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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꽃 나혜석 | 정규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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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꽃 나혜석 | 정규웅 얼마 전, 우리나라 굴지의 회사에 고졸 출신으로 입사, 상무의 자리에 오르고 모 정당으로 입당한 한 여성이 기자회견 자리에서 “유리천정을 깨기 위해 모든 것을 다 바쳐 노력했다. 그러나 나처럼 노력하면 된다.’고 말하고 싶지 않다.”며 눈물을 흘렸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그녀의 삶이 어떠했을 것이라는 것은 오늘을 사는 사람이면 모두 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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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꽃 나혜석 | 정규웅

얼마 전, 우리나라 굴지의 회사에 고졸 출신으로 입사, 상무의 자리에 오르고 모 정당으로 입당한 한 여성이 기자회견 자리에서 “유리천정을 깨기 위해 모든 것을 다 바쳐 노력했다. 그러나 나처럼 노력하면 된다.’고 말하고 싶지 않다.”며 눈물을 흘렸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그녀의 삶이 어떠했을 것이라는 것은 오늘을 사는 사람이면 모두 알 것이다. 오늘날의 현실도 이러할 진데 100년 전 그녀들을 가두었던 유리벽은 또 얼마나 두꺼웠을까? 

“여성이니까 알아준다는 건 참 비위 상한 일이네. 그렇지만 이렇게라도 해서 여성도 남자들 못지않게 뭐든 다 잘할 수 있다는 걸 보여 주는 거니까 나쁘지는 않은 것 같아.” - 본문 216쪽

이 책은 우리나라 최초의 여류 화가인 ‘나혜석’의 일대기를 소설화한 책이다. “널리 알려졌다시피 '나혜석'이라는 이름에는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우리나라 최초의 여류 서양화가' '최초의 여자 유학생' '시와 소설을 함께 쓴 여류 화가' '독립운동가' '최초의 여성해방론자'따위가 그것이다. 하지만 그와 같은 화려한 '찬사'들은 '불륜녀'라는 딱 한마디 말로 여지없이 허물어진다.”

그녀는 “스물네 살에 결혼하여 자식 넷을 낳고 평탄하게 예술과 집안 살림을 병행하던 그녀는 남편과 유럽을 여행하던 중 남편과 잠시 떨어져 있는 동안 파리에서 최린과 몇 차례 잠자리를 같이한 것이 세간에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걷잡을 수 없는 파멸의 구렁텅이로 빠져들게 된다. 그때 그녀의 나이 고작 서른넷이었다. 자식과 재산을 모두 빼앗기고 내쫓긴 나혜석은 자신이 가진 천부적인 예술가적 재능만을 무기로 홀로 서기 위해 몸부림쳤지만, 세상은 그녀에게 냉혹했다. 마침내 나혜석은 누더기 옷차림으로 거리를 떠돌다가 행려병자로 길에서 숨을 거두니 나이 쉰둘이었다. 가정(假定)은 부질없는 짓이지만 '만약' 세상이 그녀의 예술가적 재능만이라도 높이 사서 그녀의 재기에 최소한의 관심이라도 보였던들 그녀가 그처럼 끔찍한 최후를 맞았을까”

저자는 서울대학교 문리대 영문학과를 졸업한 후 중앙일보사에 입사해 문화부장, 편집국장 대리, 논설위원 등을 역임했다. 저서로는 <나혜석 평전>, <글 속 풍경, 풍경 속 사람들>, <휴게실의 문학>, <오늘의 문학현장>, <글동네 사람들>, <글동네에서 생긴 일>, <추리소설의 세계> 등이 있다.

10여 년 전 나혜석의 평전을 썼던 저자는 “자료에만 의존하다가는 기왕의 평전의 흐름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할 것이 뻔했고, 픽션으로만 일관하다가는 나혜석의 진면목을 훼손하기 십상이었던 것이다. 그 양쪽을 절충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한 것이 이 소설의 출발점이었다.”라며 ‘사토 야타’라는 실재 인물과 ‘진여희’라는 가공의 인물을 등장시켜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

가난한 무명화가였던 ‘진여희’는 유명 갤러리의 사장으로부터 열심히 그림만 그릴 수 있게 해 줄 테니 그림에 매진하라는 제안을 받게 된다. 그러나 그의 그림은 얼마 뒤에 유명 화가의 작품으로 둔갑하여 전시 및 판매되었고, 이를 알게 된 ‘진여희’는 항의를 하지만 도리어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다는 협박을 받고 일본으로 도망치듯 건너가 버렸다.
특파원인 친구 민서로부터 ‘나혜석 전시회’를 취재해 달라는 부탁을 받고 전시회를 연 ‘사토 야타’의 손녀를 만나 그의 일기를 읽게 되는데…….

소설은 나혜석을 극진히 사랑한 나머지 나혜석에게 권총을 들이대고 결혼을 강요했던 ‘사토 아타’의 눈을 통해 남성 중심 사회에서 인형처럼 살기를 거부했던 ‘신여성’, 그리고 ‘여자’라는 이유로 천재적인 예술성을 인정받지 못한 안타까운 그녀의 모습을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다. 하나의 동등한 인격체로 존중받기를 원했던 그녀의 모습에서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들의 누이가 보이는 것은 왜 일까?  

“본 작품으로 이 시대에도 굳이 여성 천재 화가의 불행했던 인생을 반추하는 이유는 이 세상이 한 여성 지식인을 짓밟는 만행이 여전해서 일 것이다.”라는 ‘신달자’ 소설가의 추천사가 소설 속 허구로 들리지 않는 까닭이 거기에 있다.

 

h******1 2016.02.05.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