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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릴때 극장에서 로저무어의 007영화를 보고 007에 푹 빠졌다. 희한한 신무기들을 이용하면서 적을 무찌르고, 가볼 꿈도 못 꿀 여러 나라를 옆 동네 돌아다니듯이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것도 모자라서 각 지역의 늘씬한 미녀들이 항상 대기?하고 있고...로저무어는 예의 그 능글능글하고 여유있는 유머를 날리며 척박한 이땅의 한국 소년들에게 판타지를 제공해 주었다.
어릴 때 읽었던 007 책이 두 권 있었는데 "닥터 노"와 "문레이커"였다. 소설을 읽으면서 비현실적이던 영화하고는 다른 첩보소설의 매력을 느꼈다. 영화에서 제임스 본드는 위기상황을 가비얍게 벗어나지만, 소설속의 본드는 진짜 목숨을 잃을 것같은 숨막히는 순간에 늘 놓인다. 항상 고민하고 두려움을 느끼는 본드. 영화속의 수퍼맨+날나리 본드하고는 완전히 다른 캐릭터였다.
영화 시리즈가 피어스 브로스넌으로 넘어오면서 2000년대 액션 영화가 되어 볼거리는 있었지만 그만큼 이언 플레밍의 소설속 007과는 점점 괴리가 커져서 진짜 007 캐릭터에 대한 향수가 남았다.
최근 다니엘 크레이그의 영화 카지노 로열을 보고 소설속의 첩보원 007 캐릭터하고 비슷하다고 느꼈다. 그리고 바로 사서 읽은 이 소설 카지노 로얄! 오랜 세월이 지나 접한 소설속의 007은 무척 반가웠다. 카지노 로열 영화도 좋았지만 소설만의 재미와 소설만의 스토리는 확실이 빛을 발한다. 고문을 당할때 겪는 공포를 묘사하는 부분은 생생하고, 사랑하는 연인 베스퍼와 자기 임무를 두고 갈등하는 본드는 참 인간적이다. 중간 중간에 넣은 사진(007이 타는 50년대 벤트리 차와 권총등..)들도 이해를 돕는데 아주 적절하다.
국내엔 현재 한 권밖에 없는 007 번역본이지만 이제껏 알던 영화속 007과는 다른 세계의 007을 맛보기엔 괜찮다. 외국에서는 007 영화 마니아 층도 많지만 007 소설 마니아층도 엄청나다고 한다. 국내에도 좀 더 많은 007 소설이 나왔으면 좋겠다. 그래서 나도 어릴때 만났던 소설속 007의 활약을 더 느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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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7의 세번째 전성기를 불러온 영화가 다니엘 크레이그의 카지노 로얄이었습니다. 두번째 부활은 피어스 브로스넌의 골든아이죠. 아무튼, 그래서 찾아 읽어봤습니다. 그런데.. 무척 많이 실망스러웠습니다. 영화에서는 그럴듯해 보였던 설정, 소련의 공작원이 매춘 조직을 만들기 위해 공금을 썼다가 돈을 날려먹고 그 조직의 돈을 채워넣기 위해 도박판에 뛰어들고, 007은 그 돈을 채워넣는 것을 막기 위해 같이 도박판에 뛰어드는 설정 말입니다. 뭐 결국 도박에서의 승패와 상관없이 악당은 소련의 자체 검열을 통해 제거되었기에, 결국 007의 행동은 의미없는 짓거리였죠. 도박판에서의 스릴도, 도박판의 멍청한 필승 전략... (지면 판돈을 두배로 올리는 것)을 하다가 한번에 다 털리고, cia의 돈지랄의 도움을 받아 역전하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렇게 책의 전반부가 끝나고 후반부에는 같은 팀이었던 여자 동료가 알고 보니 이중 스파이였다는 것... 그리고 그 이중 스파이였던 사실은 MI6에서는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었고, 몰랐던 제임스본드만 깜짝 놀랬다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뭐, 처음 출간되었을 1960년대였다면 몰라도, 로버트 러들럼 (제이슨 본 시리즈의 원작자) 같은 작가의 작품이 나온 지금 다시 보면 많이 아쉽습니다. 확실히 영화가 잘 만들어진 것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