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남자 2] 조선남자와 다나와의 못 다 이룬 사랑, 루벤스의 성화에…….
그림 속에 한 남자가 비스듬히 서 있다. 남자는 짙은 쌍꺼풀을 가진 눈매, 도톰한 입술, 뚜렷하게 패인 보조개, 곱슬머리를 가진 서양인의 모습이지만 튀어나온 광대뼈와 상투를 틀고 조선 무관의 복장인 철릭을 입고 오도카니 서 있는 모습은 조선남자의 모습이다. 게다가 제목마저 <한복 입은 남자>지 않은가. 정확한 제작 시기를 알 수 없지만 플랑드르 최고의 화가였던 루벤스의 <한복 입은 남자>는 이렇게 온갖 의구심을 갖게 한다. 순 혈통의 조선인이 아니지만 의복이나 몸가짐은 다분히 조선남자의 차림새이기에.
그림을 보고 있으면 많은 암시를 드러내면서도 동시에 많은 비밀을 감추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루벤스의 <한복 입은 남자>를 보고 있으니 더욱 그러하다. 조선인 최초로 서양화에 등장한 조선남자의 정체는 무엇일까. 그는 왜 낯선 땅에서 네덜란드의 거장 루벤스의 모델이 되었을까. 동양과 서양의 유전자가 섞인 듯 한 외모는 어찌된 영문인가. 루벤스의 <한복 입은 남자>의 모델인 철릭을 입은 조선 무관에 대한 궁금증은 언제쯤 해결될까. 그는 베니스의 개성상인일까, 아니면 조선의 천재과학자인 장영실일까, 아니면 임진왜란 후 신식 무기의 본을 구하러 양귀의 땅을 찾은 무관일까. 그도 아니면 노예로 끌려갔다가 뛰어난 재주로 신분상승을 한 자일까.
작가는 7년간의 구상과 기획, 집필의 과정에 이르는 동안 철저하고 방대한 고증을 거쳤다고 한다. 400년 전 조선 남자가 바닷길을 항해해 네덜란드의 궁정화가 루벤스의 모델이 되는 여정에는 17세기의 조선 역사, 유구(오키나와)의 역사, 동인도회사, 칼뱅파와 가톨릭의 갈등, 무역으로 이익을 본 신흥 부자들의 등장 등 역사적 사실과 함께 한다. 루벤스의 모델은 진짜 조선 무관이었을까. 아니면 서양 여인과의 사랑으로 생긴 아들의 모습일까. 이 소설은 역사적 사실에 그럴 듯한 상상을 가미했기에 더욱 흥미롭다.
<조선남자 2>에서는 유구가 왜에 나라를 잃는 과정, 중국에 전운이 감돌면서 중국 황제의 화포에 대한 수요 증대, 동인도회사의 커져가는 이익, 개인적 이익이나 국가적 이익을 위해 종교를 이용하는 종교 지도자들, 혼란과 폭동 등 모든 것을 비밀리에 꾸민 공작과 대주교의 반전, 조선남자와 다나와의 사이에 생긴 아들, 그가 그림모델이 되는 과정들이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일어난다.
무구의 본을 구하려던 양귀의 땅으로 간 남자는 조선을 사랑하는 마음과 기개가 넘치는 남자다. 하지만 개인이 막강한 조직에 대항하기란 예나 지금이나 버거운 법이다. 결국 종교 지도자와 권력자에 이용만 당한 조선남자는 루벤스의 성화에 길이 남음으로써 위로를 받았을까.
빚을 지고 배를 탈 수밖에 없는 선원들, 더 가지려고 선원들 몫을 약탈하는 공작과 카피탄, 조선남자의 가톨릭으로의 개종, 유구인 등 뱃사람들의 개종 등이 가진 자들의 이익을 위한 속내의 개종이었고 계산된 시나리오였다니. 지금도 가진 자의 시나리오에 휘둘리는 못 가진 자의 모습과 겹쳐지는 이야기다, 목표를 위해 종교를 수단으로 삼는 가진 자들, 그런 갑질의 횡포에 우는 을의 무기력함을 보는 것 같다,
가장 흥미로운 건 조선남자와 다나의 사랑이 루벤스의 성화에 그려져 영원히 남아 있다는 이야기다. 조선 남자는 <한복 입은 남자>, <성 프란체스코 하비에르의 기적>에 나타나 있고, 조선 남자를 사랑한 다나 역시 루벤스의 <십자가에서 내려지는 그리스도>에서 막달라 마리아로 그려져 있다. 루벤스는 이들의 못다 이룬 사랑에 가슴 아팠을까. 악은 잠깐이나 선은 영원함을 보여주려 한 걸까. 깊은 신앙심으로 그려낸 종교화이기에 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무구의 본을 찾아 떠난 조선 무관의 여정과 그가 만났던 여인 다나와의 사랑, 그 결실로 태어난 아이가 다시 루벤스의 <한복 입은 남자>의 모델이 되는 과정들이 생생하기에 제법 그럴싸한 스토리 같다. 마치 야사의 한 페이지를 본 듯한 느낌이다. <조선남자>가 시리즈로 나온다면 어떨까. 그 후손들이 배를 타고 신대륙으로 가거나, 무인의 피를 타고났으니 군대에 들어가서 활약하는 모습도 좋을 것 같다. 아니면 군인이나 선교사가 되어 우여곡절 끝에 조선에 오게 되지만 양귀의 모습이라서 배척당하는 이야기는 어떨까. 약간의 역사적 사실에 많은 상상력을 가미한 소설이기에 별별 상상을 다 해보게 된다.
|
|
조선남자라는 제목부터가 뭔가 특별함이 담겨 있을것만 같다. 역사속의 어떤 사실을 작가만의 세상으로 재구성한것 같은 느낌이다. 마치 그게 진실인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때는 임진왜란이 끝난 후다. 몇장의 책 페이지를 읽으면서 느낀것은 사실 현재의 정치적 상황이나 그때의 정치적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전란이 끝났으니 과거의 치욕도 끝났다는 게 그들의 주장이었다. 강토에 깊게 밴 치욕을 씻는 일도, 앞날에 대한 방비책도 이미 물건너간 논의에 불과했다. 전란은 이전에 엎드린 관료들에게는 돌이키고 싶지 않은 과거에 불과했다."
조선남자는 무인으로써 나라를 사랑하며, 백성을 가엽게 여길 줄 아는 마음이 있는 사람이다. "나라는 전란을 잊은듯했으나 나는 한시도 잊은 적 없으며, 나의 다짐은 굳세어져만 갔다." 이 문구에서도 알 수 있듯이 말이다. 그의 여정은 왜란을 거치며, 왜는 어떻게 무구를 획득하여 조선을 침략하게 되었느냐를 생각하여 왜가 강해질 수 있엇떤 그 무구의 본을 구하러 서양으로 떠나게 되면서부터 시작된다.
무엇보다 각자 자기나라를 위해서, 자기의 이익을 위해서, 삶과 죽음속에서의 심리적 묘사가 잘 반영되어있어 무엇보다 소설이 아닌 현실감마저 들게한다. 1,2권으로 구성되어있지만 앞으로 나올 스토리에 더 많은 부분이 기대되어지는 작품이다. |
|
조선남자는 다나와의 내밀한 접촉이 있고 나서부터 밤마다 도둑고양이처럼 그녀를 찾아갔다. 그녀의 푸른눈을 들여다볼 때마다 그녀를 구해 데려가겠다고 결심을 곧추세웠다. 다나와 자라의 남매는 현재 위협을 느끼고 동방으로의 탈출을 바라고 있었다. 더구나 그녀의 언니 로라가 마녀사냥을 당해 화형식에 처해지는 끔찍한 장면이 자행된 후 더욱 그러했다.
다나의 집안은 화승총 공장을 운영하던 집안이었다. 당시 네델란드의 시대적 상황은 스페인의 통치와 종교 분쟁으로 오랫동안 혼란을 겪고 있었다. 남부 지역은 구교인 가톨릭을 추종했고, 북부 지역은 칼뱅파의 신교를 따르는 극심한 갈등 국면이었다. 마녀사냥은 타락하고 부패한 교회를 질타하려고 예수 그리스도와 대립된 존재로 마녀를 만들어냈던 셈이다.
마녀의 화형식
이는 백년전쟁이 끝난 후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사실 마녀라고 불리는 여성들은 결코 사악한 사람이 아니었다. 이들은 공동체 내에서 출산이나 질병을 치료하는 의료 기능과 점을 치고 묘약을 만드는 역할을 했다. 마녀가 '악의 화신'을 상징되게 된데는 '도미니코 수도회'의 영향이 컸다.
유럽의 종교분쟁은 구교인 가톨릭과 신교인 프로테스탄트로 갈라지는 사건이었다. 마틴 루터의 '95개조 반박문'(1517년)으로 인해 기존 가톨릭 교회에 만연해 있던 부조리들이 폭로되면서 분쟁과 대립이 발생했다. 즉 성경이 우선되어야 하며, 성직자는 이를 일반인에게 올바르게 전하는 임무만을 맡아야지 로마 가톨릭 교회처럼 타락해선 안된다는 게 루터의 주장이었다.
루터가 살았던 독일 지역을 비롯한 네델란드, 스웨덴 등 북부 유럽은 신교로 전향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를 종교개혁 운동이라고 말한다. 네델란드에서도 루터의 사상이 여러 도시로 파급되면서 종교개혁 운동이 시작되었지만, 실질적인 영향은 칼뱅파의 노선에 따라 진행되었다.
루벤스, 조선남자를 드로잉하다
작가 전경일은 1999년 <세계의 문학> 겨울호에서 시詩 <눈 내리는 날이면>외 2편을 발표하면서 문단에 등단했다. 그간 문학적 사유와 인문학적 정수를 담아 30여 권의 책을 세상에 내놓았다. 인문학적 글쓰기로 삶의 깊이에 천착해 온 그는 이제 이 소설과 함께 본격적으로 문학세계로 진입하며 자신의 창작 영역을 무한 확장해 내고 있다.
이 소설은 무려 7년간에 걸친 구상과 기획, 집필의 결과물이다. 출간 전에 이미 포털사이트 다음과 예스24에서 1년간 116회에 거쳐 연재하면서 큰 호응을 받기도 했었다. 화가 루벤스의 그림 <한복 입은 남자>에서 모티브를 얻어 놀라운 상상력과 방대한 고증을 동원해 역사물을 그려낸 것이 놀랍기만 하다.
"앞으론 흑인 노예를 실어 나르는 것이 큰돈이 될 거요"
조선남자는 지옥을 보았다. 배 밑에 내려가자, 곧 토할 것만 같은 썩은 냄새가 진동했다. 썩은 쌀죽인지, 똥낸지 분간할 수 없는 냄새의 막幕을 열어젖히자, 배 가운데 사람인지 짐승인지 모를 괴물들이 빽빽이 들어차 있었다. 살펴보니, 서른 여 개의 노 젓는 자리마다 짐승 같은 몰골을 한 양귀, 흑귀들이 뒤섞여 각기 세 명씩 쇠고랑에 묶인 채 노대에 붙어 있었다. 그들은 쉬는 틈을 타 몸을 꺼꾸러뜨리고는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바로 노예선이었다.
배 뒤로는 다른 칸막이가 있었고 거기엔 흑귀들이 가득 들어차 있었다.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아이의 눈엔는 허연 기생충이 눈 가장자리에 박혀 꿈틀대고 있는 게 보였다. 조선남자는 이내 등을 돌렸다. 이때 누군가 쇠사슬 묵인 손을 흔들며, 노를 두드렸다. 다들 따라서 했다. 소란한 소리에 양귀들이 내려왔고, 조선남자를 발견하고는 위로 끌고 올라갔다.
그는 노예선에서 본 처참한 광경을 어느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이에 동료 물사마귀가 이를 이상하게 여기고 농을 걸어 왔다. "양귀들 배 밑에 예쁜 각시라도 들어었수? 아님, 저승사자라도 본 게유? 왜 이렇게 말씀이 없으시우? 양귀들 말이 죄수들을 태우고 다닌다고 했으니, 틀림없이 죄수를 본 모양이구려"
폭동이 일어나다
경리관의 탐욕이 화를 불럿다. 선원들의 전리품 배당 몫을 중간에 횡령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경찰이 경리관만 옹호하자 사태가 심각해졌다. 광장은 이미 온통 함성과 횃불로 넘실거렸다. 이때 공작과 카피탄이 마차 안에서 끌어내려져 위급한 상황에 놓였다. 시위대가 던진 횃불이 멀리 가지 못하고 마차에 부딪혀 말 잔등에 떨어지면서 눈 깜작할 사이에 휘장에 불이 붙었다.
놀란 말들은 갑자기 군중 속으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그 틈에 여기저기서 마차 바퀴 속으로 쓸려 들어가며 비명을 지르는 자들과 말을 피하려는 군중들이 뒤엉켰다. 조선남자는 재빨리 몸을 날려 말고삐를 힘껏 부여잡고 있었다. 손바닥이 파이고 발이 파묻힐 정도로 말고삐를 온몸으로 붙잡고는 놓아주지 않았다. 성난 양마洋馬는 불꽃을 내뿜듯 입김을 뿜어 댔다. 원을 그리던 말과 마차가 공작과 카피탄 쪽으로 내달리며 말발굽으로 내려치려는 순간, 그는 말의 관자놀이를 주먹으로 세게 후려갈겼다. 아찔한 순간이었다.
그런데, 이 광경을 지켜본는 사람이 있었다. 다나였다. 그녀는 정말 대단한 일을 해냈다는 말과 함께 몸조심하라며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소요는 잦아들었다. 군중들이 지폈던 횃불과 술집을 태웟던 매캐한 냄새는 밤새도록 해풍에 날리며 여관 안까지 스며들었다. 항구도시는 다시 침묵 속에 빠져들었다. 이후 이곳에선 그를 '광장의 영웅' 또는 '동방에서 온 영웅' 이라고 했다. 그는 환쟁이 루벤스를 만나러 회랑에 갔다. 자신을 그린 그림을 보지 못한 게 아쉬웠다.
-당신은 신을 그린다는 얘길 들었소.
내 말에 그는 나를 쳐다보았다. -음-. 정확히 말하면, 신만 그리는 건 아니지. 그림 속에는 죄인들, 악마들, 이방인들…… 모든 게 다 들어가니까. 나는 인물화를 그리고 싶은데, 성화만을 그려 달라고 독촉해서 죽을 지경이야. 언젠가는 내 주변 사람들을 그려 볼 생각이오. 당신 같은. 그러고 보면 당신은…… 내게 아주 특별한 경험을 선사해 주었소.
환쟁이 루벤스, 조선남자를 구출하다
조선남자와 다나가 갇힌 감옥의 문을 여는 소리가 들렸다. 혹시 간수가 해치려는게 아닌지 바짝 신경이 곤두섰다. 다랑茶娘이었다. 그녀는 다나의 하인이자 루벤스의 시종이다. 그녀는 급히 쇠고랑을 풀어주면서 곧 배가 떠나므로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환쟁이는 이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미리 준비한 사제복을 갈아입으라고 전달했다. 환쟁이는 궁정화가가 되었는데, 이는 조선남자 덕분이라고 여겼다.
-루벤스, 그런데 당신은 왜 이런 위험을 무릅쓰고 우릴 도와주는 거죠?
루벤스는 <십자가 내려지는 그리스도>성화에 로라와 다나를 그려 넣겠다고 말했다. 즉 그리스도를 영접하는 여인으로 그려서 루벤스의 그림 속에 영원히 살아 있게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때 다나가 이곳에 남아 그녀의 아빠, 언니, 동생 등의 죽음에 대한 복수를 하겠다며 가지 않겠다고 했지만 이를 설득해 결국 함께 탈출한다. 이 소설에서 가장 흥미로운 대목이다.
<성 프란체스코 하비에르의 기적>
조선 남자는 <한복 입은 남자>, <성 프란체스코 하비에르의 기적>에 나타나 있고, 조선 남자를 사랑한 다나 역시 루벤스의 <십자가에서 내려지는 그리스도>에서 막달라 마리아로 그려져 있다. 환쟁이 루벤스는 이들의 못다 이룬 사랑에 가슴 아팠을까. 깊은 신앙심으로 그려낸 종교화이기에 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참고로 이상훈의 소설 <한복입은 남자>에선 루벤스 그림의 주인공을 조선시대의 발명가 장영실로 그려내고 있다. 소설가의 상상력은 이렇게 다르게 접근하고 있다.
다음번에는 조선 남자의 후손들 얘기가 전개되기를 기대해본다.
|
|
거장 루벤스와 조선남자의 만남...그리고 남아있는 루벤스의 그림 한복 입은 남자를 보면 그림속에 있는 이 사람이 타고 왔을 것으로 짐작되는 배가 보이는데 이 사람이 왜 왔을까라는 강력한 호기심을 불러일으켰어요. 저는 이 소설을 읽기 전에 그림을 먼저 보았기 때문에 제 호기심은 매우 강력했거든요.
소설속에는 단순한 상거래나 자유무역을 위해서 네덜란드를 방문했을거라고 짐작했던 저의 예상을 완전히 뒤엎는 대의를 갖고 그곳에 가서 파란만장한 시간을 보낸 무관 조선 남자의 삶을 만날 수 있었어요. 그리고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네덜란드와 조선의 정치적 상황은 그야말로 더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곳에 서있는 조선 남자의 심리적인 극한 상황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아요.
일단 읽기 시작하면 도저히 멈출 수 없는 놀라운 흡입력을 가진 빠르게 진행되는 조선남자의 이야기는 거장 루벤스부터 시작해서 다양한 조연 한명까지도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이 소설은 마지막의 반전까지도 여운을 남긴답니다.
세상에 운명이라는 것이 있다면 아마도 이 소설 속에 등장하는 다나와 조선 남자의 인연이 그런 것이 아닌가라고 생각하는데 그의 과거와 그녀의 현재가 만나서 이야기가 끝나는 장면에서는 그녀는 그를 만나서 진정 행복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면서 영원히 함께하는 사랑을 떠올렸어요.
이 소설은 2권으로 끝났지만 만약 다음 이야기가 이어진다면 저는 조선 남자와 관련하여 지금까지 남아 있는 단 두편의 짧은 일화중에서 푸른 눈을 가진 건장한 청년과 조선 남자의 인연이었는데 그가 말했던 것 처럼 그 일을 입밖에도 내지 않을지 모르지만 기록으로라도 남겨서 조선 남자가 언젠가 올지 모른다는 그의 예감이 맞아떨어지는 이야기가 전개된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아마 조선 남자 이후의 이야기가 전개된다면 또 다른 놀라운 상상력이 가득 담긴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는 소설이 탄생하지 않을까라는 기대감을 갖게 되네요. 조선에서 시작해서 인도네시아를 지나 유럽의 네덜란드까지 엄청난 여정을 초월하는 소설을 만나기를 바라면서 책장을 덮었네요. |
|
루벤스의 <한복 입은 남자>또는 <조선남자>라는 그림에 얽힌 비밀스런 이야기, 전경일 님의 <조선남자>! 어떻게, 무슨 이유로 조선시대의 남자의 그림이 서양화가 루벤스에 의해 그려졌을까? 정말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우리는 역사 속에 묻힌 그 사실을 알 수 없다. 다만 전경일 님의 이 멋진 <조선남자>의 소설을 통해 이야기를 상상해보고 공감을 해볼 수 있을 것이다.
시대는 임진왜란 이후 1607년에서 1610년 경, 무관이었던 남자는 무구의 본을 얻어 조선에도 힘을 길러야 한다고 생각한다. 무구란 무기를 뜻하는 것이였다. 조선남자는 서양인에게 그림의 모델이 되어달라는 것에 동의를 하고, 자신이 모델이 되어주면 서양의 무기의 도면을 얻어올 수 있으리라 생각하고 조선을 떠나게 된다. 너무나도 험난한 뱃길. 해구를 만나 목숨이 위태롭게 되기도 하고, 그 과정에서 여러나라 말을 하는 물사마귀란 별명을 갖은 자를 구해주게 되어 그에게 통역의 도움을 받기도 한다. 조선남자는 유구국, 복건성, 인도네시아 자바를 거쳐 네델란드의 남부와 북부지방의 경계에 있는 도시에 이르게 된다. 그곳에서 신부와 대주교를 만나게 되고 화가 루벤스를 만나게 된다. 루벤스가 조선남자의 초상화를 그리게 되고, 조선남자는 루벤스를 통해 무구의 본을 구할 수 있을것이라 기대한다. 그러나 조선남자가 본 서양의 세계도 전쟁중이다. 바로 신교와 구교간의 종교 전쟁의 휴전에 있지만 여전히 두 종교의 대립의 무지막지한 모습을 보게 된다. 마녀사냥이라든가 개종을 하지 않으면 야만인으로 취급하는 그들의 모습에서 정말 신을 믿는 자들인것인지 탄식하게 된다. 조선남자의 무구의 본을 얻기 위함이 순탄치가 않다. 조선남자는 신교와 구교의 음모속에 빠져들게 된다. 과연 조선남자는 무구의 본을 손에 넣을 수 있을까? 무구의 본을 조선에 무사히 가져 올 수 있을까?
<조선남자>에는 단순히 루벤스의 그림에 어떻게 조선 남자가 그려지게 되었는지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였다. <조선남자>에는 임진왜란의 참혹한 모습도 담고있다.
수구문 밖에는 내다 버린 시체가 산처럼 쌓여 성보다도 높았다. 술 취한 명군이 길거리에서 토하자 핍절한 백성들이 서로 달려들어 다투어 주워 먹었고, 약한 자는 그것도 못 먹어 호곡하였다. 죽은 자식을 서로 바꿔 먹는 인상식의 참혹한 형국이 조선 강토에서 하루도 쉬지 않고 벌어졌다. (1권 p84)
그리고 <조선남자>에는 종교전쟁의 참혹하고 비판적인 이야기도 담고 있다.
우리는 말이오. 실은...신앙 때문에만 싸운 게 아니오. 그보단 정치, 경제적 이유가 더 컸소. 어쩌면 신앙을 이용한 것인지도 모르겠소! (2권 308)
<조선남자>에는 엄청난 이야기들이 담겨있다고 말할 수밖에 없는 나의 표현에 한계를 느낀다. 조선의 역사와 서양의 역사를 같이 드려다 볼 수 있으며, 음모와 사랑, 그리고 인간들의 터무니없고 무자비한 욕심이 보인다. 서글프고 비참한 인간의 역사를 드려다 보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루벤스의 <조선남자>의 그림을 통해, 루벤스의 <십자가에서 내려지는 그리스도>와 <성 프란시스코 하비에르의 기적>이라는 그림을 통해서 비극적인 운명을 맞아야 했던 조선남자와 로라와 다나의 영혼을 기릴 수 있게 해주는 작가의 상상력에 감탄하게 된다.
<조선남자>는 7년간에 걸친 구상과 기획, 집필하였다고 하는데, 단지 그림 하나를 갖고 이렇게 멋진 작품을 만들어내다니 저자의 그러한 노력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아주 웅장하고 멋진 작품이였다. |
|
조선의 전란을 겪은 무관 조선남자는 백성들의 곤궁함을 구하기 위해 화승총을 구하러 양귀의 나라로 가게 된다. 양귀의 땅으로 가기까지의 바다위에서의 생활은 그야말로 한치앞을 내다볼 수 없는 폭풍전야! 과연 조선 남자는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고 다시 고국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루벤스의 그림속에 등장하는 조선남자의 그림을 소재로 무한한 상상을 펼치며 대 서사극을 써내려가는 작가! 남겨진 역사적 사료조차 부실한데 작가의 상상력만으로 조선땅에서부터 일본땅을 거쳐 네덜란드에 이르기까지의 대장정의 항해길에 벌어지는 갖가지 이야기들을 생생하게 그려 내고 있다는 사실이 참 놀랍다. 그리고 국경을 초월한 사랑은 예나 지금이나 같은 맥락을 가지고 있는듯! 파란 눈의 여자 다나를 만나 새로운 사랑에 빠진 조선남자는 자신의 기지를 발휘해 마녀 사냥의 희생양이 될 위기에 처한 곤경에 빠진 다나를 구하고 고국으로 돌아가기 위해 무진 애를 쓴다. 양귀의 나리에서의 종교분쟁으로 인해 그들의 함정에 빠져 자칫 죽을 위기에 처한 조선 남자! 종파 다툼은 먼 옛날부터 이어져 내려온 전통처럼 지금 이 세계에는 셀 수 없이 많은 종교가 있고 게다가 아직도 종교분쟁으로 고통받는 나라가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안타깝기만 하다. 조선 남자가 사랑한 다나라는 여인은 그당시 마녀 사냥으로 인해 도망다니는 신세인데다 화승총을 구해야하는 조선 남자는 종교를 개종하면서까지 백방으로 애를 쓰지만 도무지 길이 보이지 않는다. 종국에는 뜻하지 않은 사람의 도움으로 위기에서 벗어나게 되지만 운명의 신은 끝까지 그들을 그냥 두지 않는다. 조선시대에나 쓸법한 나라 이름들이 등장하는 이 소설의 나라들이 도대체 어떤 나라일까 참 궁금했는데뒤쪽에 지도와 함께 현재 불리는 이름으로 표시를 해 놓고 있어 이야기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유구라는 나라가 자주 등장하는데 그당시 독립국이었던 유구가 어째서 일본땅이 되었는지에 대해 짤막하게 등장하고 17세기 초 긴구고간의 종교분쟁을 겪는 네덜란드의 갖가지 만행들이 생생하게 전해지고 있다. 어찌보면 지금 분단의 고통을 겪고 있는 우리나라와 국제 정세와도 하나도 다르지 않은 이야기들이라는 생각도 든다.
2권의 책 뒤편에는 루벤스의그림에 대한 해설이 실려 있다. 이런 그림 하나만으로 장대한 스케일의 소설을 써냈다는 사실에 새삼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소설속에 등장하는 역사적 사실들에 대한 이야기 또한 이 소설이 그냥 작가의 상상력에 의한 허구만으로 쓰여진게 아니라는 사실을 입증하는듯 하다. 루벤스의 그림속에 등장하는 조선 남자에 대한 뒤편 이야기는 다소 놀라움을 느끼게 하면서 만약 조선남자에게 남겨진 여러나라의 후손들이 아버지가 거쳐간 항로를 따라 세계사속 이야기를 이끌어가면서 우리나라에 당도하게 되는 식의 이야기가 전개 된다면 재밌겠다는 생각이 든다. |
|
책 뒤의 지도에 잘 나온 것처럼, 이 소설은 중국 남단 복건성에서 유구(류큐, 오늘날의 일본 영토 오키나와입니다)를 거쳐 조와(자와 혹은 자바)를 지나 지구 반대편의 네덜란드 제일란트(책에는 "젤란트"라고 표기됩니다)까지 흘러들어가 실로 파란만장한 삶을 산, 그리고 그 과정에서 서양 회화 낭만주의 사조의 대표적 거장이었던 루벤스의 어느 그림에까지 모델로 등장한 걸로 여겨지는 "조선 남자"의 이야기입니다. 물론 실존 인물은 아니고 작가님의 기발한 상상이 치밀한 연구와 기획에 의해 장편 소설로 옮겨진 중에 등장하는 캐릭터입니다. 지도와 연표, 그리고 소설의 사정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역사적 사실에 대한 설명은 이 2권의 부록으로 실려 있으니, 1권만 보신 분들은 1권 내용의 충분한 감상과 이해를 위해서라도 이 2권까지 같이 구해서 읽으셔야겠습니다.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