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궁리 필로소피 중 비트겐슈타인 편이다. 쉽고 친절하게 쓰여진 책(저자와 역자 모두에게 박수를.)으로, 특히 비트겐슈타인의 후기 철학을 집중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우리가 말놀이를 하면서 실제로는 무의미한 말을 유의미한 것처럼 오해하고 있다는 그의 인식론은 굉장한 설득력이 있다. 나는 내가 아프다는 사실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 아픔을 가진다. 그것을 '나는 아프다'라고 하든, 신음소리를 내든 그것은 모두 고통-행동(pain-behaviour)이라는 점에서 마찬가지이고, 기술이 아니라 표현expression이다. 내가 '안다', '생각한다', '믿는다'와 같은 표현은 대응되는 반대항이 없기 때문에 무의미하다. 즉 '내가 아프다는 것을 안다'는 '내가 아프다.'라는 말의 동어반복에 불과한데, 그 이유는 '내가 아프다는 것을 내가 모른다', 또는 '내가 아프다는 것을 내가 정확하게 모르겠다'와 같은 말이 성립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데카르트에서부터 비롯된 마음/몸의 이분법이 불러일으키는 착각에 대한 언급도 생각해 볼 만 하다. 나의 몸이 영혼을 가지는 것이 아니고 나의 뇌가 생각하는 것도 아니다. 경험론과 관념론 양쪽이 가지는 근본적인 말놀이의 문제점을 치고 들어간 생각의 깊이가 놀랍다. 아주 작은 책에 핵심을 잘 요약하고 있다. 다만 비트겐슈타인이 세계대전에 참전한 후 유신론으로 돌아선 부분에서는 사상만 간단히 소개하고 있다. 저자의 관점보다는 책 분량의 한계로 보인다. 나무랄 데 없는 입문서로, 특히 비트겐슈타인 철학에 대해 다른 책을 보았으나 이해하기 어려워서 곤란했던 비전공자에게 적극 추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