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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여러 모습을 파노라마처럼 보여주는 미국판 부덴부르크
"미국의 여러 모습을 파노라마처럼 보여주는 미국판 부덴부르크" 내용보기
이 소설은 단숨에 읽어 내기가 쉽지 않다. 가족을 소재로 한 소설이므로 동서양을 초월해 모두가 공감하는 내용을 담고 있으리라 기대할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초원 위의 집"의 훈훈한 가족애도 "카라마조프 집안의 형제들"에서 볼 수 있는 격렬한 갈등도 이 작품엔 없다. 브라드미르 나보코프(Vlamir Nabokov)와 토마스 핀천(Thomas Pynchon), 그리고 돈 들릴로(Don DeLillo)의 절대
"미국의 여러 모습을 파노라마처럼 보여주는 미국판 부덴부르크" 내용보기
이 소설은 단숨에 읽어 내기가 쉽지 않다. 가족을 소재로 한 소설이므로 동서양을 초월해 모두가 공감하는 내용을 담고 있으리라 기대할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초원 위의 집"의 훈훈한 가족애도 "카라마조프 집안의 형제들"에서 볼 수 있는 격렬한 갈등도 이 작품엔 없다. 브라드미르 나보코프(Vlamir Nabokov)와 토마스 핀천(Thomas Pynchon), 그리고 돈 들릴로(Don DeLillo)의 절대적 영향을 받은 Franzen에게서 스토리텔링 위주의 재미를 기대할 수는 없는 것이다. 연로한 어머니가 자식들과 함께 크리스마스를 보내려 노심초사하는 지극히 단순한 플롯으로 되어 있는 이 소설은 가벼운 재미만 추구하는 독자에게는 큰 매력을 주지 못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근래의 지나친 '가벼움'에 식상한 고급의 독자들에게는 분명 반가운 작품이 될 것이다. '김진명'이 쓴 통속소설류를 주로 읽는 독자들은 분명 이 소설을 싫어할 것이지만 문체주의자 '신경숙'의 작품을 좋아하는 독자들은 분명 이 작품에 매료될 것이다. (물론 문체와 어휘에 주목하는 나보코프적 요소를 훌륭하게 우리말로 번역해 낼 수 있어야 한다는 전재가 필요하지만.) 언어적 탁월함을 제외하고 또 다른 장점을 들라면 우선 생생한 등장인물의 창조를 들 수 있겠다. 노환으로 고통 받는 Alfred, 가족간의 유대를 복원하려 애쓰는 Enid, 안정된 일자리에서 쫓겨나 끝없이 추락하는 Chip, 중년의 위기 속에서 가족에게조차 이해 받지 못하고 정신적 혼돈을 겪는 Gary. 이러한 인물 설정은 얼핏 생각하면 매우 흔하고 진부한 것이라 여겨질 수도 있다. 그러나 뛰어난 이야기꾼 프랜즌에 의해 그들은 바로 옆에서 심장고동 소리를 내며 살아 숨쉬는 인물로 변한다. 그리고 이 작품의 또 다른 장점은 한 가족의 소사(小史)나 가족 성원들의 묘사에 그치지 않고, 90년대 미국의 여러 모습을 파노라마처럼 보여주고 또 거기에 분석을 가하는 사회소설의 면모를 지녔다는 점이다. 대학의 지식인 사회, 닷컴의 비리, SF 소설, 마약, 불륜과 동성애뿐만 아니라, 신자유주의적 질서 속에서 파멸해 가는 과거 사회주의 국가의 모습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고 다양한 그림을 이 작품은 거대한 벽화처럼 아우르고 있다. 그래서 어느 비평가는 이 소설을 일러 미국판 "부덴부르크"라 칭하고 있는 것이다. 작가 프랜즌이 9년여의 심혈을 기울여 만들어 낸 대작 The Corrections는 그 유래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모든 비평가로부터 격찬을 받고 있다. 수많은 비평가들에 의해 이미 고전의 반열에 든 이 작품은 올해(2001년) 전미도서상(The National Book Award)을 수상하였다. 그런데 통속소설과는 거리가 먼 이 소설이 지금 미국에서 최대의 밀리언셀러가 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평론가들의 열렬한 찬사, 전미도서상(The National Book Award)을 수상한 사실, 그리고 오프라 윈프리 북클럽에 선정된 점등이 이유로 작용한 점도 있겠으나 근본적인 이유는 미국에는 훌륭한 책을 사주는 고급의 독자층이 넓다는 점이겠다. 우리 출판현실을 생각할 때 그 점이 몹시 부럽다.
a****d 2001.12.26. 신고 공감 2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