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랜만에 즐거운 청소년 소설을 읽었다. 전에 읽었던 작품들은 청소년들의 요즘 세태를 반영하듯 우울한 이야기들, 예를들면 폭력과 따돌림에 관한 이야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사과를 주세요』는 좀더 긍정적인 청소년들을 만날 수 있다. 한참 크는 아이들이 느끼는 성적인 고민들, 앞으로의 진로에 대한 고민들, 자신이 진정 무엇을 하고 싶은지에 대한 생각들을 엿볼 수 있는 글이었다. 『사과를 주세요』는 푸른책들의 제13회 푸른문학상 수상작 네 편이 들어있는 소설이다.
내가 이 책을 읽게 된 이유는 표제작 「사과를 주세요」의 진희 작가 때문이었다. 일찍이 로맨스 소설을 여러 편 썼고, 동화작가로도 활동하고 있는 작가다. 작가의 로맨스 소설을 꽤 여러 권 읽었기에 동화라면 모를까 청소년을 문학은 또 어떤 느낌일까. 궁금함이 일었다.
우선 이 글의 표제작인 진희 작가의 「사과를 주세요」를 보자. 의지라는 여자 아이가 있다. 이름처럼 의지가 굳은 아이다. 작년 4월 우리는 고통스러운 소식을 들었다. 수학여행을 가는 배에 탔던 한 고등학교 학생들 대부분이 아까운 목숨을 잃었다. 많은사람들이 카톡에 노란 리본을 한동안 달고 있을 정도로 우리를 가슴아프게 한 사건이었는데, 작가는 아마도 이 이야기에서 의지라는 인물을 창조하지 않았나 싶다. 시간이 지나서도 노란 리본을 달고 있었던 의지에게 수학선생은 노란 리본을 그만 떼라고 했고, '리본은 애도의 권리'라고 했던 의지에게 수학 선생은 '개나 소나 권리 타령'이라는 말을 했다. 이에 의지는 자신에게 사과를 하라는 의미로 '사과를 주세요'라는 피켓을 들고 학교 교문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었다.
자신의 뜻을 관철시키려 고군분투하는 의지의 모습을 보며, 의지를 바라보는 교사들이나 학생들의 소리없는 응원을 보며 우리의 청소년은 공부만 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 자신이 원하는 것을 향해 나아갈 수 있다는 신념을 보여주었다. 만약 이런 일이 생겼을 경우 쉬쉬하며 덮어버리기 일쑤 일텐데도 자신의 뜻을 관철시키려 했던 의지의 모습이 왠지 뿌듯하게 느껴졌다.
피해자의 고통에 대해 시간을 들여 알아야만 한다. 고통은 순간이 아니기에 사과도 순간이 될 수 없다. 사과는 시간을 들여 반복, 지속해야 하는 행위다. 우리는 잊고 묻으려고만 하는 사과에 저항해야 한다. (88페이지, 「사과를 주세요」중에서)
김은재 작가의 「연애 세포 핵분열 중」이라는 작품은 한참 성에 대해 민감할 나이, 또한 이성에 대에 눈을 떠가는 나이의 남자 고등학생의 이야기이다. 태어나서 연애 한번 제대로 못한 근복의 이야기를 통해 요즘의 청소년들의 연애에 대한 진솔하고도 유쾌한 고민을 알 수 있었다. 연애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좋아하는 여자아이에 마음에 드는 방법들은 어떤게 있는지 궁금할 수 밖에 없었겠지. 오늘 아침엔가 자매나 형제만 있는 사람들보다는 남매가 있는 사람들이 대체적으로 연애를 잘한다는 말을 라디오에서 들었다. 그것에 대한 반론이 방송인 김제동의 예를 들어 수많은 싱글들의 원성이 있었다. 연애는 나이가 어리나 젊으나 늙으나 영원한 화두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리처드 용재 오닐 때문에 비올라의 음색에 반해 그가 연주하는 비올라 연주곡을 꽤 들었다. 모든 청소년들은 자신이 꿈꾸는 것을 향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거나, 노력해도 자신이 원하는 것 만큼의 결과물이 보이지 않으면 고민되기 마련이다. 자신의 진정 원하는것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을 안기는 단편이 허혜란의 「우산 없이 비올라」라는 단편이었다. 바이올린을 연주하다가 비올라로 바꾸게 된 선욱은 좀처럼 실력이 늘지 않아 일주일쯤 레슨을 쉬고 할머니 댁으로 오게 되었다. 여든이 다 되어가는 나이인데도 예쁜 하이힐을 신는 할머니는 예쁘게 차려입고 마을회관에서 노래 부르시거나 춤추며 즐겁게 보내신다. 연습에 연습을 해도 선생님은 '네 소리를 내, 네 소리를!'이라고 말씀하셨다. 우연히 할머니를 따라 회관에 가게 된 선욱은 즐겁게 노래부르며 노시는 할머니들을 바라보며 저절로 즐거워졌다.
나만의 소리, 나만의 음악을 끌어내야 한다는 것을, 그것이 나를 행복하게 하고 음악으로 '놀게' 한다는 것을 또한 그것은 누구에게 배워서 되는 것도 아니고 필사적으로 연습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123페이지, 「우산 없이 비올라」중에서)
마지막 단편은 이순미의 「바다를 삼킨 플랑크톤」이다. 꼭 공부를 잘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부모의 입장에서 보면 이왕이면 경제적으로 힘들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에 아이들에게 공부 하라거나 하게 되는데, 공부에 전혀 취미가 없는 아이들도 있게 마련이다. 공부에는 취미없고 자신의 생각에 기발함을 불어넣어 전단지를 만드는 것에 취미가 있는 산하의 이야기다. 나도 역시 부모로서 산하가 내 아이라면 전단지 한다는데 무턱대고 찬성할 수 만은 없다. 틀에 박힌 그림을 그리기보다는 자신만의 방법으로 표현하는데 못알아보는 사람들은 역시 어른인 것이다. 나 또한 이 어른들의 범주에 들었으니 할말은 없다.
소통에 대해 생각해본다. 우리가 흔히 하는 말들 중에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말을 하곤 하는데 정작 자신이 알아듣지 못한 경우가 많지는 않은지 뒤돌아 볼 일이다. 아이들과 선생님, 아이들과 부모, 모두 소통의 부재때문에 힘들어 하지 않는가. 상대방이 내게 진심을 털어놓는데도 자신만의 생각안에서 나오지 못한다면 소통이 될리가 없다. 우리 모두 자신만의 생각을 강요하고 있지는 않은지. 상대방이 하는 말에 귀기울일 준비를 해야하는게 아닐까. 그래야 소통도 되는 것이라는 걸. |
|
중학교 3학년과 중학교 1학년이 된 아이들을 보면서 세월의 무상함을 느낀다. 어느 덧 자라 큰 아이는 내 옆에서 든든함을 맡고, 작은 아이는 귀여움을 담당하고 있으니까. 이 아이들이 조금 더 자라면 몸도 마음도 더 자라겠지? 그리고 누군가를 향해 달달한 사랑의 마음을 전하겠지? 그러는 상황 속에서도 미래를 위해, 자신을 위해 어떻게 시간을 써야하는지 고민도 하고 있겠지? 아이들의 마음 전부를 헤아리고 이해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아이 편에서 서서 이해하고 싶다. 세상에서 완전히 아이들 편에 서고 싶은 엄마니까.
청소년 문학을 읽으면 늘 내 아이를 생각하게 된다. 어느 덧 자라 말대꾸도 하고 자신의 생각을 강하게 피력하는 아이들. 처음엔 그게 나에 대한 반항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젠 그렇지 않다. 자신의 생각을, 온몸을 다해 표현할 줄 아는 것도 성장의 한 과정이니까. 중2 학생들이 무섭고 멋대로 라고 하지만 중학생 아이를 키우면서 느끼는 건 생각보다 거칠지 않고, 착한 아이들이 많다는 사실이다. 이 아이들이 고등학생이 되면 점점 더 남자가 되어가겠지? 성장의 한 복판에서 함께 할 수 있어 나는 행복한 사람이란 생각이 든다.
푸른 문학상 수상작인 4편의 청소년 단편을 만났다. ‘연애 세포핵분열 중’은 주인공 근복이 연애를 갈망하고 소원을 성취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재미있게 그렸다. ‘사과를 주세요’는 여학생 의지가 학교에서 마주한 부당한 현실에 굴하지 않고 당당하게 맞서는 모습을 그렸다. ‘우산 없는 비올라’와 ‘바다를 삼킨 플랑크톤’은 자신의 꿈과 미래 앞에 고민하는 선욱과 산하의 모습을 그렸다. 음악을 좋아하지만 음악이 입시와 직결되자 악기를 다루는 게 힘들어진다. 하이힐을 신고 인생을 즐기는 할머니를 따라 간 선욱. 그곳에서 음악이 즐거워지는 맛을 느끼게 된다. ‘바다를 삼킨 플라크톤’은 공부를 잘하는 것도 아니고 특별한 재주도 없다고 생각했던 산하가 우연한 기회에 학교 앞 식당의 전단 작업을 하며 꿈과 행복을 찾아나 선 이야기를 그렸다.
고민이 많아진 큰 아이와 작은 아이와는 여전히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뭘 하고 싶은지 모르겠다고 말하는 아이. 하고 싶은 게 많은데 어떻게 벌써 꿈을 정하라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하는 아이. 나는 그 말의 의미를 알고 있다. 나 역시도 그랬으니까. 그렇기에 강요하고 싶지 않다. 아직은 하고 싶은 것들을 체험하고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더 주고 싶다. 아직 내가 정신을 못 차린 것일 수도 있지만. ^^
청소년 문학을 읽으면 늘 내 아이를 생각한다. 내 아이들도 이런 시간들이 올 것이고, 그렇게 성장하게 될 테니까. 연애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근복이나 학교의 부당함에 맞서는 의지나 자신의 꿈을 위해 고민하는 선욱이나 산하 역시... 내 아들, 딸의 또 다른 모습이다. 어려움에 처했을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게 부모였으면 좋겠다. 혼자 고민하지 말고.. 어른이 되는 과정이 쉽지는 않다. 쉽지 않지만.. 멋진 어른으로 성장하면 좋겠다. 우리 모두의 아이들이.
|
|
김은재 작가의 「누가 뭐래도 내 길을 갈래」를 읽고 작가의 또 다른 책을 읽고 싶은 마음에 검색해서 읽게 되었다. 역시 이 책 또한 재미와 감동을 주고 네 분의 작가들의 필력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푸른문학상 수상작은 청소년 성장 소설로 믿고 읽을 책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이 책은 제13회 푸른문학상 수상작 모음집으로 네 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 연애 세포 핵분열 중 / 김은재 * 사과를 주세요 / 진 희 * 우산 없이 비올라 / 허혜란 * 바다를 삼킨 플랑크톤/ 이순미
<연애 세포 핵분열 중 / 김은재> 근복은 중학교 때가지도 수염이 날 기미가 안 보여 별명이 아기였는데, 고등학교에 입학하고부터는 학교 앞에 핀 벚꽃을 보면서 마음이 울렁거렸고, 솜사탕처럼 뽀송뽀송하고 뭉실뭉실한 벚꽃을 같이 보러 갈 여자 친구가 없다는 사실에 입맛이 떨어질 지경이었다.(p14) 그런데 근복이 꿈에 좋아하는 짝 새봄이 알몸으로 등장하는 게 아닌가. 그리고 항상 어릴 적부터 친구였던 태동이가 이쁘고 공부도 잘하는 여학생과 사귀게 된다. 근복은 ‘태동이 보다 내가 낫지’라고 늘 생각했는데, 그 태동이가 말이다. 그래서 인류의 보고인 ‘녹색창’에 접속하여 여친을 생기게 할 방법을 물어보기도 했다. 맥주를 사려고 편의점에 갔다가 태동이의 둘째 누나인 수애를 만나 태동이네 집으로 갔다 알고 보니 녹색창의 친절한 응답이 수애 누나였고 둘이는 함께 술을 마신다. 신발장 앞에서 소주 냄새나는 수애 누나가 자신의 얼굴에 가져다 댄 순간 근복의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온몸에서 작은 불꽃들이 쿵쾅거리며 터졌다. 심장이 열 개쯤 뛰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러나 그것은 근복의 코털을 뽑아준 거였다.(p58) 집으로 향하던 근복은 몸을 돌려 골목에서 큰길까지 빨리 걸었다가 보름달을 본 변신 직전의 늑대 인간처럼 ‘으아’하고 소리 지르며 벚꽃이 만개한 광마산까지 냅다 달렸다. 옹색한 담벼락 위에서 아직 못다 핀 응달의 벚꽃이 툭, 툭 툭 하고 은은한 달빛에 벌어져, 달리는 근복의 모습을 빙긋이 웃으며 바라 보았다.(p59)
<사과를 주세요 / 진 희> 수학(수학선생님)이 노란 리본을 달고 있는 의지에게 떼라고 했고 의지는 애도의 표시라고 했고 수학은 “요즘은 개나 소나 권리 타령이라고” 했고 의지는 “저는 개입니까, 소입니까?” 했고 수학은 분노 폭발하며 너희 아버지가 그렇게 가르쳤냐 식으로의 사건으로 의지는 등교 시간, 점심 시간, 자율 학습 전까지의 시간에 교무실이 있는 1층 출입구 앞에서 노란 피켓에 「사과를 주세요」 써서 1인 시위를 하고 누군가 인터넷에 ‘태성고 사과녀’라고 올려 학교 입장이 난처하게 되자 수학이 사과를 하게 된다, 형식적인 사과지만. 그래서 의지는 '진짜, 사과를 주세요'라는 피켓을 들게 된다. 의지와 화자인 남학생과의 친구인지, 썸인지 심리도 재미있다.
<우산 없이 비올라 / 허혜란> 열네 살의 선욱이 비올라 레슨을 한 주 쉬는 일주일 동안 외할머니댁에서 할머니를 통해 음악은 조건없이 즐기는 것응 보면서 자기만의 음악을 찾게 되는 내용이다. 책을 읽는 동안 선욱의 감정선과 나의 감정선이 일치했다. 선욱이 답답할 때 나도 답답했고 선욱이 감동 받을 때 나도 감동을 받아 비올라 연주를 한 것 같다. 이건 작가의 세밀한 감정선 묘사를 읽는 내내 나도 모르게 따라갔기 때문인 것 같다. <바다를 삼킨 플랑크톤/ 이순미> 산하는 공부를 하고 싶은 마음이 없다. 산하는 공부에 있어서 엄마에게도 미술선생님 마녀에게도 구제불능이나 전단지의 홍보 문구를 만들거나 그림을 그릴 때 더 즐겁고 재밌다. 하지만 엄마는 이런 산하의 바람을 이해하지 못하고 아버지까지 직장을 그만두면서 상황은 점차 힘들어진다. 그러다가 우연히 들린 샌드위치 가게 홍보 전단을 만들게 되고 그것이 망해가는 샌드위치 가게를 살린다. 그래서 실직한 아버지는 샌드위치 가게에 취업하고 산하는 강연을 듣던 학생에서 자신이 성공한 내용을 강연하는 강연자가 되는 이야기다.
이 책 『사과를 주세요』는 부모와 교사들이 더 읽었으면 싶은 내용이다. 누구나 하고 싶은 일과 공부는 따로 있다. 그래서 어른들은 청소년들과 이 책을 함께 읽고 많은 대화를 통해서 먼저 이해하고 격려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
|
『사과를 주세요』는 제13회 푸른문학상 청소년소설집으로 네 분의 작가님들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네 편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공통된 특징을 가지고 있는데 현실에 굴복하지 않고 자신의 꿈과 신념을 지키는 모습이 그려진다.
「연애 세포 핵분열 중」에서는 17년째 모태 솔로인 근복이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자신처럼 모태 솔로였던 단짝 친구 태동이 여자 친구가 생겼다며 자랑을 하자 이에 자신도 일주일 안에 여자 친구를 만들겠다 결심을 하게 되고 인터넷에 여자 친구가 생기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작성한다. 흥미롭게도 네티즌이 근복의 질문에 답변을 달아주는데...
표제작인「사과를 주세요」는 선생님으로부터 모욕적인 말을 듣은 의지는 이는 자신의 권리이자 그 일에 대한 사과를 받기 위해 '사과를 주세요'라는 글을 적은 피켓을 들고 학교 1층 출입구에서 1인 시위를 하게 된다. 결국 이 일일 인터넷을 통해 일파만파 퍼져나가자 선생님은 사과를 하지만 이는 진정한 사과가 아니라고 생각한 의지는 시위를 계속 해나가고...
「우산 없이 비올라」는 비올라 전공인 선욱이 여름 휴가 때 외할머니 집으로 가게 되고 할머니가 마을 회관에 가서 다른 할머니 할아버지분들과 함께 고상하지 않은 음악을 연주하면서 즐거워하자 선욱은 그분들이 듣는 음악을 비웃으며 비올라로 클래식을 연주하려고 한다. 선욱은 그분들의 음악은 막음악일고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정작 자신의 마음대로 몸이 움직이지 않아 연주를 하지 못하게 되고 선욱은 이 일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보게 되는데...
마지막 「바다를 삼킨 플랑크톤」은 공부를 하고 싶은 마음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엄마가 시키니깐 마지못해 하고 있는 산하는 공부보다 전단지의 홍보 문구를 만들거나 그림을 그릴 때 더 즐겁고 재밌다. 하지만 엄마는 이런 산하의 바람을 이해하지 못하고 아버지까지 직장을 그만두면서 상황은 점차 힘들어진다.
이에 산하는 버거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지만 이또한 새로 생긴 샌드위치 가게로 쉽지 않고 학교 출신의 연예인 선배의 강연을 듣고는 자신이 잘하는 일이자 재미있어 하는 일인 전단지통해서 상황이 역전되고 아빠까지 아르바이트로 채용되고 이 소식을 들은 주변 가게에서 전단지를 만들어 달라고 부탁하기에 이르는데...
청소년들의 고민이 현실적 감각으로 잘 표현되어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의미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고, 과거와 달리 선생님과 부모님을 포함한 어른들의 생각에 무조건 알았다고 하거나 반대로 무조건 고집하기 보다는 자신의 생각과 의견을 펼치고 이를 활용해서 이성적으로 해결해나가려는 모습이 흥미로운 스토리와 함께 인상적으로 다가왔던 책이다.
|
|
제13회 푸른문학상 수상 청소년소설집 <<사과를 주세요>>는 분홍색 표지의 먹음직스러운 초록빛 사과가 눈에 띄는 책이다. 새콤달콤한 맛이 일품인 사과를 표지삽화로 내세운 이 책은 어떤 느낌일까? 왠지 나는 풋풋한 첫사랑이 먼저 떠올랐다. 청소년 소설을 읽을 때면 으레 나는 청소년 시절의 내가 되고, 청소년인 딸아이가 된다. 이 책 속 주인공 속에도 분명 내가, 내 딸아이가 있으리라. 그런 까닭에 나는 설레이는 마음으로 책을 펼쳤다.
[연애 세포 핵분열 중]은 사과 느낌이 물씬 느껴지는 작품이다. 중학생 시절에는 초등학생도 쓴웃음을 짓고 갈 언어유희를 시도 때도 없이 즐겼던 근복은 고등학생이 되고서는 학교 앞에 핀 벚꽃을 보고도 마음이 심란해지면서 울렁거리는 사춘기를 맞이하게 되었다. 솜사탕처럼 뽀송뽀송하고 뭉실뭉실한 벚꽃을 같이 보러 갈 여자 친구가 없다는 사실에 입맛이 떨어질 정도였다. 더군다나 모든 면에서 자신보다 못났다고 생각했던 태동이마저 여자 친구가 생겼다고 하니 근복은 삶의 의욕이 팍 꺽이는 느낌이었다. 이에 근복은 결국 녹색창에 접속해 여자친구 만드는 법에 관한 질문을 올리기에 이르렀고 한심한 대답 중 머리를 조아리게 만드는 댓글을 발견하게 된다. 태동에게 조언을 구하고 스타일을 바꿨지만 마음에 두고 있는 새봄이마저 자신을 남자로 생각하지 않는 기색이 역력해보이자 좌절하고 만다. 이성에 관심을 갖게 되는 청소년들의 마음을 너무도 잘 표현하고 있는 작품이었다.
표제작 [사과를 주세요]는 내 생각을 완전히 뒤엎은 스토리였다. 표지삽화와 사과라는 느낌 때문에 풋풋한 첫사랑을 떠올린 작품이었으나 여기서 말하는 사과는 상대방으로부터 사과를 달라는 의미였다. 노란 배지를 달고 있는 의지에게 수학 선생님은 배지를 떼라고 했고 의지는 애도의 권리라고 맞섰다. 이어 '요즘은 개나 소라 권리 타령'이라는 선생님의 말씀에 의지는 "저는 개입니까, 소입니까?"라는 되묻게 되고 결국엔 선생님에게 개나 소에 빗대어진 것만으로도 모자라 그보다 못한 인간 취급을 받았다. 이에 의지는 '사과를 주세요'라는 문구가 또렷이 적힌 피켓을 들고 교무실이 있는 1층 출입구 앞에 서 있게 된 것이다. 용감하게 1인 시위 중인 의지를 두고 학생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했고 이 일로 긴급 교사 회의가 열리기도 했다. 그러다 결국 인터넷에서 '태성고 사과녀'가 잇슈가 되자 선생님은 사과를 하게 되지만 의지는 '진짜, 사과를 주세요'라는 피펫을 들게 된다.
[우산 없이 비올라]는 열네 살의 선욱이 레슨을 한 주 쉬는 일주일 동안 외할머니 집에 머물면서 겪게 되는 이야기를 담아냈다. 매일 하이힐을 신는 할머니를 따라 마을 회관에 가게 된 선욱은 할머니 할아버지가 악기를 연주하고 춤을 추면서 신 나게 노는 모습을 보게 된다. 처음에는 음악이랄 것도 없는 막음악에다 유치하여 다시는 할머니를 따라 나서지 않겠다고 결심하지만 그 후로도 계속 마을 회관에 가게 된다. 선욱은 비올라를 연주하려 하지만 오른쪽 어깨가 찢어질 것 같이 아파 활을 당길 수가 없을 정도다. 음악을 좋아했던 선욱이었는데 음악은, 비올라는 선욱의 몸을 자꾸 부러뜨리고 있었다. 그러던 선욱은 마을 회관에서 할머니들과 함께하면서 지식과 생각이 아닌 마음과 몸으로 음악을 느끼게 된다.
음악을 좋아한다. 그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즐겁지 않다. 모든 시간과 에너지를 쏟았고, 성취감을 느꼈지만 이 할머니들처럼 이렇게 즐거운 적은 없었다. 진짜 만족을 느낀 적도, 행복한 적도 없었다. (본문 117p)
[바다를 삼킨 플랑크톤]은 우리 청소년들의 가장 큰 고민을 담은 얘기라 하겠다. 선하는 간절히 바라는 행복, 심장 뛰는 일로 전단지를 만드는 사람이 되겠다고 생각하고 곧바로 행동에 옮겼지만 오히려 엄마와 미술 선생님인 마녀에게 구제불능이 된다. 그러던 중 아빠가 회사를 그만두게 되면서 엄마가 일을 찾아 나서게 되었고, 아빠의 무직 상태가 장기화되면서 가족은 점점 불안한 상태가 되어간다. 선우는 자주 가는 버거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겠다고 하지만 새로 오픈한 샌드위치 가게로 인해 버거 가게의 생활도 녹록치 않았다. 하지만 학교 출신의 연예인 선배의 강연회를 듣게 된 선우는 버거 가게의 전단지를 시작으로 기적을 만들어냈다. 장사가 잘된 버거 가게는 아빠를 아르바이트 사원으로 고용했고, 망한 가게를 전단지 한 장이 살렸다는 소문이 돌면서 근처 가게에서 전단지 제작을 부탁해 오는 일이 생겼다. 게다가 마녀 선생님 역시 전시회 전단지를 부탁하는 일까지 생겨난다. 그리고 강연회에 초청되기에 이른다.
"사람들이 가장 가능성 없다고 무시했던 일에 오기를 갖고 도전했습니다. 그리고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본문 143p) 나의 터무니없는 무모함으로 시작된 첫 번째 도전은 기적이 되어 나타났다. 신념이, 한 삶의 변화가 자신을 포함해 여러 사람의 변화까지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체험하기까지 불과 한 달의 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본문 146p)
지금까지 정말 많은 청소년 소설을 읽어왔지만 청소년들의 실질적인 고민들을 제대로 담아낸 책들을 그다지 많지 않았다. 하지만 <<사과를 주세요>>는 그들의 이성, 진로, 꿈에 대한 고민들을 담아냄으로써 그 시절의 나, 지금의 내 딸의 고민과 생각들을 엿볼 수 있었다. 내년이면 고3 수험생이 되는 딸에게 이 책이 도움이 될 수 있으리라. 특히 마지막 구절이 진로 고민에 대답이 되어주지 않을까 싶다. 사과만큼이나 새콤달콤 맛있는 이야기 <<사과를 주세요>>였다.
<바다를 삼킨 플랑크톤> "플랑크톤은 뭉쳐 다닙니다. 그것이 죽는 길인지 사는 길인지 저는 잘 모릅니다. 혼자 특별하게 사는 건 위험하고 외로울 수 있습니다. 그래도 바다는 넓습니다. 플랑크톤 한 마리가 제멋대로 살아도, 무엇을 해도 살아갈 수 있을 만큼……." (본문 152p)
(이미지출처: '사과를 주세요' 표지에서 발췌) |
|
겨울 밤, 가슴이 몽글몽글해지고 간질거리는 이야기가 필요하다. 그런 생각을 하던 중 내가 만난 이야기 하나 "사과를 주세요 (김은재, 진희 작가, 푸른책들 펴냄)"는 제13회 푸른 문학상 청소년소설집으로 4명의 작가가 각기 다르나 비슷하게 아이들의 마음을 담아낸 4편의 이야기가 담긴 예쁜 책이다.
연애 세포 핵분열 중 평범한 고등학생 근복은 절친 태동이 연애를 시작하자 마음이 조급해진다. 자신에게도 여자 친구가 생기길 바라며 조언을 바라는데 딱히 명확한 답을 주는 사람은 없다. 자신에게 답을 줄 누군가의 조언에 굶주린 근복은 지식창에서 모르는 이의 긴 조언을 듣고 실천하고자 노력한다. 벚꽃, 달빛... 그리고 태동의 누나 수애와 사이에서 느낀 묘한 설렘... 이제 근복의 연애 세포도 분열이 시작된 것이다.
사과를 주세요 노란 리본 배지로 인해 수학에게 황당한 일을 당한 의지. 더 정확한 표현으론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함부로 여긴 수학과 학교를 향한 외침으로 '사과를 주세요'라는 피켓을 들고 학교 앞에 섰다. 아이들은 이런 의지를 속으로 응원하고, 태오 역시 의지의 이런 모습이 싫지 않다. 쉬운 종이컵 같은 사과가 아닌 진짜 사과를 원한다는 의지의 말에 태오는 피켓에 '진짜'라는 말을 적어 넣어준다.
우산 없이 비올라 비올라 연주를 위해 몸을 혹사 시킨 선욱은 요양 겸 외할머니댁에서 지낸다. 날마다 색고운 하이힐을 신고 마을 회관에 가시는 할머니를 따라 간 선욱의 눈 앞에 각기 다른 악기와 목소리, 몸짓을 해보이며 흥을 즐기는 할머니, 할아버지의 모습은 낯설다. 다른 할머니들에게 선욱이가 비올라 연주하는 아이라고 자랑을 하는 할머니. 그런 할머니와 선욱을 호기심 넘치게 쳐다보는 시선이 부끄럽지만 선욱은 꿋꿋하게 할머니를 따라 다닌다. 항상 악기 연주를 경쟁으로 여겼던 선욱이는 할머니들의 소풍에 따라가게 되고, 할머니와 할아버지 앞에서 비올라 연주를 한다. 그 어느 때보다 마음 편하게. 진정 음악을 즐기며 연주하는 선욱의 머리 위로 비가 내린다. 악기가 젖으면 안되는데 연주를 멈출 수가 없다. 할머니들이 우산 대신 씌워 준 비닐 포대 자루 아래서.
바다를 삼킨 플랑크톤 엉망인 성적표 덕분에 산하는 집에서 아침밥을 해결하지 못하고 학교로 온다. 학교 앞 내 마음대로 버거 집에서 산 버거 하나를 낼름 삼키곤 학교로 가지만 딱히 흥미로운 시간을 보내지는 못한다. 더구나 산하가 그린 그림 때문에 미술 선생에게 호된 꾸지람을 듣게 된다. 이제 엄마도 산하를 곱지 않게 본다. 학교에서 열린 강연에서 '시련과 변화'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산하는 문을 닫기 전까지 네 멋대로 버거 집의 광고지를 만들고 그로 인해 바빠진 가게에 아빠가 아르바이트를 하고 점점 산하의 광고지는 상점들 사이에서 인기를 끈다. 그리고 자신을 무시하던 미술 선생마저 자신의 광고지를 인정하게 된다. 이제 산하가 강연자로 초대되었다. 넓은 바다의 플랑크톤... 뭉쳐다니지 않아도 살아갈 수 있다는 이야기로 산하의 강연이 시작된다.
4편의 이야기를 읽는 내내 우리가 얼마나 많은 오류를 범하고 있는지 생각해 보았다. 남들이 한다고 남들만큼 하라고 다그치며 아이들이 진짜 원하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에 대해선 전혀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마치 경쟁을 위해 태어난 것처럼 조바심을 내고, 빨리 걸으라 달리라 재촉만 해댔던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책 송에 등장하는 근복이, 의지, 선욱이, 산하처럼 자신이 원하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라 이제는 말하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