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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쏘와 블루는 아오이와 준세이 서로의 같지만 다른 생활에서 이야기가 시작한다. 아쉬움이 진득히 늘어진 공통된 현실에서 시작한다는 표현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옛날 기억의 모퉁이 어딘가에서. 아니 어쩌면 마음 한가운데서, 자신을 끊임없이 두드리는 서로의 기억을 들추지 않으려, 꺼내지않으려 애쓰지만 그러면서도 그들은 공통으로 '어쩌면' 하는 설레임을 가슴속에 품으며, 약속된 두우모에서의 그날을 기다린다. 그들은 정말 냉정과 열정 사이에 서있었다. 이 책을 보면서 섬세한 감정표현에 놀랐고 글만으로도 이탈리아의 풍경을 가늠할 수 있을정도로 표현이 구체적이고 아름답다 생각했다. 나름 현실적이기도 하고 마음이 씁쓸하기도 하고.. 그들의 5월 25일에 다가가기까지, 이책의 끝까지. 내 마음은 그들처럼 냉정과 열정사이를 오갔던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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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과 열정 사이] 여행 같던 사랑, 사람, 자리
어떤 누구도 과거로만 기억하려 연애하지 않는다. 현재의 동반자였고 함께 미래를 꿈꾸던 대부분의 연인은 서로 이별한다. 현실이었던 그가 한순간에 여행처럼 느껴진다. 떠올리면 어제처럼 강렬한 장면과 감정이 밀려오지만 더 이상 내 삶이 아닌, 그냥 추억. ‘당신의 사랑은 냉정인가요? 열정인가요?’ 대학 시절, 듣던 심야 FM라디오에서 한 동안 이 책의 라디오CM이 나왔다. ‘어떤 사랑도 한 사람의 사랑은 절반이니까요. ― 냉정과 열정 사이 ― 두 남녀 작가가 연애편지를 쓴 듯 써내려가는 ― 냉정과 열정 사이― …….’였던가. 영화 <비포~> 시리즈와 함께 영화와 책으로 있는 <냉정과 열정 사이>를 맡겨 둔 자기 옛사랑의 미련 겸 로망처럼, 우리는 품었다. 올해 재개봉을 앞두고 작년 말 출판사가 개정판을 내며 띠지에 ‘우리 시대 연애소설의 새로운 클래식’이라는 표현을 한 것에 무척 공감하였다. 안 읽었어도 읽은 것 같고, 그 일부는 이미 접한,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익숙한 책.
― 약속할 수 있니 ― 무슨 ― 내 서른 살 생일날, 피렌체의 두오모, 쿠폴라 위에서 만나기로, 어때 ― 피렌체의 두오모? 왜 그런 곳에서? 밀라노의 두오모는 안 되니? ― 밀라노 쪽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두오모이고, 피렌체 쪽은 세계에서 가장 멋진 두오모라고, 페데리카가 말했어. ― 또 페데리카로구나. ― 땀을 흘리며 몇 백 계단을 필사적으로 오르면, 거기에 기다리고 있을 피렌체의 아름다운 중세 거리 풍경에는 연인들의 마음을 하나로 묶어주는 미덕이 있다고 했어. ― 그렇다고 딱히 거기서 만날 약속은 안 해도 되잖아. 서른 살 네 생일 때, 우리 같이 가도록 해. ― 응, 우리가 헤어지지 않는다면. - <냉정과 열정 사이 BLU> p.47(5.회색 그림자) 1999년 출간된 이 소설로―특히 이 책이 많이 팔린 일본과 한국에서―연인들의 성지가 되어버린 피렌체의 두오모. 두오모란 영어 돔(dome)으로 지역마다 있는 이탈리아의 돔성당들을 의미한다. 밀라노의 두오모도 나폴리의 두오모도 아닌 피렌체의 두오모여야만 한다는 소설의 이야기에 무례한 관광자들의 낙서로 몸살을 앓게 되었다. 유난히 무덥고 바빠 지쳐 있던 올 여름, 밤마저 훅훅대 잠 못 이루는 나날, 긴 소설이 간절하였다. 매 휴가철 벼르고 있던 두꺼운 책을 잡아 왔고, 올해 떠올린 소설은 이것이었다. 남자와 여자가 번갈아 글을 쓰는 것을, 이국 여행에서 우연한 만남을 ‘냉정과 열정 사이’라고 관용적으로 쓰는 지인들. 드디어 그 감정을 공유할 수 있게 되었다. “냉정하게 흥분해 있었다.” 츠지 히토나리는 저자 후기에서 에쿠니 가오리와 의기투합한 날을 이렇게 회고하였다. 같은 제목의 소설에, 여주인공 아오이의 시점으로 쓴 여 작가 에쿠니 가오리는 ‘열정’을 상징하는 ROSSO(‘빨강’을 뜻하는 이탈리아어), 남주인공 쥰세이의 시점으로 쓴 남 작가 츠지 히토나리는 ‘냉정’을 상징하는 BLU(‘파랑’을 뜻하는 이탈리아어)를 붙였다. 목차도 비슷하면서 다르다. 그래서 독자들마다 읽는 순서와 이입하는 주인공이 갈린다. 실제로는 에쿠니 가오리가 먼저 쓰고 츠지 히토나리가 이어 쓰는 방식으로 교대 연재하였다. (1997-1999, ~1998 '월간 가도카와', ~1999 'feature') 그래서 BLU가 더 이야기를 정리하는 느낌이 든다. 감정에 충실하며 나름대로 주인공들에 대해 수수께끼를 던지고 풀면서 읽고 싶다면 ROSSO부터, 이 커플의 사연부터 일목요연하게 파악하고 싶다면 BLU부터 읽기를 추천한다. 장 별로 두 책을 번갈아가며 읽는 것도 색다른 독서의 맛을 가져온다.
그것을 내가 받아 들고, 그녀는 내 바로 앞에서 발끝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우리 두 사람 사이로 냉정과 열정이 번갈아 밀려와, 말과 감정이 억눌렀다. - <냉정과 열정 사이 BLU> p.172(13.새로운 백년)
소담출판사의 <냉정과 열정 사이> 한국어판 번역본의 한가지 특이점은 번역을 유명 일본문학 번역가이자 부부인 김난주와 양억관이 각각 ROSSO와 BLU를 맡아서 번역했다는 것이다. 실제 사랑의 동반자인 그들의 감정과 문체로 번역된 한국어판은 원서와는 또 다른 느낌으로 접근하게 된다. 양억관은 역자 후기에 파랑을 설렘과 두려움, 우울을 동반한 시작의 색이라면서 연애는 파랑을 찾아가는 여정이라고 말했다. 아무래도 책 제목을 의식하면 누가 열정이고 누가 냉정인지, 소설 속에 열정과 냉정이 들어간 어떤 표현들이 나오고 누구의 입으로 내뱉어지는지, 구분하고 살피고 싶어진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의 극과 극의 감정을 오가며 사랑하듯, 아오이도 쥰세이도 모두 냉정과 열정 사이를 오가며 서로를 사랑한다. 두 작가 역시 책에서 ‘냉정’과 ‘열정‘을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것을 극도로 자제하며, 결말부에서야 무심하게 뱉고 흐린다. 나의 들판 과거 그렇게 부르며 사랑한 남자가 있었다. 들판처럼 넉넉하고, 환한 표정으로 웃는 사람이었다. 들판처럼 섬세하고, 그러면서 마음 어딘가에 야만적인 것을 품고 있는 사람이었다. - <냉정과 열정 사이 ROSSO> p.172(10.욕조)
나의 광장 예전에 그렇게 부르며 사랑하던 여인이 있었다. 세상에 녹아들지 못하고 혼자 떠돌며 살아가던 내게 있어 그녀는, 막다른 골목에서 갑자기 나타난 도시의 광장처럼 시원스러운 존재였다. 별다른 용건도 없이 나는 시간이 남아도는 노인처럼 매일 그곳을 찾아갔다. - <냉정과 열정 사이 BLU> p.172(10.푸른 그림자)
밀라노 일본인 학교 동급생이었던 아오이와 쥰세이와 다카시는 일본의 같은 대학에 진학하고, 다카시의 소개로 만난 아오이와 쥰세이는 바로 사랑에 빠진다. 함께 성인기를 열었고, 평생 반쪽일 것이라 믿었던 그들은 한 사건으로 서로에게 영원한 상처를 남기고 헤어진다. 그렇게 사이가 좋았는데(ROSSO p.90). 아오이에게 쥰세이는 인생에서 절대로 사라지지 않는, 옛사랑으로 끝나지 않는 무엇이었다(ROSSO p.21). 그를 온 세계로부터 거부당하는 절망감에 빠지게 한, 그를 용서하지 않은 남자였다. 쥰세이에게 아오이 때문에 과거에 갖혔다(BLU p.172). 그가 이별을 통보해놓고는, 사별 같은 이별이라고 곱씹으면서(BLU p.12), 아오이와의 추억을 약속으로 쥐며 살아가고 있다. 약속했던 아오이의 서른 살 생일이 다가올 즈음, 아오이는 밀라노 보석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쥰세이는 피렌체에서 유물 복원을 공부하며 이탈리아에서 살고 있다. 둘에게는 마빈과 메미라는 매력적인 애인들이 이미 있다. 서로의 근황을 모른 채 각자의 일상을 살아가던 아오이와 쥰세이는 다카시의 방문으로 동요하게 되고, 육감적으로 알아차린 마빈과 메미는 불안해한다. 결국 나는 과거에서 한 걸음도 벗어나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었다. 메미와 헤어지고 과거의 약속을 지킬 단 하나의 목적으로 살아가고 있다. 약속 같지도 않은 그 약속, 그것은 아오이의 생일날 피렌체의 두오모 위에서 만나자는 것이다. 학창 시절, 장난처럼 주고 받은 약속이었다. 그렇지만 내가 기억하고 있는 이상, 그녀도 잊지 않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잊어버렸을 가능성이 오히려 더 높다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다. 그렇지만 가능성이 제로만 아니라면, 거기에 모든 것을 걸고 싶은 것이 인간의 심리가 아닐까. 그리고 그 약속 시간이 가까워지면 질수록, 그것은 점점 더 내 속에서 숭고한 약속으로 고양되어갔다. - <냉정과 열정 사이 BLU> p.172(11.3월) 아오이. 그 한 마디에 쥰세이의 목소리가 되살아난다. 쥰세이는, 늘 쥰세이밖에 할 수 없는 방식으로 그 이름을 발음했다. 모든 언어를. 성실하게, 애정을 담아. 나는 그가 이름을 불러주면 좋아했다. 아오이. 아주 조금 주저하다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불렀다. 그 목소리의 온도를 좋아했다. 쥰세이의 목소리가 듣고 싶었다. 지금 당장 듣고 싶었다. 세월 따위 아무 소용 없었다. 지금이라면 좀 더 제대로 말할 수 있을까. 그건 네 잘못이 아니라고. 무서웠다고. 나도 너무 어렸다고. 당신을 잃고 싶지 않았다고. 외로웠다고. 도쿄는 밀라노의 일본인 학교 속 일본과는 전혀 달랐다고. 외톨이였다고. 오직 쥰세이만이 그런 나를 알아주었다고. 한시도 떨어져 있고 싶지 않았다고. 사실 내내 붙어 다녔고, 오누이처럼 어디든 함께였고, 모든 일이 즐거웠다고. 행복했다고. 그리고, 그런 식으로 헤어지고 싶지 않았다고. - <냉정과 열정 사이 ROSSO> p.181(10.욕조) 사람이 있을 곳이란, 누군가의 가슴속밖에 없는 것이란다. - <냉정과 열정 사이 ROSSO> p.197(11.있을 곳) 그렇다면 아오이는 쥰세이의 과거에서 홀가분했을까. 쥰세이가 유물 복원에 집착하는 것처럼 아오이는 보석 중에서도 앤티크 보석을 좋아한다. 그리고 재능이 있다며 정식으로 세공 공부를 해보라는 알베르토의 추천에 만지는 정도로만 관계하고 싶다고 한다. 그는 쥰세이와의 이별 후로 눈빛도, 관계 태도도 달라진다(ROSSO p.127). 예를 들어 마빈과 함께 하며 ‘우리’라 사인하기를 즐기면서도, 마음 한구석에 구멍을 안고 사는(ROSSO p.140). 그리고 서른 살 생일, 책을 읽었든 안 읽었든 많이들 아는, 피렌체 두오모에서의 극적인 재회가 이루어진다. 너무도 고팠고 그리웠던 서로의 몸을 격렬히 탐하지만 8년의 세월 만큼 달라져 있다. ROSSO의 마지막 장은 햇살, BLU의 마지막 장은 새로운 시작. 아오이는 파랑(?い)의 일본어 발음, 아오이는 쥰세이가 자신의 모든 것이라고 말하고, 쥰세이는 헤어진 아오이를 끊임없이 그리워하며 자신의 삶을 스스로 답보시킨다. 그러나 둘다 열린 결말이나 피렌체의 재회 이후 좀 더 극적으로 성장하며 적극적인 변화와 태도를 보이는 것은 쥰세이 같다. 그래서 소설의 시작은 아오이였으나 끝은 쥰세이인 것으로 소설이 읽혔다. 한희정의 노래 <잔혹한 여행>이 생각났다. 눈부신 날에 터나 여행 같던 사람으로 기억된 사람. 그래서 잔혹했던 여행으로 기억되는 사랑. 잠깐 지나가는 대사로 ‘사랑은 유화와 같아서 옛사랑은 계속 덧칠되며 새로운 사랑에 가려지지만 없어질 수는 없다.’가 나오는 영화 <태풍이 지나가고>도 떠오른다. <냉정과 열정 사이>는 사라졌지만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여행처럼 불쑥 생생하게 떠오르는 사랑과 사람, 그 자리(흔적)에 대한 소설이다. 아오이와 쥰세이처럼 감성적이고 섬세한 로맨티스트가 아니다. 서른 살 생일은 지났고, 우연으로도 마주치고 싶은 옛사랑은 없다. 그래서 남들처럼 이 소설을 열광하며 읽지는 않았다. 그런데도 밟히는 문장을 읽으며 표시하고, 서평을 쓰며 곱씹으면서 심장이 움틀거리고 발끝이 찌릿한다. 모두에게 인생소설은 아니지만, 각자 사랑에 빠져 있던 시간과 자신을 떠올리게 자극하는 소설이다. 그래서 만인에게 사랑받는 첫사랑 로망 소설인가보다. 어쨌든 각자의 방식으로 푸른 시간(청춘)을 지배했던 첫사랑을 정리하고 미래로 나아가는 서른의 아오이와 쥰세이를 보며, 읽은 자신도 조금 커져 있길 바라며 이 소설을 덮는다. 탁월한 선택, 탁월한 휴식이었다. 목 뒤에 잠깐 살랑바람이 스친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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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과 열정사이 라는 작품은 예전 일본 영화추천 목록에서 봤던 작품이었습니다. 너무도 감성적이고, 남자와 여자의 사랑에 대한 주관적 시선을 다 느낄 수 있다는 평에 영화를 보기로 마음 먹었었지만, 보지 못했고 몇 년이 지난 후, 이렇게 한정판 세트로 나온걸 보고 눈이 뒤집혀서 주문했네요. 사실 품절된 후에 출판사에 전화까지 해서 산 책이에요. 표지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제게 이 세트는 너무도 예쁜 책이네요. 그리고 기대만큼 세세한 감정 묘사와 둘의 애절한 사랑 이야기가 정말 어렵게 구한 제 노력에 보답이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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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장히 유명한 책이고 각종 리뷰도 좋아서 예전부터 읽어야지 했는데
이번에 기회가 되어서 읽게 되었습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기대 이하였습니다.
물론 제가 예전보다 감성이 많이 죽었는지 모르지만 재가 너무 기대가 컸었는지 몰라도 실망도
너무 크네요. 물론 좋은 소설인건 인정합니다
제가 일본소설은 그렇게 많이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예전에 읽었던 노르웨이 숲 만큼
충격적으로 다가오지 않네요. 하지만 가슴에 문장 몇구절이 기억이 남네요.
그 문장만으로 책값은 뽑았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뭔가 진한 아쉬움이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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