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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인류가 가진 모든 지성과 첨단의 과학기술을 모아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내는 일, 가능할까? 지구와 달과 화성과 목성 사이 그 어느 지점에, 생명체가 생명을 이어 나갈 수 있도록 공간을 만들고 유지하고 발전시켜 나갈 수 있도록, 지금 지구가 안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는 하나의 방편으로 새 공간을 창조하는 일, 될까 이 소설에는 이런 상상의 한 부분이 담겨 있다. 작가의 넉넉한 과학적 지식이 특유의 상상력과 합쳐져 글로 펼쳐지고 있어서 마치 학생들의 미래상상 글짓기나 그림 작품들을 보는 듯한 기분도 들었다.-이건 당연히 내 수준이다. 나는 작가가 창조해 놓은 ‘첫숨’ 공간의 설명에도 구체적으로 그려낼 수가 없어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고, 막연하게 그러려니 하면서 넘길 수밖에 없었다. 누군가 영화나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 보여 주면 참 고맙겠는데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물론 이런 내 상상력의 제한에도 불구하고 소설의 흐름을 파악하는 데에는 전혀 어려움이 없었다. 모처럼 배명훈의 소설이 내 취향과 맞았다고 본다. 공간만 있으면 될까, 이게 문제다. 의식하지 못했던 문제였다. 공간만 있으면 될 것이라고,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적으로만 상상했던 것 같다. 인간이라는 종의 성정을 미처 헤아리지 못한 것, 사실은 늘 이게 문제였는데. 어찌 되었든 과학기술의 힘으로 공간을 만들었다고 하자. 공기도 물도 집도 땅도 다 만들었다고 가정하자. 그래서 중력의 힘도 이용하고 날씨도 계절도 기후도 만들어 내면서, 다 다스리면서 살 수 있게 되었다고 하자. 그 다음에는? 그 다음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인간 간의 관계가 남는다. 힘, 권력, 서열, 인맥, 정보 통제, ...... 또 하나의 지구,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곳과 다를 바가 없는 지구, 같은 세상, 여전히 불합리한 면 때문에 누군가는 불공평하다고 느낄 수밖에 없는 세상, 다르지 않는 삶...... 그렇게도 나은 세상을 꿈꾸었건만. 흥미로운 소설이었다. 결말의 단서가 내 기대와는 상당히 달랐지만, 실망이었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혼자서 긴장했던 게 쑥스러워서 슬그머니 책을 덮었다. 내가 꽤나 통속적이었음 깨달았던 탓.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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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에 보내진 사람들이 가까스로 살아남아 자신들의 생태계를 구축한 우주 정착지, '첫숨'. 첫숨의 거주자는 지구에서 망명 온 사람들 뿐 아니라, 1/6의 중력에 익숙해 남다른 몸짓을 가진 달 출신의 사람들도 있다. 구역마다 중력을 달리하기도 하고 (요즘 같은 때엔 무척 부러운) 기후 조절도 가능한 체계적인 도시, 첫숨은 송영 일가에 의해 관리되고 있다. 화성으로 보내진 사람들에게 지원이 끊겨가던 때, 나모윤 일가는 유일하게 화성을 지원했고 이들은 첫숨의 거주자들에게 두고두고 '은인가'라 불린다. 송영의 실권은 그녀의 손자인 반지업과 더불어 주변 스페이스 콜로니 연합과의 관계에서 미묘한 기류에 놓여 있고, 은인가의 장녀 나모린은 송영 일가가 감추고 있는 무엇인가를 밝혀내려 달 출신의 무용수 한묵희를 포섭하고자 한다. 이야기의 서술은 한묵희의 위층에 사는 조사관, 최신학을 통해 이루어진다. 지구에서 비자금 비리에 관한 내부고발자로 유명해진 그는 외부 활동을 최대한 자제하려 애쓴다. 사람들은 각자 문과 같다고 생각하는 그는, 문을 여는 일은 불필요한 일에 지나지 않음을 깨닫고 최대한 문 안을 들여다보지 않으려 한다. 하지만 아랫집에서 들려오는 걱정스러운 소리에 한묵희의 문을 열고 탐색을 시작한다. 사건과 사람을 조사하는 일이 업인 그이지만, 자신이 찾아낸 자료는 물론 그 스스로의 생각을 믿을 수 없게 되어 버린 후 끝없이 자신을 의심한다. 그의 추론을 따라가는 독자로선 혼란스럽기 그지없지만, 그 와중에서도 자신이 믿는 바를 소신껏 따라가는 그의 모습은 어딘가 희망적이고, 응원하고 싶어 진다. 독재에 가까운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한 가문의 이야기인 만큼, 첫숨에는 음모와 어두운 비밀로 점철되어 있을 듯했다. 하지만 이 소설의 가장 두드러지는 메시지는 휴머니즘이다. 자신의 뿌리로부터 버림받은 이들이 새로운 공간에서 자신들의 삶을 개척하는 이야기이고, 의심에 의심을 거듭해서 밝혀지는 것들이 현실성이 부족해 보일 만큼의 따뜻함을 품고 있다. 첫숨의 환경, 달의 춤, 찾아낸 비밀이 시각적으로 잘 그려지지 않는 건 굳이 내 탓만은 않겠지만, 그래도 희망의 감정만큼은 잘 전달됐다. 뉴스를 보아도, 주변을 보아도, 멀리 나갈 것 없이 나 자신만 보아도 부정적인 생각들을 쉽게 하는 시기다. 날씨 탓일지, 광복절 탓일지는 모르겠으나 이 소설에서 만난 감정과 태도들은 요즈음 보기 힘든 것들이며, 그만큼 필요해 보이는 것들이다. 과하게 낭만적이라 해도, 지금쯤 필요한 건 이런 것일 수 있지 않을까. 어쩌면 가장 소중한 것은 그걸 보호하려는 어떤 이의 손에 비밀로 부쳐진 덕에, 이렇게 찾기 힘든 것일지도 모른다. 인간은 문이다. 닫혀 있는 채로 두는 게 더 나은 문. 굳이 모든 문을 열어봐야 하는 건 아니다. (P. 13) 사람의 마음은 알 수 없는 법이었다. 남들이 보기에는 별 대단할 게 없는 순간도 당사자들에게는 평생 잊지 못할 순간이 될 수 있었다. 마음이라는 건 다른 사람 눈에는 잘 보이지 않는 것이니까. (P. 115쪽) 둥근 행성의 표면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고 있으면서도 일상생활에서는 세상이 평면처럼 생겼다고 가정하고 살아가는 게 인간의 삶이다. (P. 415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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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SF소설 첫숨 도서후기입니다.
주인공의 입장에서 우주 정착지 첫숨에서 다양한 인물들을 만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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