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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를 통해 옛 추억과 시골의 정취를 느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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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 주말에 아이들과 도서관에 갔다가 초등학교 4학년인 첫째의 학년 권장도서 다섯 권을 대출해 왔습니다. 초등학교 2학년인 둘째 책이었으면 함께 읽었을텐데, 첫째는 이제 혼자 알아서 읽기 때문에 예전처럼 함께 읽을 기회는 없어졌습니다. 그래도 아빠 마음에 아무리 바빠도 아이와 한 권이라도 함께 읽고 싶어서 다섯 권의 책 중 동시를 가을도 한창이고 다른 책에 비해 금방 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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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번 주말에 아이들과 도서관에 갔다가 초등학교 4학년인 첫째의 학년 권장도서 다섯 권을 대출해 왔습니다. 초등학교 2학년인 둘째 책이었으면 함께 읽었을텐데, 첫째는 이제 혼자 알아서 읽기 때문에 예전처럼 함께 읽을 기회는 없어졌습니다. 그래도 아빠 마음에 아무리 바빠도 아이와 한 권이라도 함께 읽고 싶어서 다섯 권의 책 중 동시를 가을도 한창이고 다른 책에 비해 금방 읽을 수 있어서 함께 읽어보았습니다. 


 동시의 제목은 <놀아요 선생님>으로 경남 산청에 있는 간디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남호섭 선생님의 동시로, 저자는 1992년 <담배 심부름> 등 동시로 제1회 황금도깨비상을 받았고 그동안 어린이뿐 아니라 청소년의 생활 세계를 담은 시를 써 왔는데 이 동시에도 아이들의 생활 세계가 그대로 드러나 있습니다.



 만우절


 

<오늘은 쉽니다>


교무실 문에 이렇게 써 붙여 놓고

선생님들 다 도망갔다.


남의 교실에 들어가 시치미 떼기,

선생님 앞에서 싸우다가

의자 집어 던지고 나가기,

우리가 음모 꾸미는 사이에


한발 앞서

선생님들 다 도망갔다.

(p.14)



 지금 생각하면 웃기고 부끄러운 일인데 학창시절 만우절이 오면 어느 반 상관없이 아침 등교길부터 만우절 준비에 여념이 없었습니다. 반 통채 바꾸기, 선생님 들어오시는 정문 위에 분필을 엄청 묻힌 분필 지우개 올려놓기, 반 학생 전부 뒤로 앉기 등...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선생님들께서 알면서도 만우절에는 우리들이 하는 행동을 이해하고 화를 내시지도 않으셨고, 더군다나 속이 뻔히 보이는 행동에 당하기도 하셨습니다.  지금도 만우절에 제 학창시절처럼 아이들이 자기들만의 만우절 행사를 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예전같은 낭만은 없어지지 않았을까 합니다.



시골 버스 바쁠 게 없다


우리 동네 버스 기사 아저씨는

혼자 노래하다가 신나면

우리한테도 시킨다.


날마다 같은 동네를 다녀서

시집간 누나 이야기도 묻고

바쁘게 뛰어오지 말고

일찌감치 나오라고 야단도 친다.


한 시간에 한 대

아니면 두 시간에 한 대,

할머니들은 삼십 분을 기다려서

십 분을 타고 간다.


하루는 몰던 차 세워 두고

동네에서 물 좋기로 이름난

명훈이네 물 받으러 간 기사 아저씨 들으라고

차에 타고 있던 할머니들

"차비 깍아야 한다!" 소리치셨다.

(p.62 ~ 63)


 제가 살던 곳은 도시라 시골 버스에 대한 추억이 별로 없지만 대학 시절 친한 친구들 중 경북 오지 시골에 사는 친구가 있어서 여름방학 때 놀러가 시골 버스의 정겨움을 느껴보곤 했습니다. 시골 버스 운전기사 아저씨는 버스 승객들 중 모르는 사람이 없었고(집 안 부엌 숟가락까지 알 것 같았습니다), 시장에서 장을 본 할머니가 조금 늦게 올 것 같다는 어느 아주머니의 이야기에 도시에서는 상상할 수가 없는 버스 출발 시간보다 대략 10분 정도를 기다렸다가 할머니가 도착하신 후 출발하기도 했습니다. 시골 버스 안은 시장에서 사온 닭 울음소리를 배경으로 할머니, 어머니들의 이야기 꽃이 이곳 저곳에서 피어났습니다(물론 할아버지, 아버지들은 경상도 사나이답게 시끄러운 와중에도 조용하셨구요). 여전히 지금도 정겨운 시골 버스들이 시골 곳곳을 달리고 있겠죠?


 놀아요 선생님>은 총 5부로 구성된 동시로 저자가 경남 산청에서 대안학교인 간디학교 선생님으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기에  학교 생활 및 시골에서 경험하고 느낀 감정들을 토대로 쓰여져 있습니다. 초등학교 4학년 권장도서로 초등학생을 자녀로 둔 학부모들이나 동시를 통해 대안학교 아이들의 순수한 동심과 시골 생활의 정겨움 등을 느끼고 싶은 독자라면 읽어봐도 좋을 동시입니다.


YES마니아 : 로얄 s****6 2019.10.11. 신고 공감 8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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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뻐 죽겠는 어른아이 시집
"예뻐 죽겠는 어른아이 시집 " 내용보기
내용과 상태에 모두 별 다섯 개. 그리 인색하게  별점을 주는 편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별 다섯 개를 주는 편도 아닌, 어정쩡한 리뷰어의 손이 아무 주저함 없이 별 다섯 개를 눌렀다. 어쩜 이리 겉과 속이 다 예쁜 시집이 있을까.     책 표지를 보자. 하얀 바탕, 그리 두껍지 않은 양장. 머리에는 생선 세 마리가 제멋대로 들쭉날쭉한 광주리를 이고, 한 손에는 '시 읽기 삶 읽기'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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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과 상태에 모두 별 다섯 개. 그리 인색하게  별점을 주는 편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별 다섯 개를 주는 편도 아닌, 어정쩡한 리뷰어의 손이 아무 주저함 없이 별 다섯 개를 눌렀다. 어쩜 이리 겉과 속이 다 예쁜 시집이 있을까.     책 표지를 보자. 하얀 바탕, 그리 두껍지 않은 양장. 머리에는 생선 세 마리가 제멋대로 들쭉날쭉한 광주리를 이고, 한 손에는 '시 읽기 삶 읽기'라는 제목이 적힌 책 한 권, 다른 한 손에는 꽃무늬 보자기로 싼 도시락을 들고, 다 헤진 양복에 맨발로 펄쩍 펄쩍 뛰어다니는 아저씨 뒤로 개가 넘실넘실 따른다.   이 아저씨가 바로 남호섭 시인 자신이다. 지금 경남 산청의 간디학교 선생님이고, 5부로 나뉜 중 1부 간디학교의 주무대가 간디학교이다. 내친김에 간디학교 홈페이지에 가보니 그것 역시 예쁘다. 조금은 일사불란하여 내가 생각하던 대안학교와 조금 다른 느낌이었기는 하지만.    그림은 판화작가인 이윤엽 님. 프로게이며 이윤열과 이름이 비슷하여 다시 한번 눈을 비비고 보다보니 화가의 이름이 외어졌다. 앞으로 이분 그림을 눈여겨 보리라 다짐한다. 중간중간 들어간 조그만 삽화들마저 예뻐 죽겠다.   시는 쉽고 아름답다. 깊이 들어가자면 시 한 편으로 얼마든지 많은 이야기를 할 수야 있겠지만 그냥 독자 눈에는 특별히 틀고 우회하여 표현하기보다 있는 그대로 아름답게 다듬어 아이부터 어른까지 누구나 읽기 쉽게 되어 있다.   시인 자신의 말처럼 동시다, 아니다 할 일은 아닌 듯한 것이, 동시냐 어른시냐의 경계란 모호한 것이고, 애초에는 없던 것이었을 수 있겠다 싶다. 그저 함박웃음이 저절로 나오니 그 표정으로 내내 음미하면 될 것 같다.   14쪽에 나오는 첫 번째 시를 옮겨본다.   만우절 간디학교 1   오늘은 쉽니다   교무실 문에 이렇게 써 붙여 놓고 선생님들 다 도망갔다.   남의 교실에 들어가 시치미 떼기, 선생님 앞에서 싸우다가 의자 집어 던지고 나가기, 우리가 음모 꾸미는 사이에   한발 앞서 선생님들 다 도망갔다.  
p****1 2007.01.12. 신고 공감 0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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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놀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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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디학교 선생님인 남효상시인의 시를 읽고 있자니 말로만 듣던 간디학교란 곳이 어떤 곳인지 알 수 있었다. 선생님과 아이들이 함께 고민하고 친구처럼 서로에게 배울 수 있는 학교. 시골에 자리잡은 학교라 시골의 일상도 자연스럽게 표현되어 있다. 그리고 간디학교의 교육이념과 연관이 되는 것인진 모르겠지만 자연을 사랑하고 환경을 보호하려는 시인과 학생들이 마음이 시를 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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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디학교 선생님인 남효상시인의 시를 읽고 있자니 말로만 듣던 간디학교란 곳이 어떤 곳인지 알 수 있었다. 선생님과 아이들이 함께 고민하고 친구처럼 서로에게 배울 수 있는 학교. 시골에 자리잡은 학교라 시골의 일상도 자연스럽게 표현되어 있다. 그리고 간디학교의 교육이념과 연관이 되는 것인진 모르겠지만 자연을 사랑하고 환경을 보호하려는 시인과 학생들이 마음이 시를 따라 내게로 전달되는 듯 하다. 도시의 삶처럼 삭막하지 않고 도시의 아이들처럼 학원과 내신에 쫓겨 각박하게 친구를 대하지 않고 지친 모습이 아닌 생동감 넘치는 아이들의 모습이 부럽다. 간디학교가 아니라 집에서 부모랑 사는 많은 아이들도 그 아이들처럼 자유롭고 건강하게 선생님과 호흡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a*******e 2007.01.03.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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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솥밥 먹으니 우리는 한 식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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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우절 간디학교 1   오늘은 쉽니다   교무실 문에 이렇게 써 붙여 놓고 선생님들 다 도망갔다. 남의 교실에 들어가 시치미 떼기, 선생님 앞에서 싸우다가 의자 집어 던지고 나가기, 우리가 음모 꾸미는 사이에 한발 앞서 선생님들 다 도망갔다. 하하하, 웃음이 터지는 시가 아닐 수 없습니다. 만우절을 맞이하여 아이들이 ‘남의 교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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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우절

간디학교 1


  오늘은 쉽니다

 

교무실 문에 이렇게 써 붙여 놓고

선생님들 다 도망갔다.


남의 교실에 들어가 시치미 떼기,

선생님 앞에서 싸우다가

의자 집어 던지고 나가기,

우리가 음모 꾸미는 사이에


한발 앞서

선생님들 다 도망갔다.



하하하, 웃음이 터지는 시가 아닐 수 없습니다. 만우절을 맞이하여 아이들이 ‘남의 교실에 들어가 시치미 떼’거나 ‘선생님 앞에서 싸우다가 / 의자 집어 던지고 나가기’ 같은 음모를 꾸미는데 선생님들이 한 수 위입니다. 아예 학교에 출근도 하지 않았으니 말입니다. 아이들의 음모가 완벽한 실패로 끝나는 순간입니다. 그러나 아름다운 실패입니다. 하하하, 하나의 우스운 해프닝으로 볼 수 있는 이 시는 그러나 중요한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학생들이 ‘남의 교실에 들어가 시치미 떼기, / 선생님 앞에서 싸우다가 / 의자 집어 던지고 나가기’ 같은 다소 과격한 장난을 꾸밀 수 있을 만큼 자유로운 학교 분위기, 그러한 학생들의 마음을 꿰뚫고 장단을 맞춰 주려는 선생님들의 관대함. 바람직한 학교의 모습이 아닐 수 없습니다. 실상 이 동시집의 핵심은 바로 이렇게 바람직한 학교 모습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지리산 자락에 있는 대안학교인 간디학교의 모습이 곧 그것입니다.


간디학교는 ‘조금 늦게 와도 되고, 조금 일찍 가도’(「교문 없는 학교」) 되는 문이 없는 학교입니다. 지리산 자락 기숙사에서 자고 먹고 하며 선생님과 동무들 모두 ‘한 식구가 된 듯’(「한솥밥 먹기)한 느낌을 가질 수 있고, ‘봄에서 여름으로 가는 어느 날 밤’ ‘기숙사 마당에 / 나란히 누워 하늘을’(「굼벵이) 볼 수 있으며, 무엇보다 ‘저번 시간에 공부 많이 했으니까 놀’ 고 ‘기분 우울하니까 놀’(「놀아요)수 있는 자유로운 곳입니다. 아이들이 ‘사랑’을 듬뿍 받으며 마음껏 ‘자발성’을 기를 수 있는 곳입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분명 그곳에도 반목과 갈등이 존재할 텐데 시집에서는 도대체 그늘을 찾을 수가 없습니다. 그것은 ‘단지 어떻게 하면 때 묻지 않은 가장 맑은 눈으로 세상을 볼까 고민할 뿐’(「머리말」)이라는 시인의 말을 들으면 어느 정도 이해가 됩니다. 아울러 시가 꼭 현실의 반영일 필요만은 없다는 생각도 듭니다. 때로 때 묻지 않은 맑은 눈은 세상 그 이상을 보기 때문입니다.




풀 뜯는 소가 똥 눈다.


긴 꼬리 쳐들고

푸짐하게 똥 눈다.


누가 보든 말든

꼿꼿이 서서

푸짐하게 똥 눈다.


먹으면서 똥 눈다.



YES마니아 : 골드 g*******g 2007.01.22.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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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살아가면 모두 노래 (놀아요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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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사랑하는 시 26함께 살아가면 모두 노래― 놀아요 선생님 남호섭 글 창비 펴냄, 2007.1.10.  사월 십육일은 우리 면소재지에서 잔치를 하는 날입니다. 면민잔치를 합니다. 그러께에는 면민잔치 하는 날에 체육대회를 했는데, 올해에는 무엇을 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께에는 아이들을 데리고 가서 줄다리기나 달리기를 함께 했지만, 올해에는 순천에 일이 있어 다녀오느라 면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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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사랑하는 시 26



함께 살아가면 모두 노래

― 놀아요 선생님

 남호섭 글

 창비 펴냄, 2007.1.10.



  사월 십육일은 우리 면소재지에서 잔치를 하는 날입니다. 면민잔치를 합니다. 그러께에는 면민잔치 하는 날에 체육대회를 했는데, 올해에는 무엇을 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께에는 아이들을 데리고 가서 줄다리기나 달리기를 함께 했지만, 올해에는 순천에 일이 있어 다녀오느라 면민잔치 자리에 가지 못합니다. 해가 기우는 저녁에 두 아이를 자전거에 태우고 면소재지에 살짝 들러 봅니다. 잔치를 마무리하는가 하고 살짝 들여다봅니다. 면소재지를 쩌렁쩌렁 울리는 노래가 울립니다. 초등학교 운동장에 천막을 곳곳에 치고 북적거리는 모습을 봅니다. 자전거에 탄 큰아이가 “놀이터에서 놀고 싶은데.” 하고 말합니다. 오늘은 놀이터에서 놀 만하지 않습니다. 자전거를 댈 만한 자리도 없고 너무 시끌벅적합니다. “다음에 다시 오자. 오늘은 안 되겠어.” 하고 말하면서 집으로 돌아갑니다.


  작은아이는 집으로 돌아가는 자전거에서 잠듭니다. 샛자전거에 앉은 큰아이가 “저기 꽃길로 가요.” 하고 말합니다. 큰아이 말이 아니더라도 유채꽃이 물결치는 들길로 갈 생각입니다. 들길로 접어드니 큰아이는 “나 걷고 싶은데.” 하고 말합니다. 그래, 그러면 같이 걸어 볼까.


  자전거를 세웁니다. 큰아이는 콩콩 뛰듯이 걷습니다. 수레에 앉은 작은아이는 하염없이 잡니다. 천천히 유채꽃 들길을 지나가니 꽃내음이 물씬 퍼집니다. 큰길로 지나가는 자동차는 하나도 없고, 아주 호젓합니다. 호젓하며 조용한 들길에는 바람소리만 흐릅니다.



.. 숲 속 나무들처럼 / 우리는 그저 지켜 주었고 / 숲 속에서 정식이는 / 천천히 아주 천천히 / 마음 문 열어 갔다 ..  (정식이, 간디학교 7)



  보름달이 밝습니다. 아이들을 재우기 앞서 “애들아, 마당으로 나와 보렴. 달 구경 하자.” 하고 부릅니다. “달이요?” 하면서 두 아이가 쪼르르 나옵니다. 아주 환한 보름달인데, 달 둘레로 별이 몇 보입니다. 하늘에 구름 한 점 없지만 달빛이 워낙 밝아 별빛은 사그라듭니다.


  까르르 웃고 떠드는 아이들 목소리 사이로 개구리 소리가 들립니다. 응? 우리 집 옆밭에 개구리가 있나? 아이들더러 “쉿. 조용히 해 보렴.” 하고 말하면서 귀를 기울입니다. 왁 왁 하는 개구리가 두 마리 있습니다. 틀림없이 우리 집 개구리입니다. 겨울잠을 깬 개구리이지 싶습니다. 밤에도 포근한 날씨이니 개구리가 깨어나서 노래할 만합니다.



.. 진선이와 수람이가 얘기했습니다. // 별이 정말 예쁘지 않니? / 그래, 우리 침낭 들고 나가서 자자 ..  (굼벵이, 간디학교 12)



  순천으로 볼일을 보고 집으로 돌아올 적에 이웃 봉서마을에서 군내버스를 내렸습니다. 우리 마을 어귀로 지나가는 버스는 없어, 이웃마을에서 내린 뒤 걸었습니다. 이웃마을부터 천천히 걸어서 돌아오는데, 들판을 날며 노는 제비를 여섯 마리 즈음 봅니다. 고흥에도 비로소 제비가 오는구나 하고 생각합니다. 그제 읍내에서 제비 두 마리를 보기도 했습니다. 제비들은 멋진 날갯짓으로 싱싱 하늘을 가릅니다. 우리 집 처마 밑으로도 제비가 찾아올는지 궁금합니다. 지난해까지 우리 집을 찾아오던 제비는 마을에서 끔찍하게 뿌려댄 농약 때문에 모두 숨을 거둔 듯한데, 우리 집뿐 아니라 우리 마을에 제비가 깃들는지 궁금합니다. 부디 농약물결에서 살아남은 제비가 있어 다시 우리 집 처마 밑으로도 깃들 수 있기를 바랍니다. 우리 마을뿐 아니라 이웃 여러 마을에서 농약물결은 멀리하거나 줄이면서 흙을 살찌우고 가꾸며 돌보면 얼마나 즐거울까 싶습니다.


  시골 할매와 할배도 뻔히 알거든요. 도시로 떠난 이녁 딸아들은 ‘농약을 쳐서 키운 남새’를 가져가지 않아요. 농약을 쳐서 키운 남새는 죄 ‘농협 수매’를 합니다. 이녁 딸아들이 도시로 떠난 뒤 낳은 아이들이 하나같이 아토피를 앓으니 모두 도시에서 비싼값을 치르며 유기농 곡식과 남새를 사다 먹는데, 막상 시골 어르신들은 농약을 줄이거나 없애지 못합니다. 일손이 달리니 농약을 써야 한다고 말씀하고, 도시로 떠난 딸아들은 시골 일손을 거들지 못합니다.



.. 우리 손으로 / 교실도 지을 수 있다면, // 먼 산이 보이는 큰 창에는 / 하늘을 한가득 담아 두고 / 반대쪽 창에는 숲을 들어앉히고 / 새잎 나서 단풍 들 때까지 / 다 볼 수 있을 텐데 ..  (우리 교실, 간디학교 15)



  지난주에 며칠 서울마실과 일산마실을 했습니다. 도시는 벌써부터 찜통입니다. 도시는 봄이 없는 듯합니다. 고흥과 이웃한 순천도 벌써 찜통입니다. 시골이 아닌 도시는 모두 후끈후끈 덥습니다.


  사람들은 으레 ‘봄이 사라졌다’고만 말합니다. 왜 봄이 사라졌는가를 헤아리지 않습니다. 시골은 사월에 사월빛이 어립니다. 시골은 밤이나 낮이나 후끈후끈 무덥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흙이 있고 풀이 있으며 나무가 있기 때문입니다.


  흙이 있으니 햇볕을 받아들이는데, 흙만 있대서 햇볕을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풀이 자라야 햇볕을 받아들입니다. 풀이 싱그럽게 우거진 흙이 있을 때에 봄볕이 포근합니다. 풀이 없이 메마른 흙만 있으면, 풀이 없는 민숭민숭한 밭이나 논이라면 도시와 똑같이 후끈후끈 달아오릅니다.


  나무가 있어도 나뭇가지를 뭉텅뭉텅 베어 나무가 나무답게 살아갈 수 없으면, 나무가 있다 하더라도 무덥습니다. 가지를 잘린 나무는 그늘을 베풀지 못합니다. 가지를 잃은 나무는 싱그러운 잎바람을 나누어 주지 못합니다.



.. 우산을 같이 씁니다. / 동무 어깨가 / 내 어깨에 닿습니다 ..  (사랑)



  남호섭 님 동시를 그러모은 《놀아요 선생님》(창비,2007)을 읽습니다. 간디학교에서 교사로 일하며 겪은 이야기가 꽤 많이 있습니다. 간디학교에서 아이들과 마주한 즐겁고 예쁜 눈빛이 싯말로 새롭게 태어났습니다.


  그런데, 간디학교이기에 이만 한 시가 태어날 수 있다고는 느끼지 않아요. 어느 학교에 있든 아이들 눈빛을 읽을 수 있으면 아름다운 시가 태어납니다. 아이들과 함께 놀고 배우며 사랑하면 누구나 아름다운 시를 쓸 수 있습니다. 함께 놀지 못하고 함께 배우지 못하며 함께 사랑하지 못할 때에는 시 한 줄 노래하지 못합니다.



.. 시골 갔다 오던 / 버스가 갑자기 끼이익! / 섰습니다. // 할머니 자루에 / 담겨 있던 / 단감 세 알이 / 통, 통, 통, / 튀어 나갔습니다 ..  (가을)



  글 한 줄은 삶입니다. 스스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스스로 글로 옮깁니다. 스스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스스로 그림으로 그리고 사진으로 찍습니다. 살아가는 이야기가 없으면 글도 그림도 사진도 없어요. 살아가는 이야기를 스스로 길어올리지 못하면 노래를 부르지 못해요.


  더 좋거나 덜 좋은 노래란 없습니다. 모두 노래입니다. 굳이 꾸미려 하지 않아도 아름다운 이야기요 삶이며 노래입니다. 애써 덧바르거나 만지작거려야 이야기가 되지 않습니다. 수수하게 사랑하면서 노래입니다. 투박하게 어깨동무하면서 꿈입니다. 살가이 손을 맞잡으면서 시 한 줄입니다.


  동시집 《놀아요 선생님》은 ‘놀아요’ 하고 노래하기는 하는데, 막상 어른들은 어떤 놀이를 하는지, 또 아이들이 어떤 놀이를 골고루 즐기는지는 그리 드러나지 않습니다. 더 흐드러지게 놀고, 더 신나게 놀며, 더 실컷 놀기를 빌어요. 놀이 아닌 삶이 없어요. 밥짓기도 놀이이고, 빨래하기도 놀이입니다. 마냥 뛰고 달리면서 놀이요, 책읽기나 풀뜯기도 놀이입니다. 4347.4.17.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에서 동시읽기)



h*******e 2014.04.17.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