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엔 훌륭한 발효식품이 많다. 물론 다른 나라들에도 치즈를 비롯해 다양한 발효식품들이 있겠지만 이책을 보며 여지껏 미쳐 알지 못했던 우리 발효식품들의 다양한 내용에 대해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부끄럽게도 난 이책에서 소개된 발효식품 중 된장과 김치정도만 즐기지 나머진 그다지 즐기지 않는 편이다. 하긴 고향이 부산에서는 젓국은 쉽게 접할 수 있지만 가자미식해는 이름조차 생소한 음식이고 새우젓을 별로 사용하지 않기 때문이긴 하지만. 내가 학교을 다니던 때만 해도 혼분식이 장려되고 우리의 전통 음식들보다는 피자나 햄버거 같은 외국의 패스트푸드들이 소개되며 유행처럼 번져가던 때였고 내 식성이 비교적 면이나 밀가루 종류를 좋아하는 터여서 발효식품을 접하기는 쉽지가 않았다. 책에서도 소개한 것처럼 청국장의 냄새에 도망가는 아이들처럼 된장찌게의 처친 듯한 맛을 피하기 위해 마가린이랑 된장찌게랑 같이 밥을 비벼 먹는 방법 등을 통해 겨우 겨우 우리 음식들과 친분(?)을 다지기도 했다. 그나마 김치 종류들은 좋아해서 잘먹는다고나 할까.. 20년도 더 지난 옛날이지만 당시에도 벌써 김치를 입에 대지도 못하겠다는 친구들이 있었으니. 그런데 나이를 한살 두살 먹어가며 입맛도 바뀌어 가는 것 같다. 예전엔 그다지 찾지 않던 된장찌게나 청국장찌게가 먹고 싶을 때가 생기고 안먹는다고 불편한 건 아니지만 외국 출장 등의 이유로 장기간 우리 음식을 접하지 못하다 집에 돌아와서 된장찌게를 먹으면 느끼는 그 개운한 느낌. 나이를 먹어서 느끼는 느낌만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요즘 젊은 내또래들이 이런 훌륭한 우리 발효식품을 제대로 만들어 낼 수 있는 이들이 없는 점은 걱정이다. 얼마전 사회를 놀라게 했던 중국산 김치들의 폐해를 생각한다면 사먹는 편리함도 이해가 되지만 엄마의 사랑과 정성이 가득 담긴 집에서 만들어진 우리 음식이 진정 우리 발효음식과 어울리는 생산방식일 것이다. 영득이 엄마처럼 당장의 이윤보다는 먹는 이들의 건강과 우리 음식에 대한 애정이 묻어나는 음식이 우리 발효음식의 우수함을 보여주는 것이리라. 그러한 과정을 거쳐야만이 제대로된 발효음식이 만들어지는 것이니까. 처음엔 발효시키는 미생물의 이름들에 어려워 하던 아이들도 쉽고 재미있게 느끼며 책을 읽을 수 있도록 학습과 재미를 함께하는 책의 구성도 좋았다. |
| ‘과학과 친해지는 책’이라는 시리즈명이 딱 알맞다. 무엇과 친해지기 위해서는 너무 어려워서 주눅 들지 않아야 하고, 또 너무 쉬워서 흥미 없지 않으면서 적당히 모든 것들이 버무려져 더할 것, 뺄 것들이 별로 없어야 하지 않을까 싶은데, 이 책이 그렇다. 부담스럽지 않을 정도의 이야기와 정보가 잘 담겨 있다. 발효 미생물들이 주인공이 되어 각자의 경험담을 펼치면서 발효가 어떻게 부패와 다른지, 발효식품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우리 발효식품이 우리 몸에 어떻게, 얼마나 좋은지를 들려준다. 어른이 되면 저절로 좋아하게 되지만 아이들에게는 유독 인기가 없는 식품들, 청국장과 된장, 간장, 김치, 가자미식해부터 막걸리, 식초에 이르기까지, 우리 식생활과 이래저래 관계가 깊은 식품들에 대해 쉽고 자세하게 이야기한 다음 각 이야기의 마지막에는 제조법의 요점정리, ‘한 발짝 더’라는 코너를 통해 각 식품의 유래와 우리 몸과의 관계에 대한 설명이 되어 있다. 시종일관 단아하면서 편안한 편집, 삽화가 기분 좋게 따라온다. 가장 좋았던 것은 바실리스 서브틸루스, 류코노스토크, 아세토박터, 스트렙토코쿠스, 페디오코쿠스라는 이름을 가진 발효 미생물의 이름이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본문에 잘 스며있어 읽는 재미를 더해주면서, 자연스럽게 친근함을 조성한다는 것이었다. 마치 <해리포터>의 갖가지 마법 주문을 일부러 입으로 연습해보듯이 따라하게 되는 독특한 재미가 있었다. 초두루미 등의 아름다운 단어도 알게 되었고. 처음 책을 대할 때는 <썩었다고? 아냐="" 아냐!="">라는 제목이 조금은 유치하다 싶었다. 마치 유아책을 대하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양장본이기 때문에 더 그렇지 않았겠나 싶은데, 조금 비싸다는 느낌도 들었다. 게다가 경험상 양장본의 읽을거리는 보관을 오래 하고, 쉬 헤지지 않는다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읽기에 쉽지는 않다고 느낀 적이 몇 번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 읽고 나니 손에서 쉬 놓아지지 않는다. 잘 구성되어 있고, 두고두고 꺼내볼 수 있을 책이라는 생각이 강해졌다. 다만 식초와 발효음식만으로 몸의 병을 고친 이야기나 암에 걸린 아이가 식욕을 얻었다는 이야기 등은 보편화되지 않은 이야기라 자칫 잘못 이해될 여지가 있을 것 같아 아주 조금, 염려스럽다. 나 자신 청국장과 친해진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그 맛을 몰랐던 시간이 조금은 아쉬웠던 터라, 얼마 전 발견한 청국장 집으로 가, 우리 아이들에게도 청국장과 친해질 시간을 마련해 주고 싶은 생각이 든다. 이 책을 들고 가 볼까?썩었다고?>해리포터> |
| 어려서는 김치를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어른들은 맛있다고 쭉쭉 찢어먹는 김장김치조차 거들떠보지 않았습니다. 당장 혀에 달콤한 먹을거리나 가끔 먹을 수 있던 인스턴트 식품에 열광했습니다. 그러다 재생지로 만드는 한 잡지를 구독하면서 생태 감수성에 눈떴습니다. 그 잡지는 내 생활 방식에도 영향을 끼쳤는데 그 중의 하나가 바로 먹는 습관입니다. 육식 위주로 먹던 습관을 채식 위주로 바꾸게 한 것입니다. 그러다가 아내의 결단에 힘입어 집에서는 아예 채식만 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 삼 개월은 얼마나 몸이 가볍고 영혼이 맑던지요. 그러면서 비로소 김치의 맛도 제대로 알게 되었습니다. 된장이며 청국장 같은 발효 식품도 자연스레 가까워지기 시작했습니다. 발효 식품의 맛을 늦게 안 만큼 발효 식품에 대한 정보를 재미있게 푼 『썩었다고? 아냐아냐!』는 무척 반갑습니다. 이 책을 읽을 우리 아이들은 분명 나와 같이 늦게 발효 음식과 가까워지지 않을 테니 말입니다. 몸이 아픈 사람이 전국 각지에 퍼져 있는 된장, 청국장, 김치, 새우젓, 막걸리, 가자미식해, 식초 등 발효음식을 만드는 미생물들을 한자리에 모이게 하여 미생물들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게 한 방식이 재미있습니다. 이야기를 통해 자연스레 미생물에 대한 정보를 알게 한 구성인 것입니다. 청국장을 발효시키는 바실루스 서브틸리스, 된장을 발효시키는 동생 바실루스 서브틸리스, 김치 맛을 내는 류코노스토크, 가자미식해를 발효시키는 스트렙토코쿠스, 초두루미에서 식초를 발효시킨 아세토박터, 새우젓 맛을 재대로 나게 하는 페디오코쿠스, 막걸리를 발효시키는 사카로미케스. 발효음식의 기원과 발달, 효과 등 유용한 정보도 곁들이고 있어 발효 식품에 더한층 가까이 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다만 발효 식품으로 건강해진 아저씨가 식당을 열고 맞이한 첫 손님이 암에 걸린 소녀라는 설정은 너무 작위적으로 여겨집니다. 게다가 편집상의 오류가 몇 개 있어 아쉬움이 남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