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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13] 미국법은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25-13] 미국법은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내용보기
[미국법의 역사]는제목만 보면, 단순히 미국법의 변천사를 기술한 책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책을 펼쳐보면, 살짝 결이 다르다는 느낌이 든다. 왜냐하면, 이 책은 미국 사회와 법의 상호작용 속에서 미국의 법과 그 체제가 어떻게 변해왔는가를 소개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식민지시대의 미국법[1부], 독립혁명에서 19세기 중반까지[2부], 19세기 말까지의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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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법의 역사]는

제목만 보면, 단순히 미국법의 변천사를 기술한 책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책을 펼쳐보면, 살짝 결이 다르다는 느낌이 든다. 왜냐하면, 이 책은 미국 사회와 법의 상호작용 속에서 미국의 법과 그 체제가 어떻게 변해왔는가를 소개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식민지시대의 미국법[1부], 독립혁명에서 19세기 중반까지[2부], 19세기 말까지의 미국법[3부], 20세기의 미국법[4부]로 나눠 시간의 흐름에 따라 미국의 역사와 법제도가 어떻게 변화했는지, 그리고 왜 변화했는지에 대해 보여주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13개의 식민지, 13개의 기준 

우리는 흔히 법조문이 기본이 되는 대륙법계와 누적된 판례를 중시하는 영미법계로 나눠진다고 알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미국 법조계가 무수히 많은 판례를 정리하고, 이를 바탕으로 판결을 내릴 것이라는 착각하기 쉽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전형적인 미국 법률가는 아마도 식민지시대로의 판결이나 제정법을 전혀 본 적도, 다루어본 적도, 심지어 들어본 적도 없을 것이다. 이에는 합당한 이유가 있다. 간편하고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식민지 시기의 판결과 제정법의 집적이 이루어진 것은 독립 후 한참이나 경과된 후의 일이다. 현재까지도 출간된 식민지시대의 판결집은 지극히 단편적이고도 산만하게 수집된 판결의 집적물일 뿐이다. 상당수의 식민지 법령은 아주 오래된 또는 희귀한 서적에 수록되어 있을 뿐이며, 종적조차 완전히 사라져 버린 것도 상당수가 있다. 식민지시대의 가장 중요한 법령 중의 하나인 <매사추세츠의 법과 자유>(Laws and Liberties of Massachusetts, 1648)는 사본 한 부가 20세기에 발견될 때까지만 해도 완전히 잊혀진 존재였다. [p. 43]


이렇게 식민지시대의 판례가 정리되어 있지 않다면, ‘1부 식민지시대의 미국법’에서는 판례도 정비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무엇을 얘기할 수 있을까? 또 그 시절의 식민지인들은 무엇에 근거하여 사회질서를 유지하고 있었을까?

먼저 이 책의 1부에서는 미국이라는 국가가 형성되는 과정을 간략하게 말하고 있다. 즉, 미국이라는 국가가 단순히 13개의 동등한 주(state)가 함께 영국의 식민지에서 벗어나는 과정에서 형성된, 균일한 국가가 아님을 얘기한다. 오히려 미국의 탄생은 13개의 동등한 주의 연합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1부의 배경이 되는 ‘식민지 시대’, 즉 크리스토퍼 콜럼버스가 바하마 제도에 도착한 1492년부터 미국 독립 전쟁의 결과로 영국과 파리조약을 맺은 1783년까지는 아메리카 대륙이 영국, 프랑스, 스페인, 네덜란드 등 유럽 국가들에 의해 ‘개척’이라는 이름으로 식민화가 이루어졌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훗날 미국 독립에 참여하는, 종교의 자유를 찾아 동부해안에 정착한 후 서부로 식민지를 확장한 영국의 13개의 식민지, 즉 13개의 주(state)조차도 형성된 시기에 따라 서로 다른 문화적 배경, 독자적인 의회와 정부를 가진 독립된 존재가 될 수 밖에 없었다. 당연히 그들 사이에 동질적인 소속감이 있을 리가 없고, 그들의 사법체계도 동일할 수 없었다.

해스킨스 교수가 여러 가지 사실을 종합하여 내린 독자적인 결론은 다음과 같다. “각 식민지가 정착하여 발전하게 된 조건이 서로 상이하다는 사실은, 각 식민지들이 서로 다른 정치적, 사회적인 체제를 형성했듯이, 서로 다른 고유한 법제도를 발전시켜 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리적 고립, 정착의 시기 및 성격, 외부적 감시나 통제로부터의 자유의 정도 등이 모든 요소가 13개의 독립된 법제도의 형성에 기여했다.” [p. 46]



미국법’, 만들어지다

‘2부 독립혁명에서 19세기 중반까지의 미국법’에서는 독립전쟁의 결과로 탄생한 신생공화국의 정체성 혼란과 이를 극복하는 과정을 그렸다고 볼 수 있다. 13개 식민지의 사람들은 비록 서로 다른 법체계를 가지고 있었지만 영국 국왕의 신민(臣民)에서 출발했다는 공통 분모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독립전쟁의 결과 이들은 국왕의 신민(臣民)에서 공화국의 시민(市民)으로 거듭나야만 했다. 당연히 그 과정에는 모국의 법인이었던 ‘영국법’의 현지 적용에 대한 고민도 포함될 수 밖에 없다.

식민지인들은 영국 국왕과 그의 정부를 전복시켰다. 그렇다면 영국법 역시 폐기해야만 하는가? 일반 사법(私法)도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하는가? 신생공화국의 첫 세대는 이 문제를 두고 심각하게 고민했다. [p. 140]


그런 고민들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 미국의 법관, 변호사 등은 그들에게 이미 익숙해진 영국법을 배척하는 대신 수용하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변경(frontier)’의 소멸과 미국의 변화

‘3부 19세기 말까지의 미국법’에서는 ‘변경(frontier)’의 소멸과 그로 인한 미국인의 인식 변화가 법문화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가를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4부 20세기의 미국법’에서는 제1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사회가 ‘Pax America’ 시대를 열면서 어떻게 변화했고, 이에 따라 사회 구성원들의 약속인 법규범도 변화했음을 보여준다.

모두가 알고 있다시피, 남북전쟁(1861~1865)는 19세기 후반 미국사회에 가장 극적인 영향을 끼친 사건이다.

남북전쟁은 미국 본토에서 치러졌고, 특히나 격렬한 사건이었으며, 정상적인 사법행정에 대한 파괴행위였다. 또한 남부 주연합(Confederate)이 독립을 선언하고 그들 자신의 헌법을 입안하는 등 헌법상 중요한 위기를 불러일으켰다. 전쟁에 이어서 남부는 계엄령과 구조적인 대변혁의 시대를 맞게 되었다. 남북전쟁 자체가 남부와 북부 모두에 엄청난 노력을 요구했다. 남부와 북부는 군대를 양성하여 무장하지 않으면 안 되는 등 전례가 없는 제반 문제들을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이는 필연적으로 연방정부의 역할에 대해 극적인 격상을 가져왔다. 이러한 변화 역시 법의 모든 분야에 걸쳐 다양한 방식으로 반영되었다. [pp. 431~432]


이러한 변화의 일환일까? 조직된 이익단체에 가입하려는 미국인들의 성향이 증가했다.

19세기 후반에 와서는 각종 조직은 단순한 클럽이나 협회의 차원을 훨씬 넘어서게 되었다. 노동조합, 기업결합, 농업협동조합, 직업단체 등 경제적 이익을 중심으로 결집한 단체들이 괄목할 정도로 발전하였다. 이와 같은 이익단체들은 사회적 지위나 권력의 쟁취를 위해 골몰하고 있었으며, 이들이야말로 미국법의 기본적 구조를 형성하고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되었다.

~ 중략 ~

사람들은 단순히 상호협력을 위해 단체에 가입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들은 누군가를 배척하여 적으로 규정하고, 적들에 대항하여 공통된 주장을 펼치기 위해 단체에 가입하였다. [pp. 433~434]


어쩌면 그들은 더 이상 개척을 통해 무한한 자원을 획득할 수 있는 ‘변경(frontier)’이 존재하지 않고, 한정된 자원의 소유를 둘러싼 제로섬 게임(zero-sum game)에 돌입해야 함을 인식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이처럼 ‘변경(frontier)’가 소멸되었다는 인식이 미국인 사이에 퍼진 결과, 이민의 문호를 활짝 개방한 국가였던 미국이 1924년 이민 쿼터제를 채택하게 된다. 당연히 이러한 사회적 변화는 미국법에도 영향을 끼쳤다.

남북전쟁 못지 않게 미국사회에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또 다른 전환점은 제1차 세계대전(1914~1918)이다. 왜냐하면 이를 계기로 미국이 진정한 세계 열강에 진입하고, 고유의 정체성을 확립했기 때문이다.

미국은 반세기 동안 변함없이 50개 주로 공존해 온 연방국가였다. 연방정부의 권력이 엄청나게 비대해진 현재까지도 각 주가 실제적으로 중요한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론적으로 각 주는 독립된 주권을 보유하고 있으며, 각 주는 독자적인 법체계를 가지고 있다. 이는 결코 사소한 것이 아니다. 20세기 초에도 그러하였지만 20세기 말에도 대부분의 법률쟁송은 주법(state law)에 따른 소송이고, 대부분의 법은 주법이었다. [p. 827]


그래서일까? 20세기에 들어와서 미국법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발전한 현상 중의 하나는 이른바 ‘책임의 폭발(liability explosion)이다. 이로 인해 미국법에서는 불법행위 책임을 중요하게 다루고, 관련 법리(法理)도 세밀하게 발달되었다. 특히 한국과 달리 불법행위 손해에 징벌적 손해배상이 포함되어 있는 것은 인상적이다.

거의 1,000페이지에 달하는 벽돌책인 <미국법의 역사>를 꾸역꾸역 다 읽었다. 다 읽는 것도 쉽지 않았지만, 이를 리뷰 아니 독후감으로 남기려니까 더욱 난감했다. 결국 내가 선택한 것은 인상적인 부분을 중심으로 몇 자 적어보는 것이었다. 비록 책의 요약도, 리뷰도 아닌 묘한 글이 되었지만, 어쨌든 독후감을 남기고 보니 뭔가 시원섭섭한 기분이 든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다시 읽고 좀 더 나은 글을 남길 수 있기를 바라며, 마지막 책장을 넘겼다.
w******f 2025.10.16. 신고 공감 12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