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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전 MBC에서 였는지 KBS에서 였는지 방영됬던 국산 애니메이션 '영혼기병 라젠카'의 O.S.T겸 넥스트 4번째 정규앨범으로 나왔던 앨범이다. 앨범 디자인은 상당히 고풍스럽고 음악도 수준 이상의 음악들로 채워져 있다. 전반부 트랙은 SF틱하며 웅장한 넘버들로 중후반부는 대중적인 넘버들로 채워져 있는데 다만 전작인 3집에 비해서 트랙 숫적으로도 빈곤하며 다채로운 시도를 못보여준 것 같은게 아쉽다. 이는 아마 애니메이션 OST를 '겸해서' 나오는 음반이라 그런게 아니었을까라고 생각해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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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마찬가지지만, 난 희망적인 사람이 아니었다. 살면서 어쩌다 희망 같은 걸 슬쩍 걸어본 적은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세상은 폭력과 이권이 지배한다고 생각한다. (요즘 새삼 확인하는 것은 한국은 '마피아 천국'! 모든 분야에 마피아가 있더라~) 희망은 개뿔. 패배는 기본. 세상은 조까라마이싱. 여러 요인이 짬뽕돼 있겠지만, 그가 뿌린 씨앗도 있었다. 그는 잘 생기고, 멋지며, 낭만적인 허장성세 교주였다. (나는 옛부터 잘 생기고 예쁜 사람에겐 유독 정신줄을 놓았더랬다. 쥐에게 개뿔이 달렸다고 해도 믿었다.) 그의 허장성세가 좋았다. 똥폼 개폼 잡아도 내 눈엔 하트가 뿅뿅. 어깨에 뽕이 잔뜩 들어간 듯, 허세는 그의 잘남을 보여주는 징표였다. 노래 가사마다 구비구비 박힌 허세와 목소리에 들어간 뽕은 어린 날의 나를 매혹시켰다. 사춘기와 스물 언저리의 내게 그의 노래는 곧 계시였다. 허구한 날, 그의 노래를 틀었고, 흥얼거렸으며, 노래방에서 불러 제쳤다. 계시를 읊조리고 조아리는 것이 교주를 향한 신도의 기본 자세 아니었겠나. 어떤 뮤지션도 그와 같지 않았다. 그는 대체불가능한 독보적인 존재였다. 그라고 말랑말랑한 사랑 노래를 부르지 않은 것은 아녔으나, 그는 대체로 염세적이었다. 무엇보다 내 기억에 그는 가요계에서 처음 '실존'과 '자아'를 드러내고 '자아와 세상의 불화'를 다뤘다. 자의식의 발현. 그것은 자주 과잉됐고, 오버했다. 그럼에도 그는 세상을 향해 칼끝을 겨눴다. 세상에, 요즘 어느 가수가 이런 가사를 읊을 수 있을까. "돈, 큰 집, 빠른 차, 여자, 명성, 사회적 지위 그런 것들에 과연 우리의 행복이 있을까" (<나에게 쓰는 편지>) "아직 단 한번의 후회도 느껴 본적은 없어 다시 시간을 돌린대도 선택은 항상 너야" 맞다. 많은 이들이 달달한 사랑 노래라고 생각하는 <힘겨워하는 연인들을 위하여>는 당시 '동성동본 금혼법'으로 괴로워하는 이들을 위한 응원가였다. 그의 도저한 낭만은 또 어떻고. Promise Devotion Destiny Eternity and Love I still believe in these words Forever...(<Here I Stand For You>) 누가 그의 낭만에 견줄 수 있을까. 염세이며, 절망이었고, 타락이었지만, 그는 낭만 그 자체였다. 그는 내가 아는, 20세기 마지막 낭만주의자였다. 라젠카를 통해서라도 지구를 구하고 싶었다(라젠카 세이브 어스). 낭만주의자의 언설은 '먼 훗날 언젠가'로 귀결되기 마련이라는 것을 그를 통해 배웠다. 마왕 신해철. 그는 내게 '해철님'이었다. 그는 내게 어른이었고, 형님이었고, 교주였다. 그는 내게 무엇보다 ‘히어로(the hero)’였다. 뾰족했던 턱선은 두툼해졌고, 몸은 퉁퉁 불었으며, 카리스마는 수더분함으로 바뀌었지만, 그는 여전히 내게 영웅이다. 그런 영웅 하나 품고 있는 삶,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이제는 나도 어른이 되어 그들과는 다른 삶을 살고 있지만 그들이 내게 가르쳐준 모든 것을 가끔씩은 기억하려고 해.”(<히어로>) 내 영웅인 허세낭만주의자가 이틀째 의식불명이다. 수술에 수술을 거듭 했지만, 허세낭만은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의 노래를 주야장천 흥얼거리며 들으면서 그의 쾌유를 빌고 있다. 20세기가, 1990년대가 정리해야 할 것이 아직 많이 남았는데, 아직 그를 보낼 순 없다. 내가 가장 좋아한 그의 노래는 <절망에 대하여>였다. 단순 유흥의 자리에선 절대 부르지 않고, 내 좋아하는 사람들 앞에서만 부르는 나의 깊은 절망의 노래. 아직 사는 날까지 살아야 하는 낭만마왕이다. 눈물 흘리며 몸부림 치며 어쨌든 사는 날까지 살고 싶어 그러다 보면 늙고 병들어 쓰러질 날이 오겠지 하지만 그냥 가보는 거야 그냥 가보는 거야 그리하여 어서 그가 놀랬지? 하고, 나타나주길 기다리고 있다. 그의 자리를 마련해 놓고 있다. 마왕, 얼른 오시오잉. 난 나를 지켜가겠어 언젠가 만날 너를 위해 세상과 싸워 나가며 너의 자릴 마련하겠어 하지만 기다림에 늙고 지쳐 쓰러지지 않게 어서 나타나줘 Here I stand for you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