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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의 고통과 주변부 의식을 형상화한 비가(엘레지)
"이산의 고통과 주변부 의식을 형상화한 비가(엘레지)" 내용보기
나이폴은 이산의 경험과 주변부 의식을 보듬고 살아가며, 이를 간결하고 적확한 언어로 표현해낸다. 그래서 그의 언어는 상처로 얼룩진 영혼의 지문이 된다. [2001년도 노벨문학상] 수상작 ‘당혹스러운 도착’(The Enigma of Arrival, 1987)에서 나이폴은 2차대전 이후 쇠잔의 길을 걷고 있는 영국사회를 비판적인 시각에서 엿본다. 식민지인으로 종주국인 영국에 도착한 그는 안도감
"이산의 고통과 주변부 의식을 형상화한 비가(엘레지)" 내용보기
나이폴은 이산의 경험과 주변부 의식을 보듬고 살아가며, 이를 간결하고 적확한 언어로 표현해낸다. 그래서 그의 언어는 상처로 얼룩진 영혼의 지문이 된다. [2001년도 노벨문학상] 수상작 ‘당혹스러운 도착’(The Enigma of Arrival, 1987)에서 나이폴은 2차대전 이후 쇠잔의 길을 걷고 있는 영국사회를 비판적인 시각에서 엿본다. 식민지인으로 종주국인 영국에 도착한 그는 안도감이 아닌 당혹감을 느낀다. 인도 혈통이면서 트리니다드 출신이고 영국에서 살고 있는 그의 인생 자체가 이산과 망명의 역사를 함축하고 있다. 주변부 출신인 그가 중심부에서 작가로 성공하지만, 그가 살고있는 시골집에 인접한 대저택의 영국주인은 병들어 죽어간다. 이런 대비는 영국으로 대변되는 구질서의 붕괴와 작가자신으로 대변되는 변화된 현실의 시작을 의미한다. 이 소설에서 작가는 낯선 땅에서 느끼는 개인적인 고통과 아픔을 기록하면서도, 영국사회와 사람들에 대해서 비판적 거리를 두고 관찰한다. 따라서, 이 작품은 자서전적인 요소를 다분히 지니면서 영국사회에 대한 통찰을 담고 있다. 소설의 제목은 지오르지오 드 키리코 (Giorgio de Chirico)가 그린 초현실풍의 그림에서 제목을 따온 것인데, 그 내용은 고대의 어느 낯선 항구에 막 도착한 사람이 자신이 타고 온 배가 떠나가 버려서 이제는 돌아갈 수 없는 상황을 담고있다. 식민지인으로 영국으로 들어와 정착해서 살고있는 작가 자신의 심리적 상태와 잘 부합한다. 작가로 성공하기 위해서 그가 겪어야만 했던 고통의 진솔한 기록은 인생의 회고록같은 인상을 주기 때문에 이 작품의 전반적인 음조는 구슬프다. 혹자는 이런 자서전적 소설은 ‘실패한’ 작품이며 글쓰기의 소재가 고갈되었음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 자신은 이런 장르가 자신의 내면의 감정을 가식 없이 기록하는데 적합하다고 변호한다. 또하나 나이폴에게서 눈여겨 보아야 할 점은 탈신비화의 전략이다. ‘당혹스러운 도착’에서 잘 드러나듯 화려함, 위대함, 성스러움의 껍데기를 벗겨내는 그의 탈신비화 전략은 국경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는 어느 민족이든지 복고적인 성향에 젖어드는 일종의 환상적인 상태를 위험한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이 작품에서 그는 과거 대영제국의 화려한 영광을 환상 속에서 재현해 보려는 애쓰는 병든 영국인의 모습을 풍자한다. 이방인의 시각에서 영국사회를 엿보고 제대로 진단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만, 나이폴은 신선한 통찰력을 제공하고 있다. 이방인, 그것도 주변인의 시각에서 영국사회를 엿보고 꼬집으면서, 자신이 낯선 곳에 도착하게된 수수께기에 해답을 찾으려는 고통스런 몸짓이 가슴 속으로 저미어 온다.
j******1 2001.10.21. 신고 공감 3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