 차였습니다. 이 책이 제가 찾던 자료는 아니지만... 심장과 만나는 의사의 일지라는 점이 끌렸어요. 제가 그 병동에 존재하는 듯, 생생하면서도 가슴 떨렸습니다. 죽고 싶은 사람은 없구나, 죽어도 좋은 사람은 없구나... 심장 떨리게... 잘 읽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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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윙밴드의 네이버 포스트 댓글 이벤트! 로 책을 받는 영광을 누리게 되어 읽고 이제야 읽고 감상을 남기게되는 나의 게으름에 또 다시 놀라면서도 2015년의 마무리는 이렇게 하는구나-해서 뿌듯하기도 하다. 또 지금을 어떻게 살아야하고, 나중에 다시 보게되었을 때 어떻게 기억될지-에 대한 생각이 많아지는 이야기를 읽게되어 더욱 좋은 것 같다.
책을 쓰신 분이 현직의사, 거기다 심장을 직접 보며 생의 한가운데에 서서 그 가치의 무게를 느끼시는 분이라 생과 사에 얽힌 이야기가 많다. 옛날에는 돈이 없어, 기회가 없어 죽어가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한다. 요즘은 돈이 있어도, 기회가 있어도 '케이스가 나빠서', '운이 나빠' 살지 못하는 환자들을 놓아줘야 하는 보호자도 보호자지만 그런 어쩔 수 없는 죄책감이 겹겹이 쌓여가는 의사들은 오죽할까. ...... ...... 물로 단단히 뭉쳐놓은 모래로 요령좋게 쌓아놓은 모래성은 단단하지만 재료가 모래이기 때문에 쉬이 바스러질 수 있음을 알고 있다. 그래도 모래로 만들어놓은 조각이나 성은 볼 때마다 눈을 떼지못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위태위태하지만 단단하게- 글을 읽을 때마다 문득문득 떠오르는 단편적인 생각들은 지금까지의 나를, 그리고 앞으로의 나를 말해주는 단편이 되겠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