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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떠오른 제목이 ‘동물을 사랑하는 양 선생님’이다. 동물병원 의사니까 동물을 좋아하는 것은 당연한 것인데 말이다. 내가 아파서 병원에 가는 적도 별로 없지만 동물병원에는 거의 가 본 적이 없다. 그러니까 모든 동물병원 의사가 동물을 좋아하고 사랑한다고 할 수 없지 않을까 싶다. 그래도 대부분은 동물을 좋아할 것 같기는 하다. 양 선생님의 동물병원은 번잡한 거리를 벗어난 한갓진 사원 옆에 있다. 낚시를 좋아해서 여름휴가를 내서 남쪽 섬에 가고 싶어하지만 거의 못 간다. 왜냐하면 자신이 없을 때 환자가 찾아올까봐서다. 그래도 쉬는 때가 있는데 그것은 월요일 오후다. 봄날 월요일 오후에 양 선생님은 강에 낚시를 하러갔다. 물고기는 별로 잡지 못했지만 기분은 좋았다. 날이 저물어서 돌아가는데 사람들의 소리가 들렸다. 강에 고양이가 빠져 있었다. 얕은 물이어서 양 선생님은 들어가서 고양이를 구했다. 응급처치를 한 다음 사람들한테 주인이 누구냐고 물으니까 떠돌이 고양이라고 했다. 양 선생님은 고양이를 병원에 데리고 가서 따듯하게 해주고 우유도 주었다. 그리고 양 선생님이 키우기로 했다.
병원에는 간호사가 한사람뿐이었다. 치사토 간호사가 아기고양이를 보고는 자신이 이름을 짓겠다고 했다. 강에서 주웠으니까 ‘리버’라고 하면 어떠냐고 해서 리버가 되었다. 그날은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개와 이빨을 잘라야 하는 토끼. 여자아이 둘이 왔는데 다람쥐 다리가 부러진 것 같다고 했다. 양 선생님은 다람쥐 다리에 버팀나무를 대주었다. 그것으로 다리뼈가 붙기를 바랐다. 여자아이들한테 치료비는 받지 않았다. 양 선생님이 한숨 돌리려는데 대학생처럼 보이는 남자가 다친 비둘기를 옷에 싸서 데려왔다. 둥지에서 떨어져 고양이한테 공격을 받은 듯했다. 남학생은 비둘기를 치료할 수 있겠느냐고 했다. 양 선생님은 일단 맡아두고 나으면 날려보내겠다고 했다. 남학생은 비둘기를 날려보낼 때 자신한테 연락해 달라며 휴대전화번호를 적어주었다. 그리고 치료비도 받지 않았다. 그런 일이 있어도 양 선생님은 아쉬워하지 않았다. 언젠가 좋은 일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여름이 찾아왔다. 초등학생 남자아이가 병원에 왔다. 남자아이는 장수풍뎅이의 치료를 부탁했다. 장수풍뎅이의 뿔 밑동이 똑 부러져 있었다. 남자아이는 친구 장수풍뎅이와 싸우다가 탁자에서 떨어져서 그렇게 됐다고 했다. 부러진 뿔을 붙여달라고 했다. 양 선생님은 남자아이 모르게 장수풍뎅이의 뿔을 순간접착제로 붙였다. 뿔이 붙은 장수풍뎅이를 보고 남자아이는 고쳐줘서 고맙다고 했다. 양 선생님은 이제는 장수풍뎅이한테 싸움을 시키지 말라고 했다. 크게 다쳤으니 편하게 쉬고 싶을 거라고. 남자아이는 아쉽지만 그렇게 하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자신도 크면 동물병원 의사가 되고 싶다고 했다. 남자아이는 양 선생님한테 동물병원 의사가 되려면 공부를 잘해야 하냐고 물었다. 양 선생님은 공부보다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이 더 중요하다고 말해주었다. 여름이 끝나갈 무렵 다람쥐를 데리고 왔던 여자아이 둘이 또 찾아왔다. 다람쥐가 죽었다고 했다. 무덤을 만들어주고 싶지만 적당한 곳이 없다고 했다. 그 말에 양 선생님은 병원 뒷마당에 묻어주라고 했다. 양 선생님은 여자아이들한테 다람쥐가 생각나면 병원에 찾아오라고 말했다.
어느덧 가을이 왔다. 비둘기는 많이 나았다. 그래서 양 선생님은 날기 연습을 시켰다. 양 선생님은 비둘기를 자연으로 돌려보내도 혼자 잘 살아갈 수 있을까 걱정했다. 그래도 날려보내기로 하고 대학생한테도 연락했다. 비둘기를 날려보내는 날에는 날씨도 좋았다. 양 선생님, 치사토 간호사 그리고 대학생은 비둘기가 날아가는 것을 보았다. 비둘기는 한순간에 날아가버렸다. 대학생이 가고 양 선생님은 쓸쓸해했다. 치사토 간호사가 쓸쓸하냐고 물으니까 양 선생님은 잘됐다고 했다. 그리고 자신이 정말 키워보고 싶은 새는 펭귄이라고 했다. 치사토 간호사와 그렇게 펭귄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보니 양 선생님의 쓸쓸한 마음이 풀렸다. 하루는 무척 값비싸 보이는 화려한 옷을 입은 부인이 닥스훈트를 데리고 왔다. 양 선생님이 진찰을 하고는 별 거 아니고 과식이라고 했다. 그러니 굶기라고 했다. 그러자 부인은 개를 굶겨죽이라는 것이냐며 화를 내고 나가버렸다. 양 선생님은 개를 불쌍하게 여겼다.
침울한 마음으로 양 선생님은 진찰실을 나갔다. 양 선생님 방에는 리버가 자기가 좋아하는 방석에 누워서 자고 있었다. 양 선생님은 리버한테 살아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그랬더니, ‘세상 일이 다 자기 뜻대로 되지 않아요’라는 말이 들렸다. 거기에는 양 선생님과 리버밖에 없었는데 말이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키우던 고양이도 죽어서 쓸쓸해하던 모리야마 할머니가 강아지를 데리고 왔다. 모리야마 할머니는 강아지를 주웠다고 했다. 개는 처음 키우는 거라서 책도 샀다고 했다. 쓸쓸했는데 강아지와 살게 돼서 기쁘다고 했다. 하지만 한가지 걱정이 있었다. 그것은 할머니가 병이 나서 강아지를 돌봐주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거였다. 양 선생님은 자신이 맡아서 키우겠다고 말했다. 동물한테도 좋은 의사지만 사람한테도 마음을 써주는 양 선생님이다.
아주아주 신기한 일이 양 선생님한테 일어났다. 양 선생님이 좋아하는 하와이 음악을 들으려고 하니 음반이 보이지 않았다. 진찰실에 놔둔 것이 생각난 양 선생님은 진찰실에 갔다. 음반을 찾고 있는데 뭔가가 병원 문을 두드렸다. 조금 망설이다가 양 선생님은 살며시 문을 열었다. 문 앞에는 너구리가 있었다. 양 선생님이 ‘너구리다’라고 크게 말한 소리에 너구리도 놀라서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곧 너구리는 꼼짝하지 않고 양 선생님을 뚫어져라 봤다. 양 선생님은 혹시나 해서 너구리한테 말하라고 했다. 너구리는 ‘양 선생님은?’이라고 했다. 양 선생님은 자신의 이름을 말한 것이 신기했다. 하지만 너구리가 말한 양 선생님은 동물 양이었다. 양 선생님은 자신은 동물을 치료하는 의사고 이름이 양이라고 설명해줬다. 너구리를 보니 다리를 다친 듯했다. 양 선생님은 너구리한테 치료해줄 테니 진찰실에 들어오라고 했다. 치료를 해주고 어떻게 병원을 찾았느냐고 하니, 비둘기라고 했다. 양 선생님은 비둘기 소식이 궁금했는데 잘 지내는 것 같다며 기뻐했다. 너구리는 양 선생님의 발에 얼굴을 비비고 그곳을 떠났다. 이튿날 양 선생님은 지난 밤에 일어난 일을 잊어버렸다. 하지만 멋진 일이 있었던 것 같다고 느꼈다.
희선
☆―
‘비둘기도, 너구리도, 야생동물은 다 이렇게 매정하게 가 버리네. 그래, 차라리 그게 낫지. 아주 짧은 시간이었지만 우린 서로 마음이 통했으니까 됐어. 얼마나 멋진 일이냐고!’ (6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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