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빠 : 아들, 넌 이 책을 읽고 어떤 생각이 들었니? 아들 : 유토피아 사람들은 욕심 등 나쁜 마음 등이 없을 것 같아요. 아빠 : 모어는 왜 유토피아라는 곳을 상상하였을까? 아들 : 지금 이 세계를 비판하는 것 같아요. 아빠 : 모어가 500년이나 지난 지금 세계를 비판했다고? 불가능할 것 같은데, 다른 생각을 해봐. 아들 : 종교 개혁 등 많은 개혁이 일어나서 아빠 : 왜 그 시대에 개혁이 일어났을까? 아들 : 종교나 인종차별 등 낮은 서민들이 반란을 일으키거나 다른 사람과 내가 생각이 달라서 아빠 : (??) 무슨 소리지? 아빠 : 책 좀 똑바로 읽어라. 모어가 살던 시대에는 왕에 의해서 모든 것미 맘대로 결정되고 소수 귀족들은 부와 권력을 누리고, 대다수 농민들은 어렵게 살고 있는 현실이었어. 그게 모어가 유토피아라는 곳을 상상한 이유야. (속으로 짜~샤~) 아빠 : 유토피아라는 곳의 특징을 몇 가지 설명해 볼 수 있니? 아들 : 1. 도박 등이 없는 나라 2. 두려움과 악이 없는 나라 3. 진정한 쾌락이 있는 나라 4. 삶이 편안한 나라 5. 싸움이 없는 나라 아빠 : (??) 유토피아에는 사유재산이 없지? 사유재산이 없으면 좋은 점과 나쁜 점을 한가지씩만 생각해 봐. 아들 : 좋은 점 : 모두들 싸우지 않고 모두 행복하게 살 수 있다. 나쁜 점 : 사람들이 게을러지고 일을 열심히 안할 수 있다.
모어의 유토피아는 중1 아들 녀석에게 조금은 어려운가? 대화를 하는데 한없이 답답하다. 책을 읽었는데, 이해를 잘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어른인 나의 눈으로 보기에는 이 정도는 할 수 있지 않나 하는 의구심이 드는데, 대화를 진행하면서 그래도 핵심적인 내용을 이야기한 것 같아 끝내기로 하였다 (사실 동일한 이유때문에 부모가 자식 공부 못 시키는 것이다).
약 500년전 영국 사회의 폐단을 온 몸으로 느낀 모어는 유토피아라는 곳을 상상한다. 교회가 면죄부를 돈으로 팔고 있고 (최근 우리나라 기독교 신자의 60% 정도가 교회에서 직책이 높을수록, 십일조를 많이 낼수록 천당에 갈 확률이 높다고 생각, 즉 기복신앙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여론 조사 결과가 신문에 난 적이 있다. 거의 500여년 전의 폐단이 지금의 현실에까지 확산되고 있는 분위기라는 생각이 든다), 헨리 8세의 이혼 문제와 관련된 독단적 전횡, 궁핍하기만 한 대부분의 농민등으로 대변되는 당시의 현실은 모어와 같은 선각자에게 상상의 날개를 활짝 피게 하였던 것이다. 도둑질을 하는 농민들이 천성이 악해서라고 생각하는 귀족 계층의 일반적 논리에 대항하여, 지주들의 폭압에 의한 기아와 궁핍과 같은 현실이 그들을 도둑으로 만든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판단을 하였던 모어의 생각은, 당시로는 그렇게도 혁신적이었나 보다. 베이컨의 아틀란티스가 과학 기술을 바탕으로 한 이상향이었다면, 모어의 유토피아는 사유재산이라는 제도를 배제한 사회주의적인 이상향이라 할 수 있다. 마르크스가 모어의 유토피아를 읽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사유 재산 문제와 관련된 문제는, 중1인 아들 녀석이 위의 대화와 같이 인지하고 있을 정도로 보편적인 인류 공동체의 고민인 것 같다. 개인적으로 사회주의적 성격이 많이 가미된 북유럽식 자본주의를 선호하지만, 아들 녀석에게 이정도의 이야기는 무리라는 생각이 든다. 흥미로운 점은 노동에 대해서도 500여년전의 모어는 재미있는 주장을 한다. 인간의 이상적인 하루 노동 시간은 6시간이라는 것이다. 이런.... 오늘도 특근과 함께 10시간 이상의 근무를 하고 집에 왔는데, 500여년전의 철학자가 주장한 이상적 노동 시간은 경쟁이 치열한 현대 자본주의에서는 실현 불가능인 것이다. 그래서, 유토피아인가? 모어의 말을 들어 보자. "국가가 존립하는 가장 기본적인 목적은 국민들이 최소한의 노동을 즐겁게 하면서, 자아 실현을 위한 여가를 마련해 주는데 있다" 정말이지 환상적인 생각이다. 또한,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 같은 사람들에게 한번은 생각해보게 하는 국가관이다. 심지어 유토피아에서는 품위있게 죽을 수 있는 안락사를 의미하는 제도도 있다. 500여년전의 철학자의 혜안이 느껴지는 대목이라, 섬뜩하기까지 하다. 다만, 전쟁이라는 대목에서 모어의 한계는, 그가 살아 있었던 현실을 벗어나지 못한다. 유토피아는 침략을 하지는 않지만 이웃 나라에서 침략을 해오면, 야만족인 자폴레트인을 용병으로 고용하여 방어 전쟁을 한다는 것이다. 유토피아라는 곳에 사는 사람들은 지극히 평등한데, 자폴레트인이라는 문명이 덜 발달한 종족을 상상한 것은, 일종의 선민 사상이라 할 것이다. 중1 아들 녀석에게 너무 많은 생각을 해야 할 책을 읽힌 것 같다. 소화하기가 아직은 역부족이라 생각된다. 일단 한번 겪어 보았다는 좋은 경험으로 아들에게 기억되었으면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