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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병원은 어떻게 변화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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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 없이 살다보면 무엇 때문에 이렇게 정신이 없는지 잘 모르게 될 때가 있다. 자잘한 일을 쳐내다보니 큰 그림을 놓친다고나 할까. 아니면 애초에 나에겐 큰 그림 따위는 없었을 수도 있다. 그렇게 하면 안 된다는 것을 본인들이 더 잘 알고 있다. 그렇지만 일을 하다보면 자꾸 그렇게 된다. 하나의 부속품처럼 기계화된 나의 모습을 발견할 때면 문득 슬퍼진다.   연초가 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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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 없이 살다보면 무엇 때문에 이렇게 정신이 없는지 잘 모르게 될 때가 있다. 자잘한 일을 쳐내다보니 큰 그림을 놓친다고나 할까. 아니면 애초에 나에겐 큰 그림 따위는 없었을 수도 있다. 그렇게 하면 안 된다는 것을 본인들이 더 잘 알고 있다. 그렇지만 일을 하다보면 자꾸 그렇게 된다. 하나의 부속품처럼 기계화된 나의 모습을 발견할 때면 문득 슬퍼진다.

 

연초가 되면 무언가 달라져야겠다는 강박이 생긴다. 아래위로 변화의 기운은 느껴진다. 그래야겠다는 당위성 속에서도 하루하루 주어진 일은 또 쳐내야한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또 1년이 가고, 나는 변화가 없고, 밖의 세상은 눈이 핑핑 돌게 달라져 가고...

 

그나마 좀 조용한 것 같았던 의료계도 IT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인해 크게 흔들리고 있다. 헬스케어사업이 IT와 손잡으면서 과연 병원의 미래도 어떻게 될 지 알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20년 이내 47%의 직업이 사라질 것이지만 의사는 비교적 사라질 가능성이 적은 직업군이라는 전망도 있지만, 헬스케어는 마술이라며 십수 년 내 의사의 80%가 닥터 알고리듬에 내어주게 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도 있다. 어떤 전망이든 100% 믿기 어렵지만, 어쨌든 우리가 속한 의료계 역시 변화의 바람을 타기 시작했다는 것은 인정해야 하는 시기가 왔다.

 

그렇다면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 이 책은 4개 대륙 63개 병원의 사례를 들어 미래를 준비해보자고 설득하고 있다. 카테고리는 단순하게 딱 3개. 창의, 상생, 혁신. 굉장히 단순한 단어들이지만 이걸 병원 안으로 끌고 와 적용하기는 쉽지 않다. 파격적이고 사람지향적인 63개 병원의 행보가 부럽기만 해서는 안 되었다. 이 책에 나온 사례들은 하나하나 아이디어가 될 수 있지만, 하나같이 단서를 달고 있기도 했다. 우리나라 정책이 뒷받침하지 못해서, 막대한 경제력이 필요해서, 아직은 사회분위기가 그렇지 못해서.. 그렇다고 해서 사례는 사례일 뿐 헷갈리지 말자며 웃어 넘길 수도 없는 일이다. 한번은 그냥 스윽 읽을 수 있지만, 다 읽고 난 후 곰곰이 생각해보고 집중적으로 다시 읽어야 할 파트가 분명히 생길 것 같은 책이다.

 

먼저 1부는 창의, 고정관념을 버리라고 얘기한다.

‘인식을 180도 바꿔라’의 첫 이야기는 아픈 아이들에게는 동물을 가까이 하지 말라는 고정관념을 뒤집은 암병동의 이야기가 나온다. 아이들은 동물들을 사랑하기 때문에 그 동물들에게서 힐링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을 착안하여 “테라피도그”를 도입한 것이다. 물론 도입하기 힘든 파격적인 행보도 존재한다. 오픈병동인 정신병원, 가슴이 노출되는 유니폼을 입은 치과의사... 소위 우리가 말하는 “금기”를 깬 병원들의 이야기였다. 내가 병원에 들어와 제일 처음 들은 말이 “유비무환”이었다. 비가 오면 환자가 적거나 없다는 말인데, 그 말을 뒤집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한번도 뒤집어 생각해보지 않았던 금기들이 우수수 떨어졌다.

‘선택하고 집중하라’는 많은 병원들이 실행하고 있는 이야기들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 소개된 집중은 “너무 나간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집중이었다. 이비인후과로도 세분화된 것인데, 귀 전문 병원을 지향하지 않나, 병원에 유치원을 접목시키지 않나... “저렇게 심하게 집중해서 과연 유지가 될 수나 있을까?”하는 걱정들을 한방에 날리는 병원들이 소개된다. 소신있는, 이유있는 집중이 성공하는 이유들이 적혀 있다.

‘융합으로 창조하라’에서는 우리나라에서 잘 이루어지지 않는 동서양의술을 결합한 의료서비스, 한 도시 전체가 치과와 관련된 곳으로 성장한 치과도시 이야기, 의료복합도시 레이크노나 등이 소개된다. 식당도 모이면 더 장사가 잘 되듯이 병원도 융합하면 성공할 수 있는 모델들을 보여주고 있다.

 

2부에서는 상생 - 감성으로 다가서라고 얘기한다.

요즘 많이 중요시되고 있는 “힐링, 감성, 역지사지”등의 이야기가 주된 테마이다.

‘힐링으로 치유하라’에서는 재미있고 신나는 병원생활이 가능한 병원들을 주로 소개한다. 엄숙하고 진지한 병원에서 탈피, 환자의 눈에 맞춘 흥미로운 병원을 지향함으로써 치료의 효과를 높이고 병원을 힐링의 공간으로 재탄생시킨 곳들을 소개하고 있다.

‘환자가 되어봐라’에서는 “역지사지”를 강조한다. 우리나라도 시작된 초고령사회의 의료서비스, 의료배달 등 의미있는 사례들이 소개되어 눈여겨볼 필요가 있는 내용이었다.

‘오감을 자극하라’는 한 세미나에서 보았던 어린이를 위한 CT, 놀이터같은 병원 등이 소개되고 있다. 재단병원 중 한 곳에서도 유기농 환자식을 제공하고 있는데 꽤 인기가 높다고 한다. 병원이란 이런 곳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환자친화적인 장소로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3부에서는 혁신, 운용의 묘를 살리라고 얘기한다.

‘혁신의 한계는 없다’며 친절의 극, 백화점식 병원경영, 회전초밥에 비교되는 회전수술 등 우리가 “병원에서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나”라며 거부해왔던 것들을 건드린다. 왜 병원은 스타벅스처럼 분점을 내면 안 되는지, 왜 수술은 가장 효율적으로 이루어지면 안 되는지 자문할 수 있는 부분이다.

‘새로운 욕망에 부응하라’에서는 재활, 의료관광에 집중조명한다. 단지 몸의 재활이 아닌 사회와 생활에의 재활을 도와주는 시스템, 더 나아가 교육까지도 함께 재활의 과정으로 넣어주는 시스템을 도입한 병원이 소개된다. 우리도 견학해보았던 태국의 의료관광으로 유명한 병원들도 소개되어 반가운 마음으로 읽을 수 있었다.

‘함께 성장하고 나눠라’에서는 병원 이상의 병원, 구글과 같은 병원,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후원금으로 운영되는 병원 등이 소개된다. 이 책의 말미에서 소개된 병원의 6단계 중 마지막 단계인 “사랑병원”의 경지에 다다른 병원이었다.

 

63개의 병원 사례를 숨도 쉬지 않고 후루룩 읽다보니 다소 숨이 차기도 했지만, 솔직히 재미는 있었다. 이게 내 일이 아니라면 얼마나 그냥 재미나게 읽을 수 있겠는가. 목적이 있는 책읽기는 이래서 힘든 법이다. 무언가를 끌어내려고 애를 쓰면서 읽기 때문에. ㅎㅎ

 

책장을 덮고 나서 우리는 어떤가를 생각해본다. 답이 쉽지 않은 질문이다.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위치에서 분명히 생각해보고 제안해볼 부분이 분명 있을 것 같다. 쉽게 읽히지만 쉽게 답을 주지는 않은 책, <세계 병원에서 전략을 배운다: 피터 드러커가 살린 의사들 4>이다.

 

YES마니아 : 골드 s****b 2016.01.04.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