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溫故知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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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이 성숙하건 그렇지 못하건 출판이란 분명 돈벌이 이상의 그 어떤 의의가 있어, 세상에 나와 단 몇에 읽히든 낼 것은 내어야 한다는 신조로 출판되고야 마는 책이 분명 있다. 이 책 역시 그렇다.우리 어렸을 때는, 중학교 참고서는 동아출판사의 완전정복, 교학사의 필승이 시장을 양분했고, 고등학교 참고서는 과목별로 강자가 달라서 특정 출판사가 독과점을 하는 일은 없었다(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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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이 성숙하건 그렇지 못하건 출판이란 분명 돈벌이 이상의 그 어떤 의의가 있어, 세상에 나와 단 몇에 읽히든 낼 것은 내어야 한다는 신조로 출판되고야 마는 책이 분명 있다. 이 책 역시 그렇다.


우리 어렸을 때는, 중학교 참고서는 동아출판사의 완전정복, 교학사의 필승이 시장을 양분했고, 고등학교 참고서는 과목별로 강자가 달라서 특정 출판사가 독과점을 하는 일은 없었다(지금은 그렇지 않다). 교학사는 물론 지학사의 '하이라이트' 메이커와 더불어 꽤 알려진 브랜드였던 '파우어'시리즈를 내긴 했으나, 전자가 국어 자습서-문제집 부문에서 압도적 우위를 보인 것과 달리 후자는 어느 과목에서도 변변한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ㅎ 초등학교 시절로 더 멀리 돌아가자면, 동아출판사가 동아전과, 이 출판사가 표준전과를 낸 건 유명했고, 전자의 미세 우위 속에 팽팽한 호각을 이루고 있었다. 요즘은 모르겠다.

사전으로서는 동아출판사가 무려 노한사전까지 포함해서 거진 20종에 이르는 어학사전을 망라적으로 발간하다시피 했는데, 교학사는 뉴에이스 국어사전, 영한사전 정도를 냈을 뿐이다.

우리 시절에는 그 앞 교육과정의 잔여를 존중한다는 의미에서 수능에 고전문 파트가 적지 않은 비중으로 출제되었는데, 지금 수능은 고전문 문법사항을 묻는 문항은 출제에서 완전 제외되는 게 정책으로 굳었다. 언어영역 점수가 단순 감만으로 그날 운수에 좌우되지 않게 하는 장치가 바로 고전문 문법 성취 측정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걸 통해 모국어 구사능력이 그저 자의적 느낌에 의존하는 건지 머리 속에서 체계적으로 구축된 기제에 의해 발화, 이해되는 건지 평가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감이란 건 사회적 생존에서 중요한 덕목이지만 이성적 논리적 사고 능력의 배양은 설사 그것이 아무리 실용에 부차적일 뿐이라고 하더라도 학교교육의 존재 이유가 그것이므로 절대 소홀히할 수 없는 것이다. 고전문 교육이 실종되다시피한 현재는 대체 이런 상품이 어느 시장의 어떤 구석에서 누구에게 수요될까를 생각해 보면 다소 기가 차기까지 하다. 예전같으면 고3수험생 중 고득점을 노리는 이들에게 팔리기라도 하지 않았을까 해서 하는 말이다.

일마다 천복이시니 고성 동부하시니..

용비어천가 제 1장의 종구이다. 이 때 '고성이' 에서 '이' 는, '나는 너보다 키가 작다'에서 '보다'와 같은 비교격조사라는 해석이, 하이라이트나 한샘 등 모든 참고서에서 공통으로 하는 설명이었다. 그런데, 유독 EBS에서만은, '고성이 (우리 육조와) 동부하시니'로 새겨서, 이걸 주격조사로 이해하고 그에 맞는 문제를 내고 있었던 것. 이는 당시 수험생인 나에게 큰 충격이어서, 사설 유력참고서 절대 다수와, 교육부 직할 공공기관의 입장이 대립할 때, 누구를 믿어야 하는지 큰 갈등이 아닐 수 없었다. 물론 그런 모호한 건 시험에 나오지 않는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으니, 많은 사람들이 절대 진리로 믿고 있는 명제도 경우에 따라 더 치밀한 논리에 의해 얼마든지 전복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한 게 더 충격이다, 그렇게 말하는 게 더 맞을 것 같다.

어학 문법 교육은 매우 중요하다. 이걸 제대로 시키면, 경우와 상황을 가리지 않고 순우리말만 쓰면 만병통치약이라도 되듯 다 통하는 줄 아는 인간반편 무능저능의 언어 테러리스트가 나올 일도 없고, 언어와 그 발화해석이 내재하는 일정 법칙에 콘트롤되어야 한다는 기본 중에 기본원칙을 무시하는 막무가내가 영화 리뷰를 쓴답시고 내용을 마구 스포일링하는 폭력이 최소한의 사회화도 거치지 않은 채 등장할 우려도 적게 되는 것이다. 무지몽매가 희한하게도 되레 제 깜냥이 최고인양 설쳐 대는 건 다 고등학교교육이 잘못된 탓이다.

s****o 2011.04.26. 신고 공감 3 댓글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