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의와 지식인, 그리고 정치적 상황 간의 함수관계는 무엇일까? 적어도 지식인이라는 직함이 자기 스스로에 의해서가 아니라 대중에 의해서 부여되는 것임을 인정한다면, 지식인은 마땅히 정치적 압력이나 여타의 딜레마적 상황에서 보편적인 정의를 떳떳하게 외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이 책은 바로 그런 점에서 지식인의 역할을 프랑스 지식인을 사례로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이 다루고 있는 바는 근래에 노동운동을 이끌었던 페르낭 펠루티에의 활동과, 20개의 생디카로 이루어진 브루스 조직의 노동운동, 알제리 전쟁 당시 군부의 고문 문제 등이다. 물론 이런 것들은 당시 프랑스 사회의 맥락에 있는 것이지만, 우리에게도 의미가 있는 것이다. 지식인의 역할에 관한 논의는 90년대 이후 우리나라에서 활발했으며, 또 관련 출판물도 많아진 탓에 여러 참고자료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프랑스 지식인들의 경우는 좋은 시사점을 준다고 생각한다. 기술과 지식을 배타적으로 독점한 체제의 수혜자로서 지식인이 아니라, 항상 대중과 억압받는 소수의 편에 서 있는 지식인의 역할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
| '지식인이란 누구인가'는 20세기 전후 프랑스 지식인의 주요 혁명과정을 다룬 책이다. 페르낭 펠루티에, 조레스, 앙드레 지드 등의 주요 인물과 총파업, 인터내셔널 반전 결의, 알제리 민족 항쟁 등 프랑스 혁명사와 세계 정세 안에서 프랑스 지식인의 움직임은 어떠했는지를 간단히 정리한 것. 결국 프랑스 지식계의 힘과 프랑스 사회에서 좌우 사상의 균형이 맞게 돌아가는 원동력을 보여주는 책이다. 이러한 점은 보수의 목소리가 큰 우리 사회와는 참으로 대조적이다. 또 "오늘의 지식층은 기술과 지식을 배타적으로 독점해 권력을 형성하고 있다"고 비판하는 프랑스의 실천하는 지식인 부르디외의 모습처럼 우리 사회에서 실천하는 지식인을 보기 드문 것도 프랑스 사회와는 달라 안타깝다. |
| 프랑스 외부에서 많이 유행하는 프랑스 지식인들, 예를 들어 알튀세르, 사르트르, 퐁티, 라캉, 푸코, 데리다 등은 과연 얼마나 지식인다운 걸까? <지식인이란 누구인가?>라는 제목을 지닌 이 책은, 그러나 그 유행하는 지식인들은 거의 다루지 않는다. 저자가 설정한 지식인의 부류, 혹은 참다운 지식인의 부류에는 이들은 별로 끼여들 일을 하지 못했던 듯 하다. 대체적으로 프랑스의 지식계는 다른 서방의 여러 나라들에 비해 페쇄적이었던 것이 사실이다. 논리실증주의부터 생물학, 심지어는 소련의 꿀락과 같은 잔인한 전체주의에 대한 자각까지 언제나 다른 나라들보다 두어 걸음 이상 늦었다. 그렇다면 이 책이 다루는 지식인들은 어떤 부류의 사람들인가? 그들은 우선 현실문제에 대해 아카데미즘적 거리두기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이다. 자유와 평등을 위해 펜을 묘사나 분석용 붓이 아니라 저항의 칼자루로 삼은 사람들이다(페르낭 펠루티에르 보아라). 30년대 전유럽적인 파시즘 열풍 속에 알듯 모를 듯 숨어서(싸르트르롤 기억하라!) 살지 않고 감히 그들에 저항했다(앙드레 지드를 보아라). 이 책은 전통 좌파를 공격하며 돈벌이를 했던 '포스트모던적' - 그들이 원하지는 않는 명칭이겠지만 - 프랑스 지식인들은 거들떠 보지도 않고, 프랑스 전통 좌파의 실천을 이끌고 보좌했던 지식인들, 그리고 다양한 군국주의와 비시정권애 노골적으로 저항했던 반파시즘 지식인들을 다룬다. 그러나 이들의 이름은 우리의 귀에 낯설다. 왜 그럴까? 프랑스 사상 전문 지식인임을 자처하는 사람이 자꾸 늘어나고 있는 형국인데, 왜 맨날 푸코, 들뢰즈, 라캉 타령 뿐일까? 여기 거론된 지식인들의 이름이 그대의 눈에 낯설다면 그대의 프랑스관에는 뭔가 콩꺼풀이 씌웠을 가능성이 크다고 믿는다. 일독을 권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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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자신이 프랑스의 지식인이기도 한 레지 드브레는 『지식인의 종말』이라는 책을 통하여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과거의 지식인은 시대를 명료하게 해석해 주었지만, 지금의 지식인은 시대의 어둠에 어둠을 더할 뿐이다." 이제 지식인의 시대는 끝났는가? 그의 말처럼 정말 지식인은 종말을 고했는가?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1789년 혁명 이후의 프랑스 역사 속에서 차지하는 지식인의 특별한 위상 혹은 역할을 고려할 때, 레지 드브레의 '자아비판'은 엄살처럼 느껴졌다. 아니, 그런 모습을 통하여 프랑스 지식인들의 건강한 비판정신과 철저한 자아성찰을 엿볼 수 있어서 오히려 부럽기까지 했다. 그런 나의 생각은 이 책 『지식인이란 누구인가-프랑스 지식인들의 상상력과 도전』을 읽으면서 더욱 확실해졌다. 1905년 장 조레스는 의회의 노동 부르스 폐쇄에 대한 항의 연설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프랑스의 사상이 실제의 노동계급에 통합된 것은 책의 전통에 의해서가 아니다. 역사의 전통에 의해서다." 마찬가지로 이 책은 이렇게 말하고 있는 듯하다. "프랑스의 지식인이 지식인의 모범이 된 것은 책의 전통에 의해서가 아니다. 역사의 전통에 의해서다"라고.
이 책은 4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에서는 페르낭 펠루티에를 중심으로 19세기말의 프랑스 노동운동을, 장 조레스를 중심으로 한 2장에서는 1차 세계대전 무렵의 반전운동을, 앙드레 지드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 3장에서는 1930년대의 반파시스트운동을, 그리고 마지막으로 프랑수아 모리악을 비롯하여 장 폴 사르트르, 시몬 드 보브아르 등의 활약상이 언급되고 있는 4장에서는 1950년대 후반 알제리 전쟁기의 고문 반대운동에 대하여 다루고 있다. 이 책을 통해 나는 프랑스의 지식인들이 1789년 프랑스 대혁명의 유산을 얼마나 소중히 여기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인민의 피와 땀으로 쟁취한 공화국을 반드시 수호해야 했기에 다양한 정치적 성향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단결된 모습으로 국가적 위기상황에 개입했다. 그들은 합리성을 신뢰하며 계몽을 통하여 인간사회의 진보를 이루어 낼 수 있다고 믿었다. 그렇기 때문에 왕정으로의 회귀나 파시즘의 발호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들에게 있어서 공화국은 인간의 자유, 평등, 박애를 수호하기 위한 보루였던 것이다.
이 책에 대해 아쉬움이 남는 부분도 있다. 우선 역서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책의 곳곳에서 드러나는 번역체 투의 문장이 눈에 거슬렸다. 또한 몇 가지 편집상의 실수도 눈에 띤다. 부르스의 설립연도에 대한 혼란(16∼17쪽)이나 띄어쓰기 실수와 아예 한 구절이 빠져버려 문장이 이상해져버린(130쪽) 부분은 반드시 2판에서 수정되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통하여 나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었다. 우리 나라의 현실에서 지식인이 해야 할 일들은 매우 많다고 본다. '기지촌 지식인', '오퍼상 지식인'이 아닌 역사와 민중과 민주주의를 생각하는 지식인, 불합리한 사회에 도전하고 개입하고 참여하는 지식인. 그것이 우리에게 요구되는 이 시대 지식인의 모습이 아닐까? [인상깊은구절] 자본주의 세계에서 전쟁은 영구적이고 보편적이었다. "폭력적이고 혼란스러운 당신들의 사회는 그 안에, 폭풍을 몰고 오는 구름 떼처럼 전쟁을 품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는 자본주의가 전쟁을 직접 원한다고 할한 것은 아니었다. 전쟁 발발에 책임이 있을 당사자들을 직접적으로 지목했다. 전쟁의 영광을 좇는 군사주의자들이 문제였다. 대포 팔기에 여념이 없는 무기 상인들이 전쟁의 배후세력이었다. 그리고 견제받지 않는 절대주의적 체제가 그 뒤에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