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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5년 일제의 압박에서 해방된 한반도에는 역사상 처음인 민주주의 국가체계를 갖추어 나갈 기회가 왔다. 신속하게 전국에 건국준비위원회가 구성되고 반민족행위자와 친일의 잔재를 청산할 때가 온 것이다. 그러나 미소 양대 강국의 분할점령으로 특히 삼팔선 이남에서는 공산주의의 확산을 저지하기 위한 목적과 세계대전을 일으킨 일본의 효과적 지배를 위한 목적으로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전개된다. 건준위를 해산시키고 친미 이승만 정권의 정권수립과 친일파와 일제의 주구의 재임용이 시작된 것이다. 이후로 수십년간 일제에 영합한 지주세력과 친일세력을 정권유지의 핵심지지세력으로 배후에 둔 이승만은 자신의 정권유지를 위해 친미적, 반민족적 행위를 서슴치 않고 자행한다.
태백산맥 제5권은 이러한 현실과 반민특위 테러, 김구 암살, 허울좋은 농지개혁 등의 역사적 사건속에서 고착되어가는 분단의 현실이 투영된다. 벌교의 계엄사령관 심재모 중위의 용공행위 고발사건과 서울 압송은 소작인들의 농지개혁에 대한 기대와 지주들의 탈법행위 속에서 이야기의 두드러진 줄기를 이루고 있다.
읽는 내내 배가 고팠다. 보릿고개를 넘기는 부황 뜬 소작인들의 삶을 조망하면서 내 배도 고파지는게다. 이미 자본주의가 도입된 시절에 토지와 자본을 소유하고 있는 기득권층의 지키기와 생존권의 확보를 위해 양팔을 잡고 읍내로 내달리는 작인들의 함성. 과연 일방을 처절히 비난할 수 있을까? 내가 성장한 7-80년대에도 고향을 떠나 도시의 빈민가에 끊임없이 흘러들어온 농민들과 구로공단 쪽방에서 생활하던 공장 노동자들, 청계천가의 봉제 노동자들, 군인과 경찰로부터 억압받아온 사회운동가와 지식인들... 그 시대보다도 상향조정된것은 분명하지만 오늘의 현실이 과연 얼마나 커다란 차이가 있을까?
이것은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여전히 생존의 문제이다. 그리고 인간 존엄성의 문제이다. 사회의 안정과 발전,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문제는 우리가 처한 현실에 대하여 역사적 이해를 바탕으로 미래에 대한 국민 다수의 공통된 기대와 목표설정을 필요로 한다는 점을 생각해 본다. |
| 5편에서는 결국 제가 우려했던 일이 발생하게 되었습니다. 언제나 공평성과 소신으로 일 처리하던 심재모 사령관이 지주들의 미움을 받아 용공행위라는 누명을 씌운후 벌교에서 추방됩니다. 정말 잘못 보인 사람은 빨갱이로 몰아가는 사회를 보면서 중세시대 마녀사냥을 보는듯한 으스스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다행히도 심재모 사령관은 죽음에서 벗어날수는 있었지만, 이번 사건을 계기로 그의 심경의 변화가 뚜렷하게 나타나는 모습에서 왠지 그의 앞날이 눈에 보여 안타까웠습니다. 그리고 벌교 주민들에게는 불행히도(지주에게는 다행히도)심재모 사령관을 대신해서 온 백남식 사령관은 부패할 때로 부패한 사람이지요. 새로이 심재모 사령관을 돕기위해 이학송, 민기홍 기자들이 등장하면서 김범우 와 손승호는 사회의 흐름을 더 깊게 더 가까이 다가가게 되고, 백범 김구의 죽음을 김범우는 기자가 되기로 결심합니다. 5편의 단락에서 ‘친일파, 민족반역자들의 승리’라는 글과 점점 우리가 알고 있는 비극의 역사로 흘러가는 모습을 보면서 입안에 쓴맛이 날 지경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