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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하게 파인 벼루의 앞쪽에 물을 붓고, 천천히 원을 그리듯 먹을 갈면 은은하게 퍼지던 묵향이 피붙인냥 좋았다. 붓대를 잡은 손끝이 떨린 듯 어떠라, 어설피 화선지를 젖신들 어떠랴~
상념을 먹을 쥔 손에 붙들어 맨채 벼루에 촘촘이 갈아 넣으면 그걸로 둔탁한 검은빛을 내 하얀 종이 위에 맘껏 흐트러 놓을 수 있었으니, 그 후련함은 불편한 속을 게운듯 말끔해졌다.
먹 하나만으로 짙고 엷음을 이용해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건 얼마나 담백한 일인지 모른다. 선의 굵고 가늠을 통해 윤곽이 살아나고 의미를 실는 건 겉말이 아닌 속엣말을 뱉어내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들춰 봤다, 우리네 굵직한 화가들의 삶을 이해하지 못한채 그림만 눈으로 쫓았단 죄스런 마음에.
먹고 싶을때 먹고, 자고 싶을때 자고, 여자가 그리우면 품에 안듯 얽매임 없이 사는게 사람의 본성에 따라 맘껏 제대로 분출할 여지를 주는것 같다.
유학적 잣대로 재고, 신분의 격을 쌓아 주변을 살피다 보면 결국 손안에 쥔 건 무엇일지...! 그림자에 갇혔어도, 그림자를 뛰어 넘었어도, 눈높이가 어그러지니 뭘 제대로 봤을꼬~
세상 사람들이 내놓은 틀을 깬다는 건 온전한 정신으론 엄두도 못 낼 일이다. 그래서 술에 쩔고, 술기운에 휘두른 붓질로 내놓고 감춘 감정의 부스러기는 이단아적 삶을 부추겼을게다. 흩어진 혼을 붓에 모아, 곧 사라질 삶의 흔적을 밑그림인냥 그려 넣은들 어디 후련이나 했을까?
그림이 사물을 담는다 여겼는데 이제껏 선과 여백만을 쫓은 모양이다. 그림엔 화가의 삶과 꿈틀댔으되 억눌려야 했던 마음이 반영처럼 숨어 들었는데 그걸 집어 낼 줄 몰랐으니...
어느 편에도 설 수 없었다. 반쪽자리 양반인 서얼, 역적의 자식, 주류에서 따돌림 당해 내쳐진 사람들... 조금만 밉보여도 목숨줄이 달아날 상황이고, 양반이되 상것보다 더한 천대를 오롯이 받아들여야 했으니 그 마음에 쌓인 분노는 소심하게 안으로 꺽여만 갔을 것이다.
마음을 시로 담아 내비친들 그 그릇의 참값을 알아보는 이가 얼마나 있었을거며, 어쩌지 못하는 마음을 붓으로 잡은들 그림은 그림 속 세계요, 나를 벗겨내려 든들 벗겨졌겠는지!
격식 갖춘 양반네 연못을 흉내내고자 조그만 자신의 집 앞을 파서 오가며 쌀뜨물을 채워 넣고 흥을 돋운, 달밤에 쌍 상투를 짜고 거위 털옷을 걸친 후 피리 불며 종로를 휘젓고 다닌, 짧은 인생 대차게 남과 다르게 살다간 임희지는 그림 안팎의 삶이 따로 있지 않았다.
바람 앞에 잠시 몸을 맡겨 숙일지언정 꼿꼿이 몸을 다시 일으킬 줄도 아는 세상살이 호방하게 살다가면 또 어떠리~
단원 김홍도가 가진 풍속화에 대한 관심을 더 쪼개 순간 촬영이라는 영역에 관심을 모으고, 혜원 신윤복의 삶의 현장을 적극적으로 찾아나선 것에 더 나아가 단 한컷에 집중한 이가 김득신이다. 조선중화사상의 결과일수도 있겠지만, 소재 고갈과 더불어 새로운 것을 찾으려는 반증일 거란다.
그의 그림은 마치 화면을 일시정지 시켜 놓은 것 같다. 병아리 물고 도망치려는 고양이를 장간죽으로 내리치며 잦으려는 부부, 파드닥 제 새낄 찾으려는 어미닭... 짚신 삼는 아들을 곰방대 빠끔거리며 내려보는 아비와 뒤로 숨은 손자, 그리고 헐떡이는 개... 정지시켜 놓은 그림을 풀어놓으면 어떤 기막힌 일이 펼쳐질까 마구 상상하게 되는 해학이 가득했다.
술에 이성을 마비시켜야 그릴 흥이라도 났을까? 떠도는 마음을 붓끝에라도 모아야 응어리진 마음을 풀어헤칠 수 있었던걸까? 시가 있어 그림이 그려진 건지, 그림이 있어 시를 읊게 된 건지... 가슴 달뜬 풍경이 있어 예술가의 마음을 헤집은건지, 벗에 취해 술로 입가심해서 흩뿌려진건지...
아이들은 뚜렷한 색채감이 있는 사진이 뭘 말하는지 명확해서 보기 편하단다. 하지만 난 정선이 그린 인왕제색도처럼 짙은 색으로 바위와 우거진 숲을, 옅은 색과 여백으로 안개와 능선을 표현 해 굴곡진 산의 모습을 극명히 보여주는 흑백의 대비가 좋다. 그 그림 앞에 서노라면 그려진 그림자래도 그린 이의 시선 앞에 내 마음을 포갤 수 있어 실물을 본 듯하고, 사진을 들추며 우리네 기억 한켠의 추억을 되세김질 하는 것또한 지나온 발자취를 더듬어 기억하는 것이니 우리네 삶자체가 그림자로 뒤엉킨 그림이 아닐까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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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메 그린다 전경일 지음│다빈치 刊
고백하건대, 우리네 화가들보다는 서양화가들을 더 많이 알고 있는 현실이다. 내 탓이
툭 하면 치밀고 올라오는 태풍처럼 서양미술의 폭우에 질릴 즈음에 가끔은 썩 잘된 수
말미에 하는 얘기지만 책에 실린 그림들이 하나 같이 왜소함에 몹씨 불만스럽다. 우리
공제 윤두서의 자화상은 볼 때마다 치열함을 느끼는 필연적인 이유가 있었다. 윤두서 소치 허련의 지화상은 그의 애닲은 스승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 같이 삭막하지만 고졸
저자 전경일의 저서들은 그리메에 그리 듯 구름에 달 가듯이 그림에 이야기를 입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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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은 인연이 빚어내는 것이다 -54p
어느 순간 깨달았다네. 이 고통을 피할 수 없는 것이라면 즐겁게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 하고 말이야. 세상이이라는게 마음을 비워야 다시 채울 수 있다는 걸 이제야 깨달았네. 헌데 채운들 또 무얼 하겠나? -163p
시뻘겋게 타오르는 불 위로 떨어진 눈처럼 순식간에 녹지 않고는 못 배겼을 테니 말이다. 열정은 그자체로 타인들을 끌어들이고 녹인다는 점을 최북의 인생과 예술세계는 잘 보여준다. -143p
꽉막힌 사회는 언제나 어떤 분야에서든 터져 나오게 되어 있다. 균열이 가야 새싹이 움튼다. 누구나 숨통을 오랫동안 틀어막고 버티기만 해서는 살 수 없다. 예술가는 여기에 더 갑갑증을 느낄 법하다.-33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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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전인지 새로 지은 용산국립중앙박물관 개관에 맞춰 그곳에 갔다가 작은 그림 한 점에 앞에 서서 한참을 넋을 잃고 바라보았었다. 미술책에서나 보아왔던 바로 김홍도의 풍속도 중'씨름'이였는데 작은 크기에 실망했지만 보면 볼수록 섬세하고 풍부한 사람들의 표정이 마치 단옷날 씨름판에 구경나온듯 빠져들고 말았다. 몇달 후에 다시 방문한 그곳엔 아무리 찾아봐도 김홍도의 씨름은 찾을 길이 없어 박물관 관계자에게 물어본 즉, 김홍도의 그림을 모아 놓은 풍화첩을 번갈아 펼쳐 전시하기에 그 달엔 다른 그림이 전시 되었던 것이다. 내친김에 몇번을 다시 찾아 김홍도의 풍속화첩속의 다른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었다. 그렇게 그림의 보관과 감상을 편리하게 하기 위하여 만들어진, 규모가 작고 간편하여 문인들이 즐겨 사용하였던 화첩이 인연이 되어 옛그림과 더욱 가까워지게 되었다.
이 책 "그리메 그린다"는 그림을 평생 업으로 여기며 예술혼을 불태우며 불꽃처럼 살다간 안견, 김홍도, 장승업, 김명국, 최북, 윤두서, 심사정, 신윤복, 정선 등 15명의 조선 화가들과 그들이 그린 그림 뒤에 감추어진 그림자 같은 삶을 따라가 본다. 그림이란 대체 무엇이길래 붓 하나로 한 인생 그림자처럼 살다 결국엔 삶을 내려놓고 그들은 종이 위에 한 폭 그림으로 남았을까. 안견과 동시대를 살면서 그를 뒤어넘을 수 없었던 라이벌인 최경의 이야기는 하늘이 내린 천재 모차르트 앞에 신을 원망하였을 살리에르를 보는듯 하다. 안견의 재능을 알아 본 안평대군과의 만남과 그들의 예술적 교류, 그리고 안평대군의 꿈을 화폭에 담은 '몽유도원도' 조선 최고이 화가 김홍도, 술에 취하면 청하는 모든이에게 그림을 그려 주었던 장승업, 신분의 벽, 천재의 고독, 말년의 허무함을 한평생 그림에 녹여낸 이들 화가들의 삶은 고달프기만 했다. 예술은 고독과 고통속에서 피어나는 한 떨기 꽃이였던가, |
그리메 그린다라는 말을 듣고 당연히 그리메가 그림일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그리메란 그림자였다. 그런 그리메를 그리는 것이 삶이라고 말하는 표지부터 고즈넉한 한국 전통의 미(美)를 느끼게 하는 책이다. 총 4부에 걸쳐서 진행되고 있는 이 책은 제법 두툼한 두께를 지니고 있다. 하긴 우리나라 조선 회화사에 한 획을 그은 인물들과 그 시대를 살다간 천재들이 그린 그림과 그들의 삶을 이야기하는 것을 생각하면 오히려 얇은 건지도 모르겠다.
회화책을 보는 듯이 책에서는 여러 화가들의 무수한 작품들이 곳곳에 실려 있다. 그림에 대한 설명도 간략하지만 자세히 덧붙여져 있기에 책을 전체적으로 다 읽고 나서 그 그림들을 하나하나 감상하는 것도 좋은 시간이 될 것 같다.
안견, 김홍도, 장승업, 심사정, 허련, 임희지, 신윤복, 정선 등... 이름만 들어도 절로 고개가 숙여지는 그 자체로 대한민국의 훌륭한 문화유산인 인물들이 대거 수록되어 있는 책이며, 그들이 치열하게 살았던 그 당시의 삶에 대한 이야기, 그들이 그린 그림에 대한, 그 그림에 얽힌 이야기까지 자세히 담겨져 있다.
그렇기에 그저 잘 그린 그림이 아니라 삶과 인생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는 대가의 작품을, 대가의 삶을 보고, 읽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리가 생각한다. 또한 그림과 함께 책의 중간 중간에 쓰여져 있는 화가의 시는 이 책을 읽는 재미와 이 책의 가치를 더하고 있다. 그림과 함께 시에는 화가의 삶이 더욱 자세히 그려져 있고, 그가 생각하고 느끼는 것들이 좀더 구체적으로 표현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그저 풍류나 즐기는 인물들이 아닌 진정 그 시대를 살았던 인물들이기에 그들의 작품이 더욱 가치있게 느껴진다. 평범한 인물들도 살다간 것이 아니기에 그들의 그림에서 아름다움을 넘어서는 멋과 인생이 느껴지는 것이리라 생각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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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문턱.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는 불변의 진리를 몸소 체험하고자 서점을 방문했어요. 직접 발걸음을 옮기려 했으나, 이번에는 인터넷을 이용하기로 했지요. yes24로 들어와서 국내 도서로 들어가니, 역시나 여러가지 가을 이벤트를 하고 있었어요. 평소에도 즐겨읽는 '역사와 문화' 파트. 역시나 밀도높고 진중한 책들이 나와 있었죠. 그 중, 투박한듯 하면서도 눈길을 끄는 책이 있었어요. '그리메 그린다'
가격도 적당했고, 친절하게 상세이미지까지. 저자님도 굉장히 멋있으셨어요!!! 이런 사소한 것들에도 배려심을 느낄 수 있었으니. 사람 마음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싶네요~
책은 빠르게 배송되었어요. 오... 또 다른 느낌이네? 가을 느낌 물씬 풍기는 책이 아닌가! 받아보니 책의 부제가 눈에 띄었어요. '그림 같은 삶, 그림자 같은 그림'
익히 알려진 대화가부터, 알려지지 않은 천재, 불우하게 살다간 화가 등. 15명의 조선 화가를 4파트로 나눠서 다루고 있네요~ 저자의 말마따나 우리 그림과 조선 화가들의 삶과 예술을 낱장 낱장 긴 여운으로 펼쳐보아야 제 맛을 느낄 수 있답니다^^ 한장 한장 보물과도 같은 고전의 향기에 빠져 보시길!
흠...이 책을 한마디로 표현해보자면 '고전의 품격'이 느껴진다고나 할까? 성실하고 정직한 삶에 대한 이야기. 거기에는 그림이 있고, 시가 있고, 고전이 있어요. 부족함이 없이 풍류를 즐기며 마음껏 그림을 그리며 살아갔을 조선의 대 화가들에게 어떠한 사연이 있는 것인지?
이 책은 신산하고 우울하지만 때론 휘몰아치듯 달려가요. 인생의 굴곡을 그대로 표현한 듯이. 후회없이 그림에 온몸을 던졌을 그들을 생각하니 얼굴엔 잔잔한 미소가, 마음속엔 그들의 그림이 주는 포근함이 슬그머리 자리잡네요. 이런 인생도 있고 저런 인생도 있죠. 하지만 어떤 인생에서든지 가을은 찾아오기 마련이죠. 늦가을의 세찬 풍파에 흔들리는 삶을 보면서 인생을 반추해보면 좋겠네요. 잔잔하지만 강력하게 추천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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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옛그림을 통해 삶을 성찰하다 피카소, 모네, 마네, 고흐 등 우리가 그림이라고 생각하는 대부분의 그림을 그린 화가들이다. 어쩌다 우리는 그림에 대한 이렇게 심한 편견을 갖게 되었을까? 서구화가 현대화이며 이것이 우리의 미래를 밝혀줄 것이라고 생각했던 교육정책이 만들어낸 결과가 아닐까 싶다. 한때 그렇게 풍미했던 서구화가 곧 민주화이며 이것만이 우리들이 살아갈 미래를 만들어 줄 것이라는 근거 없는 사회적 확신이 불러온 편향이 미술에 있어서도 서양의 화가들만이 그림을 그리고 서양화가 그림의 전부라고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정말로 다행스러운 것은 뜻있는 학자를 비롯한 몇몇 선각자와 같은 사람들에 의해 서양화 말고도 그림이 있으며 우리 선조들이 그린 그림도 서양화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는 훌륭한 그림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이렇게 우리 옛그림에 대해 대중들과 호흡하고 소통하는 일에 선두에 선 사람으로는 ‘한국의 미 특강’과 ‘그림 속에 노닐다’ 등 많은 저작을 통해 우리 옛그림과 대중 사이에 다리를 놓앗던 오주석을 비롯한 ‘옛그림 보면 옛생각 난다’의 손철주, ‘나를 세우는 옛 그림’의 손태호와 같은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우리 옛 그림을 자신만의 독특한 시각으로 읽어내며 대중들과 소통하여 우리 옛그림이 담고 있는 고고하도 담담하면서도 멋이 살아 숨 쉬는 세계로 안내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의 노력이 있어 우리는 선조들이 남긴 그림과 친숙하게 되었으며 마음으로 그림이 담고 있는 화가와 화가의 그림이 펼쳐내는 세상과 만나게 된 것이다.
여기에 또 한사람이 그 일에 뛰어들었다. 다빈치북스가 발행한 ‘그리메 그린다’의 저자 전경일이 그 사람이다. 10여 년 간 우리 그림을 들여다보고 그림이 전해주는 강한 울림을 그 속에서 얻은 공감을 독자들과 나누고자 발행한 책이다. 이 책에는 조선을 살아다간 화가 안견, 김홍도, 장승업, 이정, 김명국, 최북, 윤두서, 이징, 김시, 심사정, 허련, 임희지, 신윤복, 김득신, 정선 등 15명의 화가들을 담았다. 익히 우리가 알만한 화가들 뿐 아니라 처음 접하는 생소한 이름의 화가도 있다. 화가와 그림 그리고 화가가 담고 싶었던 세상에 대한 저자의 독특한 시각이 돋보이는 책이라고 생각된다.
전경일의 ‘그리메 그린다’는 크게 4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그림자 속 그림, 그림 밖 그림자, 2부. 예술혼으로 새긴 삶의 밑그림자, 3부. 불운의 그림자, 인생에 드리우니, 4부. 그림은 그린 자를 그리고’와 같이 주제에 맞는 화가들과 그림을 선정하고 저자의 독특한 시각으로 그들의 사이를 살핀다. 세상을 화폭에 옮기는 것이 화가의 그림이라면 그 화가가 살아가는 세상과 그림은 어떤 관계에 있으며 그렇게 화폭에 옮겨진 그림은 또 화가와 어떤 관계를 형성하는지 저자의 시각을 따라가면 새로운 그림의 세상이 펼쳐지는 것을 느끼게 된다.
또한 화가들이 살았던 세상이 타고난 신분에 철저히 묶인 세상이었기에 그 세상과 화가 그리고 화가의 그림에 대한 관계설정을 통해 화가와 그림을 바라보는 저자의 시각은 우리 옛그림에 대한 책에서 말하는 그림을 보는 기존의 시각과는 차이를 보인다고 볼 수 있다. 이는 오주석이 마음으로 그림을 느끼고 그림이 담고 있는 풍부한 이야기를 감성적으로 독자들과 교류한다고 본다면 이 책의 저자 전경일은 냉철한 머리로 분석하고 화가와 그림 그리고 세상의 역학관계를 중심에 두고 이야기하고 있다고 보인다. 어떤 것이 그림을 보는 정석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이 두 시각이 만나는 지점에는 분명한 공통점이 있다. 바로 우리 옛그림이 담고 있는 ‘인간에 대한 끈끈한 애정’이 그것이다. 그림을 그린 화가 자신을 포함한 사람들이 ‘삶을 살아가는 진한 이야기’를 담았다는 것이다. 아쉬운 점은 그림에 대한 이야기에 그림이 너무 작게 편집되어 그림이 가진 이야기를 생생하게 볼 수 없다는 점이다.
그림을 그렸던 화가는 죽고 없지만 수백 년을 넘어온 그림이 남아 화가를 새롭게 태어나게 한다. 우리는 그 그림을 통해 화가를 만나고 지금 살아 화폭을 앞에 두고 인간의 삶을 어떻게 화폭에 담을지 고민하는 현재와 만나는 것이다. 이처럼 그림은 시공간을 초월한 만남의 장을 만들어 준다. 그 만남에는 인간과 삶에 대한 깊은 성찰이 있다. 저자의 시각을 통해 새롭게 바라보는 우리 옛 그림이 담고 있는 풍부한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는 경험을 하게 만들어 주는 책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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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화가 15명의 삶과 그림에 대한 저자 나름의 느낌과 생각 통찰을 담아 낸 책.
그림자 속 그림, 그림 밖 그림자 / 예술혼으로 새긴 삶의 밑그림자 / 불운의 그림자, 인생에 드리우니 / 그림은 그린 자를 그리고 등 4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좋은 스승과 좋은 후견인, 좋은 환경에서 실력을 맘껏 펼쳤더 사람이 있었던 반면 그 반대의 상황에서 불운하게 생을 보냈던 화가 등 그들의 삶과 그림에서 인생에 대한 깊은 성찰을 옅볼 수 있는 책이었다.
얕은 지식으로 쉽게 써 내려간 그런 뻔한 책이 아니라, 다양한 자료를 접하고 고민하고 느낀 바를 입체적으로 풀어 나간 책이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자신의 지식을 뽐내기 위한 책이 혹시 아닐까 하는 우려도 있었는데 책을 읽고 나서 인문학적 소양이 좀 더 쌓인 것 같고, 조선 시대와 화가들 그리고 그 작품들이 왜 위대한지 깨닫게 되었다.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 라던지 서양화에 대해서는 대학교 시절부터 계속 접해 왔지만, 동양화와 한국화에 대한 궁금증이 있었고 알아보려 하였으나 눈과 가슴에 와닿지 않았는데, 이번 기회에 소장하고 싶은 그림들도 생기고, 전율을 느낄만큼 감동을 한 작품도 몇개 접하게 되는 귀한 경험을 한 것 같다. 한국화에 대해 눈을 약간 뜨게 된 것 같은 생각도 든다. 그림을 좀 더 실어 주었으면 , 그림을 책에 꽉 차게 해서 잘 보이게 해주었으면 하는 바램이 드는 부분도 있었다.
이 책에 나오는 그림들을 실제로 꼭 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특히 안견의 몽유도원도 , 김홍도 강세황의 '송호도' , 김홍도의 포의풍류도 등은 꼭 직접 봤으면 좋겠다.
그림이 아닌 시나 글로도 그림이 연상되고, 그림에서 인생과 철학이 , 그리고 화가의 모습과 삶이 담겨 있다는 것이 느껴지는 경험을 하게 해 주는 책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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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0월 5일 <오마이뉴스> 북서평란에 다빈치북스 출판사의 편집자 김형욱은 전경일의 <그리메 그린다>을 ‘<그리메 그린다> 에 담은 그림 같은 삶, 그림자 같은 그림’ 이라는 서평타이틀을 붙이고 나서 다음과 같이 이 책에 대한 제목을 설명한다. “그리메라 하면 무엇인가. 옛말로 그림자이다. 그림자는 죽을 때까지 따라다니는 실체가 없는 검은 분신이다. 그렇다면 이 책의 제목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는 무엇일까. 제목에 두 가지 의미가 잡힌다. 하나는 '그리메'로 대변되는 삶의 껍데기, 다른 하나는 '그림'으로 대변되는 삶의 본 모습. '그리메(그림자)를 그린다'로 삶의 껍데기만을 그린다 라는 의미가 있겠고, '그리메(그림에) 그린다'로 삶의 본 모습을 그린다 라는 의미가 있겠다. 결코 쉽지 않은 제목 풀이에 도상학적 재미가 솔솔 풍긴다.“ 라며 그리메가 가지고 있는 사진적 의미의 정의와 상징적 의미의 형식과 구별을 지으며 <그리메 그린다>에 대한 조선화가들의 오딧세이를 시작한다. 그리메 그린다라는 타이틀에 안견의 형상 재현은 ”남녀간 치명적인 사랑처럼 예술가끼리의 영적인 사랑도 불안정하기에 잃고 나면 돌이킬 수 없는 희한만 남는다. 안견과 안평대군의 예술적 사랑과 교감도 그렇지 않았으랴! 그림과 그림자가 뒤엉켜 어는 것이 그림이고 그림자인지 분간할 수 없다.“ 라는 다소 예술가들의 열정적인 삶의 묘사로부터 시작한다. 더불어 '흐르고 넘쳐 부족함이 없도다'의 김홍도는 ”대가 앞이다. 무릎을 꿇어라! 더 무슨 말이 필요하랴!“ 면서 천하제일의 명화가라는 사실을 마음껏 자랑하고 있다. 물론 김홍도와 견줘 볼 수 있는 화가는 조선팔도 오백년 역사에서 신윤복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는 천재적인 예술적 재능은 질 들뢰즈가 프란시스 베이컨을 모델로 예술의 논리적 접근을 시도한 <감각의 논리>를 연상케한다. 감각의 재능화. 그리고 칸트의 미적형식과 헤겔의 변증법적 접근, 아니면 루카치의 미적시도에 대한 이해에 대한 종합화를 시도 할 수 있는 예술가는 바로 그이다. 그러면서 '이 풍진 세상, 빗서고 삐딱하게 사노라'의 장승업은 ”세상은 뜬구름과 같으니 나 죽으면 금강산에 가서 신선이 되리라. 세상의 모진 편견, 세상 밖 그림으로 영원에 가 닿았으니, 오늘 그대가 내게 할 일은 술병 들고 찾아와 귀거래사를 읊조리는 것일 터“ 라는 글귀는 세상만사 귀차니즘의 초절정에 대한 시각화이며 상징적인 표현의 대구이다. 도교적인 상상력에 힘입어 그의 화풍은 어딘지 모르게 빠르게 속세를 탈출하고 싶은 욕망의 기폭제를 마련하게 만든다. 그의 기행이 특이한건 그가 특별하기 보다는 세상의 금지된 욕망에 대한 억압이 더욱 강하게 작용한 결과이다. '거룩한 이름엔 으레 고통이 따르는 법!“'의 이정은 ”나이 겨우 스무 살에 대성했어도 배알 없는 놈이라고 놀림을 받곤 했으나, 속이 굳세고 강한 줄 제 스스로 어찌 알았으리오. 오호라, 애사로다, 천제들은 왜 이리 빨리 세상을 뜬 뜨는 것인가!“ 라는 구절은 그의 특출한 재능이 세상과 접속을 이루는 순간 ‘팔자’가 기구하게 변환한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그림으로 모습을 그릴지언정’의 김명국은 ”한없이 자유로워라. 이 풍진 세상, 취하지 않고 어찌 살라! 그림을 그리는 건 삶에 취하는 것, 술로라도 달래지 않는다면 어찌 내 혼에서 그림을 끄집어낼쏘냐?“ 라는 문장은 실의에 빠진 알코올 중독자가 신세한탄을 하는 불평 섞인 읊조림처럼 들리지만 그는 조선 팔대화가 중에 한명에 포함됨으로써 마치 격언처럼 들리는 환각스러움을 지니고 있다. 이 자리에는 조선시대에 활약하던 최북, 윤두서, 이징, 김시, 심사정, 허련, 임희지, 신윤복, 김득신, 정선을 차례대로 소개하고 있다. 이 리스트는 여전히 확고하게 조선그림 컬렉션에 자리 잡으며 흔들리지 않는 화가들의 리스트이다. 그림자 같은 삶이 지금은 사라진 자리에 채울 수 있는 암흑물질은 이 책을 통한 지혜로움에 대한 습득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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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절필을 선언했던 작가 박범신은 붓을 놓고 살았던 몇 년간이 참 힘들더라고 했다.기어이 제몸안에 무엇인가가 끊임없이 꿈틀거려서 마치 낙지가 살아서 옆구리를 뚫고 나온 것처럼그렇게 다시 제몸안에 고인 것들을 토해 놓을 수밖에 없었노라고 했다.무당이 신을 받을 때 역시 자신의 선택에 의한 것은 없다고 한다. 운명을 바꾸어보려고 도망치고피해보려고 해도 어쩔 수없이 귀신의 이야기를 전해야 하는 운명처럼 그렇게 예술가들은 자신에게덧입혀진 재능을 풀어 먹으며 사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조선시대 화가라면 대중적인 인기가 있어도 신분상승을 꿈도 꿀수 없는 천한 계급의 사람들이었다.개중에는 양반신분임에도 타고난 재능으로 그림을 그린 이들이 있었지만 치열하지는 못했다. 지금처럼 사진기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오로지 붓과 먹으로 세상을 담을 수 밖에 없었던 시절에이들이 역할이 적지 않았을 터인데 왜 세상이 그들을 제대로 대접해 주지 않았는지 답답해진다.물론 천한 신분임에도 불구하고 벼슬자리에 올라 재능을 인정받은 이들도 있었지만 안락한 노후를보낸이들을 찾아보기 힘들다.해학이 담긴 풍속화로 유명한 김홍도역시 바다 건너 일본에서도 열광하는 대작가임에도 정조가죽고 난 후 아들의 학비를 내지 못할만큼 가난하게 살다가 쓸쓸히 죽어갔다고 한다.고여있는 재능은 그들의 손끝에서만 머물지 못하고 넘치고 넘쳐 때로는 광기로 나타나기도 하고자해로 나타나기도 했다. 최북이 자신의 눈을 찔러 애꾸가 된 것은 고흐가 자신의 귀를 자른 것과비슷한 광기였을 것이다. 스스로도 자신을 제어하지 못할만큼 끓어오르던 그 무엇들. 또한 대단한 폭주가들이 많았던 것도 그들의 광기와 연관이 있을 것이다.도저히 넘지 못한 신분계급의 벽과 끓어오르는 욕구, 그 상충됨을 잠재우기 위해 그들은술이 필요했을 것이고 한 곳에만 머물러 고인 물로 살지 못한 이유가 됐을 것이다.단지 먹의 진함과 옅음으로 사물을 표현해낸 그들의 재능에 고개가 절로 숙여진다.장승업의 '호취도'나 '홍백매십폭병풍'을 보노라면 뭔가가 뒷덜미를 훑는 것같은서늘함이 느껴진다. 아주 오래전 단순한 먹의 표현일 뿐임에도 그 생생함에 몸이오싹해진다. 예술가들이 대접받는 시대에 태어났더라면 그들의 고단한 삶이 달라질 수 있었을까.태어남도 스러짐도 불분명했던 그들의 삶이 안타깝기만 하다.후세에 몇 점 전해진 빛나는 작품 몇 점으로 그들의 흔적을 느껴야 하는 것도 안타까운 일이다.스스로를 상복을 입고 한 많은 세상을 등지고 서녘으로 향하는 김명국의 이 그림이아마도 조선이란 나라에서 그림쟁이로 태어난 천재화가들의 자화상일 것이다.'그릴 수 밖에 없어 그린다' 운명을 거스르지 못하고 종이위에 자신의 혼을 불어 넣었던화가들의 불우한 삶을 보니 문득 시끄럽지만 그나마 예술을 대접해 주는 세상에 태어난 것이다행스럽기도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