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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책을 어느 서점 역사코너에서 보고, 이런저런 거짓말 혹은 속임수와 관련된 다소 재미있는 읽을거리들을 모아놓은 책이겠거니 생각했다. 하지만, 소개를 보고선 그거보다는 만만치 않을것 같단느낌을 가졌는데... 정작 몇달 후 읽어보면서, 첫 장을 넘기면서 이 책이 철학서적으로 분류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되었다. 참, 책의 분류란...
혹시라도 소개차원에서 책의 내용을 역자후기 인용으로 대신하자면 "인간 정신과 우주 질서의 통일을 보증하는 고대 그리스의 로고스 개념과 '정신,언어,실재의 본질적 통일'을 부정하는 소피스트의 이론을 멋들어지게 비교한 다음, 저자는 데카르트, 흄, 칸트, 쇼팽하우어, 니체, 프로이트, 무어 ,러셀, 소쉬르, 비트켄슈타인 등 근대 철할자들과 대립되는 진리개념을 자세히 다룬다. 그리고 마지막 몇장에서는 진리와 거짓의 경계를 허물어버린 현대 철학자(바르트, 데리도, 푸코, 로티)들을 다루면서 쾌락과 상상과 같은 가치들을 강조한다."
역사책이라고 하면, 그래 철학사 책이라고 해도 무리가 없겠다. 서양철학사에서 일반적으로 다루게 되는 인물들과 그들의 사상을 거의 다 다루는 셈이니깐. 그런 책인줄 진즉에 알았더라면, 약간 주저도 했을텐데 말이다.
하지만, 분명 이 책만이 가지는 매력도 있는게 사실이다. 사상의 흐름을 거짓과 진실의 관계를 중심으로 풀어내었으니 말이다. 저자의 말이다.
"처음부터 철학은 서로 관련있는 두 가지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아 많은 글을 썼고, 많은 독창적인 주장을 전개했다. 첫 번째 질문, 정신과 세계 사이에는 세계에 대한 옳은 지식을 보증하는 완전한 대응 관계가 있는가? 두 번째 질문, 그런 대응은 자연 질서의 일부인가 아니면 인간의 고안품인가?"
어쩜 이 화두가 이 책을 관통하는 핵심이라고 보여진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 그리고 근대까지는 이런 화두에 직접적으로 접근하려 했다고 하면, 그 이후 특히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 시대 이후에는 이야기가 정신분석, 심리학, 언어학 등에 의해 꽤나 복잡다단해졌고, 크고작은 전복이 있어왔다고 하겠다. 거짓의 역할에 대한 비트겐슈타인의 아주 매력적인 비유가 있다.
"인상 언어는 너무 '거칠고 세속적이어서' 본질을 들여다볼 수 있는 투명한 창문을 제공하지 못한다. 그러나 우리가 현재 일상의 언어로 그렇게 많은 것을 할 수 있다니 얼마나 뜻밖인가? ... '우리는 어떤 마찰도 없이 어떤 의미에서는 이상적인 조건을 가진 미끄러운 얼음판 위를 계속 가야한다. 그러나 바로 그 때문에 우리는 걸어갈 수가 없다. 우리는 걷기를 원한다. 그래서 마찰이 필요하다. 거친 땅으로 되돌아가라!"
진리와 직접 대응하거나 그것을 반영하지 못하는 언어, 그리고 갖가지 상징과 비유들에 대한 이야기라고도 하겠고, 책의 제목처럼 거짓의 역할이라고도 하겠다. 하버마스의 소박함(나는 꽤 존경하지만)의 부질없음을 그 이전부터 지적한 셈이다.
이 책의 결론이 '진리에 대한 부정'과 같은 단순하게 도출되는 것은 아니다. 단지 꿈과 예술, 그리고 일상의 여러 언설들이 가지는 진리가 아닌 것의 가치에 대한 폭넓은 설명이라 하겠다. 참고할만한 인용문 몇개만 더 제시해보자면
로티 : 진리는 인류가 인간 이외의 것에 책임이 있는 최종 지점 중 하나이다. 그러니 그 악명 높은 것을 박살내 버려라
괴테 : 진리는 우리의 본성과 상반되는 반면, 오류는 그렇지 않다. 그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 진리는 우리가 스스로 유한한 존재로 인정해야 한다고 요구하지만, 오류는 이런저런 방법으로 우리가 무한하다고 치켜세우기 때문이다.
피카소 : 예술은 우리가 진리를 깨닫도로 만드는 거짓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