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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할머니라는 단어는 ‘지나간’, ‘연약한’ 혹은 ‘안타까움’과 같은 느낌을 주었었다. 이 책을 만나기 전까지는. <할머니 탐구 생활>을 쓴 정청라씨는 할머니야 말로 ‘오래된 미래’이고 ‘살아 숨 쉬는 지혜’이자 ‘우리 안에 되살려야 할 골동품’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생동감 있고, 리듬감 있으며, 시원시원한 저자의 말솜씨는 이야기 하나 하나에 집중할 수 있도록 나를 이끌었다.
익숙한 듯, 익숙하지 않은
청라씨 이야기에는 반전이 있다. 이야기를 밀당 하듯이 전개하기에 조금도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저자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익숙함에서 새로움을 발견하게 된다. 고사리를 따러 가자는 한평 할머니의 성화에 못 이겨 청라씨는 마지못해 따라 나선다. 하지만 그 고생길마저도 어느새 깨달음으로 바꾸어 버린다.
“단지 나물 치마를 부풀리는 재미만은 아니었다. 누군가 마음 넉넉한 이가 숨겨놓은 선물을 마주하는 듯한 감동이었다. 내가 미처 다 못 찾는 것일 뿐 ‘세상에는 선물이 넘치는구나!’하는 감동!”(p.23)
현대 사회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냉장고를 바라보는 청라씨의 시각은 또 다른 깨달음을 준다. 쌍지 할머니의 전기 요금 고지서를 받아 들고는 나누기보다는 쟁여 놓게 만드는 냉장고를 보며 작은 냉장고 만으로로 넉넉한 삶을 살아가는 할머니의 삶을 존경한다고 말한다.
“냉장고가 없던 시절엔 먹을 거리의 유효기간이 훨씬 짧았을 것이다. 그러니 음식은 그때그때 나누어 먹는 것이 상식이고 일상이었을 텐데 냉장고가 그와 같은 삶을 완전히 뒤바꾸어놓은 것 같다. 나누기보다 쟁이는 데 익숙한 삶으로 말이다.”(p.152)
잔잔하지만 깊은 감동
청라씨의 이야기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바로 할머니의 ‘강인한 생명력’이다. 오랜 세월의 굴곡을 온몸으로 견뎌낸 할머니의 삶은 누구에게도 쉽게 평가될 수 없는 단단함으로 무장되어 있다. 그녀는 거동이 편치 않은 도란 할머니를 보며 생명은 그 어떤 상황에서든 자신의 몫을 있는 힘껏 살아 낸다고 말한다.
“도란 할머니의 삶을 거슬러 들여다보다가 문득 지난 태풍에 쓰러진 벚나무가 떠올랐다. 나무는 뿌리가 반쯤 뽑힌 채 누워 있었지만 봄에는 분홍 꽃을 활짝 피워냈고, 꽃이 진 자리에 먹음직스런 버찌까지 매달았다. 정말이지 쓰러져 누워 있다고 해서 함부로 볼 게 아니었다. 몸이 불편하다고 해서 도란 할머니가 무력한 사람이 아닌 것처럼 말이다.” (p.74)
우리를 구원할 그 ‘맛’
그녀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음식 얘기에 나도 모르게 입맛을 다지고 있다. 대부분의 식재료를 집 근처 마트에서 구매하다 보니, 내가 먹는 음식은 1년 내내 별 차이가 없다. 다양성을 읽어버린 내 밥상과 달리 그녀의 밥상은 계절의 향기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청라씨는 할머니들이 기억하는 맛은 반드시 계절과 이어져 있고, 계절이 간직한 맛의 정수가 살아 있다고 말한다. 우리가 당연하게 먹는 밥상은 사실상 계절과 동떨어져 있는 ‘부자연스러운’ 맛인 것이다.
“온갖 화려한 먹을거리가 넘치는 시대이지만 혀끝에서 노는 맛이 아닌 자연을 품은 맛은 우리에게 진정한 삶이 무엇인지 가르쳐주고 있는 듯하다. 그렇게 우리 모두를 살려내는 듯하다.” (p.102)
내가 있어야 할 ‘공간’은 어디인가?
청라씨는 도시가 온실이라는 부자연스러운 환경이라면, 시골은 온실 밖의 세상이라고 말한다. 온실 속에 사는 사람들의 삶은 화려해 보이고, 그럴듯해 보이지만 그 안에는 ‘생명’이 없다. 반면, 시골에 사는 할머니들은 약해 보이지만 그 안은 깊이를 가늠할 수 없을 만큼의 강한 힘이 꿈틀댄다. 청라씨는 귀농 후 그녀의 선택이 맞을지에 대한 현실적인 고민을 한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이 있어야 할 그 ‘공간’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그녀의 공간은 그녀에게 끊임없이 에너지를 불어 넣기 때문이다.
“잡다한 게 널리고 널린 도시라는 공간이 ‘집중’에서 멀어지게 하고, ‘진심’을 길어 올리기 어렵게 한다는 걸 깨달았다.” (p.240)
“밖이 더 추우면 더 빨리 식는 구들과, 두꺼운 이불을 덮지 않으면 찬 기운이 감도는 집안 공기, 날마다 불 때서 지어먹는 돌솥밥과, 밥 달라고 애절한 눈빛을 보내는 집짐승까지, 나를 무기력함과 권태에 빠지지 못하게 하는 이 모든 상황이 고마울 따름이다.” (p.241)
작가, 청라씨
그녀의 글에는 힘이 있다. 남들의 시선 따위는 개의치 않고 꿋꿋하게 자신의 인생을 걸어나가고 있다는 메시지가 책을 보는 내내 나에게 전해졌다. 게다가 그녀의 정 많고 순수한 마음 씀씀이는 따뜻한 여운을 남겼다. 청라씨는 분명 누구보다도 멋진 할머니가 되어 있을 거다. 언젠가 그녀도 그녀를 살게 한 사랑을 누군가에게 아낌없이 퍼주고 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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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구생활'이란 제목에서 느껴지는 유쾌함이 좋았고, 할머니가 된다는 것, 할머니로 산다는 것, 여성의 나이듦에 대한 신선한 통찰을 제시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 책을 읽기 시작했다.
2015년 개봉한 영화 인턴과 대니 콜린스를 보며 아름답게 나이든다는 것에 대해 생각하던 요즘이었다. 내게 나이듦은 언제나 기대감 보다는 두려움을 불러 일으켰다. 나이드는 것은 지혜로워지는 것, 가벼워지는 것을 의미하기보다 약해지는 것과 추해지는 것을 먼저 연상시켰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이듦에 대해서 거부하고 피하고 싶은 내가 있었고, 다른 한편으로는 '아름답게 나이든다는 것은 무엇일까. 어떻게 나이들어야 할까.'라는 물음이 늘 마음 한 켠에 자리잡고 있었다. 그러던 중 '할머니 탐구생활'을 읽으며 이웃이 되어 할머니들과 함께 살아오면 느끼고 발견한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읽어나가다보니 '나이든다는 것은 약해지는 것이다.' 라는 오래된 생각하나가 흔들흔들거리기 시작했다. "나이가 많아 몸이 시든다고 해서 마음까지 함께 시드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오히려 나이 들스록 아름다움을 사랑하는 마음은 더 절실해지고 또렷해진다는 것을 느꼈다." 같은 할머니는 없었다. 나물 전사 한평 할머니, 치유의 손 소리실 할머니, 동물 사랑 쌍지 할머니, 파워 짱 수봉 할머니, 오매불망 꽃 사랑 동래할머니 등 할머니들은 모두다 다양한 개성으로 가득한 자기다움의 결정체였다. 할머니란 말의 어원이 '한(큰)어머니'에서 왔듯이 엄마의 울타리를 늘이고 늘이고 늘여서, 아무 경계 없고 억지 권위나 위엄 없는 편안한 자리에 다다르고 싶다. -할머니 탐구생활 중- 나는 어떤 할머니가 될까? 라는 에필로그의 작가의 질문은 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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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탐구 생활 /저자 정청라/출판 샨티/발매 2015.11.30.
"내가 지금 무얼 하고 있는 거지? 남들은 뭔가 열심히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이렇게 마냥 나 편한 대로만 지내도 되나? 돈을 못 벌면 농사라도 제대로 지어야 할 텐데. 그것도 아니고... 결국 나는 생태적 삶이라는 허울 좋은 핑계로 삶을 헛되이 낭비하고 있는 게 아닐까?"
P138 "됐어. 그까짓 거 사다 먹으면 되지. 요즘 사람들은 된장 많이도 안 먹어. 괜히 엄마만 고생이라니까. 그러다 병 나믄 어쩔라고 그라요?"
"그래도 된장은 담가야제. 내가 아무리 멍청이가 되았어도 그건 해야제."
엄마가 아무리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도 할머니는 묵묵히 할 말을 하고, 또 할 일으 하신다. 정말이지 최강이다. 나 같으면 네가 뭔데 그러냐고 불같이 화를 냈을 것이다. 여태 넙죽넙죽 잘 받아먹었으면서 감히 '그까짓 거'라고 하다니. 그게 돈으로 살 수 있는 무엇인 줄 아냐고 따끔하게 야단을 쳤을 것이다. 하지만 큰소리를 쳐야 할 할머니는 오히려 죄인처럼 고개를 숙이고, 그러면서도 전혀 감정의 동요가 없으시다. 놀라워라, 그러거나 말거나의 경지!
P241 예전에는 미처 몰랐는데 서울에 다녀온 뒤로 내가 사는 곳이 더욱 새롭게 보인다. 밖이 추우면 더 빨리 식는 구들과, 두꺼운 이불을 덮지 않으면 찬 기운이 감도는 집안 공기, 날마다 불 대서 지어먹는 돌솥밥과 밥 달라고 애절한 눈빛을 보내는 짐승까지, 나를 무기력함과 권태에 빠지지 못하게 하는 이 모든 상황이 고마울 따름이다. 거기에다 이 집에서 살마 소리가 안 나니까 온 마을이 텅 빈 것 같다며 우리 가족의 귀환을 애타게 기다려온 따뜻한 이웃들까지 있으니 더욱더, 돌아오니 참 좋다.
P255 약한 닭이 알을 품는다!
여러 마리 닭을 기르다 보면 알을 품는 닭이 따로 있다는 것이다. 이제는 알겠다. 왜 약한 닭이 알을 품는지. 남들에게 업신여김 당하고 온갖 우여곡절 속에서 살아온 사람은 절대 남에게 틀에 박힌 잣대를 들이대지 않는다. 생명을 정상 비정상의 척도로 재단하지 않는 것은 물론, 생명 그 자체를 귀하게 바라볼 줄 안다. 게다가 아픈 사람 아픈 마음 알고, 슬픈 사람 슬픈 마음을 속 깊이 헤아려 다스하게 풀어준다. 그것이 결국 알을 품는 일이 아니고 무어겠는가
P262 내가 밭일에 지쳐 고단해 하고 있을 때면 어김없이 "쉬다 해라!" 하는 설매실 할머니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러면 그때가 쉬는 시간이 된다. 할머니가 어르신 몰래 가져온 소주 병을 꺼내 큰 컵으로 하나 가득 따라 주시면 얼떨결에 받아 마시고는 알딸딸하게 취한다.
《할머니 탐구 생활(정청라 저)》에서 일부분 발췌하여 필사하면서 초서 독서법으로 공부한 내용에 개인적 의견을 덧붙인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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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책 읽기 94 할머니한테서 받은 사랑을 돌아보기 ― 할머니 탐구 생활 정청라 글 임종진 사진 샨티 펴냄, 2015.11.30. 15000원 내 어릴 적을 더듬으면, 나는 할머니한테서 사랑을 받은 일을 거의 못 떠올립니다. 갓난쟁이일 무렵에는 여러 할머니한테 둘러싸여 사랑을 받았을는지 모르나, 어느 만큼 나이가 든 뒤에는 우리 집 할머니를 마주할 일이 거의 없었습니다. 작은아버지 댁에서 살던 할머니는 설이나 한가위가 되어야 비로소 얼굴을 보다가, 병원에서 몸져누운 뒤 돌아가시는 모습을 보았을 뿐입니다. 할머니가 곁에 없이 지내던 어린 나날 왜 우리 집에서는 할머니가 함께 안 사나 하고 생각해 보는데, 할머니 한 분이 큰집과 작은집에 함께 살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형제 자매가 함께 살면 할머니가 함께 계시겠지만, 형제 자매가 따로 사니까 할머니는 여러 형제 자매 가운데 한 집에 사셔야겠지요. 우리 집에는 할머니가 안 계셨지만 마을에서는 할머니를 어디에서나 마주했습니다. 할머니는 누구나 느린 걸음이었고, 짐을 잘 들지 못하셨습니다. 그러나 할머니는 누구나 찬찬히 말씀을 하고, 따사로운 목소리와 손길로 다가오셨습니다. “여그서 걸어갈 때는 아파 죽겄어. 근디 산에 들어가믄 아픈 줄도 몰라. 꼬사리 끊다 보믄 오지가꼬 암시랑토 않당께. 내일은 집이도 같이 가. 고롱구테(골짝 이름)로 갈라니께.” (19쪽) 어쩌면 하느님도 고사리며 산더덕 같은 나물을 미끼로 사람들을 산으로 불러들이시는 게 아닐까? (24쪽) 정청라 님이 멧골자락에서 오붓하게 지내는 살림살이 이야기를 담고, 이러한 살림살이를 임종진 님이 사진으로 살가이 담은 《할머니 탐구 생활》(샨티,2015)을 가만히 읽습니다. 정청라 님은 곁님하고 아이들하고 시골자락에서 조용히 지냅니다. 시골자락에는 거의 모두 할머니와 할아버지입니다. 아니, 시골자락에는 젊거나 어린 사람은 모조리 도시로 나가고 없다고 해야겠지요. 마을에서 한 시간쯤 걸어서 나와야 비로소 군내버스가 지나가는 곳에 이른다고 하니, 이런 멧골에서 조용히 살려고 꿈을 키우는 어린이나 젊은이는 매우 드물다고 할 만합니다. 자가용 없이 이런 멧골에서 살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아주 드물다고 할 만하고요. 그렇지만 정청라 님네 집안에 처음부터 자동차가 없지는 않았습니다. 자동차가 있었어도 이 자동차를 탈 수 없는 살림이 되었다고 할까요. 돈이 없어서라기보다 그냥 자동차하고 살며시 멀어진 살림이라고 할까요. 자동차를 달려서 읍내나 면내를 다녀올 적에는 이대로 재미있습니다. 두 다리로 걷거나 버스를 타고 읍내나 면내를 다녀올 때에는 이대로 즐겁습니다. 마을 할머니나 할아버지는 먼먼 옛날부터 걸어서 그 길을 오가셨겠지요. 마을 할머니나 할아버지는 이녁이 어릴 적부터 고개를 넘고 골짜기를 지나면서 마실을 다니셨겠지요. 지난봄, 마침 아울이와 산에 오르다가 할머니가 고추 이랑 만드는 모습을 멀리서 지켜볼 기회가 있었다. 새들이 지저귀는 가운데 괭이질 소리가 나지막하게 울려 퍼지고, 할머니는 천천히 한 줄씩 고랑을 그려 나갔다. 고요히 숨을 내쉬는 것처럼, 한 땀씩 바느질을 하는 것처럼, 너무나 편안하고 가벼운 괭이질에 나는 가슴이 숙연해졌다. (44쪽) 아흔이 넘은 나이에도 꽃과 함께 살아가는 동래 할머니를 바라보며 꽃이 주는 위안이 얼마나 큰지 생각했다. (60쪽) 멧길을 걷는 동안 멧내음을 마십니다. 들길을 걷는 사이 들내음을 마셔요. 숲길을 걷는 내내 숲내음을 받아들입니다. 나무를 하고 나물을 하면서 멧자락도 들도 숲도 모두 마음으로 고이 안습니다. 오랜 나날 나무를 하고 나물을 하던 길이기에 멀지도 힘들지도 않습니다. 철 따라 어느 나물을 훑을 만한지 서로 알고, 철 따라 어떤 숨결이 멧골과 숲에 깃들어 이웃이 되는가를 가만히 헤아립니다. 《할머니 탐구 생활》을 쓴 정청라 님으로서는 마을 이웃이 모두 할머니요 할아버지이니, 할머니하고 할아버지를 살펴봅니다. 마을 할머니는 마을 젊은 집안을 찬찬히 살펴볼 테지요. 젊은 아낙은 늙은 할매를 지켜보고, 늙은 할매는 젊은 아낙을 지켜보아요. 젊은 아낙은 늙은 할매를 따사로이 마주하고, 늙은 할매는 젊은 아낙을 따사로이 마주합니다. 아이들은 어머니 아버지뿐 아니라 마을 할머니 할아버지 사이에서 함께 사랑을 받으면서 자랍니다. 마음으로 이웃이 되고 사랑으로 동무가 되는 살림살이를 찬찬히 물려받고 지켜보면서 자라요. 두 발로 걷는 길에서는 풍경과 하나로 어우러져 숱한 이야깃거리를 주워 담을 수가 있었다 … 차가 없어진 것을 무척 서운해 했던 다울이도 자전거나 수레를 실컷 탈 수 있어서 좋은지 나들이 갈 때마다 연신 노래를 불렀다. (91쪽) 잘은 몰라도 도시에 나가 길 가는 젊은 사람 붙잡고 나락이 뭔지 아냐고 물으면 대답 못할 사람도 수두룩하지 않을까 … 나는 그와 같은 무지와 무관심이 ‘쌀 수입 전면 개방’이라는 황당무계한 정책을 펼치게 하는 거라고 본다. 백성이 어리석으면 권력자가 백성을 함부로 보고 제 뜻대로 쥐고 흔들게 마련이니까. (107∼108쪽) 할머니는 저마다 이야기꾼입니다. 할머니마다 오랜 나날 천천히 걸어온 살림길이 있기 때문입니다. 할머니는 서로서로 노래꾼입니다. 할머니마다 오랫동안 찬찬히 일하고 살림하며 부른 노래가 있기 때문입니다. 눈물이 젖은 이야기이든, 웃음이 묻어나는 노래이든, 할머니는 이녁한테 아이와 같을 젊은 아낙한테 도란도란 말을 걸고 받습니다. 두멧자락 할매가 쓰는 투박한 고장말을 모두 다 알아듣지 못할 때가 있어도, 포근하면서 살가운 숨결로 들려주는 이야기는 귀로뿐 아니라 마음으로도 듣고 몸으로도 듣습니다. 할머니는 말에 앞서 몸이요, 이론이나 지식이 아닌 삶으로 모두 다 보여주고 알려주거든요. “이것도 모르간디? 나는 통 이렇게 꿰매서 신어. 비 오는 날이믄 양말 꿰매는 것도 재미져.” (122쪽) 가지러 온다면 모를까 뭐하러 보내느냐고 그랬더니 “주고 자픈디? 뭐 있으믄 다 주고 자퍼”라고 대답하시며 그리움에 젖은 눈망울을 보이신다. (162쪽) “너무 뜨거와도 안 되고 덜 뜨거와도 안 돼아. 너무 뜨거우믄 메주가 안 뜨고 거죽만 깨까시 말라붙더랑께. 메주가 추우믄 검은곰팡이가 나불고. 그란께 불 조절을 잘해야 써.” “어떻게 잘이요?” “워따, 그걸 어떻게 말로 혀. 집이가 적당히 알아서 해야제.” (177쪽) 몸으로 겪은 삶을 몸으로 들려줍니다. 몸으로 들려주는 이야기를 몸으로 듣습니다. 《할머니 탐구 생활》을 쓴 정청라 님은 멧골마을에 깃든 작은 집에서 그야말로 작은 풀꽃 같은 할머니들을 마주하면서 이 작은 풀꽃 한 송이에서 온누리를 포근히 감싸는 기운을 느낍니다. 크고 밝으며 따스한 해님이 지구별을 감싸고, 작고 낮으며 조용히 피어나는 풀꽃이 지구별을 덮으면서 해님을 마주 바라봅니다. 넉넉하고 푸르며 싱그러운 숲이 마을을 어루만지고, 조그맣고 여리며 고요한 풀씨 한 톨이 지구별이 고루 퍼지면서 숲이 새롭게 자라도록 북돋웁니다. 할머니 한 분은 풀꽃이요 풀씨라고 할 만합니다. 할머니 한 분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풀꽃 같은 노래이고 풀꽃 같은 사랑이라고 할 만합니다. 할머니 한 분한테서 듣는 이야기는 풀꽃 같은 사랑이 어리는 이야기이고, 할머니 한 분한테서 받는 사랑은 숲을 이루는 작은 풀씨 같은 품에서 피어나는 사랑이라고 할 만합니다. “걱정 안 해도 되겄네. 애기 배꾸리가 든든허니 꽉 찼구만. 배 곯은 아그는 배꾸리가 이러지를 않는단 말여. 내가 새대기 때, 이 마을 아그들 동냥젖 많이 묵여봐서 안당께.” (254쪽) 내가 밭일에 지쳐 고단해 하고 있을 때면 어김없이 “쉬다 해라!” 하는 설매실 할머니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러면 그때가 쉬는 시간이 된다. 할머니가 어르신 몰래 가져온 소주병을 꺼내 큰 컵으로 하나 가득 따라 주시면 얼떨결에 받아 마시고는 알딸딸하게 취한다. (262쪽) 오늘날 시골은 젊은이도 어린이도 자꾸 사라지는 고장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오늘날 시골은 할매와 할배한테서 살가우면서 슬기로운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고장이기도 합니다. 손수 삶을 짓는 살림살이를 보고 듣고 배우면서 마주할 수 있는 곳이 시골이라 할 수 있습니다. 손수 사랑을 길어올린 보금자리를 보고 듣고 배우면서 어깨동무할 수 있는 곳이 시골이라 할 만합니다. 할머니가 들려주는 이야기 한 마디에 마음이 놓이고, 할머니가 건네는 이야기 한 마디에 마음이 다사롭습니다. 가슴으로 아기를 품은 숨결로 어머니가 되고, 어머니로 살며 아이를 돌보는 사이에 할머니가 되며, 할머니는 다시 천천히 아이다운 마음으로 거듭나면서 흙내음 어린 웃음을 짓습니다. 시골 아낙으로 살림을 짓는 정청라 님은 이 흙내음 어린 웃음을 날마다 보고 듣고 마주하는 사이에 아주 천천히 나이를 먹고 살림을 먹고 슬기를 먹고 이야기를 먹으면서 아이들하고 새롭게 자랄 테지요. 먼 뒷날 아이들이 씩씩하고 의젓하게 자라서 짝님을 만나 아이를 낳을 무렵이 되면, 멧골마을을 예쁘면서 알뜰히 지키고 가꾸는 새로운 할머니가 되실 테고요. 4348.12.28.달.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시골에서 책읽기) ![]() ![]() ![]() ![]() ![]()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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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구 생활이라 처음 도서 제목을 보았을 때 국민학교 시절 방학숙제로 주는 탐구생활이 상상되었다 만 전남 화순의 어느 산골 마을로 귀농한 젊은 아낙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산골 마을에서 살아가는 이야기다. 내가 주로 읽는, 또는 여태껏 책을 읽어온 도서 카테고리는 소설처럼 허구가 아닌 글쓴이가 실제로 체험하여 일기 형식으로 기록한, 여행 에세이나 주로 백두대간 산행기이였다. 나의 주 장르를 벗어난 외도였지만 재미있게 잃었고. 정청라라는 글쓴이가 도시에서 살던 아낙 이었는데 두 아이를 데리고 전남 함평군 외딴 산골짜기에 옹기종기 모여사는 농촌마을에서 귀농하며 살아가는 스토리다. 지은이의 입장에서 지은이의 시선에서 느낄 수 있었다. 정감 있는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로 되어 사투리 공부도 됐다. 고사리와 비슷한 나물 고비를 깨치미라고 부르는 것도 알았다. 시끌벅적한 할머니들만 모여 사는 마파도 같은 곳에서 벌어지는 할머니들의 생활이 오래전에 돌아가신 외할머니를 보는 것 같아서 잠시 지나간 추억을 회상할 수 있었다. 동네 할머니들의 행동 하나하나 살아가는 일거수일투족을 세세하게 기록하였고 이를 읽고 있으면 상상 속의 파노라마가 펼쳐진다. 본문 내용에 대보름날의 풍습 중에 쥐불놀이가 나오는데 내가 겪였던 쥐불놀이는 분유 깡통을 주어다가 못으로 사방팔방 구멍을 숭숭 뚫고 철사로 줄을 달고 땔감은 생선가게 가면 생선궤짝을 얻어다가 쪼개서 태우면 생선 기름 때문에 활활 잘 탔고 철사줄을 빙빙 돌리면 불이 화르르 올라와서 공터에서 깡통을 던지곤 했던 기억이 책을 읽으며 떠 올랐다. 보름날이면 할머니께서 시든 국화 가지를 끊어다가 태워서 불이 피어오르면 불 위로 나이 숫자대로 뛰어넘고는 하였다. 보름날 잠을 자면 눈썹이 하예진 다고 잠도 못 자게 하고 그랬던 기억이 떠 올랐다. 시골마을은 멀리서 보면 한없이 평화롭게 보인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일거리가 쌓여서 정신없이 돌아간다. 때로는 사소한 거로 다툼이 일어나기도 하고 귀농으로 마을로 이사 오면 텃세도 부리고 그런가 보다. 끝으로 이 책은 지나간 추억을 회상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는 책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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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할머니 탐구생활"이라는 제목을 보았을 때 할머니들의 삶을 친근하게 미화해 놓은 책일까? 하는 생각이 잠시 스쳤습니다. 그러나 출판사를 보고 믿고 선택할 수 있었습니다. 샨티는 개인적으로 2년 전부터 눈여겨 보고 있는 출판사인데 그 첫 느낌은 출판계의 생협 같았습니다. 바른 먹거리로 바른 식습관을 가져야 건강할 수 있는 것 처럼, 샨티의 책은 영혼의 바른먹거리 같았지요. 그런 샨티에서 낸 책 "할머니 탐구생활"에는 또 어떤 진솔한 이야기가 펼쳐질까? 기대되었습니다.
아주 작은 시골마을에 귀농을 한 젊은 아낙이 할머니들에 대한 이야기 봇다리를 풀어 놓습니다.
첫 장의 이야기 봇다리 속에 그려진 할머니들은 때론 유령처럼, 때론 요정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이야기를 따라 산책을 하듯 가다보면 할머니들이 저마다 품고있는 지혜의 보물창고를 만나게 되기도 합니다. 구수한 할머니들의 사투리가 그대로 전해 져 오는 작가의 문체와, 할머니들의 일상이야기. 그리고 그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이웃과 관계에 대한 이야기가 내 삶의 이정표를 다시 한번 돌아보게 합니다.
마지막 장에 있는 '열두 달 자연의 흐름을 찾아서'에서 작가는 이렇게 이야기 합니다.
생계와 삶에 대한 진정한 가치. 그 둘의 결을 맞추어 살아가고자 하는 분들에게 추천해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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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몇가지 사무를 보고 수업을 하다 돌아와 책을 펼쳤다. 청라씨가 최근에 내놓은 「할머니 탐구생활」.무심히 읽는데 한구절에 그만 마음 한구석이 콱매였다. 시골할머니가 양말을 수도 없이 꿰매는데 '대청에서 비오는날 양말 꾀매는 재미도 솔솔혀' 하며웃으시는 거다. 문득 그 재미를 느끼려면 어떤 상황이어야 하나. 생각해 봤다. 일단 그 순간은 뭔가 할일이 없어야한다. 스마트폰으로 검색해볼 궁금한 일도 없어야한다. 온갖 걱정도 없어야한다. 바쁜 일도 없어야하고 주위 눈치볼 사람도 없어야했다. 그러면 비오는 날 편안히 양말 꿰매는 일이 재밌을 수 있으리라. 그리 생각하니 너무 부러웠다. 걱정도 없고 할일도 없이, 무엇보다 궁금한 것 없는 하루를 보내고 싶다. 이 책 참 추천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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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내 햇빛에 잘 말린 시래기 같기도 하고 찬 바람 부는 한 겨울의 군고구마 처럼 따뜻하고 영양가 좋은 책 한해 한해 나이를 먹어가면서 주름도 늘고 머리에 흰머리도 늘어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다. 젊었을 때는 젊은 것 밖에 내세 울 게 없었으니까. 사랑도 표현도 서툴고 작은것에도 쉽게 상처 받아서 아파하고 달려가다 힘들면 주저 앉아서 혼자 끙끙거리고. 그러다 한참을 주저 앉았던 적이 있었다. 몸도 마음도 영혼도 망가지고 시들어서 내 안에 생기가 다 빠져나가 버렸다. 나이만 어렸지 늙은 노인의 정신상태와 다름 없이 그렇게 하루 하루를 의미없이 보내다 팔자 주름이 깊에 파인 거울에 비친 내 얼굴을 보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 정신이 맑지를 못하니 몸도 엉망이 되었다. 구석 구석 안 아픈 곳이 없었다. 서른 살도 안됬는데 이미 꽃이 떨어진 것만 같았다. 이렇게 아무생각없이 살다가는 아무 존재 가치도 없는 사람이 될 것만 같아서 두려웠다. 그때 부터 고민했다. ‘ 어떻게 사는것이 잘 사는것인가? ‘ ‘ 잘 늙어 간다는 것은 어떤 것인가? ‘ 의미있는 인생이란 무엇인가?’ 그렇게 지난 몇년 간 나만의 답을 찾아가는 여행을 떠났다. 사회의 기준대로 살아가는 것이 아닌 나만의 기준으로 주변에 흔들리지 않는 나만의 삶의 철학을 갖고 내가 원하는 삶을 스스로 일궈나가면서 살아가고 싶었다. 사람마다 사는 방식도 다르고 행복의 기준과 성공의 기준도 다르지만 자신만의 행복한 삶을 스스로 주체적으로 가꾸어 나가는 사람들을 보면 용기도 나고 희망도 보였다. < 할머니 탐구생활>은 나에게 그런 책이다. 세상 사람들이 나보고 손가락질 해도 우리 할매 만큼은 나를 괜찮다고 꼭 안아주고 응원해주는 포근함. 읽는 내내 외할머니 품 처럼 넉넉해지고 찬바람 부는 겨울의 군고구마처럼 따뜻해지는 그런 책. 도시에 살면서 우리는 정보에 뒤쳐지지 않을려고 수많은 지식들을 채워넣기에 급급하지만 살아가면서 중요한 삶의 지혜를 갖고 있는 어른들을 만나는게 생각보다 쉽지 않다. 배울만큼 배운 사람들이 교양없이 행동하고 눈에 보이는 기준들로 사람들을 평가하고 판단하며 무시하시만 그들 또한 다른 사람들에게 무시 당하지 않을려고 필요 이상으로 체면을 차리면서 어깨의 힘을 주고 사는 어른들이 얼마나 많은가? 많은 것을 갖고 있어도 나누거나 만족하기보다는 더 바쁘고 열심히 뛰는게 잘 사는 것이라고 부축이며 사람보다 돈이 더 귀하고 먹고 살기 위해 양심까지 팔아먹는 세상에서 아이들까지 부자 되는게 꿈이 되어버린 씁쓸한 요즘. 조금은 덜 가져도 나눌 줄 알고 진정 인간답게 잘 사는게 어떤 것일까를 고민하며 자신이 서있는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아주 작은거라도 행동하고 실천하면서 생각하는 대로 살아가는 그녀의 삶속에서 흘러나오는 고민과 깨달음 속에서 얻은 지혜들이 겨우내 햇빛에서 잘 말린 시래기 만큼이나 반갑고 귀하다. ( 책 속에서 시래기 이야기가 나온다. 삼년묵은 시래기는 암도 낫게 하고 그 안에 ‘신경 안정제’ 성분이 들어있다는 귀한 정보도 잘 녹아져있다.) 포도 한송이라도 나눠먹기 위해 쏟아지는 비에도 아랑곳 하지 않은채로 앞이 안보이는 길을 더듬 거리며 걸어온 할머니는 오다가 넘어져서 길 위에 떨어뜨린 포도알 하나도 할머니의 사랑이라며 다 주어담는 그녀, 구멍난 양말 만 신고다니는 남편에게 비오는 날에는 바느질을 하면서 온기를 더해 다시 새생명이 되어 태어나게 하려는 그녀, 메주 쑤는날 머리 빗지 말라는 동네 할매의 말에 머리 안빗고 습관을 들여온 걸 좋아라 하는 그녀가 참으로 사랑스럽다. 하지만 진짜 그녀가 사랑스러운 것은 못하면 못하는대로 부족하면 부족한대로 없으면 없는대로 그녀를 투명하게 드러내는 담백함과 동네 할머니들을 자세히 관찰 하면서 할머니들께 한발짝 다가가기 위해 노력하고 그녀 방식대로 사랑을 표현하려고 하는 그 마음이다. 그런 마음으로 그 글을 꾹꾹 눌러 담았기에 한장 한장 넘길 때 마다 할머니가 차려준 밥상 이 생각났다. 세련되지는 않지만 소박함 속에서 할머니의 정성과 지혜가 깃들어져 있는 그런 시골 밥상. 그래서 한장 한장 씹어 넘길때마다 영혼이 채워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짜장면 한그릇 먹고 속이 더부룩하면서도 달달한 커피 한잔을 먹어야 든든해지는 느낌이 아니라 된장찌개에 잘 익은 총각김치를 한입 베어먹고 구수한 누룽지 한그릇 까지 먹고 나서 든든해지는 그런 기분 좋은 포만감. 온갖 화려한 먹을거리가 넘치는 시대이지만 혀끝에서 노는 맛이 아닌 자연을 품은 맛이 진정한 삶이 무엇인지 가르쳐 주고 우리모두를 살려내듯 자연을 닮아가며 절밥같이 담백하고 정신이 건강한 사람들이 이 죽은 사회를 살려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다울이의 가족처럼 살아가는 사람이 많아진다면 지금 이 순간 행복의 소중함을 알고 살아가는 부모들이 더 많아진다면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대한민국이 지금보다는 더 나아지지 않을까? 이 책을 읽는 내내 돌아가신 외 할머니가 아른 아른 거렸다. 곱고 고왔던 우리 할매. 이승에서 저승으로 가시던 날, 할머니 얼굴은 그 어느때 보다 편안하고 평화로워보였다. 가끔 화가 나서 폭발할 것 같다가도 할머니 얼굴 생각하면 또 다시 호흡이 잔잔해진다. ' 우리 할매 처럼 잘 늙고 잘 죽어야지. ' 할매가 떠날 때 엄마랑 참 많은 대화를 나눴다. 그때 할매 옆에서 잘 좀 배워두지 못한게 내내 아쉬웠는데 이렇게 할머니들 세월 속에 꾹꾹 담겨진 삶의 지혜의 보물들을 찾아내서 이야기로 엮어 많은 사람들과 공유 할 수 있어서 반갑다. ' 나는 어떤 할머니가 될까?'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그리고 ' 나는 어떻게 죽어야 할까...' - 책 속의 한줄 - 할머니랑 말의 어원이 '한(큰) 어머니' 에서 왔듯이 엄마의 울타리를 늘이고 늘이고 늘여서, 아무 경계 없고 억지 권위나 위엄 없는 편안한 자리에 다다르고 싶다. 돌아보면 지금껏 나는 누군가에게 아무런 조건 없이 넘치는 사랑과 관심을 받으며 살았다. 그 사랑이 나를 살리고 내게 길을 보여주었다. 그렇다면 이제는 나도 아낌없이 누군가를 사랑해 줄 때가 아닐까? 사랑은 사랑을 낳아야 진정 제 몫을 다하는 것. 삶을 그렇게 돌고 돌아 이어지는 것. 지금껏 나를 살게 해준 숱한 사랑이 나를 다시 사랑으로 태어나게 한다. 할머니들이 기억하는 맛은 반드시 계절과 이어져 있고, 단순히 혀끝에서 노는 맛이 아니라 그 계절이 간직한 맛의 정수가 살아있는 맛이었다. 예를 들어 똑같은 고등어조림을 한다 해도 여름엔 감자나 애호박을 넣고, 가을에는 고구마줄기를 넣고, 겨울에는 김장김치를 넣어 지져 먹는 식으로 그때그때 계절의 맛을 담아내는 것이다. 버리는 것 하나 없이 알뜰하게, 미적거리지 않고 민첩하게! 그건 돈을 주고 온갖 식재료를 사서 쓰는 생활에서는 감히 넘볼 수 없는 경지다. 한겨울에도 청량고추가 들어간 음식을 하고, 일 년 내내 똑같은 속재료가 들어가는 짜장면을 먹는 게 결코 자연스러운 일이 아님을 몸이 먼저 깨달아야 하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제철 감각 본능’이 살아있어야 한달까? - 할머니 탐구생활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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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이 먼저 읽고 재미있다고 어서 읽은라고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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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들에 대한 글쓴이의 따뜻한 시선이 느껴지는 책 감성적이고 포근한 인간미가 느껴지는 문장 가벼운 마음으로 누군가들의 할머니들을 만나는 기분으로 읽었다. 하지만 오랫동안 살면 진절머리가 날 지도 모를 고단한 삶은 인간관계는 그릴 수 없었겠다. 올바른 삶에 대한 지은이의 고민이 살짝 전해져오지만 사서 고생이라는 내 눈은 시골에서 나고 자라서 일지도 할머니들 눈에는 다랑이 다울이네가 얼마나 귀엽고 신기할까 세상은 아름다운 색깔로 가득한 동화가 아니라 시골은 새벽까지 개짖는 소리로 잠 못 들고 새벽같이 홰치며 울어대는 닭소리에 설피 든 잠이 깨고 조그마한 권력이라도 있을라치면 온갖 잡음이 끊이지 않지만 설령 개가 좀 짖어도 참아주고 닭이 울어도 그러려니 하고 싸워도 따돌리는 일은 없는 그러고 보니 옛날 우리 고향 동네의 지금은 사라진 아저씨들의 별명이 기억난다. 시골 사람들은 해학이 있었다. 눈 보는 눈이 큰 아저씨의 별명이었고, 곤달걀은 곯은 달걀을 유정란이라고 팔았던 아저씨의 별명이었고 쌀 배는 쌀을 한 등짐에 짊어질 만큼 덩치가 좋았던 아저씨의 별명이었고 종잇집, 담뱃집은 모두 다 이제는 사라진 사람들 존재들이다. 할머니 탐구생활은 사라진 그 기억 속의 존재들을 다시 생각나게 해 준 책이다. 따뜻한 마음으로 할머니들과 함께 살아가는 젊은 지은이를 응원하고 싶다. 되도록이면 오래오래 오랜 시간 동안 할머니들과 살아줬으면 좋겠다. 그러나!! 사진이 너무 작고 적다. 동래 할매가 곱게 가꾼 꽃이 정말 궁금했고 마을에서 가장 좋다는 동티 하나씨 할매 집도 궁금했고 궁금한 점이 너무 많았는데 동네가 한눈에 들어오는 마을 전경 사진 한 장쯤 있으면 했는데 아쉽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