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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테의 '신곡'보다 300년, 세익스피어의 희곡보다 600년, '춘향전'보더 700년이나 앞선 일본의 '겐지 모노가타리'는 11세기 초엽(1008년으로 추정)에 지어졌다.
'히카루 겐지'라는 고귀한 혈통의 인물을 중심으로 그의 부친과 그의 자손(자식과 손자)에 이르는 4대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그동안 이 모노가타리의 주인공인 '히카루 겐지'에 대해서는 초미남자, 여인들과의 사랑 정도로 알고 있었다. 그러나 이 안내서이자 입문서를 통해서 나의 생각이 '겐지 모노가타리'에 대한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음을 알게 되었고, 옮긴이가 지적했듯이 이 작품을 읽는 여러 관점들 중의 하나일 뿐이라하더라도, 내가 앞으로 '겐지 모노가타리'를 읽어가는데에 중요한 방향을 깨닫게 되었다.
이번에 번역되어 나온 '겐지 모노가타리'는 총 10권에 해당하는 장편이다. 그리고 등장인물만도 400명이고, 헤이안 시대의 문화나 정치적인 문제도 언급되기 때문에 분명 쉽지 않은 작품이다. (일본인들도 이 작품을 완독하기가 힘들다고 할 정도로)
그런 고전의 입문서라니, 자칫 조금만 방향이 틀어져도 중구난방에 이해할 수 없는 글이 되어버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입문서는 좋았다. 재미있게 읽히고, 번역도 매끄럽고, 이 입문서를 읽으면서 "아, 원전을 읽고싶다."라고 생각될 정도로 말이다.
입문서는 너무 어렵거나 너무 쉽거나, 둘 중의 하나이고 그 중도를 걷는 일이란 무척이나 힘들다. 저자 자신이 전문가이므로, 독자들의 수준을 어느 정도로 잡느냐 하는 문제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책은 정말 잘 지어졌다. 나같은 초보자도 즐겁고 재미있게 읽었고 동시에, 결코 원전을 가볍게 여기는 자만심을 갖게 하지도 않는다.
책의 소개처럼 되어버렸지만, '히카루 겐지'의 키워드를 한국적으로 고친다면 '구운몽'의 성진 정도? 성진은 꿈에서 깨어 불도를 깨닫게 된다. 겐지가 천황의 아들로, 위로는 한명의 인물만 있다는 지위에 까지 오르고 수많은 고귀한 여성들과의 인연을 맺지만 결국 불도로 귀의하게 되는 것처럼 '인생무상' 이라는 최후의 주제는 비슷하다.
그러나 헤이안 시대의 풍류, 궁정 귀족들의 연애와 낭만, 동시에 질투나 몰락 등등이 일본만의 재미로 추가되는 다른 점이다.
헤이안, 나의 로망 시대에 대한 열정을 더욱 불타오르게 한 입문서로 너무너무 좋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