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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과 정보의 측면에서는 장점이 있는 책이지만, 과하게 아카데믹해서 읽는 내내 딱딱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누군가의 추천 또는 서평을 통해 알게 된 책인 듯한데, 학술 논문에서나 봄직한 내용과 형식을 가지고 있다. 저자는 일본에서 나고 자란 재일교포 학자인데, 뿌리가 한민족이라 해서 한국 편을 들어주지도 않고, 일본에 생활의 근거지가 있다고 해서 일본의 시각만을 대변하지도 않는다. 일본 주류 시각을 과감히 비판하고 있으면서도 한국에서 발해나 고구려를 민족주의 관점에서 다루는 점에 대한 반론도 제기하고 있으니, 편향되지 않으려는 작가의 노력이 보인다.
근대 일본 사학계의 인물들과 고대 문헌의 기록들이 반복적으로 등장해서 읽어나가기 어려운 점을 제외하면, 내가 전혀 몰랐던 분야의 지식을 새롭게 알게 됐다는 점에서 유익함이 있었다. 특히, 일제시대 때 일본의 관료나 학자들이 우리땅의 역사를 서술하기 위해서 수많은 자료와 문헌을 발굴해내고 고증했던 것은 역사가로서의 역사연구에 대한 목적도 분명히 있었다. 그들이 우리 역사를 완전히 날조하거나 꾸며내지는 않았던 것 같다. 다만, 제국주의 침략의 일환으로 일본과 조선을 하나로 묶는데 기여하기 위해서 많은 자료가 취사선택되고, 정치적 목적에 복무하는데 쓰인 것도 사실이다.
일본은 서양문물을 먼저 받아들이고, 일찍 개화를 한 만큼 그들의 민족적 우수함을 역사로 기술하고 싶어 했다. 자신의 역사적 우수성은 비교 대상이 있어야 증명되기 마련이다. 이에 구체적인 증거 없이 조선과 중국의 유교적 문화의 전근대성을 강조하며 조선이 근대화되기 어려웠던 이유를 단순화한다. 일본의 역사가들이 서양의 자리에 일본을 대입하고, 자신들은 근대화될 싹이 이미 역사에 내재되어 있었다는 식으로 근대 역사를 서술한다. 그러나 자신들의 역사적 우수함을 설명하기 위해서 비판의 대상으로 삼았던 조선의 여러 특성들은 추정에 불과하고 근거가 박약하다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
민족이라는 개념도 최근 20세기 전후에서야 자리 잡은 개념이란다. 국가 단위의 국제관계가 형성되면서 고대의 역사까지도 현재의 민족 개념에 근거한 관점으로 바라보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는 말이다. 과거 고대의 신라, 고구려, 백제는 지금 우리가 같은 민족이라고 바라보는 관점과는 완전히 다른 존재였을 지도 모른다. 그들이 쓰는 말도 문화도 달랐을 것이고, 그들 사이의 관계도 북방민족이나 왜나라에 비해 특별히 더 좋지도 않았을거다. 고구려까지는 한민족의 정체성을 주변에서도 인정해 주는 분위기지만, 발해를 보는 관점은 주변국들의 입장에 따라서 전혀 다른 해석을 보인다고 한다.
문화 인류학자 제러드 다이아몬드는 <총 균 쇠> 뒷부분에 쓴 별도의 첨부 글에서 고대 고구려 사람이 현재 일본 민족의 뿌리라고 얘기하기도 하니까. 현대 일본인이 쓰는 말이 토착민이 쓰던 언어하고 전혀 다른 것도 고구려가 쓰는 말이 건너가서 자리 잡았다고 추정을 하는 정도이니, 정말 그 옛날에 이 땅에 살았던 사람들은 어떤 모습을 하고, 어떤 말을 썼으며, 어떻게 살았을까. 아마 그때의 언어를 지금 듣는다면 한마디도 이해할 수 없겠지. 특히나 역사적 기록이 드문 우리나라의 옛 모습은 단지 중국 역사서의 짤막한 서술에서만 추측할 수 있으니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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