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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합적 갈등 속의 한국 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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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디 정격 요소를 모두 갖춘 희곡(셰익스피어라든가 먼 고대 그리스 3거장처럼)에서 등장 인물들 사이에 빚어지는 갈등(이른바 외적 갈등)은 그 작품의 존재이유와 품격, 완성도를 이루는 핵심 요소입니다. 반면 강건너 불구경이 아니라 발등에 떨어진 불 같은 내 사정이라면, 내 내면을 좀먹는 갈등(이른바 내적 갈등)이 제발 내 속을 떠나 남의 정신 속으로나 들어가줬으면 하는 생
"복합적 갈등 속의 한국 민주주의" 내용보기

본디 정격 요소를 모두 갖춘 희곡(셰익스피어라든가 먼 고대 그리스 3거장처럼)에서 등장 인물들 사이에 빚어지는 갈등(이른바 외적 갈등)은 그 작품의 존재이유와 품격, 완성도를 이루는 핵심 요소입니다. 반면 강건너 불구경이 아니라 발등에 떨어진 불 같은 내 사정이라면, 내 내면을 좀먹는 갈등(이른바 내적 갈등)이 제발 내 속을 떠나 남의 정신 속으로나 들어가줬으면 하는 생각뿐일 겁니다. 갈등은 당사자의 내적 건강과 심적 안정을 해치는 제1의 원흉이며, 사람이 무슨 갈등을 겪지 않고 한평생 살수만 있으면 돈뭉치 위에서 전전긍긍하는 신세보다 더 나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저자께서는 이런 내면의 갈등이야말로, 사람의 정신적 성숙의 키를 한층 높이고, (자연인처럼 아예 문명의 혜택을 다 끊고 산속에나 들어가 산다면 모를까) 직장에서 혹은 업무의 일환으로 이런저런 별의별 사람 다 겪고 사는 처지라면, 오히려 이런 갈등을 창조적으로 승화할 줄 알아야 성공적인 사회인이 된다고까지 하십니다. 유격훈련 제대로 받아야 참군인이 되듯, 그 원인이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 있든 자기 속을 자기가 태우는 소심형이라서 그렇든 상관 없이, 사람은 갈등 때문에 속을 썩여 봐야 진정한 어른이 된다고도 하시네요.

"갈등을 귀찮고 불편하게 여기면 정말로 부정적 결과를 얻게 되고, 반대로 건설적으로 이 갈등을 해결해야겠다 결심하면 바람직한 결과가 나온다." "갈등의 결과는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결정된다." 저자의 말씀을 인용했습니다만, 특히 뒷문장 "만사는 다 이를 겪는 이가 마음을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 좌우된다"는 결론은, 원효 스님 등 불가의 고승대덕들이 말씀하신 "일체 유심조"와도 서로 통합니다. 소가 물을 마시면 우유가 되고, 뱀이 마시는 물은 그 체내에서 독이 되는 이치와도 같다고나 할까요. 예전에 이어령 선생이 쓰신 수필에서, 빼어난 목재가 정녕 최상등급이 되려면 성장 과정에서 적절한 상처(너무 심해도 곤란하겠으나)가 있어야 한다는 그 그윽한 가르침(문장이 너무 좋으시죠)도 연상되는 구절입니다. 아무것도 안 하고 멸균 시험관 속에만 있으면 그게 이미 그 자체로 결손, 불구의 개체가 아니고 뭐겠습니까.

"갈등은 리더십 게임이다." 이 말은 처음 읽었을 때 대단히 의외로 다가왔는데요. 첫째로 이는 외적 갈등을 전제로 합니다. 직장에서 대등한(혹은 직급 차이가 나거나) 사이에서 갈등이 벌어졌을 때, 그게 웬만큼 격을 갖춘 직장이라면 치사한 감정 싸움이나 더티한 정치투쟁으로 보기보다(이런 요소도 어디에나 있긴 하죠), 이걸 건설적으로 "리더십 게임(게임이라는 용어를 굳이 쓰셨다는 점에 주목합니다)"의 관점에서 봐야 한다고 말씀하시네요. 우리는 보통 특정 부서가 음모와 책략, 혹은 비열한 신경전으로 하루가 지샐 때 저 동네는 망조가 들었다고 치부하지만, 그런 것도 혹 조직이 파탄이라도 나면 모를까 결국은 어떻게든 봉합이 되는데, 조직 전체로 보면 그게 다 성장통이고 앞으로 재발할 수 있는 갈등의 해결에 작은 밑거름 구실이라도 한다는 겁니다. 또 이런 사내정치 다툼에서 패자로 밀려난 이에게는 해당 사항이 없겠으나, 승자 입장, 혹은 그보다 더, 이를 지켜 본 대리급들이 뭔가 배우는(?) 바가 있다는 겁니다. 제 경험으로 여기서 이기고 올라간 과장급보다, 완전 제3자 위치에서 그 장단점을 다 관찰하고 깊은 생각을 한(생각 안 하면 아무 도움 안 됩니다) 대리가, 나중에 사내 정치에서 더 노련한 고수가 되더군요. 좀 이기적인 말 같아도 어차피 살아남는 자가 승자입니다. 위대한 패자 같은 건 회사에서 백일몽에 지나지 않습니다.

갈등이라는 걸 그냥 피하려 들어서는 안 됩니다("flight or fight", 심리학에서 가르치듯이 "회피"도 보편적인 반응 기제 중 하나이간 하지만).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고도 하는데, 사실 "피하는 게 낫지 않을까"라고 이미 마음이 슬쩍 돌아가기라도 한 사람은 즐기기는커녕 피하지도 못하는 코너에 몰린 약자입니다. 갈등이야말로 사회를 날것으로, 또 있는 모습 그대로 배우기 위한 최상의 옥타곤 무대이며, 이런 작은 갈등 큰 갈등을 합리적으로, 승자의 입장에서 해결하는 사람이야말로 나중에 큰 일을 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자신의 도덕 수준을 높이라"는 조언도 하시는데, 그저 눈 감고 닥돌하는 매너라면 자멸적 양아치짓이지 갈등 해소의 사회인다운 처신이 결코 아닙니다. 닥돌은 이길 가능성도 없거니와 이겨 봤자 자신 쪽의 피해가 더 크죠. 무엇보다 스스로의 모럴이 높아야 자신이 객관적으로 보이고, 자신이 객관적으로 보여야 갈등의 형세가 정확히 파악되며 상대의 약점이 눈에 띄는 등 합리적인 대처가 쉽습니다.


"세일즈맨처럼 업무하라." 이런 주문이 예컨대 삼성처럼 직원 한 사람 한 사람에게까지 엄청 각잡고 일할 것(최근에는 좀 달라졌지만)을 시키는 기업에서 중요시하는 미덕이죠. 세일즈맨이라면 복장, 어조, 매너, 사소한 제스처, 표정 관리, "자신감"에 이르기까지 고객 앞에서 압도를 해 나가는 자기 관리가 필요합니다. 이런 자세를 사내 사무실 안에서까지 유지해야 동료나 상사가 내 앞에서 긴장을 잃지 않게 되고, 행여 발생할 수 있는 갈등 상황에서 주도권을 잡을 수 있을 뿐 아니라, 무엇보다 본인 자신이 업무에 임하는 자세가 성실하게 형성됩니다.

어떤 점에서는 갈등 잠재 요인을 자극해서, 조직 내 불건강한 불화의 불씨는 미리 (백신 접종처럼) 정면 대결하는 편이 낫습니다. 상처가 곪아 터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벌어지는 갈등은 그저 모두에게 상처만 남기고 악성 분열 요인으로 상주할 가능성이 크죠. 회식 자리에서 뭘 해결하려들다 오히려 더 큰 말싸움으로 번지고(제가 직접 보곤 합니다. 퇴근 후 고깃집이라면 저 건너 테이블에서 뭐 별로 드물지도 않게 목격되죠), 아니면 아예 큰 주먹다짐이 벌어져서 과장급이 실명했다는 소식(증권회사)도 듣곤 하는데, 이런 갈등은 "그 해결 시도"를 너무 늦게 벌여서 이런 일이 터지는 거죠.

v*****7 2019.08.09.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