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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상세한, 너무나 단순한 역사책
"너무나 상세한, 너무나 단순한 역사책" 내용보기
1900년대의 첫 반세기동안 우리나라가 일본 제국주의로부터 당한 수탈과 압박, 그리고 그에 맞섰던 저항의 기억을 되새겨 보고 현하의 상황을 비판적으로 조망하는 기회로 삼는 것은, 다시금 고개를 쳐드는 일본의 제국주의를 향한 하나의 대응으로서, 덧붙이면 최근 개방의 논리와 자본의 힘을 앞세워 광범위하게 침투하는 일본 문화의 조류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것으로서 가치가
"너무나 상세한, 너무나 단순한 역사책" 내용보기
1900년대의 첫 반세기동안 우리나라가 일본 제국주의로부터 당한 수탈과 압박, 그리고 그에 맞섰던 저항의 기억을 되새겨 보고 현하의 상황을 비판적으로 조망하는 기회로 삼는 것은, 다시금 고개를 쳐드는 일본의 제국주의를 향한 하나의 대응으로서, 덧붙이면 최근 개방의 논리와 자본의 힘을 앞세워 광범위하게 침투하는 일본 문화의 조류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것으로서 가치가 있을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평가될 수 있는 『일제강점기 한국민족사』는 1910년 8월 29일부터 1945년 8월 15일 까지 일제가 우리나라를 강점했던 기간 동안 일제가 행했던 억압적인 식민지정책과 탄압, 그리고 한국 민족의 저항의 역사를 기록하고 있다. 그중 (상)권은 1910년부터 1919년의 3·1운동과 1920년을 전후한 항일무장독립투쟁까지의 역사를 다루었다. 저자는 머리말에서 이 책은 한국민족의 역사를 있는 그대로, 진실 그대로 서술하기 위하여 집필한 것이며 연구서와 교양서를 겸하도록 편성하였다고 밝혔다. 특히 이 책은 구한말에서 해방에 이르는 한국근대사회의 변동에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며 일본 제국주의에 학문적으로 맞서온 저자 자신에게도 일제 강점기의 우리 민족의 경험을 총정리하고 지금껏 접해왔던 당시의 자료들과 최근까지의 연구논문들을 망라해 보는 것으로서 개인적으로도 깊은 의미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런데 책 전반부에 일제의 식민지 무단통치와 탄압기구의 설치, 1910년대 일제의 식민지 정책과 한국사회를 논하면서, 비학술적이고 지나치게 감정에 치우친 용어들이 많이 사용되었다는 점이 기술상의 문제점으로 지적될 수 있겠다. 1장과 2장에서 "간악한", "극악한", "잔인무도하며 야수적인", "야만적인", "암흑의 천지", "살륙과 공포의 도가니", "야수적 강도들", "강도적 야수성"과 같은 말들이 일제 식민지 통치 수단을 수식하는 어구로 많이 등장하는데, 이는 물론 일본 제국주의 통치의 실제 그러함을 여과없이 묘사하고자 하려는 의도에서 쓰여졌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문단 끝마다 그런 용어들을 사용하는 것은 그다지 적절해 보이지 않는다. 물론 지난 한 세기를 전쟁으로 휘몰아넣고 전 人民을 불행하게 만든 제국주의적 침탈과 일제 통치 방식의 무단성과 잔인성은 반드시 그 시시비비를 가려야겠지만, 이렇게 단죄적인 말은 처음부터 결론을 내려놓고 독자에게 그것을 주입하려는 느낌을 준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독립을 위해 자기 목숨을 초개같이 여기고 나아가 싸우신 분들을 하나하나 기억하고 마음에 새기는 것이 당연한 도리이겠지만, 이 책에서는 어느 누구 하나 놓치지 않으려고 상세하게 열거식으로 기술하는 방식을 적용함으로써, 오히려 다른 많은 것들을 놓치고 있지는 않은지 숙고해 볼 필요가 있다. 또한, 역사기술상의 특징과 관련있는 문제로, 이 책에서는 사료를 그대로 옮기는 듯한 느낌을 주는 부분이 많이 보인다. 각 지역으로 확산된 3.1 운동을 기술하는 부분이나 문화통치로 넘어오면서 20년대에 국내에 생겨난 여러 결사체들을 나열하는 부분, 국내외 무장독립단체들의 활동을 소개하는 부분에서 특히 그러한데, 이런 부분에서 각 내용들을 너무 기계적으로 기술한 느낌이 든다. 이 책에서는 『한국독립운동사연구』, 『한국독립운동지혈사』, 『한국독립운동사』, 『독립운동사자료집』, 『독립운동사』와 같은 기간(旣刊)의 일제강점기 관련 대작들을 자주 인용하고 있다. 그리고 무오독립선언서, 2·8 독립선언서, 기미 독립선언서도 그대로 게재되어 있다. 이들 뿐만 아니라 많은 경우 이미 자료의 형태로든, 연구 논문의 형태로든 나와 있는 문건들이 인용되어 있는데, 이들에 그다지 새로운 해석도 가하지 않고 그대로 실을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h******k 2002.07.13.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