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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 처음으로 퇴직금이 생겼다. 당연한 얘기지만 퇴사를 했기 때문이다. 남들에겐 작은 돈일지 몰라도 내게는 낯설 정도로 큰 돈이다. 불과 한 달 쉬는 거였지만, 퇴직금은 생각했던 것보다 가파르게 없어졌다. 불과 한 달 월급이 안 들어오는 거였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타격이 컸다. 피 같은 내 돈!! 다 없어지기 전에 묶어둬야 한다. 그런데... 어디에? 1퍼센트대 정기예금에 돈을 묶을 순 없다. 그렇다고 대박환상을 꿈꾸는 철없는 투자자가 되진 않을 것이다. 그냥 안정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는 투자처면 충분하다. 그런데, 그런 게 있기나 한가? 이런 개인 사정 때문에 12월의 독서는 주로 "돈"과 관련한 것이었다. 억, 억 소리치는 본격 재테크서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보다는 경제의 큰 흐름이나 돈에 대한 태도 등을 다룬 책이 내게 필요했다. 아, 세상이 이렇게 돌아가고 있구나, 그러면 여기 어디쯤에 기회가 있을 수 있겠구나, 앞으로 이런 경제활동인구가 돼야 겠구나, 뭐 그런 통찰을 주는 책이면 충분했다. 1. 선대인의 빅픽처 : 저성장 시대의 생존 경제학
내가 찾던 것과 가장 가까운 책이다. 선대인 소장이 경제의 큰 흐름을 하나씩 짚어준다. 미국 금리, 유가, 금값, 중국 경제성장률, 국내 주요 산업의 흥망성쇠, 그리고 그밖에 우리가 주목해야 할 기회 요인과 리스크 요인을 분석한다. 이런 요소들이 독립적으로 움직이는 게 아니라 어떻게 서로 긴밀하게 영향을 주고받으며 움직이고 있는지까지 보여준다. 나는 선대인 소장이 비관론자라는 비판에 동의하지 않는다. 김영하의 표현을 빌리면 그는 "현실적 비관주의자"다. 저성장 시대라고 현실을 정확히 진단하면서, 이런 내리막 세상에서도 기회를 포착하려 하기 때문이다. 그의 방법론을 빌려 나도 나름 스스로 판단한 몇 개의 투자처를 찾았다. 그의 조언대로 최저점에서 사서 최고점에서 팔아야겠다는 헛된 희망만 버리면 조금 더 합리적인 기회가 보였다. 나처럼 저금리 시대가 오고 나서야 역설적으로 투자에 관심을 갖게 된 사람이 있다면 이 책을 입문용으로 추천한다. 이 정도의 빅픽처는 조망한 후에 실전투자에 나서야 다치지 않기 때문이다. 2. 머니 콘서트 : 100세 부자, 부유한 노후를 위한 인생 경영 지침서
구체적인 사례나 깊이 있는 경제 원리를 다루지는 않는다. 그보다는 돈과 사람을 바라보는 올바른 애티튜드를 설명하는 데 많은 부분을 할애한다. 때문에 내 퇴직금을 넣을 투자처를 고르는 데 직접적인 도움을 주진 않았지만, 투자를 하려는 내 마음과 태도를 점검하는 데는 상당한 도움이 되었다. 많은 시간이 흐른 후 그때의 나는 2015년의 퇴사 선택을 어떻게 판단할까. 그리고 그때의 나는 나의 퇴직금 투자를 어떻게 판단할까. 이렇게 벌며 살아도 정말 부유한 노후를 보낼 수 있을까. 답이 없는 질문이지만, 이 책을 읽으며 이런 생각을 해볼 기회를 가졌다. 당장 눈앞의 이익과 손해에 민감해져 있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내 인생에 대한 적절한 거리감이 내 삶을 더 사랑하게 할 것이다. 3. 세상물정의 경제학 : 경제력이 불끈 솟아나는 퇴사를 결심한 이유 중 하나는 스티븐 레빗과 스티븐 더브너의 부추김이었다. <괴짜처럼 생각하라>에서 그들은 포기의 장점에 대해 역설한다. 실제로 두 저자는 각각 골프와 락밴드를 포기했기 때문에 괴짜경제학자가 될 수 있었다. 나는 그들이 운영하는 홈페이지에서 운명의 동전(?)도 던져봤는데, 그냥 포기하라는 조언이 나왔다. 이처럼 그들 말을 듣고 퇴사를 했으니, 최소한의 수습도 그들에게 맡겨야 할 것 같았다.
<세상물정의 경제학>은 여전히 <괴짜경제학> 시리즈의 연장선상에 있는 책이다. 그들이 관리하는 '괴짜 경제학’ 블로그에서 그동안 독자들이 궁금해한 수천 개의 질문 중 가장 흥미롭고, 유익한 주제들을 선별하여 답했다고 하니 당연한 결과다. 그 말은 이 책 역시 여전히 괴짜스럽고 재미있다는 뜻이다. 당연히 내 퇴직금을 어떻게 굴리라는 조언을 이 책에서 얻을 수는 없었다. 하지만 이 책은 딱딱하게 굳어 있던 나의 경제 관점을 유연하게 뒤집어 버린다. 이를테면 "집값이 떨어져도 생각보다 잘 사는 이유"에 대해 설명한다든가, "고유가’에 만세를 외치는 숨은 이유" 등에 대해 색다른 관점을 제시하는 것이다. 그래, 나도 내가 고른 종목들이 떨어져도 생각보다 잘 살 수 있는 이유를 만들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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