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0년 11월 우연히 책꽂이에 있던 여러책을 이리저리 뒤척이다 서재에서 꺼내순간 깜짝 놀랐다. 표지그림이 코로나바이러스를 닮아서...카오스 이론를 접목한 프렉팔 시물레이션 모양인데 하필 코로나바이러스 모양을 닮아서 혹시 저자가 2020년 이 시간을 다녀온건 아닌가 하는 허무맹랑한 상상을 해보며 이책을 기억해 본다. 나에게 있어 이책은 성경다음으로 꼭 가지고 다니는 중요한 책이다. 2001년 책이 출간되자마자 하드카피로 구매하여 밑줄쳐가며 열심히 탐독하다 너무 훼손된 나머지 한권을 더 구매해 족보처럼 간직하고 있던 책이다. 내가 이책을 구매한 계기는 공동저자인 리차드 E, 모얼리 라는 사람때문이다. 20살에 공장에 취직하여 설비 보전업무를 하다보니 시퀸스제어 시스템으로 귀신머리같이 얽힌 전선들과 쇄창살 자물통 잠그는 듯한 무서운 소리를 내며 동작하는 전자계폐기로 구성된 대문짝만한 제어시스템을 수리하기위해 고생한 기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생산직 어르신은빨리 고쳐달라고 애원하는 눈빛인데 제어반 문을 연순간 눈앞이 깜깜해 지던 아찔함이 지금도 등골이 오싹하다. 결국 문제를 찾지못해 배태랑 선배에게 욕 심하게 먹어가며 어깨너머로 어떻게 수리하나 부러운 눈으로 쳐다보기만 했었다. 그런데 가공전용기에 매달린 PLC라는 자동제어장치를 본순간 눈이 번쩍였다. 배선을 래더다이아그램이라는 프로그래밍 방식으로 가능하게 한 장치인데 더이상 귀신같은 전선을 뒤질일 없이 몇번의 단말기조작과 래더다이아그램 목록을 뒤지다 보면 금방 문제를 찾을 수 있었다. 거기다 설비를 개조하게되면 제어판넬을 다시 만들 필요없이 프로그램밍과 간단한 배선으로 개조가 순식간에 가능하다는 사실이 나를 전율케 했다. 도대체 누가 이 신출귀몰한 장치를 개발했는지 몹시 궁금했는데 당시 인터넷은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였고 당연히 나는 박봉으로 컴퓨터를 구매하는건 사치스러운 일이었다. 도서관과 서점을 뻔질나게 드나들여 책을 뒤져나갔다. 그러다 2001년 우연히 광고에 실린 이 책을 만나게 됬다. 제목만 보면 마치 20년 이후의 세상을 예언해 놓은 공상과학 소설처럼 보였는데 책을 읽어나가면서 나의 눈은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내가 찾던 그사람이 저자인 책이다! PLC라는 장치를 처음으로 개발한 사람. 그리고 원래 원서의 제목은 "테클놀러지 머신" 인데 아마도 출판사측에서 판매를 높이이기 위해 한국식 제목에 조금 바람을 넣지 않았겠는가 하는 상상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책의 내용은 상당히 어렵다. 온갓 알아듣지 못할 용어와 기술내용 그리고 산업계의 최첨단 혁신 선두에 서있는 저자의 시선에서 바라본 앞으로 변화될 산업전망과 기술전망 그때 결심했다. 이책을 파헤쳐 보기로 그리고 2020년까지 간직하기로. 무엇보다 내 인생에 가장 어렵고 도전적인 결정을 하게 만든 책이다. 3년 후 과감히 공작직을 버리고 자동화 학과가 있는 기능대로 진학하여 본격적으로 PLC와 자동화산업에 뛰어드는 계기가 되었다. 지금 2020년, 난 다시 이책을 읽기 시작했다. 20년전에 저자가 예상했던 현실이 된 일들과 4차 혁명을 앞둔 이시대에 다가올 엄청난 산업의 격변을 기대하는 마음과 인공지능과 공존해야 하는 인류의 모습을 상상하며.이제는 상상이 아닌 현실이 되어버린 책의 내용에 다시한번 깜짝 놀라곤 한다. 20년전 이책을 처음 만난 그때의 나를 추억하며 다시한번 이책을 탐독해 본다. 앞으로 20년 후의 이 세계는, 산업는, 기술은, 어떻게 진화되어 있을지 상상만으로 등골이 오싹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