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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을 때, 그 시절에 쓰여진 법정스님의 글을 이제서야 읽는다. 그래서일까? 글속에서 법정스님이 말하는 사회의 모습들이 머릿속에서 주마등처럼 흐르기도 한다. 또 이제서야 읽는 나 자신을 탓하기도 한다. 내가 살아온 모습들이 스님이 말하는 것과 다 어긋나 있음을 느끼기 때문이기도 하다. 글을 읽으며 이제는 알 것도 같다. 아마 그만큼 세월이 흘렀고, 영혼에 묻은 때가 그만큼 많아진 까닭이 아닌가 싶다. 책의 제목처럼 스님은 말하길 “빈방에 홀로 앉아 있으면 모든 것이 넉넉하고 충분하다. 텅 비어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가득 찼을 때보다도 더 충만하다.”(86p) 라고 하신다. 지금에서야 그 의미를 이해할만하다. 지방에 내려와 근무를 하면서 원룸을 얻어 생활하고 있다. 방안에 가구래야 TV와 옷장뿐이다. 물론 한쪽 벽에는 에어컨이 달려있다. 이것들 모두가 집을 세놓을 때 집주인이 미리 준비해둔 것들이다. TV는 예전부터 좋아하지 않는 편이라 플러그를 뽑아놓은 지 오래고, 커피를 좋아하지만 커피포트도 없다. 그저 방 한구석에 쓰레기통 하나, 그리고 다른쪽 구석에 앉은뱅이 상 하나와 책 몇권이 그 위에 놓여있을 뿐이다. 내가 무소유를 좋아한다거나, 구도자의 흉내를 내려는건 아니다. 생활에 편리한 물건들을 하나, 둘 갖추다 보면 끝이 없을 것 같은 생각에 처음부터 단촐하게 지내고 싶어서 갖추지 않았을 뿐인데, 이제는 이게 더 좋다. 주말에 집에 올라갈때도, 며칠 잠시 떠날때도 뒤돌아 볼것이 없다는게 이렇게 마음 편한것인줄 미쳐 몰랐다. 어두운 방안에 들어올 때, 서럽고 적막한 생각이 안드는 것은 아니지만, 혼자 앉아 아무것도 없는 방안을 둘러보면 절로 명상을 할 수가 있다. 하긴 다른걸 하고 싶어도 할수있는게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법정스님은 또 우리가 책을 읽는다는 것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고 있다.“우리가 읽고 쓰고 하는 뜻은 어디에 있는가? 우리가 지금껏 그토록 많은 종이를 씹어 삼키면서 얻어낸 게 과연 무엇인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삶의 본질과 이어지지 않으면 우리는 한낱 종이벌레에 그치고 만다.”(22p) 나를 두고 따끔하게 꾸짖는 것 같다. 내가 책을 읽는 이유가 무엇인지 다시 한번 돌아보게끔 한다. 내 삶의 본질은 무엇인지, 지금 내가 하고 있는 행동들이 맞는 것인지.. 한없는 물음 속에 잠기게 한다. 그리고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사유가 없는 책 읽기는 노동에 불과한 것 이거늘.. 그토록 삼독(三讀)을 가슴속에 두고 있으면서도 쉽게 실천하지 못함을 알고 잠시 회의를 느끼기도 한다. 지금까지 난 종이벌레에 불과한 책 읽기를 한 것은 아닌지? 또한, 나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들이 나를 못살게 군다고 나는 불평하고 있다. 지금 내 앞에 펼쳐져 있는 상황만 놓고 힘들다고 투정하는 것 같다. 법정스님의 말씀이 눈안에 들어온다. 지금의 내 마음을 알고 차분하게 생각해보라 하는 것 같다. “내 마음이 열려 있을 때는 곁에서 바람이 불건, 파도가 치건 내속 뜰에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것은 내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 마음이 열리지 않으면 그런 메아리들이 마음에 어떤 그림자를 드리우게 된다.”(162p) 난, 내 마음을 열고 살았는지, 아니 지금 그렇게 살고 있는지 생각해 본다. 주위에서 들려오는 소리들을 다 받아들이지는 못하더라도, 내 마음이 열려있다면 그저 허허 하고 웃어넘길 수 있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내 마음이 닫혀있기 때문에, 넘겨서 생각하고, 이말 저 말의 속뜻을 생각하고, 그런 말들을 가슴속에 담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본다. 나도 인간이라 어쩔수 없다는 자기 변명하에 말이다. 하늘이 맑다. 구름 한점없이 푸르기만 하다. 그리고 유월이 시작되었다. 이 유월에 나는 어떤 사색을 할수 있는지, 어떻게 책을 읽을 것인지, 그리고 열린 마음을 갖는다는 게 어떤 것 인지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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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내 삶을 만들어줄 것인가. 오로지 내가 내 인생을 한 층 한 층 쌓아갈 뿐."
지극히 당연한 말씀이다. 내가 놓인 현실은 내가 살면서 선택하고 살아 온 그 자리라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면 더 당연하게 깨달을 수 있다.
세상과 떨어져 살면서도 세상속 사람들의 삶에 대해 알고, 욕망으로 가득찬 삶을 헛된 일이라고 나무란다. 맑고 투명한 법정 스님의 생활과 생각을 읽는다. 나조차도 맑아지는 명징한 책으로 세상의 욕망에서 비켜난 무소유의 삶을 살다간 법정 스님을 책으로 다시 만난다.
불교경전과 우리의 삶을 풀어서 빗대어 설명하는 글들도 있다. 새로운 것을 배워가는 즐거움, 조용조용 그러나 단호하게 알려주는 삶의 지식들을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시간이었다. 구구절절 옳은 말씀이라 무어라 반발할수도 없이 그냥 마음에 새기듯이 밑줄 긋고, 접으며 새겨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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첼리스트 파블로 카살스에 대해 궁금증이 많이 일게 했던 책이다. |
| 이렇게 도식화할 필요는 없겠지만, 굳이 정리해보자면 소설이 스토리-플롯, 시가 레토릭을 추구한다면, 수필은 화자 그 자체를 추구한다고 얘기해도 괜찮지 않을까 싶다. '그 자체'로 존재할 수 있는 것이 세상에 과연 얼마나 될까, 하는 생각도 드는데, 아무래도 그중 하나가 바로 자연이 아닐까. 하여 수필은 자연을 닮아있고, 그래서 담담하게 내면을 들추어보기가 가능한 장르란 생각이 든다. 법정스님의 이 수필집도 그랬다. 비 들이치는 창가에 불 밝혀두고 읽을만한, 딱 그만큼 풍성한 여유와 세심한 감정들을 갖고 읽어내려가면 참 마음이 그득해질 법하다. 찬찬히, 준엄하지는 않게, 하지만 여물게 이런저런 사색들을 채워나가는 과정이 인상깊었던 것이다. '텅빈 충만'이란 건 바로 그런 마음가짐이 아닐까. 그러고보면 책의 이야기들을 잘 받아들였다는 생각도 슬며시 드는데, 여하튼 베갯머리에 놓아두고 심사가 어지러울 때마다 짤막하게 읽어내려가며 마음을 다스릴만하다. 그렇게 이 수필집을 평하면 알맞을 듯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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