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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시스 드 토크빌(1805~1859)은 예리한 관찰자요 심오한 예언자다. 미국을 불과 7개월 여행하면서 미국 민주주의의 장점과 한계를 면밀히 파헤쳤으며, 장래 미국과 러시아가 두 세계 강국으로 등장할 것이라고 정확히 예측했다.
미국 사회가 프랑스 사회보다 민주적인 이유를 토크빌은 미국의 활성화된 지방자치, 자발적인 결사체, 배심원제도 등에서 찾았다. 이것들이 국가 권력의 집중과 전제화 경향을 억제하고 다수의 횡포에 대항하여 소수의 권익을 보호하며 시민들의 공공의식을 함양시켜 준다.
민주주의가 작동하기 위해서는 제도뿐 아니라 관습도 중요하다. 프랑스가 대혁명 이후 다양한 헌정질서와 정치제도를 고안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달리 민주주의를 성취하지 못한 이유는 두 나라 사이의 상이한 관습에 있다.
흥미롭게도 토크빌은 당시의 급진자유주의자들 및 사회주의자들과 달리 자유와 평등을 이율배반적인 것으로 보았다. 민주사회에서 사람들이 자유와 평등 두 가지를 모두 추구하지만 자유보다는 평등을 선호하기 때문에 평등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자유를 포기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시민들은 자유를 물질적 복지를 추구하기 위한 방법으로 선호하기 때문에 자유가 번영을 위협하는 상황에서 물질적 복지와 조건의 평등을 위해 기꺼이 자유를 희생할 것이라는 견해다. 특히 자유는 획득하기도 어렵고 그 이점도 잘 보이지 않는 반면 평등은 그 이점이 매우 즉각적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평등을 더 선호하게 된다는 것이다.
토크빌은 평등화의 경향으로부터 오는 민주적 전제주의의 가능성뿐만 아니라 개인주의로부터 오는 민주적 전제주의의 위험성에 대해서도 경고했다. 민주사회에서 개인주의가 만연하게 됨에 따라 사람들의 삶은 서로 고립되고 서로를 연결시켜 주던 전통적인 유대는 거의 모두 해체된다. 게다가 조건의 평등과 물질적 복지에 대한 애착으로 중앙정부의 기능은 강화되고, 이로 인해 국가와 개인 사이에 전통적으로 존재하던 교회, 가족, 길드, 지역공동체 등 거의 모든 중간집단은 약화된다.
대중의 여론도 전제주의를 부추긴다. 개인주의가 만연하게 됨에 따라 개인들의 다양한 의견보다는 다수가 형성한 여론이 오히려 더 강한 지적·도덕적 권위를 행사하게 된다. 이로 인해 개인들은 다수의 의견에 복종하고 거기에 안주함으로써 책임을 회피한다. 정치적 무관심 또한 문제다. 정치가 시민들의 관심으로부터 떨어져나갈 때 사적인 이해관계가 공적영역을 침범하게 된다. 현대사회의 병폐라 할 로비문화와 정경유착이 나타나는 맥락이다.
파리의 유서 깊은 귀족 가문에서 태어나 다양한 행정 경험을 쌓은 토크빌의 사상은 보수주의와 자유주의를 넘나들 정도로 독특하고 뛰어나서 당대의 정치사상가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미래 민주사회의 문제점을 날카롭게 파악하고 있다. 그가 우려했던 대로 자유의 자발적 포기, 평등에 대한 열망, 다수의 횡포, 그리고 로비문화와 정경유착 등은 오늘날 미국을 위시한 여러 민주주의 나라들에서 나타나고 있다. 선후진국들이 겪고 있는 자유와 평등 사이의 갈등 또한 풀어가야 할 중대한 과제다.
임현진/서울대 기초교육원장·사회학과 아메리칸 버티고를 읽기 위해서는 토크빌이 누군인지 알아야만 했다. 1831년 미국의 교도소 현황을 조사하기 위해 미국을 방문했던 프랑스의 정치가이자 역사학자인 알렉시스 드 토크빌의 발자취를 따라 베르나르 앙리 레비가(<월간 애틀랜틱>의 재정적인 보조를 받아) 그의 발자취를 따라 미국을 일년간 여행하고 남긴 여행서이다. 물론 이 책이 여행서이지만, 일반적인 여행후기와는 전혀 다르다.
레비는 미국과 미국인의 정체성에 대해서 유럽인의 입장으로 관찰했다. 주로 정치적인 면이 많이 다루어졌다. 토크빌못지 않게 레비의 관점 역시 예리했다. 평범한 사람들과의 만남이라기 보다는 정치가, 작가, 철학자들..미국의 상위클래스의 사람들과의 인터뷰가 많았다.
책의 앞면에 레비가 갔던 곳들의 지명이 나와 있듯이 미국이라는 거대한 나라를 보고 난 후의 느낌은 에필로에 잘 정리되어 있다 그것들은 네가지로 요약되어 있는데,
첫째, 기념 메카니즘의 범람이다..역사가 짧은 나라라는 것에 대한 자격지심일까? 니체의 표현을 빌어서 <골동품적 기억>에 사로잡혀 있다는 것이다.
기념할 가치가 있는것과 없는 것을 구분하지 않고 모든 것을 뒤섞어 쌓아두려는 "한", "복수심", "불면증", "되새김질"...이라 표현한다.
둘째, 비만이다. 물론 신체의 비만을 말하는게 아니다.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경제적 비만이다. 잘은 모르겠지만 <자기 자신을 주체 할 수 없는 거구가 되어버린 나라..>라는 내 느낌도 여기서 비롯되는 것 같다.
셋째, 미국의 사회적, 정치적 공간의 분열, 점증하는 차별화, 발칸화, 부족화이다. 레비에 따르면, 미국이 다중 국가로, 여러 공동체의 모자이크로 변해가는 이런한 양상은 어느 유명한 로마 작가의 표현 즉 "여럿으로 이루어진 하나"라는 이 나라의 좌우명(미국 정부의 문장에 새겨져 있는)속에 각인된 그 숭엄한 계획의 실현을 점점 어렵게 하고 있는 듯이 여겨진다. P.385 이러한 현상은 두번째에 거론한 내용과도 관련이 있겠다. 비대해진 나라를 강력한 결속으로 만들기엔 모자이크의 숫자가 너무 많아진 듯하다..
넷째, 미국도처에서 목격되는 회색지대의 팽창, 극단적 빈곤의 영역인 사회적 시민적 무인지대의 팽창이다. 양극화의 상위가 아닌 바닥을 형성하는 사람들은 과연 미국의 치부일 것이다. 토크빌도 레비도 미국의 감옥을 방문했기에 이 문제에 대해서 더욱 깊이 생각하게 되지 않았을까?
그러나 레비는 위의 네가지 문제를 지적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예상-미국 모델이 파탄에 이를 것이다-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것은 아마도 그 어떤 다양한 모자이크를 형성하더라도(특히 이민자들..) 그들은 미국인으로서의 자긍심,프라이드를 자랑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레비가 여행중에 만난 사람들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난 현상에 대한 그의 느낌이었다.
이 책은 두꺼운 분량만큼 나에게도 버거운 책이었다. 편하게 읽을 책이 아니었다. 레비라는 작가의 지식의 깊이 만큼 쏟아져 나오는 인명들과 그들의 작품..인터넷 검색을 해가면서 읽어야 하는 책이었다. 힘들게 읽었지만, 다시 읽어봐야 하는 책이라 생각한다. 이 책으로 인하여 부수적으로 알게 된 많은 책들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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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민주주의>는 19세기 프랑스의 사상가 토크빌이 미국을 여행하면서 느낀 것들을 쓴 것이다.프랑스의 철학자요 현재 잘나가는 작가인 레비가 그 토크빌의 발자취를 따라서 9.11사태 이후의 미국을 돌아 보겠다는 생각은 언뜻 진부하게 들린다.하지만 다행히도 내용은 전혀 진부하지 않았다. 유명 작가답게 그는 뜨내기처럼 발길 닫는 대로 미국을 횡단하지는 않는다.에이전트가 미리 계획을 세워서 스케줄대로 움직인 것.그래서 일반인이 접근하지 못하는 곳들과 감히 만나지 못하는 인물들에 대한 정보가 흥미롭다.논란이 있는 곳(관타나모 교도소,카트리나가 강타한 후의 마이애미,LA의 빈민가,라스베가스의 사창가등등), 미국의 갖가지 풍광을 바라보면서,(매력적인 서배너,버려진 도시들,시애틀,로스앤젤레스,시카고,샌디에고등등..),유명인사들도 만나고(우디 앨런,샤론 스톤,워런 비티,흑인 클린톤이라고 이름 붙인 오마바,짐 해리스,조지소로스까지...)우파와 좌파에 대한 심층적인 분석에다,미국의 정신나간 듯 보이는 기독교 열풍의 진원지까지,그는 두루두루 들쑤시고 다니면서 매 같은 정확한 눈으로 꿰뚫고 있었다. 마치 안 그랬다간 선배 토크빌에게 누를 끼치게 될 거라는 듯이.
9.11테러 후의 미국,독재국가를 좌시해선 안된다고 이라크와 전쟁을 벌이면서도 자국의 빈민들은 나 몰라라 하는 미국의 현주소를 이렇게 적나라하게 보여 주는 작가는 여지껏 못 봤다.생생한 저널리즘과 철학자다운 통찰력,그리고 엄청나게 해박한 지식들,읽으면서 내가 미국에 대해 막연히 느끼던 것들을 명쾌하고 쉽게 설명해 내는 것을 보고선 얼마나 통쾌했는지 ...미국을 생각할 때 우리가 느끼는 모든 것들이 다 정리되어 있다.사고의 깊이나 통찰력,주제의 다양성,민감한 주제를 다루는 우아한 자세, 모순되어 보이는 것들의 이면을 파헤치려는 편견없는 호기심.재밌고 유익한 책이다.참고로 미국인들의 이 책을 어떻게 볼까 궁금해서 아마존을 들여다 봤더니 별로 평이 좋지 못한 걸 보고선 웃었다.하긴,자신의 치부를 남이 까발려 주는데 기분 좋을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만은.기이하면서 청교도적이고 정신 나간 듯 보이면서도 합리적이고 교활하고 박애적이기도 한 미국의 모든 것,<미국에 관해 쓰인 최고의 책>이라는 찬사가 그리 무색하지만은 않았다.뭐, 최고라는 말은 좀 과장일지 모르지만,이 정도의 책을 거의 못 본 것은 사실이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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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 버티고 (American Vertigo)
세계의 패러다임을 이끌어가고 있는 나라, 한편으로는 긍정적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우리들에게 극도의 혐오감을 주기도 하는 나라. 내 자신이 미국에 대해서 생각하는 감정이라고 한다면은 아마도 후자 쪽에 가깝지 않나 싶지만, 내가 언제나 미국에 대해서, 그것이 그곳 자체의 정체성이라든지 경험에 기초한 것이 아닐 지라도, 이야기를 할 때마다 조심스러워지는 것은 내가 미국이라는 패권에 대해서 인식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경험을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근래의 나의 관심은 다분히 미국이라는 어떠한 기초 아래서, 떠오르고 있는 새로운 국가들에 대해서 향해가고 있었다. 러시아라든지 그간 세계의 공장으로 눈부신 발전을 이룩한 중국이 바로 그것이다. 아무튼 아메리칸 버티고라는 유럽인이 본 미국의 모습에 대해서 문득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그것은 물론 우리들이 느끼는 감정과는 커다란 차이가 있을 것이다. 내가 일본을 가서 느끼는 것들과 내가 루마니아라든지 터키와 같이 동질감보다는 이질감을 더 많이 느끼는 곳, 그 사이의 차이가 아닐까 싶다.
저자는 1세기 전 미국을 짧은 기간 동안 여행하고 돌아본 알렉시스 드 토크빌의 행적을 따라서 잡지사의 의뢰를 받아 그는 미국을 1년동안 여행했고, 우리가 흔히 서점에서 발견하는 피상적인 감상을 적은 여행기라든지 혹은 단순한 정보제공이라든지 사진을 게시하는 온갖 싸구려 여행기와는 달리 많은 부분 다른 책을 쓰게 된 것이다. 저자가 그 스스로가 반미주의자이든지 아니면 철학자이든지 저널리스트이든지.. 그것은 여러 부분 책의 내용에 영향을 주기 마련이었다.
책의 내용을 여기서 다 열거한다는 것은 아마도 미련한 짓이 될 것 같다. 하지만 미국이 그 짧은 역사으로 인해 생긴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인 의도, 이를테면 명예의 전당이라든지 혹은 모든 것을 전시하는 수많은 박물관 이라든지 혹은 그 출신과 관계없이 그 자신을 자랑스러운 미국인으로 생각하는 개개별의 인종집단들, 종교가 상업화 되는가 하면 한쪽에서는 전통적인 생활양식에 따라 살아가는 시대착오적인 종교집단들, 죽어서 버려진 캐나다 국경 근처의 도시들. 스스로를 히스패틱과 흑인, 동양인들로부터 유리하여 살아가는 백인 노인들...
이런 이야기들은 저자의 개인적인 감상에 따라 서술되지만, 미국에 대한 흥미로운 점들을 일깨워주기는 그렇게 어려운 것은 아니었다. 그런 이야기들은 도시의 첨단의 스카이라인이 어느새 황량한 사막이 되는가하면 수려한 장관을 연출하는 이 대륙국가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주는 듯 하다. 그 느낌은 내가 중국의 각 도시들을 출장으로 다니면서 느꼈던 그 다채로움과 다름이 아니었다.
저자는 미국에 대한 이미지를 짧은 역사에 반한 모든 것을 기념하는 신경질적인 태도, 경제적 혹은 문화적인 비만과 그로 인해 자신을 주체하기 힘들어진 모습, 다수가 하나를 이루는 그러나 수많은 집단들로 나누어진 분열양상, 극도의 빈부격차로 미국의 문제점들을 대략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이라는 이 다양한 색채를 지닌 거대한 용광로는 미국이라는 그 패러다임이 지속되는 한 이러한 문제점들에도 불구하고 그 모습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사실 아메리칸 버티고는 무척이나 보기에 따라서는 난해하게 생각되기도 한다. 저자는 수많은 책과 사람들을 인용하고 있으며 그것이 주는 혼동스러움이 나같이 책을 많이 읽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힘들게 느껴졌다는 점을 숨길 수는 없겠다. 어쨌든 누군가 여행기를 추천해달라고 한다면 주저없이 이 책을 선택하라고 말하고 싶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