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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 시절의 첫사랑에 대한 아련한 추억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평생을 간직하는 것 같다. 항상 첫 번째 기억은 강렬하게 남아있기 때문인 것 같다. 두 번째 세 번째의 사랑에 대한 기억은 첫 번째 기억만큼 우리의 기억 속에 저장되지 못하는 것은 우리 뇌가 가지고 있는 특징 중의 하나일 것이다. 사람이 되고 싶어 하는 백 살이나 먹은 암컷 새끼 여우가 있다. 백 살짜리 여우를 새끼라고 표현하는 것은 이 여우들이 천 살까지 산다고 하니 백 살짜리 여우는 인간의 나이로 환산하면 열 살 가량이기 때문이다. 엄마 여우는 꼬리를 아홉 개 가지고 있는 구미호(九尾狐)이고 어린 여우는 아직 꼬리가 다섯 개뿐이 없는 어린 여우이다. 그러니 이 여우는 오미호(五尾狐)인 것이다. 이 오미호의 이름이 바로 이 책 <천년여우 여우비> (예담.2007년)의 주인공인 ‘여우비’인 것이다. 아직 어린 것 같은 오미호이지만 그래도 자신의 몸을 여러 가지 동물로 변신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녀가 가장 큰 호기심을 가지고 있는 대상은 바로 인간이다. 여우비의 집이 있는 산 아래에 있는 폐교에서 방학을 맞아 캠프가 열린다. 바로 왕따들을 위한 캠프였다. 또래 집단에서 여러 가지 이유로 따돌림을 당하고 있는 아이들을 치유하기 위한 교육 프로그램이 열린 것이다. ‘여우비’는 이 캠프에 인간 소녀의 모습으로 변신해 참가하게 된다. 그 캠프에서 ‘여우비’는 마음에 드는 남자아이를 만나게 된다. 그 아이의 이름은 ‘금이’였는데, 금이를 만날 때마다 여우비는 가슴이 두근거리고, 또 얼굴이 붉어지는 등 이전에 느껴보지 못했던 기분을 느낀다. 즉 10살이란 나이의 소녀인 여우비는 사춘기에 도달한 소녀였던 것이다. 사람이 되고 싶었던 여우비는 그러나 사람되기를 포기한다. 그것은 옛날 이야기에 나오듯이 구미호가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사람의 간을 먹어야 했던 것처럼 여우비도 한 사람의 영혼을 가져야 하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영혼을 빼앗긴 사람은 사람으로서의 생명이 끝이나는 것인데...여우비는 사람으로 변해서 자신이 좋아하는 금이와 오래도록 같이 있고 싶었지만, 그를 위해서는 영혼을 가져야 하는데, 그녀는 그것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것이다. 사람보다 오히려 더욱 휴머니즘을 가진 그녀의 모습에 인간으로서 부끄러움까지 느껴진다. 사춘기 소년과 소녀의 따스하고 떨리는 만남, 또 친구들과의 대립과 경쟁 등... 이미 이러한 시절을 지나 세상을 많이 살아와 이미 이러한 가슴 설레는 사랑에 대한 환상이 없어진 세대가 이 책을 읽어본다면 첫사랑 시절로 돌아가 여우비와 금이에게 감정이입하여 설레는 마음으로 읽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또 어른들이 이미 잃어버린 순수의 세계를 다시 만날 수 있다. 그 세계는 읽는 이에게 가슴 떨림과 미소를 줄 수 있다. 이 책의 소재는 ‘전설의 고향’ 같은 TV드라마에 많이 소개된 것과 같으나 그 풀어내는 것은 아주 다르다. 환상적이고 순수하다. 나는 이 책을 읽는 내내 푸근한 미소 속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곧 이 책을 내용으로 하는 애니메이션 영화가 개봉된다고 하니 아이들과 함께 극장에 가야겠다. 아이들과 그들의 세계를 공유하고 싶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세월이 지나면 점점 기억을 잃어버려, 그러다가 자기 모습까지도 잊어버리게 되지. 그래서 어리고 예쁠 때 거울을 많이 봐두려고 해” 라는 대화는 내게 정말로 미소 짓게 했다. 여자들이, 특히 젊은 여자들이 시시때때로 거울을 보는 이유를 알았기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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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나이에 이르렀을 때 어른이 되었다고 우린 자부할 수 있을까? 아마도 많은 이들이 그 경계를 스무 살 안팎으로 잡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스무 살이 훌쩍 넘긴 지금에서도 삶을 이해하는 것은 힘들다. 오히려 이러저러한 이유에서 얽히게 되는 수많은 사람들과의 관계가 어린 시절보다 더욱 어렵기 때문에 우린 어른이 된 후에 조금 더 쉽게 지치는 듯하다. 그런 이들을 위한 동화도 많은 요즘,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져 개봉을 앞두고 있다는 <천년여우 여우비="">를 책으로 만났다. 여우의 실제 수명이 얼마나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책의 주인공인 여우비는 백 년을 살았으되 아직도 살아가야만 하는 날들이 900년이 남아있는 아이에 불과하다. 하지만 백 년이라는 시간은 우리가 짐작하듯 짧지만은 않기에, 여우비 역시 그 긴 삶을 통해 여러 아픔을 경험한 터였다. 엄마를 잃어버린 것은 그 중에서 아마도 가장 큰 아픔일지도 모르겠다. 인간에겐 공포의 대상으로 여겨지곤 하는 꼬리 아홉 달린 구미호에 불과했던, 하지만 여우비에겐 한없이 소중한 엄마. 상실의 슬픔도 잠시, 여우비에게 찾아온 사랑은 지독하기만 했다. 아픔은 아픔을 알아본다고 했던가? 여우비가 사랑하게 된 금이라는 아이에겐 오랜 병상생활에 지쳐 하늘나라를 택한 어머니가 있었고, 겉으론 잘 드러내지 않지만 세상이 강요하는 공부엔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기질도 있었다. 어쩌면 여우비는 금이가 지닌 그런 허전함에 끌렸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여우로서의 삶을 버리고 사람이 되고파 하는 여우비의 모습은 그러나, 세상이 받아들이기 힘든 것이었다. 표지를 통해 우리는 머지 않아 개봉될 애니매이션에서 여우비가 어떠한 모습을 하고 있는지 엿볼 수 있다. 다소 강인해 보이는 인상의 여자 아이로 그려진 여우비의 모습, 어쩌면 혼자 살아가야만 하는 자의 억센 운명을 지닌 여우비를 이보다 더욱 잘 그려내는 것은 힘들었을지도 모른다. 거기에, 바지를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엉덩이에 달려 있는 다섯 개의 꼬리는 ‘여우’라는, 그녀로서는 거부할 수 없는 본질을 상징하는 듯해 보인다. 실제로 구미호를 잡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는 사냥꾼의 모습, 금이에 대한 관심으로 인해 여우비를 미워하는 주희 등 이 세상은 여우비가 인간으로서 살아가기에 너무도 힘겨운 곳이었다. 인간이 되기 위해 사람의 간을 빼어 먹어야 한다거나 한 사람의 영혼을 훔쳐야만 한다는 사실 역시 여우비가 감당하기엔 어려운 조건이었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위해 누군가의 희생을 필요로 하는, 그것이 이 책에서 엿볼 수 있는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의 모습이었다. ‘사랑’이라는, 어떻게 그려내느냐에 따라 속된 것으로 전락할 수 있는 대상을 작가는 어린 아이의 눈을 빌려 아름답게 채색하는데 성공했다. 한 사람을 향한 간절함, 하지만 그 간절함은 어느 누구에게도 해가 되지 않았다. 오히려 여우비는 사냥꾼으로 하여금 자신이 찾던 그런 구미호는 없다며 총을 태우게끔 만들었고, 주희에게는 미안함의 감정을 느끼게끔 하였다. 그리고 여우비 역시 언제까지나 자기 안에 남을 금이와의 기억이 있기에 더 이상 슬프지 않을 것이었다. 비록 여우로서 남은 생을 사는 것이 여우비의 몫으로 남겨졌지만 말이다. 주위에서 쉽게 듣는 말 한마디 생각난다. 사랑하다 헤어지는 것이 사랑을 알지 못하는 것보다 낫다는… 사랑의 기억에 기대어 하루하루를 살아갈 여우비의 모습이 나는 부러웠다. 마지막으로 사춘기에 대한 대장요요의 정의 부분을 곱씹어 보며 난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었다. -그 시기를 잘 통과하면, 마음의 키가 한 뼘쯤 자라게 돼. 그래서 작은 일에도 점처럼 흔들리지 않게 되는 거야. 또 무엇이 올바르고 아닌지를 판단할 수 있는 마음의 눈이 생기게 되지. 어른이 된다는 건 바로 그런 의미야. (P43) ‘사춘기가 만약 그런 것이라면, 난 아직 사춘기를 통과하지 못했나 보다’라면서…천년여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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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호는 다 무서운 존재인줄 알았다. 무섭지만 슬픈 존재 그것이 구미호에 대한 어린 시절의 이미지였다. 전설의 고향을 통해 익숙해진 이미지 탓일게다. 그런데 궁금하다, 왜 구미호들은 그토록 사람이 되고 싶어하는 것일까? 사람이 되고 싶어 백명의 사람 간을 빼먹은 구미호가 책속 주인공 여우비의 조상이었다. 영화로 나온 이성강 감독의 [천년여우 여우비]는 소문으로만 들었고 아직 접해보지 못한 상태로 책을 먼저 만나게 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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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부터 전해내려 오는 구미호 이야기를 들으면 정말 인간의 욕심과 신의를 저버리는 행동에 불쌍한 구미호의 모습이 떠오른다. 전설의 고향에 나오는 무서운 구미호이지만 실제는 인간에게 순정을 다바쳤다가 인간이 불성실에 끝내 사랑을 잃어버리고 떠나야 하는 약한 이의 모습이다. 안데르센의 동화처럼 왕자의 목숨을 살려주고 그 사랑을 이루기 위해 자신의 목소리를 버리고 왕자에게 다가가지만 끝내는 물거품으로 변하는 인어공주처럼. 옛날의 구미호가 아니라 100년 묵은 꼬리 다섯개 달린 여우비도 별반 다르지 않다. 우주에서 온 요요들과 함께 산다고 하지만 자신처럼 엄마를 잃고 방황하며 힘들어 하는 금이를 돕고 금이가 성장하게 도와주지만 자신은 영원히 금이 앞에 나설 수 없게 되고 모든 것을 추억으로만 품고 살아야 하는 모습은 옛날 천년 묵은 구미호나 지금 여우비나 같은 모습이다. 성장하는 아이들이 한번쯤 겪어야 하는 사춘기의 혼란과 위험을 여우비와 금이의 사랑과 우정을 통해 아름답게 그렸다. 영화를 책으로 엮었는데 원판인 영화가 보고 싶어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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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호’라고 하면 꼬리가 아홉 개나 달린 여우가 사람이 되기 위해 인간의 간을 빼먹는다는 무시무시한 괴물이라고 생각한다. 오랜 동안 우리의 설화에 등장하는 이미지로 인간을 해치는 나쁜 요괴로 그리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런데 영화 ‘마리이야기’를 연출한 이성강은 우리들의 이러한 고정관념을 뒤집어 업는 새로운 스타일의 구미호 이야기를 청소년의 눈높이에 맞추어 ‘여우비’라는 캐릭터를 만들어 냈다. 청소년의 눈높이에 맞춘 책이라고 하지만, 바쁜 생활로 인하여 가슴 속 깊이 묻어두고 지내왔던 가족과 친구의 사랑에 대한 이야기는 어린들이 읽어도 충분하다고 하겠다.
지구에 불시착한 털복숭이 외계인 ‘요요’ 산 속에서 백 년째 살고 있는 여우비. 여우비와 같은 또래로 여우비의 가슴을 설래게 한 황금이.
이들이 엮어가는 이야기는 설정자체부터가 환타스틱한 면이 있지만, 이야기를 끌고가는 소재들인 친구와 가족에 대한 이야기는 현재 우리들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매우 사실적이다. 그래서인지 이야기가 더욱 가슴에 와닿는지도 모른다.
구미호에 등장하는 기본 스토리처럼 여우비는 또래 친구인 황금이를 만나면서 자신도 인간이 되고 싶어한다. 여기에 여우비를 도와 주겠다면 나타나 소년의 영혼을 빼앗아 올 것을 요구하는 그림자 탐정과, 여우비를 잡겠다며 나타난 사냥꾼으로 인해 여우비와 황금이는 궁지에 몰리게 되고, 급기야 둘은 절벽 아래 호수로 떨어지게 된다. 이런 상황 속에서 서로를 살리려는 여우비와 황금이의 모습은 가슴을 저리게 한다.
우리의 고전설화와 외계인의 이야기, 그리고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겪게 되는 성장통을 하나의 이야기로 믹스하여 들려주는 지은이의 의도는 아마도 우리에게 사랑이 얼마나 소중하게 중요한지를 일깨워 주려고 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엄마’라는 말이 여우비의 가슴을 콕 찌르는 듯해다.… 엄마 것. 너무 소중해서 잃어버리면 가슴을 아리게 만드는 것이라는 뜻이었다.(책 제33쪽 참조). “그 애를 보고 있으면 이상하게 가슴이 두근거려요. 얼굴도 자꾸 화끈거리고요. 제가 무슨 병에 걸린 걸까요? 또 그 애를 보면 즐겁다가도 괜히 마음이 아파지는 거 있지요. 제가 금이처럼 사람이 아니어서 그럴까요? 그래도 그 애를 보지 못하면 무척 보고 싶어지는데 어떻게 하면 좋지요?(책 102쪽 참조)”
이 책에서 가장 감명깊었던 부분으로 어릴적 우리가 항상 느끼던 어머니와 친구에 대한 생각을 그대로 담아낸 지은이의 시선이 따스하게 느껴진다. 군데 군데 삽화가 들어있고 긴 분향의 책이 아니지만 아기자기하게 전개되는 내용은 우리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것들이 얼마나 소중하고 아름다운 것인지를 다시금 깨닫게 한다. 영화로는 어떻게 이야기가 전개될지 무척 궁금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