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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태 봤던 한국 드라마 중 가장 감명 깊게 본 드라마다. 벌써 20년이 지나 다시 보니 약간 어색한 부분도 있었다. 가령 후시녹음이라든지, 미얀마나 사이판 장면을 찍을 때, 일본인들의 엑스트라를 현지인인 동남아 사람들로 써서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구성의 탄탄함과 내용의 진지함 그리고 감수성 넘치는 ost가 그 모든 것을 커버했다. 인기 있고 재밌던 드라마도 많았지만 난 아직까지도 이 드라마를 뛰어넘는 드라마를 보지 못했다. 이 드라마는 기억에 남는 장면들이 너무 많다. 극 중 인물이 대치와 여옥의 키스 장면이라든지, 대치가 뱀을 뜯어 먹는 모습, 그리고 해방 후 하림과 스즈끼와 경찰서에서 만남, 정말 일일이 나열하지면 무척 긴 시간이 걸릴 것 같다. 총 36부작으로 되어 있는 이 드라마는 빠른 흐름의 전개로 단 한순간도 눈을 쉽게 떼기 힘들었다. 이 드라마가 처음 나왔을 때인 그 당시에도 굉장히 인상 깊게 봤었는데 요즘 다시 보니 그 때 봤을 때와 또 다른 느낌이었다. 당시에는 배경 위주로 봤다면 현재는 내용적인 면에 더 눈이 가고 어렸을 때 보지 못했던 여러 장면들을 보며 또 다른 생각을 갖게 되었다.
이 드라마는 격변하는 시대를 겪어가는 3남녀의 비극적이고 역동적인 삶을 이야기 한다. 이 속에는 남녀 간의 사랑이야기도 나오지만 중요한 핵심은 해방 전후의 비극적 우리 근현대사를 말한다. 이 드라마를 보면 일제 강점기 원치 않는 전쟁으로 인해 큰 피해를 입게 된 우리 민족의 서러움과, 스스로의 힘이 아닌 외부 세력의 힘으로 해방을 맞이하게 된 우리 민족이 어긋난 상황 속에 전쟁이라는 큰 아픔이 무엇인지 보게 된다. 사실 여기 나오는 주인공들이 어떤 애국의식을 강하게 갖고 있거나, 무슨 특별한 의식을 가졌다고 보기는 힘들다. 그저 그 각박한 현실 속에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는 투쟁에 더 가깝게 느껴진다. 그러기에 더 현실성이 있고 오히려 더 피부에 직접적으로 와 닿는다. 특히 기억에 남는 장면이 하나 있다. 장하림이 미군의 특수첩보훈련을 받는 상황 속에 같은 유일한 한국인 훈련병과 경비를 서며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다. 훈련을 설렁설렁 받는 장하림의 모습에 불만을 가진 한국인 훈련병이 장하림에게 조국의 독립에 대한 생각이 있냐고 따져 묻을 때 장하림의 답변이었다. 자기는 태어날 때부터 식민지에서 태어나 조국이란 개념이 어떤 의미인지 모르겠다는 식으로 회의적으로 말하는 모습이다.
꽤 의미심장한 말이다. ‘태어날 때부터 조국이란 없었다.’ 만약 일본이란 나라가 좀 더 유화정책을 펴고 식민지 사람들에게 보다 많은 혜택을 줬다면 그는 당당하게 자신의 조국은 일본이라고 말했을지도 모르겠다. 꼭 그것을 나쁘게만 볼 수 없다. 힘없는 나라에서 어렵게 사는 것보다 더 나은 생활을 보장해 준다면 일반적으로 대부분은 그 상황을 선택할 테니 말이다. 하지만 일본이라는 나라는 그렇게 지혜롭지는 않았던 것 같다. 항상 강하게 나가고 억압하고, 그런 극심한 차별 정책을 유지했기 때문에 반감과 적대감이 민족이란 이름으로 나타난 것은 아닌가 싶다. 또 다르게 생각하면 집단의식 동질성이라고나 할까. 아버지 그 위의 아버지 때부터 이어져 나온 공동의식으로 비록 나는 식민지 전 조국을 알지 못하나, 정신과 혈연의 공유가 당연하게 그런 의식을 심어준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집단의식, 우리는 주체적인 개인으로 살지만 또한 하나의 문화와 정신을 갖고 사는 집단이기도 하다. 그것이 바로 국가라는 커다란 공동체로 나타난다. 그 안에서 그렇게 치고 박고 싸워도 외부에서 이걸 깨뜨리려고 하면 우리는 자동 반사적으로 방어의식을 갖는다. 집단이 깨지면 자신도 살아날 수 없다는 걸 본능적으로 느끼기 때문이다. 하나의 집단은 다른 집단에 동화되어 섞이기 어렵다. 그렇기에 자꾸 반발하여 다시금 원래 우리 집단으로 돌아오려는 회기 본능이 생긴다. 이 당시의 독립운동은 바로 그런 현상이다.
그의 모습을 보며 지금 우리 상황을 본다. 남북이 갈라지고 벌써 65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나 역시 통일된 조국에서 태어난 세대가 아니다. 나뿐 아니라, 지금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하나 된 한반도에서 태어난 사람들이 아니다. 현재 어떤 사람들은 통일은 꼭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어떤 이들은 반대의 의견을 낸다. 난 전자 편에 속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난 왜 이런 의식을 지니고 있을까? 나 역시 단 한 번도 그 땅을 가 본적이 없는데 말이다. 아마도 그런 집단의식이 나를 그렇게 만든 것이 아닐까 싶다. 더불어 잘못된 역사를 바로 잡고자 하는 의식, 그래서 다시 출발해야 한다는 그런 마음에 내게 있는 것 같다. 막연하게 통일을 말하고 싶지 않다. 의식을 제대로 갖추지 않으면 하고자 하는 일이 의미가 없어진다. 장하림 역시 어쩌면 그런 의식 속에 구심점을 찾고자 노력했던 인물이 아니었을까 싶다. 단순하게 잃어 버렸던 조국을 다시 찾아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왜 조국의 독립을 위해 싸워야 하는지 말이다.
보는 내내 마음이 애잔하면서 감정이 울컥 거렸다. 힘겹고 어렵게 살다 결국 죽음을 맞이하는 두 남녀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다. 그렇다고 이 드라마 비극으로 끝난다고 말하기에도 애매하다. 마지막 지금 봐도 영상미가 돋보는 장면인데, 장하림의 독백 부분을 듣다보면 희망의 불씨를 조금은 남겨 두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 여운이 꽤 오랫동안 잊혀 지지 않고 남을 것 같다. 그 해 겨울 지리산 이름 모를 골짜기에 내가 사랑했던 여인과 내가 결코 미워할 수 없었던 친구를 묻었다. 그들은 가고 나는 남았다. 남은 자에겐 남겨진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것은 아마도 희망이라 이름 지을 수 있지 않을까?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 사람만이 이 무정한 세월을 이겨나갈 수 있으므로... |
| 거금92,000원을 주고 구입해서 현재 22부까지 보고 있는데, 우선 여명의 눈동자 전 36부를 하나도 빠짐없이 담아서 내용면에 있어서는 아주 만족스럽습니다. 하지만 화질이 MBC드라마임에도 불구하고 SBS같은 상당히 칙칙하고 차가운? 화질이 마음에 안들지만 주몽에서 유화부인으로 열연했던 오연수의 애띈모습과 현 영화, 드라마에서 주,조연으로 활약하고 있는 배우들의 무명시절모습들을 볼 수 있으니 소장용으로는 강력 추천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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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드라마가 91년에는 채시라와 최재성의 철조망 키스씬이 아주 유명했었다. 주말드라마였던걸로 기억이 되는데, 군사정권이 끝나가기에 이런 드라마 대작이 만들어지지 않았을까도한다. 당시에는 위안부문제에 촛점이 많았지만, 역사책도 보고, 동영상도 자주 보다보니 문득 여명의 눈동자가 다시 보고 싶어진건 참 신기하다. 20여년이 지난서 지금 15편째까지 보았는데, 3월쯤 되면 다 보지 않을까한다. 시대의 굴레와 억압이 우리 민족이란 부분만 보아서도 안되고, 한일의 역학관계로만도 다 설명되지 않는다. 그 밖에도 중국, 러시아, 미국과 영국을 위시한 열강 제국들의 동향도 함께 우리나라의 역사에 어떻게 영향을 줬는지 생각하게 된다. 우리가 생각하는 독립군도 크게 4부류정도로 구분이 가능하고, 그 속에 다양한 사상과 실천을 지향한 사람들이 있었다는 점, 또 그들의 해방이후의 행보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이 드라마를 보면서 다시한번 생각해본다. 여옥의 아버지(최불암)가 최대치를 보면서 하는 말이 깊이 가다온다. 우리민족은 바다와 같고, 바다에 이는 물결, 파도와 같이 다양한 사상과 이념을 갖고 있지만 모두 바다와 같다는 말...... 20년이 지나서 다시보니 다양한 출연진에 놀라기도 하지만 대사가 갖는 의미가 새롭게 다가온다. 요즘 종종 옛날 영화들을 다시 보면 visual보다 대사가 깊이있게 다가오는 것을 보며 내가 세상을 참 어리숙하게 살았다고 생각이 들게되는 것같다. 좀더 시간이 지나면 꼭 다시한번 재구성된 드라마로 만들어졌으면 하는데, 출연진이 워낙 방대해서 될지 모르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