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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새로운 시도에 경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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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은 솔직히 대부분의 한국사람이라면 다 아는 내용이다. 백의종군, 명량해전, 노량해전과 충무공 전사. 이것을 마음속의 칼이라는 주제를 잡아서 표현한 작품인데.. 누구나 아는 사건이지만 작가의 탁월한 표현력은 이 책을 한번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는 책으로 만들었다. 작가가 그린 이순신의 모습은 일상적인 기대와는 달랐다. 역사적인 승리의 광채로 빛나는 충성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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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은 솔직히 대부분의 한국사람이라면 다 아는 내용이다. 백의종군, 명량해전, 노량해전과 충무공 전사. 이것을 마음속의 칼이라는 주제를 잡아서 표현한 작품인데.. 누구나 아는 사건이지만 작가의 탁월한 표현력은 이 책을 한번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는 책으로 만들었다. 작가가 그린 이순신의 모습은 일상적인 기대와는 달랐다. 역사적인 승리의 광채로 빛나는 충성스러운 명장이 아니라 변변한 부하도, 장비도 없는 궁상맞고 처량한 상태에서 주어진 일에 어쩔수 없이 묵묵하게 일하는 모습이었다. 그 내면에서는 언제나 충성의 대상에 대한 불안이 있었다. 충무공의 시선으로 서술한 1인칭은 참신하고 효과적인 표현방법이라고 생각된다. 읽는 내내 문체가 간결하고 수려한 것에 감탄했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틈틈히 바다와 자연을 묘사하는데 남해의 바다가 눈앞에 정말 생생하게 펼쳐진다. 전쟁의 피해로 인한 백성들의 고난이 생생하고 임금에 대한 복잡한 감정, 알수 없는 미래에 대한 불안이 마치 내가 겪고 있는 현실인 것같이 다가온다. 책을 읽는 내내 작가의 상상력에 푹 빠져 새로운 이순신이 되어 볼 수 있었다. 한문으로 된 몇개의 사료만으로 이렇게 멋진 글을 쓸 수 있다는 점이 정말 놀랍다. 전쟁 장면 묘사도 만족스러웠다. 해전에 대해 읽은 다른 책들은 그냥 맞붙어 격돌, 승패 결정 이런식이라서 그림이 전혀 그려지지 않았었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밀물과 썰물, 특히 배를 젓는 노가 중요하게 다루어졌는데 울돌목의 강한 썰물에 적들의 노가 서로 엉기고 부딪혀서 움직이지 못하고, 불붙은 적선이 썰물에 밀려 멈춰선 적들의 배에 충돌해서 적들이 붕괴되는 과정이 자세하게 표현되서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역시 단점은..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기에 책장을 넘기면서 전혀 긴장감이 없었다는 점이다. 이미 이길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난 그저 작가의 유려한 문체만을 즐기면 됐을 뿐이다. 그리고 큰 주제였던 마음속 칼의 진동.. 무인의 혼인 칼의 노래 그것을 통해 작가가 무엇을 말하고자 한것인지가 그렇게 또렷하게 맘에 전해오지 않았다는 점이 아쉬웠다.
b******r 2004.12.17.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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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이순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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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지 1년이 되가는 이 마당에 독자서평을 쓰니 조금 이상하군요. 자정 무렵 샤워를 하려고 보일러를 올려놓고 컴퓨터 앞에 앉았는데, 문득 김훈님의 가 생각나더군요. 읽은지 1년 되었지만 1년동안 거의 잊은적이 없는것 같습니다. 흔히 영웅 활약소설이 그러하듯(연개소문,계백,광계토대왕) 이순신장군의 임진왜란의 멋진 활약이나 접하려고 책을 들었는데, 약간 혼란 스러웠습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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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지 1년이 되가는 이 마당에 독자서평을 쓰니 조금 이상하군요. 자정 무렵 샤워를 하려고 보일러를 올려놓고 컴퓨터 앞에 앉았는데, 문득 김훈님의 <칼의 노래="">가 생각나더군요. 읽은지 1년 되었지만 1년동안 거의 잊은적이 없는것 같습니다. 흔히 영웅 활약소설이 그러하듯(연개소문,계백,광계토대왕) 이순신장군의 임진왜란의 멋진 활약이나 접하려고 책을 들었는데, 약간 혼란 스러웠습니다. 다른 영웅활약소설 처럼 칼의노래를 그런식으로 생각했으니까요... 한 위인을 우상화하지 않고, 인간적으로 본다는것은 참으로 좋은것 같습니다. 그것이 소설이라도 말이죠. 그 한 위인을 영웅적으로 보지않고, 제대로 평가할수 있으니까요. 이제까지 이순신이 그래왔습니다. 한산도대첩,노량대첩등 눈부신 활약속에 이순신의 인간적 내면,고독,고뇌는 사라진것 같습니다. 하지만 지금 현대의 한 작가의 손으로 이순신의 인간적인 면을 볼수 있었습니다. 책을 읽는 도중에는 항상 제 자신이 우울했던것 같습니다. 김훈님의 문체가 그래서 인지... 솔직히 김훈님의 책은 처음 접했거든요. 항상 적막했고, 우울했고, 암울했습니다. 제가 남해바다의 따가운 해풍을 맞는 기분을 느꼇고, 판옥선에서 격군들을 격려하는것만 같았고, 무거운 갑옷과 장검을 메고 왜군들과 싸우는것 같았습니다. 2일만에 읽을수 있을만큼 얇은책이었지만 책을 읽고난뒤 왠지 가슴이 꽉찬 것 같았고, 허무하고, 또 우울했던것 같습니다. 지금도 저의방 책장 한켠에는 까만표지의 <칼의 노래="">가 있습니다. 그것을 항상 볼때면 남해바다가 떠올리곤 한답니다. <칼의 노래=""> 참 좋은 소설인것 같습니다.
k****5 2002.12.22.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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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많은 무대뽀 명장 이순신의 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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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인문학상 수상이라는 간판, 그리고 기자 출신의 김훈 선배가 썼다는 이유만으로도 이 책은 언제가 됐든 내 눈을 경험했을 법하다. 칼의 노래가 이순신의 독백 형식을 취하고 있고, 정유재란을 즈음한 몇 년간의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 책을 사기 위해 인터넷을 검색하는 과정에서 알게 됐다. 이순신. 이 책은 이순신을 다루고 있다. 영웅이라는 호칭에 앞서 성웅이라는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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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인문학상 수상이라는 간판, 그리고 기자 출신의 김훈 선배가 썼다는 이유만으로도 이 책은 언제가 됐든 내 눈을 경험했을 법하다. 칼의 노래가 이순신의 독백 형식을 취하고 있고, 정유재란을 즈음한 몇 년간의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 책을 사기 위해 인터넷을 검색하는 과정에서 알게 됐다. 이순신. 이 책은 이순신을 다루고 있다. 영웅이라는 호칭에 앞서 성웅이라는 이름이 더 널리 쓰일 정도로 무오류의 인물. 거북선이라는 세계 최초의 철갑선을 발명하고 싸움에서 패해 본 적이 없는 위대한 전술가. 오랫동안 이순신은 이런 인물로 각인돼 왔다. 조금이라도 한꺼풀 들어가서 이순신을 바라보게 된 건, 역사를 처음부터 다시 공부하다시피한 고시 공부 시절이었다. 이순신 자살설이라는 흥미로운 얘기였다. 뜻밖에 모르는 사람도 많은 듯 하니 이참에 한번 소개하고 넘어가는 것도 좋겠다. 17세기 후반, 그러니까 임잔란이 끝난 뒤 100년이 채 안돼 작성된 기록으로 이민서라는 양반이 쓴 <김충장공유사>에 이런 구절이 있다. "김덕령 장군이 죽고부터는 여러 장수들이 저마다 스스로 의혹하고 또 스스로 제 몸을 보전하지 못했으니, 저 곽재우는 마침내 군사를 해산하고 숨어서 화를 피했고, 이순신은 바야흐로 전쟁중에 갑주를 벗고 스스로 탄환을 맞아 죽었으며, 호남과 영남 등지에서는 부자와 형제들이 의병은 되지 말라고 서로를 경계했다는 것이다"(이 글은 고시 참고서에서 베낀 글이다. 출전을 정확히 알고 싶으면 개인적으로 연락주시길...) 김덕령이나 곽재우를 그저 성공한 의병장으로만 알고 있다면 이 인용문마저도 무척이나 낯설테니 또한번의 부연이 필요할 지 모르겠다. 이번에는 <칼의 노래="">에서 직접 인용한다. "김덕령은 용맹했기 때문에 죽었다. 임금은 장수의 용맹이 필요했고 장수의 용맹이 두려웠다." 조선의 현실이 그랬다. 의병은 스스로 해산하는게 신상에 좋았다. 몸바쳐 나라를 구하겠다고 나선 보답은 임금으로부터의 죽음 뿐이었다. 하물며 전쟁의 국면을 바꾸어버린 영웅이야 말할 나위도 없다. 고시공부 시절 이순신의 자살설을 여담처럼 말하던 국사 강사는 덧붙였다. 조선 수군의 대장선에는 적선이 함부로 접근할 수 없다고. 조선 수군의 대장은 적탄에 쉽게 노출되지 않는다고. 또 누군가는 얼핏 합당한 의문을 제기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수군통제사에 복귀해서 곧바로 투입된 명량해전에서는 12척밖에 없던 수군이 어떻게 바로 다음 전투인 노량해전에 임할 때는 대장선의 위용을 갖춘 대오를 마련했겠냐고. 하지만 아서라. 명량해전과 노량해전은 1년 2개월의 시차를 갖고 있다. 전쟁의 국면을 뒤바꾼 명장이 1년2개월의 세월을 허비했을 리가 없다. 노량해전에 임할 때 조선 수군은 전선 150척, 협선 200척의 규모로 확충돼 있었다. 조선수군은 총사령관을 어이없이 보낼만큼 한심한 군대가 아니었다. 때문에 총사령관은 스스로 죽는 길에 이르렀다는 분석이다. 말나온 김에 한마디만 더하자. 이순신의 자살설도 재미있지만 더 재미있는 얘기도 있다. 이순신은 노량에서 죽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전쟁이 끝난 뒤 자신에게 돌아올 것이라고는 죽음 밖에 없음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기에 이순신은 죽음을 위장해 초야로 잠적했다는 주장이다. (이 부분은 정확한 인용없이 기억에만 의존해야 하기에 아쉽다. 어디서 이런 얘기를 들었는지는 까먹었다) 먼 길 돌아서 이제 다시 <칼의 노래="">다. 이 책은 거듭 말하지만 이순신의 독백이라는 형식을 띄고 있다. 책이라면 나보다 훨씬 많이 읽은 김훈 선배가 이 모든 사항에 대한 착실한 취재없이 소설을 썼을 리 없다. 당연히 전쟁영웅으로 한 세상 멋지게 살아보겠다는 야멸찬 포부란 찾아볼 수가 없다. 이순신은 전장으로서의 바다에서 죽는 것을 자연사로 받아들이고 있다. "나는 결국 자연사 이외의 방식으로는 죽을 수 없었다. 적탄에 쓰러져 죽는 나의 죽음까지도 결국은 자연사일 것이었다. 그러나 나는 적이 물러가버린 빈 바다에서는 죽을 수 없었다. 나는 갈 것이었다." 이것만으로는 강한 전의만이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이순신은 임금이 또하나의 적임을 숨기지 않는다. "나의 죽음은 내가 수락할 수 없는 방식으로는 오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섣불리 이순신의 자살을 긍정하지도 않는다. 이순신은, 실제로도 그러했겠지만, 뜻하지 않은 순간 갑작스레 총탄에 맞는다. 독자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순간, 이제는 나올때가 됐는데......하는 설레임도 허락하지 않은채, 갑작스레 죽음의 순간이 찾아온다. 그 짧은 순간에는 자살의 기획이 보이지 않는다. 의도적인 부주의의 흔적도 없다. 그러나 거센 졸음처럼 찾아오는 죽음은 무척이나 편안한 것이었다. 마치 그 자신 바랬던 것처럼. 바로 그 순간, 난 다시 확인한다. 지금 내가 읽고 있는 건 역사책이 아니라 소설책이라는 걸. 이순신의 자살설을 추적하기 위한 책도 아니고, 독자들의 애국심을 드높이기 위한 책도 아닌, 독자들의 정서를 자극하기 위한 책이라는 걸. 민족의 영웅이 아닌 한 사람의 장수로서 이순신의 내면을 탐구하는 책이라는 걸. 때문에 이순신의 칼에 새겨진 문장, 검명은 중의적이다 못해 새로운 의미로 또렷하게 다가온다. 一揮掃蕩 血染山河 한 번 휘둘러 쓸어버리니 피가 강산을 물들이도다.////
k****9 2001.11.23.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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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한 아름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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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페이지를 넘기지 못한다. 눈물이 앞을 가린다는 말이 실감난다.문장이 너무 아름다워서. 작가가 그려낸 이순신이라는 인간의 순결한 영혼이 아름다워서. 삶이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광경을 수많은 대극을 통해서 본다. 무엇이라고 정의내리기 어려운 삶의 명제들을 그저 단순한 문장으로 서술하고 있어서 당황스럽기까지 하다. 하지만 아름답다. 며칠 째 계속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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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페이지를 넘기지 못한다. 눈물이 앞을 가린다는 말이 실감난다.문장이 너무 아름다워서. 작가가 그려낸 이순신이라는 인간의 순결한 영혼이 아름다워서. 삶이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광경을 수많은 대극을 통해서 본다. 무엇이라고 정의내리기 어려운 삶의 명제들을 그저 단순한 문장으로 서술하고 있어서 당황스럽기까지 하다. 하지만 아름답다. 며칠 째 계속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한다. 그리고 볼 때마다 눈물이 난다. 그 눈물이 그저 히데요시의 절명시같은 느낌이 아니어서 고맙다. 허무하고 부당한 삶을 치열하게 살다간 한 사람의 이야기에서 삶을 긍정하는 감동을 느낀다. 문장도 내용도 보석처럼 아름다운 책이다. 모처럼 찾아낸 아름다운 책을 보르헤스의 책들 곁에 꽂는다.
k***t 2001.11.22.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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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히 끝나지 않을.. 슬픔의 노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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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배경 시대적인, 그러니까 사회적인, 다소 정치적인 정황을 살펴야 할 필요가 있겠다. 1998년 2월 25일, DJ는 대한민국의 15대 대통령이 된다. 그는 할 일이 많았고 급했다. 우선은 IMF공포로 얼룩진 南島의(韓半島의 以南) 民들을 위로해야만 했으며, 여기저기 부서져버린 상처들을 치유해야만 했다. 그는 D.C 코믹스의 히어로인 수퍼맨도 배트맨도 아니었지만, 저간의 사정은 그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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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배경

시대적인, 그러니까 사회적인, 다소 정치적인 정황을 살펴야 할 필요가 있겠다. 1998년 2월 25일, DJ는 대한민국의 15대 대통령이 된다. 그는 할 일이 많았고 급했다. 우선은 IMF공포로 얼룩진 南島의(韓半島의 以南) 民들을 위로해야만 했으며, 여기저기 부서져버린 상처들을 치유해야만 했다. 그는 D.C 코믹스의 히어로인 수퍼맨도 배트맨도 아니었지만, 저간의 사정은 그를 영웅이 되게끔 했다. 이년의 시간동안 여기저기서 民들은 고통을 감내했고, 결국 民들은 경제적(!) 주권을 회복할 수 있었다. 그 즈음. DJ는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다.(DJ의 민주화를 향한 인생역정과 행로, 크고 작은 부침들, 결정타는 물론 김정일과의 6,15선언) 겉으로 볼 때는 영광이었다. 축제의 꺼리가 되고도 남았다. 나라도 어찌 보면 회복이었다. 하지만 실상은 달라진 게 별로 없었다. 보필하든지 견제하든지 자신들의 소임을 해야했던 (의원)님들은 지들끼리 진흙밭 개싸움(泥田鬪狗)을 벌이며 民의 삶에 어떠한 긍정성도 심어주지 않았다. 그렇게 民 모두는 가슴 가득 독기를 품은 채 만신창이가 되어 있었다. 아버지들은 이년의 터널동안 무능자로 낙인되었고, 젊은이들은 대량실업에서 신음했고, 청소년들은 롤러코스터 같은 교육정책에 쓰러져갔고, DJ에게 최후의 보루였던 무언(!)의 지지자들조차 등을 돌리고 말았다. 南島는 디스토피아였으며, 民들은 정말이지 의에 주리고 목말라 있었다. 참담했다. 환멸스러운 시절에 김훈은 은둔을 모색한다. 인걸은 간 데 없고 오로지 그의 칼만이 놓여진 현충사에 들어가 시대의 슬픔을 달래려고 한다. 역사는 반복되어진 것인가? 南島의 사 백년 전. 조선이라는 나라는 비슷한 문제로 고통 속에 있었다. 왕(선조)은 무능했고 백성보다 제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도망 다녔다.(어찌보면, 더 비극적인 상황이었는지도..) 나라를 책임져야 할 관료들조차 당파싸움에 매달려 허송세월을 보내고 있었다. 이렇듯 총체적 아노미에 빠진 나라를, 그래도 진심에서 걱정하는 이가 있었다. 그는 정치를 환멸했다. 정치인들의 구설수에 오르면서 피땀으로 일구어낸 자리에서 모함 끝에 파직을 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나라를 지킬 줄 아는 사람은 그 뿐이었다. 왕은 그에게 은혜(?)를 베풀었고, 그는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게 된다. 그는 시대의 어둔 터널을 벗어나고자 노력했으며 실존적으로 투쟁했다. 의지가 결여된 열 마디의 말보다 한번의 행동으로 나라를 지켰다. 사백 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비록 그는 없지만, 그의 칼은 남아서 이 모든 사실을 도도하게 전해주고 있다. 김훈은 사 백년 전 실존했던 한 외로운 영웅의 삶에 자신의 삶을 투영하고 싶은 것이다. 그를 자신의 페르소나로 삼아 쓰러지는 세상을 구원하고도 싶은 것이다. 또한 세상을 쓰러뜨리는 적들을 괴멸하고 싶은 것이다.

 

2. 불편한 선입견

주지하다시피, 우리의 현대사는 군인들의 현대사이다. 특히 언론에 의해 합법으로 위장되고 조장된 현대사이다. 필자가 국민학교(지금은 초등학교지만) 1학년 때, 신군부 정권이 이 나라를 지배하기 시작했다. 신군부는 정의사회구현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었고, 동네에서 술 먹고 꼬장부리는 사람들을 쥐도 새도 모르게 잡아가서는 반쯤 죽여놓은 후 풀어주기도 했다. 어린 꿈나무들에겐 애국충정(?)을 고취시키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였다. 좌우명이니 가훈이니 캠페인성 표어들이 즐비한 시기였기도 하다. 당시의 기억을 더듬으면, 존경하는 위인 중 열의 아홉은 김유신, 강감찬, 을지문덕 등의 장수들이었다. 그리고 랭킹 1위는 당연 이순신이었다. 거북선과 함께 회자되는... 이런 부조리를 안 것은 그로부터 십 년 뒤의 일이었다. 이순신은 내게 선입견 가득한 불편한 위인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새로 나온 김훈의 소설이 이순신에 대한 이야기여서 의아했었다. 글을 읽고 나서 내가 가지고 있던 편견들을 어느 정도 수습하게 되었다. '이순신=성웅聖雄'이라는, 자칫 의도적으로 읽힐만한 문학적 장치들을 최대한 자제하면서, 실존적인 한 인간으로 당대를 살아간 인간 이순신에게 포커스를 맞추려는 저자 김훈의 노력이 <칼의 노래> 곳곳에 배어 있다.

 

3. 리뷰

어찌보면, 이순신의 실제 적은 내부에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를 모함하는 무능한 간신배들. 정쟁에만 골몰하는 어설픈 정치인들. 이순신은 그들을 초연하기에 힘썼다. 그는 그만큼 한가하지 않았다. 그런 몰지각함을 환멸했다. 죽음과 삶을 다투는 일상에서 시기와 질투란 한낱 사치이다. 사치란 언제나 철없는 자들의 소유물이니... 이순신은 용장이었으나 언제나 수세의 싸움을 할 수밖에 없었다. 침략에 대한 지킴의 싸움, 그것이 더 허무하지 않은가? 끝낼 수도, 자신의 결단으로 끝장낼 수도 없는 교전. 그렇다면, 끝나지 않는 인생이란 얼마나 더 허무한 것인가? 반복과 재생이 감동과 전율 없이 그저 무디게 교차 진행하는 生이란... 전쟁의 행위에 대한 존재론적 고찰. 生의 딜레마, 적을 죽여야 내가 사는 生의 裏面적 아이러니. 논리로는 규명되지 않는 전쟁의 이유. 전쟁 앞에 모두 무기력한 삶들이면서, 포기하지도 못하고 빠져 나올 수도 없는 현실의 미궁迷宮. 칼의 노래는.. 그러므로 슬픈 노래이다. 한없이 울음 울어지는, 눈물은 메말라도 울음은 그쳐지지 않는, 속에서 계속해서 흘러내리는 悲痛의 노래이다.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죽자, 일본은 더 이상 전쟁의 이유를 알지 못했다. 서둘러 자신들의 섬으로 돌아가려 했고, 이순신은 언젠가는 다시 쳐들어올 그들을 지금 여기서 끝내고 싶었다. 노량 앞바다에서 적선 이백 척을 침몰시키고 오십 여척을 도주하게 만드는 전공을 올렸지만, 이순신은 이 싸움에서 전사하고 만다. 때는 무술년(1598년) 11월 19일(음력), 비로소 전쟁은 끝났다. 그는 그 끝을 보지 못하고 떠났다. 그에겐 영원히 끝나지 않을, 未完의 것으로 기억된 채로... <終>

[인상깊은구절]
술취한 명의 하급 지휘관들이 히데요시의 유언시를 노래로 부르며 춤을 추었다. 술 취한 이국 군대들이 부르는 노래가 칼처럼 내 마음을 그었다. 그날 나는 취했다. 내 마음속에서 내 칼이 징징징 울면서 춤을 추었다. 저러한 노래, 저러한 시구를 이 세상에 남겨두어서는 안 된다고, 진실로 이 남쪽 바다를 적의 피로 붉게 물들이지 않으면 안 된다고, 내 술 취한 칼은 마구 울었다.

j********9 2002.02.07.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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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시마 (三島)"를 위하여
""미시마 (三島)"를 위하여" 내용보기
"2000년 가을에 나는 다시 초야로 돌아왔다. 나는 정의로운 자들의 세상과 작별하였다. 나는 내 당대의 어떠한 가치도 긍정할 수 없었다. 제군들은 희망의 힘으로 살아 있는가. 그대들과 나누어 가질 희망이나 믿음이 나에게는 없다...(중략)....「작가서문」중에서" 작가서문을 읽으면서 2000년 봄쯤 작가가 참여했던 "씨네21"의 대담(對談)기사가 기억이 났다. 이 기사에서 작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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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가을에 나는 다시 초야로 돌아왔다. 나는 정의로운 자들의 세상과 작별하였다. 나는 내 당대의 어떠한 가치도 긍정할 수 없었다. 제군들은 희망의 힘으로 살아 있는가. 그대들과 나누어 가질 희망이나 믿음이 나에게는 없다...(중략)....「작가서문」중에서" 작가서문을 읽으면서 2000년 봄쯤 작가가 참여했던 "씨네21"의 대담(對談)기사가 기억이 났다. 이 기사에서 작가는 자신의 세계관-"80년초 언론통폐합당시 군부측 정책을 지지했던 일을 자랑스럽게 술회"하는가 하면 "이 나라에서 가장 훌륭한 엘리트들은 검사들"이고 "여자는 태생적으로 남자보다 열등하다"라고 하는 등-을 여과없이 드러냈고 이러한 그의 태도는 진보적인 젊은 기자들을 불편하게 했던 것으로 기억이 난다. 그리고 얼마후 이 사건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작가는 다니던 언론사를 그만두게 된다.(물론 이로 인하여 칼의노래와 같은 역작이 탄생하게 된 것은 한국문학의 쾌거임에 틀림없다) 나는 책을 읽기 전 반드시 작가의 프로필을 뒤지는 아주 나쁜 습관이 있다. 세상의 모든 이야기는 전적으로 주관적 이야기일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오래 전 "징비록"을 읽으면서 이해가 되지 않던 부분들이 유성룡이 東人이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나서 풀렸던 개인적 경험 등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작가는 매우 경제적으로 이 소설을 쓴 것 같다. 종래 자신이 집착했던 만연체를 버리고 난중일기에서 볼 수 있는 극도의 간결한 문체를 사용하고 있는가 하면. 이광수의 "이순신"에서 볼 수 있는 철저한 고증을 피하고 상당히 많은 부분을 작가적 상상력으로 채우고 있다. 작가의 소설은 경제성 이외에도 칭찬해야 할 부분이 매우 많다. 특히, 긴장감있는 문장, 우리말의 자연스러운 구사-김영하, 배수아의 글을 읽다보면 영어책을 읽는 것같은 느낌이 들 때가 많다-, 헐리웃 영화를 능가하는 박진감있는 전투씬-여즘 작품들은 신변잡기에 치중하느라고 스펙타클하지가 않다-등은 壓卷에 가깝다. "죽음은 끝내 소통되지 않는 각자의 몫이었고 나는 여전히 적의 적이었으며 이 쓰레기의 바다 위에서 나는 칼을 차고 있어야 했다. 죽이되, 죽음을 벨 수 있는 칼이 나에게는 없었다. - "본문"중에서"

[인상깊은구절]
죽음은 끝내 소통되지 않는 각자의 몫이었고 나는 여전히 적의 적이었으며 이 쓰레기의 바다 위에서 나는 칼을 차고 있어야 했다. 죽이되, 죽음을 벨 수 있는 칼이 나에게는 없었다.
b******n 2002.03.02.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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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이순신의 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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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는 내내 웬지 가슴 한 구석이 계속 답답했다. 그리고 종국에는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그러고 나서야 가슴 한 가운데가 뻥 하니 뚫린 것 같은 느낌을 가졌다. 이야기는 이순신이 조정을 능멸한 죄, 임금을 기만한 죄, 조정의 기동출격 명령에 따르지 않은 죄로 고문과 문초를 당한 뒤 다시 백의종군하는 대목부터 시작한다. 수군은 거의 괴멸상태에 있었고 해안의 상태를 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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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는 내내 웬지 가슴 한 구석이 계속 답답했다. 그리고 종국에는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그러고 나서야 가슴 한 가운데가 뻥 하니 뚫린 것 같은 느낌을 가졌다. 이야기는 이순신이 조정을 능멸한 죄, 임금을 기만한 죄, 조정의 기동출격 명령에 따르지 않은 죄로 고문과 문초를 당한 뒤 다시 백의종군하는 대목부터 시작한다. 수군은 거의 괴멸상태에 있었고 해안의 상태를 살펴 보고 다니던 중 그는 다시 삼도수군통제사로 재임명 받는다. 하지만 그에게 주어진 전선은 고작 12척 그리고 백성들의 어선 30척이다. 그러나 그는 우리와 적 모두에게 死地인 명량에서 일렬횡대형태인 일자진으로 330여척을 전선을 자랑하던 왜군을 물리친다. 그러나 소설은 단순히 이러한 싸움을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성웅 이순신의 영웅담으로 묘사하지 않는다. 죽여야 할 것을 다 죽여서, 세상이 스스로 세상일 수 있게 된 연후에 자기 자신의 한없는 무기력 속에서 죽고 싶어하는 너무나 단순하고 순수한 한 인간, 스멀스멀 기어 오르는 적의 기척으로 인해 항상 새벽의 식은땀과 오한을 느끼고, 어머니와 아들 면의 죽음 앞에 자신을 제대로 추스리기 힘겨워 하는 인간적인 모습 등이 그려져 있다. 또한 장수의 용맹이 필요했고 장수의 용맹이 두려운 선병질적인 임금인 선조의 우유부단과 조정의 당파싸움 속에서 죽어야 마땅한 자리를 찾아 나서던 한 우직한 장수의 모습이 있다. 이 책의 문체는 참으로 독특하다. 난중일기를 비롯한 옛 문헌을 인용하여 굉장히 건조하고 간결한 것 같으면서도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며 폐부를 찌르는 듯한 아름다운 글들이 여기에 있다.
j******5 2001.12.09.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죽음의 자리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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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언어는 간결하고 맑다. 투명한 말들이 허공을 가르듯이 춤을 추다가도 갑자기 내 가슴에 날을 들이대고 베어온다. 그의 문장이야말로 칼의 노래다. 죽음 앞에 마주한 장수의 삶..... 그 근원적 고독과 허무를 맑은 문장들이 뱉어낸다. 수많은 백성들과 군졸들의 죽음을 놓고도 권력에 연연하는 욕망의 무모함을 냉정하게 바라본다. 그를 지탱하고 있는 것은 애국이나 연군이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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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언어는 간결하고 맑다. 투명한 말들이 허공을 가르듯이 춤을 추다가도 갑자기 내 가슴에 날을 들이대고 베어온다. 그의 문장이야말로 칼의 노래다. 죽음 앞에 마주한 장수의 삶..... 그 근원적 고독과 허무를 맑은 문장들이 뱉어낸다. 수많은 백성들과 군졸들의 죽음을 놓고도 권력에 연연하는 욕망의 무모함을 냉정하게 바라본다. 그를 지탱하고 있는 것은 애국이나 연군이 아니다 존재에 대한 깨어난 정신이다. 허망한 목숨이나마 부지시켜야 할 힘없는백성이요, 그의 말 한 마디에 전율하는 군졸들의 기둥이어야 한다는 안깐힘이다. <칼의 노래="">는 <칼의 울음="">이다. 울음에 무슨 욕망이 실려 있으리. 가슴 속에 뜨겁게 치밀어오르는 멍울을 삼키며 나도 애써 울음을 누른다. 숨죽인 울음에 칼의 노래는 그치지 않는다. 적이 누구인가? 죽음을 벨 수 없는 칼이 무엇을 벨 수 있는가? 김훈의 문장을 타고, 삶과 죽음의 칼끝에 마주 선, 한 인간의 깊은 고독이 그 허무가 세상을 웃으며 날을 세운다. 나는 김덕령처럼 죽을 수도 없었고 곽재우처럼 살 수도 없었다. 나는 다만 적의 적으로서 살아지고 죽어지기를 바랐다. 나는 나의 충을 임금의 칼이 닿지 않는 자리에 세우고 싶었다. 적의 적으로서 죽는 내 죽음의 자리에서 내 무와 충이 소멸해 주기를 나는 바랐다. (p78) 나의 사지는 내 앞에 끝도 없이 펼쳐져 있었다. 잘 죽을 수 있는 자리였다. 그러나 죽음에 이르는 길은 너무 멀어서 끝은 보이지 않았다. 물결은 우우우 울며 내달았고, 이물은 솟고 또 곤두박질쳤다.(p.102) 김훈의 짧고 예리한 문장이 나를 흔들어서 눈물이 북받쳤다. 두 번 읽을 때보다 세 번 읽을 때는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 떨리는 목소리로 소리내어 읽어보았다. 탯줄에 붙어서 여자의 배로 태어나는 인간이 혈육의 이마와 눈썹을 닮고, 시선까지도 닮는다는 씨내림의 운명을 나는 감당하기 어려웠다. 그리고 송장으로 뒤덮인 이 쓰레기의 바다 위에서 그 씨내림의 운명을 힘들어 하는 내 슬픔의 하찮음이 나는 진실로 슬펐다. 몸 깊은 곳에서 치솟는 울음을 이를 악물어 참았다. 밀려내려 갔던 울음은 다시 잇새로 새어나오려 했다. 하루종일 혼자 앉아 있었다. 면의 죽음을 알아챈 종사관과 군관들은 내 앞에 얼씬거리지 않았다. 옆방에는 종사관 김수철이 보고 서류를 부시럭거리고 있었고 마루 밖 댓돌 앞에는 창을 거머쥔 위병이 번을 서고 있었다. 저녁 때 나는 숙사를 나와 갯가 염전으로 갔다. 종사관과 당번군관을 물리치고 나는 혼자서 갔다. 낡은 소금 창고들이 노을에 잠겨 있었다. 나는 소금 창고 안으로 들어갔다. 가마니 위에 엎드려 나는 겨우 숨죽여 울었다. 적들은 오지 않았다. (pp.151-152) 아들 면의 장렬한 최후와 면의 죽음을 대하는 장군의 깊은 울음이 나를 통째로 흔드는 듯했다. 권력자와 권력에 대한 그 허망한 웃음이 가슴을 찌르듯이 아팠다. 죽음에 직면한 매일 매일의 전장에 사는 이순신에게 왕은 <勉死>의 은총을 내린다. -정유년의 죄에 대해 죽음은 면하겠노라- 굳이 죽음을 면해 주어도 전쟁터는 死地가 아닌가? 사지에서 순간순간 죽음에 직면하는 그에게 먼 조정에서 <면사>를 내린다. 이게 권력이라는 허상이다. 과거에 그랬듯이 오늘도 그러하고, 신문에는 하루 하루 정치인들의 권력 게임이 보도된다. 삶의 전쟁터로 내몰린 민중의 삶을 아랑곳하지 않는 그들의 신기루같은 게임을 보면서, 이순신의 허망함처럼, 김훈의 분노처럼, 가슴이 가늘게 떨린다.

[인상깊은구절]
나는 살기를 바라지 않았다. 죽음은 절벽처럼 확실했다. 다만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고문과 문초가 길지 않기를 바랐다. 죽여야 할 것들을 다 죽여서, 세상이 스스로 세상일 수 있게 된 연후에 나는 내 자신의 한없는 무기력 속에서 죽고 싶었다.
YES마니아 : 로얄 l******a 2002.02.25.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이순신과 그의 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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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28일은 충무공 탄신일이다. 김훈의 소설 『칼의 노래』는 그 충무공의 내면세계를 심층적으로 들여다본 걸작이다. 김훈은 겨례의 성웅으로 묘사되온 이순신을 매우 현실적 고뇌에 휩싸인 인간적 인물로 재형상화했다. 그는 이를 위해 정유재란이 발발한뒤 오늘날 해군참모총장(삼도수군통제사)에서 계급장을 다 뜯긴 육군쫄병(백의종군)으로 몰락했다가 명량해전으로 재기, 노량해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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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28일은 충무공 탄신일이다. 김훈의 소설 『칼의 노래』는 그 충무공의 내면세계를 심층적으로 들여다본 걸작이다. 김훈은 겨례의 성웅으로 묘사되온 이순신을 매우 현실적 고뇌에 휩싸인 인간적 인물로 재형상화했다. 그는 이를 위해 정유재란이 발발한뒤 오늘날 해군참모총장(삼도수군통제사)에서 계급장을 다 뜯긴 육군쫄병(백의종군)으로 몰락했다가 명량해전으로 재기, 노량해전에서 목숨을 잃을 때까지 1년의 세월에 초점을 맞췄다. 소설속의 이순신은 앞으론 왜군의 총탄과 맞서 싸우면서 동시에 뒤에선 끊임없이 그의 모반을 의심하는 조정의 칼날의 사이에서 생존, 아니 명예로운 죽음을 위해 몸부림친 인물이다. 그 중층적 갈등의 배경 속에서 짙은 안개처럼 이순신의 의식세계을 뒤덮은 인물이 등장한다. 그가 바로 선조다. 우리가 역사에서 배운 선조는 임진왜란을 초래한 우유부단한 인물, 또는 퇴계 이황과 남명 조식 등 사림의 지식인들을 우대한 호학적 인물로 등장한다. 하지만 선조는 임란의 와중에서도 임란당시 5대 의병장중 하나라고 할 만한 김덕령을 모진 고문끝에 죽였고, ‘홍의장군’ 곽재우도 고문끝에 유배를 보내 결국 세상과 절연하게 만든 비정한 인물이다. 선조는 조선왕실에서 태조 이성계로부터 이어진 적통을 깬 첫 서자출신 임금이다. 그는 시청률 곡예를 펼치고 있는 ‘여인천하’에서 창빈으로 등장하는 후궁의 손자다. 창빈이 빈의 반열에 오른 것은 선조가 왕이 된 뒤 추존된 것이다. 현재의 원자는 후에 조선왕조 사상 가장 어진 임금으로 꼽히는 인종으로 즉위하지만 재위 8개월만에 비명횡사하고, 문정왕후의 친아들인 명종은 어머니의 등쌀에 시달리다 역시 후손도 못남기고 죽음으로써 조선의 적통은 끊긴다. 결국 정비가 아니라 후궁인 창빈의 소생인 선조가 임금의 자리에 오른다. 우리는 여기서 문정왕후의 패악이 얼마나 깊은지와 ‘여인천하’의 역사왜곡이 얼마나 심한지를 동시에 깨달을 수 있다. 선조는 조선조 임금중에서 가장 이중적 인물의 하나다. 적통출신이 아닌 첫번째 임금이라는 자신의 처지 때문에 각종 콤플렉스의 화신이 된다. 그래서 겉으로는 이황같은 도학자를 숭상하는 척 하면서 속으론 왕위를 뺏길까봐 전전긍긍해 전국적 슈퍼스타의 도래를 경계한 시기와 질투의 화신이었다. 이 때문에 이순신, 김덕령, 곽재우 등 전쟁영웅이나 정여립처럼 일신의 재능을 감추지 못한 인물들은 역신으로 몰려 죽거나 모진 고문끝에 귀양을 가야했다. 그런 선조 재임기 권력가중 대표적 인물이 ‘사미인곡’ ‘속사미인곡’의 저자 송강 정철이란 점도 시사하는 바가 많다. 그는 선조를 향해선 동성애에 가까울 정도로 낯간지런 연서도 마다 않았지만 현실정치에선 그 사랑을 확인받기 위해 몸부림쳤던 선조를 위해 ‘농부가 농사를 짓듯' 근면히 살육을 자행한 인물이다. 이런 선조의 편집증적 성향 때문에 이황이나 조식 같은 인물들이 사림에 묻혀 살았던 것이 아닐까. 선조가 이런 인물들을 등용하겠다며 러브콜을 보낸것도 혹시 딴 맘을 품을까 확인 차원에서 일종의 견제구를 끊임없이 던진 것이었고, 이황과 조식 등은 속으론 치를 떨면서 겉으론 겸양의 미덕을 발휘하는 척하는 일종의 합의된 연기를 펼쳤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그런 선조가 조선조에선 영조(역시 서자출신이다) 다음으로 긴 재위기간(31년)의 보유자였으니 얼마나 많은 영웅준재들의 씨가 말랐겠는가. 이순신은 이황이나 조식과 달리 그런 최악의 보스를 모시면서 나라를 구했고 이름을 청사에 남겼다. 도대체 어떻게? 오늘도 직장에서 어떻게 살아남을까, 아니 어떻게 자신의 능력을 십분 발휘하면서 명예도 버리지 않을 수 있을까 고민하는 분들께선 ‘칼의 노래’를 다시 읽어보기를 권한다. 물론 궁극적으론 명예로운 죽음을 통해서였지만, 이순신 그 역시 이 때문에 치열히 고민했고 이를 위해 작은 타협도 마다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작은 위안으로 다가올 것이다.

[인상깊은구절]
임금은 ‘덕령은 삼군에서 가장 용감한 장수다. 누가 능히 이자를 묶을 수 있겠는가?’ 라면서 발을 굴렀다고 한다. 김덕령은 용맹했기 때문에 죽었다. 임금은 장수의 용맹이 필요했고 장수의 용맹이 두려웠다. 사직의 제단은 날마다 피에 젖었다.
e******7 2002.04.02.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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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면의 심층에 괴뇌하는 이순신...
"내면의 심층에 괴뇌하는 이순신..." 내용보기
그는 모든 국민의 영웅이다. 그는 한시대를 풍미하지 못했지만 후시대를 풍미하고 있다. 그의 칼은 크고 웅장하다. 그러나 그 칼은 그은 그를 지켜주지 못했다. 그리고 보이지 않는 적을 베지도 못했다. 이순신 안에서 거하는 칼은 항상 눈물을 흘리지만 울지는 못했고, 항상 베야하지만 칼집 속에서 침묵을 지켜야 했다. 이순신의 칼은 계속해서 노래한다. 나에게 피를 달라고...그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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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모든 국민의 영웅이다. 그는 한시대를 풍미하지 못했지만 후시대를 풍미하고 있다. 그의 칼은 크고 웅장하다. 그러나 그 칼은 그은 그를 지켜주지 못했다. 그리고 보이지 않는 적을 베지도 못했다. 이순신 안에서 거하는 칼은 항상 눈물을 흘리지만 울지는 못했고, 항상 베야하지만 칼집 속에서 침묵을 지켜야 했다. 이순신의 칼은 계속해서 노래한다. 나에게 피를 달라고...그러나 그 칼은 피보다 눈물을 항상 마셔야 했다. 그는 영웅이다. 그러나 그에게 주어진 환경을 그가 원했던 것이 아니라 나라가 만들어 간 것이고 시대의 물줄기가 그를 덮친 것이다. 그가 생각하는 세상에게 말할 수 있는 자신의 존재에 대한 최대의 몸부림은 - "신의 몸이 아직 살아 있는한 적들이 우리를 업신여기지 못할 것입니다." 삼도수군통제사 臣 李 올림이였다. 그는 세상보다 높은 자리에 있었기에 그의 칼은 노래를 불러야 겠다. 그 노래는 자신의 비수가 되어 돌아와야 했다. 이 소설 속에 담긴 이순신이 우리가 아는 이순신보다 더 가까울 것이라 확신다.
e*****a 2003.11.07.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