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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변명'으로 우리에게 낯설지 않은 정길연님의 창작집 '종이꽃'. 형형색색 시드는 법 없는 매 마른 종이꽃, 생명력 없는 종이꽃을 접는 여자를 소재로 이 시대에 얼토당토 않는 어긋난 사랑과 일그러진 가족의 균열을 미묘하게 그려 놓았다. 작가는 버림받은 여자의 내면 심리를 섬세하고 깊이 있게 파헤치면서 그 현실적 문제 원인과 해결책이 어디에 있는지 고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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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변명'으로 우리에게 낯설지 않은 정길연님의 창작집 '종이꽃'. 형형색색 시드는 법 없는 매 마른 종이꽃, 생명력 없는 종이꽃을 접는 여자를 소재로 이 시대에 얼토당토 않는 어긋난 사랑과 일그러진 가족의 균열을 미묘하게 그려 놓았다. 작가는 버림받은 여자의 내면 심리를 섬세하고 깊이 있게 파헤치면서 그 현실적 문제 원인과 해결책이 어디에 있는지 고민하고 있다. 의식저편에서 영원히, 순백의 백지로 지워버리고 싶은 여인의 출생... 선택의 여지없이 태어난 여인의 탄생일과 아비의 죽음이 우연의 갈림길처럼 함께 찾아왔다. 그로 인해 성장 내내 '지 애비 명줄 끊어 제 탯줄에 겁 없이 이어 붙인 년, 이 세상에 내보낸 은공 원수로 갚는 년'....이라고, 증오에 가득 찬 소리를 엄마로부터 들으며 종이꽃 접는 여인은 자라게 되었다. 물론 한 날 한 시도 그 앙칼진 넋두리 잊어 본적이 없을 만큼 들으며.... 그런 소리 내 지른 친정엄마의 부음을 접하면서 이 소설은 시작된다. 평생 친정 호적에 얹혀 살다가 법적으로 처녀 몸인 채 숨을 놓아버린 엄마. 그 엄마의 죽음 앞에서도 결코 엄마를 용서할 수 없는 딸은 엄마를 위해 눈물 한 방울도 흘리지 않은 채 독할 만큼 침착하다. 두 달간 얼음 빗장을 지르며 애써 그녀의 존재를 무시한 그녀의 남자. 현재 별거중인 부부이지만 미망(未亡)의 구차함으로, 남아 있는 자들을 위한 체면치레로서 부음에 참석할 수밖에 없는 입장인 것이다. 별거 중인 이들 부부의 갈등사유는 아내 쪽의 일방적인 임신중절이다. 불임의 원인을 찾기 위해 온갖 노력기울인 것을 아는 아내가 무참하게도 남자 모르게 수술을 받은 것이 그들의 별거 이유였다. 어머니 죽음으로 그녀만의 잘못된 사랑의 실제가, 개명(開明)한 시대에 쉽게 납득할 수 없는, 하지만 그녀에겐 운명의 무서움으로 점철된 가당찮은 사랑법이 비로소 드러난다. 사람의 숙명은 고고의 음성을 울릴 때부터 가슴에 담고 세상에 나오는지도 모르겠다. 태어나면서 주어진 환경과 여건이 사람의 일생에 크나큰 영향을 끼치듯이 그로 인해 인생이 행복할 수도, 고통스러울 수도 있는 것처럼.. 그런 차원에서 생명 없는 종이꽃에 생기를 불어 넣어준 그녀의 숙명은 처음부터 죄인 아닌 죄인의 멍에를 둘러쓰고 태어났던 모양이다.. 허튼 데 없이 반듯한 그녀를 남편은 한때 목숨같이 사랑한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둘 사이에 아이가 없는 것조차 금슬에 대한 시샘이라 믿었었다. 의학적으로 별다른 이상이 없는 부부임에도 좋은 소식이 없던 나머지. 절벽끄트머리까지 바짝 내 몰린 느낌에 마침내 정신과 상담을 받게 된다. 스스로 원인을 알고 있으면서 더 이상 주위 사람들을 우롱하지 말라는 의사의 충고를 들은 여인은 의식적으로 아이를 거부하는 심리가 자기 안에 자리잡혀 있음을, 불임의 원인이 되었다는 것을 애써 인정한다. 그렇다면 그녀가 아이를 거부하는 심리의 배경은 무엇일까...... 치욕스런 상처나 과거의 악몽이 그 밑바닥에 자리잡고 있었지만 그걸 표면적으로 드러내지 않았다. 이런 과거 출생에 연루된 문제는 이들 부부를 힘들게 했었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제 몸속에 오로지 저를 의지하여 깃들인 생명을 악착같이 잘라내고도 태연히 꽃을 만들던 아내를 남자는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색색의 종이를 접으며, 그 어느 날 실날 같은 생명을 파지처럼 구겨 폐기한 뒤에도 말끔하고 태연한 얼굴로 흰 꽃 붉은 꽃 수북수북 접었던 것처럼.... 결코 여자는 남자를 떠나지 않으리라는 사실을 깊이 깨달으며 읊조린다. '너를 견디느니 너를 버리리라. 버리고 또 버리리라.' 이 한 문장으로써 남자가 받은 고통이 어느 정도인지 대변 해주지만 역시 여자가 섣불리 털어놓을 수 없는 숨막히는 절규도 난 조금은 수긍이 갔다. 그녀는 자기와 같은 업을 지고 나올까봐 두려웠다고, 사랑하는 남편을 잃을까봐 두려웠다고, 그래서 아이를 지웠다면..... 이해가 되느냐고 절규한다. 부모명줄 뚝 끊어먹는 애물소리, 태어나면서 죄인이 되어버린 입장을, 당신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죄다 내 아이 탓으로 돌려질까봐 무서웠고, 내 엄마처럼 나도 정신 나가 버릴까봐, 내 아이가 나처럼 살게 될까봐 무서웠노라고......그녀의 공포심에 가까운 이 운명의 한 부분을 들어보면 어처구니없지만 약간은 이해가 될까?....... 인생은 묘하게도 자기가 경험한 만큼만 이해되고 생각이 나듯이 난 어떤 예감에, 머피의 법칙 같은 부조화를 이룬 징크스 등에 몸을 사리게 된 적이 있듯이 그녀의 가당찮지도 않은 사랑법이 조금은 이해가 될 것도 같았다. 그녀는 친청엄마와 자신의 출생을 기억하는 모든 사람들이 얼마나 쉽게, 얼마나 무책임하게 한 생명을 저주했는지 하는 근원적 상처로부터는 영원히 헤어날 수 없음을 철저히 보여주고 있었다. 아마 작가도 이 점을 그녀를 통해 강조하고 싶었던 부분이 아닐까 한다. 다행히 아내의 말을 듣고 사태의 진상을 비로소 알게 된 남편은 생명도, 향기도 없는 종이꽃에 대한 분노를 조금은 누그리지 않았을까 상상해본다. 이 따위 종이꽃을 이리저리 자르고 구긴 종이 나부랭이가 산목숨보다 더 중하냐고 ....네 새끼보다 더 중해 보이냐고 짓이겼던 꽃을 다시는 불에 넣지 않을 것이라고 그 다음 장면을 연상해 보면서 이 소설집을 닫았다. 딸들은 자라면서 엄마의 보이지 않는 그늘아래 많은 영향을, 책을 통한 것보다 더 짜임새 있는 지혜와 여성의 본분을 배우며 자랄 것이다. 엄마 뿐 아니라 가족의 책무(責務)가 얼마나 막중한 가는 새삼 언급할 필요가 없을 만큼 누구나 다 아는 바이지만 그래도 다시 떠올려 본다. 엄마의 회한은 결코 엄마 몫이지 그것을 딸에게 대물림하는 것이 얼마나 딸의 일생에 치명적인 굴레를 씌우는지, 가장 가까이 서 어루만져줘야 할 인간관계인 '가족'이 뭘까 새로운 과제꺼리를 던진 소설이었다. 비단 균열이 간 가족 소설이지만 충분히 우리 주변에 묻어날 이야기인 것 같아 이번 소설을 단지 흥미거리가 아닌 시회 저변에 일어날 수 있는 우리들 얘기 인 것 같아 두 번이나 책을 펴 들었다. 다시 읽으며 작가가 우리에게 던져준 메시지를 생각하면서.... 가족이란 무엇일까? 구성원 그 어떤 이든 불유쾌한 상처받았을 경우 관심과 격려 한마디, 감싸 주는 배려, 따뜻함을 느낄수 있도록 하는 의무가 가족의 할일이 아닐까? 내 아이들과 남편의 어떤 부분들이 마음에 안 든다고 성깔 부리던 나의 모난 부분도 이참에 고치도록 해야겠다.....한 배를 탄
e*****4 1999.08.05.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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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소개로 변명을 읽었고, 그 책을 통해 정길연님을 첨 만났다. 무슨 이런 글이 다 있을까 싶었구 솔직히 요즘 많이 등장하는 여성작가들에 비해 그 지나친 낯설음이 선뜻 그녀에게 다가서기 어렵게 만들었다. 거기다 그 변명에서 보여준 외도에 대한 관점은 체념도 아니고 인정도 아닌 아주 특이하다 못해 황당했었다. 그런 내가 다시 그녀의 책을 잡은 이유는 사실 처음 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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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소개로 변명을 읽었고, 그 책을 통해 정길연님을 첨 만났다. 무슨 이런 글이 다 있을까 싶었구 솔직히 요즘 많이 등장하는 여성작가들에 비해 그 지나친 낯설음이 선뜻 그녀에게 다가서기 어렵게 만들었다. 거기다 그 변명에서 보여준 외도에 대한 관점은 체념도 아니고 인정도 아닌 아주 특이하다 못해 황당했었다. 그런 내가 다시 그녀의 책을 잡은 이유는 사실 처음 변명을 권했던 분이 말씀하시던 이유, 그녀의 성실한 글쓰기...내가 변명에서 보지 못했던 부분들을 혹시 이 책에선 보여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그리고 난 읽는 내내 내 선택이 그리 잘못되지는 않았다는 걸 알았다. 단편을 좋아하는 내게 딱 어울리는 이 소설집은 장편인 변명에서 볼 수 없었던, 명확성과 간결성을 가지고 다음 이야기는 뭘까, 다음 꺼는? 하는 마음을 갖게 만들었다. 뒷표지에 인용된 그 구절들은 책을 읽는 내내 내 마음을 사로잡고 있었다. 너를 견디느니 너를 버리리라. 버리고 또 버리리라. 이 한문장은 읽는 내내 내 마음속에 자리하고 있었다. 견디느니 버리리라. 버리고 또 버리리라..... 종이꽃을 접는 여자, 종이꽃은 생명이 없다. 그 형형한 색에도 불구하고 시드는 법이 없으며, 짓이겨져 제 속의 색깔을 내어놓는 법도 없다. 그 마른 종이꽃처럼 건조한 한여자. 어머니에게 있어 평생을 호적상 처녀로 남게 하고 아비 명줄 끊어먹었다는 소리를 들었던 그 사람... 그녀는 자신이 사랑하는 남편과의 사이에 생긴 아이를 세상에서 지워버렸다. 아주 태연히...그러나 그 태연함 뒤에 결코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와 아이를 바꾸지는 않겠다는 의지가 실려 있었다. 이 개명한 세상에 이 무슨 발상인가? 그러나 난 그녀를 이해하기로 했다. 평생을 어머니의 한숨과 눈물속에 살았던 그녀, 딸들은 늘상 자신의 어머니에게 이런 말을 잘 돌려드린다. '난 엄마처럼은 안 살아요!' 좋든 싫든 딸은 어머니의 운명을 닮는다는데, 그 어머니처럼 살아갈 수 밖에 없다는데...그렇다면 그녀의 공포심에 가까운 마음을 이해할 수 밖에 없기에 이르른다. 일반적인 가정보다 조금은 훼손된 가정의 모습들을 보여주는 다른 단편들보다 단연 돋보인 종이꽃이었다. 길지 않은 길이였지만, 그 길이의 10배이상 내 맘을 사로잡고 있던.... 너를 견디느니 너를 버리리라, 버리고 또 버리리라.
m******m 1999.07.19.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