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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컴 투 ‘오한기 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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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안다. 소설은 인정받지 못했고 빚은 늘어만 갔기 때문에 이제 갈 곳이라곤 거장의 길이 아니면 죽음의 망망대해밖에 없다는 것을.  - 오한기, 「의인법」   작가에게 가장 나쁜 일은 다른 작가와 알고 지내는 것이고, 그보다 나쁜 일은 다른 작가 여러 명과 알고 지내는 것이다. 같은 똥 덩어리에 몰려드는 파리 떼처럼. - 찰스 부코스키, 『여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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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안다. 소설은 인정받지 못했고 빚은 늘어만 갔기 때문에 이제 갈 곳이라곤 거장의 길이 아니면 죽음의 망망대해밖에 없다는 것을.

 - 오한기, 「의인법」

 

작가에게 가장 나쁜 일은 다른 작가와 알고 지내는 것이고, 그보다 나쁜 일은 다른 작가 여러 명과 알고 지내는 것이다. 같은 똥 덩어리에 몰려드는 파리 떼처럼.

- 찰스 부코스키, 『여자들』

 

소설은

늘 나를 비참하게 했지만

대신 좋은 친구들을 선물해주었다.

 - 오한기, 『의인법』작가의 말

 

 

1. 소설을 읽는다는 게 포르노 소설로 욕정을 푸는 것만큼이나 드문고 희한한 일이 되어버린 이런 시대에 소설을 쓴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기실 비현실적이고 허무맹랑해 보이는 오한기의 소설을 설명하기 위한 커다란 한 축은 이 점을 이해하는 일이다

오한기의 소설에 종종 등장하는 총, 그리고 거기서 파생하는 (것처럼 보이는) 한상경, 유리, 클린트 이스트우드, 찰스 부코스키 등은 죽음 충동, 그러니깐 자살 혹은 살인의 암시로 읽히는데, 국에서 소설가로 산다는 것, 젊은 작가로 산다는 것이 얼마나 모멸적인지를 직간접적으로 보여준다.

 

오한기의 인물들은 인간됨의 문턱에서 번번이 실패하고 그렇기에 계속해서 소설을 쓴다. 소설을 써야 사는데 소설을 써도 인간이 될 수는 없으니 거듭해서 쓸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일종의 소설기계. 아이러니컬하게도 이것이 오한기 월드를 구축하는 첫 번째 축이다.

그러니깐 그의 소설들에 등장하는 악하거나 정신이 나간 인물들은 자기 혐오이자 인간 혐오의 발로이다. 죽음 충동이 자살과 살인의 두 가지 방향으로 가능하지만 기실은 하나이듯.

자기 혐오에서 자기기만으로 넘어가거나, 문학으로부터 도망치는 것이 해결책이 될 수 있겠지만, 오한기는 두 가지 다 불가능하거나, 이 둘에 관심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니 써도 써도 인간이 되게 해줄 수는 없는 소설을 거듭 거듭 쓰는 소설기계가 된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그의 소설에서 순수문학을 의미하는 (것처럼 보이는) 최승자라는 인물 역시 정신병을 앓고 있다는 점이다. 작품 속에서 오한기의 인물은 최승자를 향한 부끄러움을 갖고 있지만, 독자들이 보기에 이 둘은 쌍생아이다.)

 

암튼, 오한기의 소설을 설명하는 한 축을 이해하고 싶다면 이 소설집에 수록된 파라솔이 접힌 오후」와 「더 웬즈데이」를 읽어보길 바란다.

그런 의도였는지 두 작품이 앞 부분에 수록되어 있다.

 

 2. '햄버거' 하면 떠오르는 두 권의 책이 있다. 장정일의 시집 『햄버거에 대한 명상』과 조현의 『누구에게나 아무 것도 아닌 햄버거의 역사』. 여기에 오한기의 「햄버거들」까지 포함시켜 그야 말로 '누구에게나 아무 것도 아닌 햄버거의 역사'에 대해 기술해보는 것도 재밌을 것 같다. 이것은 ‘오한기 월드’를 설명하는 또 다른 축을 만드는 일이기도 해서 꽤 유의미한 작업이 될 거라 생각한다.

 

3. 「의인법」에서 언급하는「홍학이 된 사나이」는 실존하는 소설이다. 오한기를 좀더 잘 이해할 단초들을 제공하리라 판단되므로 이 소설도 기회가 되면 꼭 읽어봐야겠다. 후장사실주의 인상비평 1호 『analrealism』에 수록되었다는데, 이 잡지를 구해 읽는 것도 좋겠지만, 그동안 쓴 중편과 단편을 묶어 단행본이 나오면 더 좋겠다.

 

4. 금정연이 쓴 해설의 제목은 ‘오한기에서 오한기로’인데 굳이 영어 제목을 병기했다. From Hanki to Hanki. 그런데 이때의 ‘Hanki’는 그가 바라 마지 않는 ‘Haruki’와 유사하게 보인다*. 모든 건 한끗 차이라는 오묘한 진리를 유머러스하게 보여준 이 제목 때문에 나는 금정연이 좋아졌다. 오한기가 찰스 부코스키를 인용하면서 작가들을 똥파리처럼 규정하면서도 작가의 말에서 그들에 대한 고마움을 표시한 건 이런 이유 때문이 아닐까 싶다.

 

5. 해설을 읽어 보면 후장사실주의자인 금정연 조차 한 번도 오한기를 만나본 적이 없단다. 오한기는 정지돈의 이야기를 통해서만 전해 들은 인물이다. 그래서 금정연은 “나는 종종 오한기가 정지돈이 만들어낸 일종의 얼터 에고가 아닌지 의심한다. (p.311)고 말하는데, 정말 그렇다면 그 또한 매우 후장사실주의답다는 생각을 문득 했다. 로맹 가리와 에밀 아자르의 경우처럼.

 

6. 각 소설의 발표연도를 알 수 없는 게 아쉽다. 책 말미에 각 소설의 발표연도를 게시했더라면, 오한기 월드의 진행 과정을 이해하는 게 좀더 쉬웠을텐데.

 

 


 

* 솔직히 말하자면, 내가 관심이 있는 건 오로지 무라카미 하루키처럼 책을 많이 팔아서 일을 하지 않고도 돈을 펑펑 쓰는 것이었다. 그 돈으로 앤 해서웨이 같은 외국 배우들과 사귀면서 여생을 보내는 것이었다. 나는 이걸 최승자에게 말하는 게 왠지 창피했다. (오한기, 「햄버거들」, p.162)

 

 

 

YES마니아 : 로얄 c*****g 2016.07.09. 신고 공감 3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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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인법, 단대오거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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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인법』, 단대오거리에서           그날은 햄버거였다. 목요일. 가족들이 모두 저녁 늦게 들어오는 날이다. 낮 시간 인터넷에서 보았던 사진이 기억이 났다. 한 남자가 햄버거 속 치즈를 베어 물고 길게 늘리는 사진이었다. 1미터는 족히 되어 보였다. 같이 바람을 쐬던 직장동료는 이게 대체 뭐 하는 짓이냐며 빵 터져버렸고, 나는 도무지 잘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어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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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인법』, 단대오거리에서

 

 

 

 

 

날은 햄버거였다. 목요일. 가족들이 모두 저녁 늦게 들어오는 날이다. 낮 시간 인터넷에서 보았던 사진이 기억이 났다. 한 남자가 햄버거 속 치즈를 베어 물고 길게 늘리는 사진이었다. 1미터는 족히 되어 보였다. 같이 바람을 쐬던 직장동료는 이게 대체 뭐 하는 짓이냐며 빵 터져버렸고, 나는 도무지 잘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어느 커뮤니티 유저의 댓글은 사진 속 상황을 '누에고치의 현현'이라고 명명했다. 고개가 절로 끄덕여지는 발언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검색을 통해 알게 되었는데, 그 버거의 이름은 '모짜렐라 인 더 버거'라고 했다. 이름 한 번 괴상하지 않은가? Mozzarella in the burger 라니. 맞는 영문법인지는 모르겠지만. 비슷한 예문으로 Fire in the hole, Deep in the night. 등이 자연스레 떠오르니 그냥 그런가 보다 할 수밖에. 보통의 목요일이었다면 퇴근 후 시청역 근처 버거킹으로 향했겠지만, 그날만큼은 단대오거리역 근처 롯데리아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모짜렐라 인 더 버거 속 패티의 정체가 정말로 치즈인지, 누에고치의 실인지 확인해야만 했으니 말이다. 나는 하얗고 길쭉하고 늘어나는 그것의 정체가 무척이나 궁금했다.

 

버거킹부터 롯데리아까지, 회사 근처에서부터 동네까지, 그러니까 이건 2호선 시청역에서부터 8호선 단대오거리까지의 한 시간여. 나는 생각보다 긴 시간 동안 책을 읽는다. 그 길 위에서 볼라뇨를 읽었고, 부코스키를 읽었으며, 종종 페렉이나 타부키, 금정연을 읽었다. 근래 구입한 도서 목록이  『난폭한 독서』, 『analrealism vol.1』, 『의인법』 인 것으로 미루어 보았을 때, 최근에는(이전에도 그렇긴 했지만) '후장사실주의자'들에 대한 끌림을 가지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그날은 햄버거 이전에 오한기의 『의인법』을 읽은 날이었다. 마침 수록된 단편들 중에는 「햄버거들」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내용을 한 줄로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햄버거 속에 문학의 원천이 있다고 집착하는 작가와 그 친구의 이야기. 더 줄이면 그냥 '기승전햄버거'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은 대체 무슨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냐고 물을지도 모르겠지만. 진짜 그렇다. 나로서는 다르게 풀어서 정의내리기 어려웠다. 그것은 『의인법』 속 다른 단편들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이상하게 재미있기는 하다. 대체 어디서 온 소설들인가? 심지어 알라딘의 한 100자 평에서는 이 책을 읽고 자란 아이들 중 한 명이 김기덕이라고 한다. 나는 오한기의 단편들, 그것들의 정체가 무척이나 궁금했다.

 

단대오거리에 도착했다. 모짜렐라 인 더 버거를 주문하자, 치즈스틱을 얹어줬다. 행사라고 했다. 버거의 실물은 아담했다. 한 입 크게 베어 물었지만 낮에 본 사진처럼 하얀 물체는 길게 늘어나지 않았다. 뜨겁긴 했다. 아무 맛도 나지 않았다. 그래서 그 허여멀건한 물체가 누에고치의 실인지 치즈인지 판단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다만 한가지 가능성에 대해서 추가로 생각하게 되었다. 관점을 바꿔보는 것이다. 문제는 버거가 아니라 사진 속 사람이 아니었을까? 실은 그가 사람이 아니라 외계인이었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하는 그런 가설을 떠올리게 되었다. 아무 맛이 나지 않는 버거를 와그작 씹어 먹으면서 이리저리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손님을 맞으며 웃고 있는 저 아르바이트생만큼은 그 답을 알고 있으리라. 물론 이 같은 질문들을 아르바이트생에게 한다 해도 순순히 답해줄 것 같지는 않았다. 정신병자 취급이나 안 하면 다행이겠지. 그럼 나는 어떻게 해야 했을까? 그리고 한상경이라면 내 질문에 뭐라고 대답했을까? 나는 테이블 위에 『의인법』을 놓아둔 채 혼자 중얼거렸고, 아무리 기다려도 한상경은 나타나지 않았다.

 

오한기의 단편들은 햄버거와 닮았다. 햄버거는 번과 번 사이에 어떤 패티가 들어가느냐에 따라 어떤 버거인지 결정된다. 납작한 번이지만 그 안에 세계를 담을 수 있다. 꾹꾹 눌러 넣으면 모든 것이 들어간다. 우리는 그것을 버거라 부른다. 오한기의 번에서는 볼라뇨의 향이 매우 강하게 느껴진다. 『의인법』에서 느낀 재미에도 지분이 존재한다면, 볼라뇨에게도 최소 26.6% 정도는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싶을 정도다. 맛 좋은 번 위에 오한기는 '단대오거리'를 집어넣었고, '소설가'를 집어넣었다. '총기'들을 집어넣었고, '여자'와 '클린트 이스트우드'도 집어넣었다. 오한기는 그 모든 것들을 꾹꾹 눌러 담았다. 후장사실주의자들은 그 책을 『의인법』이라 부른다. 1만 3천원이다. 롯데리아에서는 팔지 않는다.

 

그날 내가 머물렀던 장소는 롯데리아였고, 단대오거리역이었다. 길 건너 언덕 위에는 볼링장이 있었다. 소설의 배경이 된 그 동네가 우리 동네였다는 것에 의미를 부여해 본들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임을 나는 알고 있었다. 다만 못내 아쉬울 뿐이었다. 단대오거리를 배경으로 하는 소설은 내가 먼저 쓰고 싶었다. 나는 소설가도 소설가 지망생도 아니면서 그런 생각을 해봤다. 그리고 다시는 모짜렐라 인 더 버거를 먹지 않겠다는 생각도 같이. 버거도, 소설도, 사람 따라 취향을 타는 게 확실하다.

g******x 2015.12.08. 신고 공감 1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최근의 우리 작가들에게는 희귀했던, 허구를 다루는 작가의 방식... 오한기, 의인법
"최근의 우리 작가들에게는 희귀했던, 허구를 다루는 작가의 방식... 오한기, 의인법" 내용보기
「파라솔이 접힌 오후」  W의 평전 《파라솔이 접힌 오후》를 끼고 사는 사장, 사장이 키우는 대마초, 대마초를 사러 오는 튀기, 소녀 유리 그리고 나... 고서점에서 일하는 나는 소설을 쓰고 있고, 고서점에 들락거리는 사람들을 상대하며 동시에 컨트리 가수 W와 관련된 것이라면 그게 무엇이든 환장을 하는 사장과 함께 일하고 있다. 등장하는 소설이나 인물은 아마 가공의 것일
"최근의 우리 작가들에게는 희귀했던, 허구를 다루는 작가의 방식... 오한기, 의인법" 내용보기

  「파라솔이 접힌 오후」
  W의 평전 《파라솔이 접힌 오후》를 끼고 사는 사장, 사장이 키우는 대마초, 대마초를 사러 오는 튀기, 소녀 유리 그리고 나... 고서점에서 일하는 나는 소설을 쓰고 있고, 고서점에 들락거리는 사람들을 상대하며 동시에 컨트리 가수 W와 관련된 것이라면 그게 무엇이든 환장을 하는 사장과 함께 일하고 있다. 등장하는 소설이나 인물은 아마 가공의 것일 게다. 거기에 존재의 힘을 부여하는 것은 작가의 몫이었다.


  「더 웬즈데이」
  주간지 《더 웬즈데이》, 거기에 실린 아버지와 민수의 기사 그리고 아버지의 죽음... 볼링 선수 마르크스 붐, 마르크스 붐의 사진을 걸어 놓은 볼링장에서 햄버거를 파는 나, 포르노 소설을 쓰는 나 그리고 한상경, 나와 함께 살고 있는 이연... ‘순식간에 차원이 다른 시공간으로 이동’하는 것처럼 소설 속의 인물들은 갑자기 등장한다. 연이 닿는 것도 같고 연이 닿지 않는 것도 같은 인물들이 치렁치렁 연결된다.


  「나의 클린트 이스트우드」
  “따지자면 나는 클린트 이스트우드보다 우디 앨런에 가까웠다. 몸은 빼빼 말랐고 눈은 지독히 나빴으며 할 줄 아는 건 수다뿐이었다. 우디 앨런과 다른 점이 있다면 여자에게 인기가 없다는 것뿐이었다. 아무도 이런 내가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한때 가까운 사이였다는 사실을 믿지 않을 것이다.” (p.77) 이런저런 이유로 삼촌을 대신하여 내가 운영하고 있는 펜션에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숨어 든다. 소설 속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꽤나 찌질하고, 그런 그를 나는 눈감아 준다.


  「유리」
  “마크 에블스의 일화는 『매시노프』의 기자로 일하고 있을 때 마감에 임박해 미국의 타블로이드 잡지에 실린 글을 급하게 번역한 것이다. 소수의 독자만 기억하겠지만 『매시노프』는 얼마 전 『더 웬즈데이』로 이름을 바꿔 단편의 소재로 활용하기도 했다...” (pp.114~115) 그러니까 이런 식이다. 작가는 자신이 만들어낸 허구의 무언가를 다시 이용하여 또다른 허구를 만들어낸다. 물론 그 사이사이 백민석이니 제발트니 실재하는 작가와 그들의 소설을 함께 기술하고는 한다. 허구를 다루는 작가의 방식이 아주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최근 우리 작가들에게는 희귀했던 스타일이다.
 

  「햄버거들」
  “... 그들은 햄버거를 손에 든 채 논쟁을 벌이고 있었다. 낯선 여자는 이 햄버거가 여섯 개의 다리를 지녔기 때문에 곤충이라고 했고, 한상경은 햄버거가 햇빛을 가리기 때문에 커튼이라고 했다. 이야기의 끝에는 한상경이 햄버거를 팔꿈치라고 했는데, 황당한 건 여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는 것이다...” (p.155) 시를 쓰는 한상경과 낯선 여자는 이런 대화를 하고, 나는 나중에 이 여자와 사귀게 된다. 나는 여자를 최승자라고 표현하고, 햄버거 중독자라고 할지 매니아라고 할지가 된 한상경은 햄버거를 찾아 떠났다.

 
  「볼티모어의 벌목공들」
  볼티모어는 ‘칠레의 해안도시 디차토에서 남극 방향으로 290킬로미터 떨어져 있는 낫 모양의 자그마한 섬’이라고 하는데, 물론 멀쩡한 거짓말이다. 희귀한 지의류를 찾기 위해 그곳에 들어간 나, 그리고 섬의 개발자이자 왕이라고 할 수 있는 노인, 노인과 함께 살고 있는 소녀, 그리고 벌목공에 대한 이야기이다.


  「열네 살」
  암소라고 이름붙인 바이크와 함께 떠도는 열네 살 소년, 소년이 만난 한상경,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유리, 몸을 파는 누나들 그리고 그 중 한 명인 제이니... “제이니, 나랑 같이 여기를 떠날래? 제이니의 입술을 매만지며 속삭이기도 했다. 알래스카도, 아르헨티나도, 탄자니아도 갈 수 있다고 했다. 제이니는 곤히 잠들어 있었다. 나는 제이니 옆에 누워 눈을 감고 머릿속으로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암소와 함께 세상에서 가장 넓은 사막을 횡단하는 남자의 이야기였다. 그 남자는 겁쟁이도 아니고 고아도 아니고 외톨이도 아니다. 단지 사랑에 빠져 무모한 모험을 시작했을 뿐이다.” (p.230) 소설 속 소설가들이 바라는 소설과 소설 바깥 소설가가 쓰는 소설 사이의 간극을 바라보는 재미가 있다.


  「의인법」
  “나는 이렇게 초현실적인 소설도 상상한다. 간혹 내가 어린 시절 발정 난 암캐에게 따먹힌 적이 있고 그로 인해 트라우마라도 생겼나 의심해본다... 그래, 어쩌면 내 의지와 상관없이 무의식이 지시하는 방향을 향해 써지는 소설들이 꼴 보기 싫었던 걸지도 모른다. 「유리」도 그런 소설 중 하나였다.” (p.247) 작가가 소설이라는 것을 써내는 어떤 비의 같은 것을 적어 놓은 소설이라고 봐야 할지도...


  「새해」
  “당신은 진짜 당나귀야. 마음만 먹으면 거북이도 될 수 있어. 하지만 소설 쓰기를 그만두지 않는 이상 사람이 될 순 없지... 내 우울증이 심해지자 언젠가 아내가 이렇게 하소연하기도 했다...” (p.281) 새해라는 제목으로 이런 소설을 쓴다는 것은 무모해 보인다. 하지만 여하튼 작가는 그렇게 한다. 소설가라는 족속들을 향한 작가의 자기 비하는 소설집 내내 끊임이 없다. 마지막 작품에서마저도...

 


오한기 / 의인법(擬人法) / 현대문학 / 327쪽 / 2015 (2015)

YES마니아 : 플래티넘 k******i 2018.03.26.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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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인법 -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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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한기란 이름도 생경하고 제목도 낯설다. 9개의 단편으로 구성된 '의인법'은 내용도 어렵다. 책 말미의 해설을 통해 오한기작가를 영화계의 김기덕감독의 비유했는데 딱 맞는 표현이라 생각한다. 대중성을 지양한 소설임은 분명하다. 예술성을 추구했는지는 책의 내용을 정확히 이해하기 힘들기에 판단을 유보하겠다.   각 단편에 거의 모두 등장하는 사람은 한상경이며 사물로는 햄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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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한기란 이름도 생경하고 제목도 낯설다. 9개의 단편으로 구성된 '의인법'은 내용도 어렵다. 책 말미의 해설을 통해 오한기작가를 영화계의 김기덕감독의 비유했는데 딱 맞는 표현이라 생각한다. 대중성을 지양한 소설임은 분명하다. 예술성을 추구했는지는 책의 내용을 정확히 이해하기 힘들기에 판단을 유보하겠다.

 

각 단편에 거의 모두 등장하는 사람은 한상경이며 사물로는 햄버거 장소로는 펜션 및 야영지다. 화자는 모두 소설지망생 또는 소설가다. 한상경은 현실에 동떨어진 삶을 살아가는 인물을 대변한다. 햄버거에 대한 소설을 쓰고자 햄버거와 관련된 사람들을 찾아나서는 약간 돈키호테같은 사람이다.

 

한상경, 햄버거, 폐허와 같은 펜션 등을 통해 작가는 사회적 시각에서 벗어난 유유자적한 삶을 말하고자 한 것이 아닐까 추측한다. 퇴물이 된 클린트 이스트우드나 사회학적 요인에 의해 노출을 강요당하는 여배우 민수 등을 볼때 그렇다. 가령 고정되어 있는 사물이 있을때 그것의 가치는 사회가 매긴다. 그리고 칭찬과 비판을 한다. 사물은 가만이 있었을 뿐인데.

 

제목 의인법에 대해 작가는 소설 속 문장을 통해 '문학의 기초 수사법'이라 말한다. 작가는 '의인법'을 통해 대중성보다는 문학의 기본에 충실한 소설을 쓰고자 한 것이 아닐까.

 

돈과 예술 중 선택을 강요당하는 딜레마에 빠진 작가의 페르소나가 각 단편의 화자다. 소설을 써야 소설가이고 살아있다는 존재감을 느낄 수 있는데 경제적 궁핍이 운신의 폭을 좁혀놓는다. 마지막 단편 '새해'가 작가가 바라는 삶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술술 읽히는 소설은 아니다. 실존주의 철학을 들이미려 하나란 생각도 든다. 분명 문장을 읽었는데 이해가 안간다. 그런데 소설 속 사물과 사람을 우리 주변과 대입시키면 독자마다 새로운 해석이 가능하다. 그런 재미를 느껴보길 권한다.

l*****0 2015.12.22.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