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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채보상운동. 국사 시간에 말로만 배웠던 그런 운동이나 사람들이나 사건들을 소설 속에서 보면 신기하게 여겨진다. 이것이 실제로 존재했었구나 하는 그런 생각이랄까. 교과서 속에서 보이는 것과는 왜 그리도 다른 걸까. 교과서가 소설이라면 나는 아마도 더 공부를 잘 했을 지도 모를 일이다. 고종에 관련된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다. 이우 왕자나 덕혜옹주. 그들의 자손에 대한 이야기도 읽었다. 그때 당시 조선에 들어와 있던 사람들의 이야기인 손탁이라는 사람에 관한 이야기라던가 독립운동을 했던 하란사에 관한 이야기도 읽었다. 다 제각각 따로따로 떨어져 있던 이야기들이 이 책을 중심으로 하나둘 모여든다. 커다란 퍼즐판에 이 이야기는 여기 저 이야기는 여기 하면서 그 시대를 채워 나가는 그런 방식이다.
고종의 시대부터 그가 왕위에서 내려오고 의병운동이 일어나고 그 시대의 이야기. 기존에 읽었던 고종을 중심으로 한 이야기가 한양을 중심으로 한 궁궐의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면 이 아리랑은 그야말로 지방 소시민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어서 같은 시대라 하더라도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나라를 구하려고 고종도 애는 썼을 것이다. 물론. 그가 가만히 있었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그래도 모든 은 실패로 돌아갔다. 지방에서는 사람들이 의병단을 만들고 일본군들에게 대항을 했다. 그래봐야 돌아오는 것은 오히려 더 커지는 핍박과 압박이었다. 그때 우리네 민족은 어떻게 살아왔을까.
백성들은 최선을 다했다. 그야말로 나라를 구하기 위해서 자신들이 할 수 있는 것이란 다했다고 볼 수 있겠다. 살기 힘든 세상이었다. 돈도 없고 일도 할 수 없는 그런 세상이었다. 논도 밭도 다 철길에 내어주더니 이제는 신작로라는 명분으로 또 내어주게 생겼다. 거기다 일본에 진 빚을 갚자고 돈을 거두잔다. 이후로도 그들은 돈을 모아서 이승만을 위해서 나라의 독립을 위해서 노력했지만 모두 무위로 돌아간다. 어디 이때 뿐인가. 근대기 지나 현대에 들어와서도 우리는 금 모으기 운동을 하면서 나라 살리기에 힘을 합하지 않았던가. 우리 민족은 참 착한 민족임에 틀림없는 것 같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조선 사람이 미국 사람을 죽였다는 이야기도 있다. 생경하다. 조선인 청년 장인환. 그는 일본의 고문정치에 따라 조선의 외교고문직을 차지하고 있던 스티븐슨을 죽였다고 한다. 실제로 있었던 일일까 궁금해진다. 찾아본다. 진짜로 존재했던 사실이다. 안중근이 히로부미를 죽인 것은 이미 모든 사람들이 다 알고 있을 정도로 유명하지만 이 사건은 전혀 알지 못했다. 아직도 내가 몰랐던 사실들이 이렇게나 많다니. 소설 속에서 또 역사를 배우게 된다.
그렇게 어려운 사람들만 있었을까. 이 와중에 악착같이 자신들의 배를 불린 인간도 존재한다. 이 땅에는 조선 사람들과 조선 사람들의 등을 치려는 반조선 반일본 사람과 철저하게 조선 사람을 짓밟으려는 일본 사람이 존재했다. 모든 사람이 다 그렇다고 뭉뚱그려 말할 수는 없지만 양반들은 일반 평민들보다는 조금 더 우위에 있지 않았을까. 그들은 군대도 머슴을 대신 돈 주고 보낼 수 있었으니 말이다. 물론 자신들이 가진 재산을 모두 털어 의병활동이나 독립운동에 앞장선 양반들도 있다. 모두를 싸잡아서 비난 할 수는 없는 일이다.
1권에서 돈에 팔려서 하와이로 간 이들은 그곳에서 삶을 살아간다. 얼마나 벌어야 고향이 돌아갈 수 있을까를 생각하면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그들이다. 그들 중에는 고난을 이기지 못하고 죽은 사람들도 물론 존재한다. 이제는 일에 손에 익어서 처음처럼 백인들에게 핍박을 받는 일도 줄었다. 그들은 이제 더 좋은 일을 찾아서 어디론가 이동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으로 고민한다. 고민을 해봐야 어차피 자신들이 가진 돈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그들은 도 어디로 가겠는가. 어디에서나 살기 힘든 세상이지만 일본의 나쁜 짓은 바다 넘어서까지도 이어진다. 그들은 미국땅에서 일하고 있는 조선 사람들이 몇 명인지 알기를 원한다. 뭘 잘해주려고 그렇다고 생각하는가. 천만의 말씀이다. 그들은 악착같이 우리를 속국으로 생각하고 자신들이 부릴 수 있는 인원을 체크하고 있는 것이다. 겉부터 속까지 참으로 알알이 악한 사람들이다.
일제치하라고 해서 삼일운동이 일어나고 그즈음만 대충 겉으로만 알고 있었다. 그때 당시에 다른 지방에서의 민생들의 삶이 어떠한지는 생각해보지도 않았다. 그저 힘들었겠지라는 생각만 하고 있었다. 음지에서 나라를 구하기 위해서 이렇게나 노력하고 애쓴 인물들이 있었다니 지금의 우리는 그들에게 새삼 다시 고마와 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우리는 그들의 공을 너무 모르고 살아왔던것은 아닐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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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의 맨 마지막 장은 하와이에 돈을 벌러 가서 죽은 사람의 장례식을 치루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장례식에서 사람들이 구슬피 부르는 노래가 바로 아리랑이었다. 그런데 2권의 마지막에서도 역시 사람들은 아리랑을 부른다. 2권에서 아리랑을 부르는 장면은 의병 활동을 하던 사람들이 훗날을 기약하면서 자체 해산하는 데이다. 작가가 의도적으로 구성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그리고 3권이나 4권에서도 그럴지 모르겠지만 각 권의 맨 마지막에 아리랑을 부르는 장면을 삽입시킨 것이 뭐랄까?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은연중에 드러나는 것 같았다. 의병 활동을 하다가 결국 만주로 가게 되는 송수익과, 군산의 부두 노동자로 흘러드는 지삼출과 손판석, 그리고 10년 넘게 고국 땅을 밟지 못하는 하와이 이주 노동자 방영근... 그러나 이들의 굵직굵직한 삶(?)보다 더욱 가슴이 아팠던 것은 그 속에서 쉽게 드러나지 않았지만 글의 곳곳에서 보이는 여성들의 삶이었다. 의병으로 나가 죽고 일제의 잔악한 학살에 죽고... 그렇게 남편과 형제를 잃고 근근히 삶을 연명하는 여성들의 삶... 그것은 양반과 상민을 가리지 않는다. 그렇게 지난한 삶을 살다가 일본군 위안부로까지 끌려갔을 여성들의 삶을 생각하니 책을 읽는 내내 자꾸 가슴이 아프고 숙연해졌다. 변해가는 세상에서 조류에 빨리 적응하는 것은 출세를 위한 지름길이다. 그것은 지금 세상에도 다를 바 없는 것 같다. 그렇게 일제 시대를 순응하며 살았던 사람들은 명예와 부를 누리고, 그들의 자손은 여지껏 호의호식하면서 사는데 의병 활동을 하고 독립 운동을 하던 분들의 자손들은 과연 어디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 100여년 전 이 땅의 수호를 위해 목숨을 바치신 그 분들의 넋을 기리기 위해서라도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순간 순간 최선을 다 하면서... 아, 2권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면은 아기중이 나오는 장들이었다. 조정래씨가 절에서 출생하셔서 그럴까? 그렇다면 아기중의 모습은 작가의 어린 시절 모습이라고도 볼 수 있을까? 암튼... 아기중의 천진난만한 모습이 사랑스럽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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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한반도.
1부의 주제인 이 말이 참으로 와닿는다. 일제 치하의 상태는 점점 더 살기 어려워졌으니 말이다.
이 어려운 상황을 가만두지 못한 사람들이, 전국에서 의병으로 나선다. 그 가운데에서 양반의 한계를 보기도 하고, 의병으로 나선 사람들의 가족이 고초를 겪기도 하면서 그렇게 투쟁하기를 얼마간. 하지만 한반도 대토벌에 나선 일본 탓에 결국 뿔뿔이 흩어지게 된다.
천년장수라는 송수익도 만주로 거점을 옮겨 독립운동을 계속 하기로 결심. 어엿한 부대장 격이 된 지삼출과 잡혀서 철도 노동자로 끌려갔다가 기사회생해온 손판석도 후일을 기약. 새로 등장한 공허 스님도 만주로 가기로 한다.
농민들의 삶은 점점 더 팍팍해진다. 신작로를 낸답시고 농민들이 일궈온 땅을 마구마구 시멘트로 덮어버리지를 않나, 좋은 조건에 소작을 받을 수 있게 된다며 땅을 팔라고 했던 일본인을 믿고 땅을 팔았는데 결국 나쁜 조건에 소작을 얻어야 하고, 의병 나갈 사람을 없앤답시고 마을의 남자들은 다 총살을 당하기도 하고, 남자가 없는 집의 여인들은 의병나간 사람의 집이라며 머리채를 휘둘린다. 그리고 곧 토지조사사업이 벌어질 태세다.
하와이에서 노예같은 생활을 하고 있는 한국인 이민자들의 생활은 조금씩 달라진다. 빚을 다 갚고 난 후 명목상 자유인이 된 한국인들은 그 부지런함 때문에 다른 사람들에 비해 좋은 조건으로 일하게 된다. 그러나 그것으로는 한국으로 돌아갈 상황이 되지 못한다. 독립운동 하는 사람들에게 돈도 보내고 해야하니. 글도 모르는 까막눈이 대부분이니 집에 연락도 못하는 상황. 이제는 그곳에 눌러 앉게 되는 모양으로, 결국 사진으로 선을 봐 한국인 여인들을 하와이로 데려오는 상황이 된다.
아. 그리고 주변인의 이야기. 미국간 방영근의 동생 보름이는 아이 엄마가 되었지만 남편을 잃었고. 보름이 친구 오월이는 영근을 그리워하다가 시집을 갔지만 또 남편을 잃었고. 송수익이 머물던 절에 있던 홍씨는 송수익에게 반해 눈물을 적시고. 이방 노릇하며 권력을 꿈꿔오던 백종두는 결국 면장 자리를 하나 차지하고. 일진회가 해산되어 장칠문은 순사보 자리에 들어가고. 송수익의 양반친구 신세호는 자신의 길이라며 서당을 열지만 그 탓에 고초를 당하고.
아이고 아이고. 편한 사람 하나 없네.
아이고 아이고. 어찌 그렇게 살았다냐.
[인상깊은구절] "인연언 번뇌에 시작이지만 번뇌가 무서와 인연얼 피헐 까닭이야 없는 법이오. 한번 설킨 인연언 피헐라고 헌다고 피해지는 것이 아닌 법잉게." - 송수익이 묶었던 절 주지승의 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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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래의 책 중 우리 역사의 순서에 맞춘다면 아리랑, 태백산맥, 한강이 될 것이다. 그런데 난 태백산맥을 가장 먼저 읽었고 한강을 읽었고 마지막에 찾은 것이 아리랑이었다. 태백산맥은 1950년대를 한강은 1960년대 이후를 다루고 있는 것인데, 한강은 1900년대를 다루고 있으니 정말 따분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근대 우리의 역사야 다 암울하고 가슴아픈 것이지만 일본에게 나를 빼앗기고 힘들게 살아가는 일제시대만큼 가슴아픈 때도 없을 것이다. 양반들이 망쳐놓은 나라를 구하기 위해 천대받던 사람들의 목숨이 바쳐지는 그 당시의 상황, 일본놈들 앞잡이로 나서 일본놈들보다 더 나쁜 짓을 저지르는 조선사람들을 소설속에서라도 보기 싫었기 때문에 이제서야 마음을 다잡고 책을 들게 된 것이 아닌가 한다.
2권에서는 1910년 주권을 빼앗기기 전후의 의병활동이 주로 서술되고 있다. 갖가지 조선사람들의 작태를 보면서 내가 이 시대에 태어났더라면 어떤 행동을 했을까를 생각하니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지금 우리는 그때 당시 사람들의 피로 살고 있는데 우리는 그 고마움을 너무나 잊고 살고 있는 것이다. 진부한 얘기처럼 들리지만 말이다.
조정래 소설의 힘은 우리의 역사를 장대한 소설에 잘 녹여냈다는 점이지만, 그것이 팍팍하게만 그린 것이 아니라 인간 세상의 인정과 사랑이 숨쉬게 그려놓았기 때문에 한층 더 좋은 평가를 받는 것 같다.
3권이 기대된다. [인상깊은구절] 영화넌 무신 영화. 군산서 전주꺼정 뚫린 신작로럴 보면 다 알쪼제. 그 신작로로 실어내는 건 쌀이고, 들어오는 건 왜놈덜 물건이여. 승합마차고 인력거도 돈있고 권세있는 놈덜만 타고 댕기고. 우리겉이 가난허고 천헌 것덜언 쌔빠지게 고상만 허고 재미야 왜놈덜허고 조선놈 부자덜이 다 보는 것 아니여. 철길이라고 별수있간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