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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t it be 그냥 내버려둬
동물인문학(박병상 지음)
풍수해를 완충하는 녹지와 습지를 도시에 조성하고자 하면 모기를 염려하는 목소리가 발목을 잡곤 하지만, 햇살이 비추고 수초가 그늘을 만들어주는 습지라면 대안이 없지 않다. 정화조에서 질식사한 뒤 오히려 장구벌레의 먹이가 될지 모르는 미꾸라지를 녹지 중간에 조성한 깨끗한 습지에 풀어 놓으면 된다. 그런 습지에 잘 사는 토종 어류도 많다. 송사리와 각시붕어를 넣는다면 교육 효과도 있을지 모른다. 그래도 물리면? 잠을 좀 설치며 잠시 긁으면 된다. 뼈대가 약한 모기는 신문지 뭉치에 목숨을 잃지만 사람은 잠시 긁어도 별 탈 없지 않나!(p31) 파리가 많은 시골은 밀가루가 요긴하다고 한다. 빵을 빚기 위한 용도는 물론 아니다. 구더기가 기어 올라오는 바깥 변소에 뿌려야하기 때문이란다. 구더기를 죽이는 밀가루는 기계로 반죽돼 빵이나 과자로 대량 생산된다. 밀가루 반죽이 자동화된 기계에 들어붙으면 이윤 창출에 막대한 차질이 생기는 가공식품 자본은 밀가루에 향료와 색소만 첨가하는 게 아니다. 그런 빵 먹는 사람은 물론, 엄마 뱃속의 자식에게도 아토피를 물려줄 가능성이 높다는데, 그런 사람의 똥과 시커먼 포도를 외면하는 파리는 밀가루에 속수무책이다. 파리는 밀가루가 두렵다.(p36) 진정한 해충 제로지역은 살충제가 아니라 청결로 가능하다. 찌꺼기를 남기지 않는 식단, 잘 부서질 뿐 아니라 충치를 유발하는 주전부리를 줄이고 분유보다 모유를 먹이는 습관, 지나치지 않은 난방과 자연의 허용 범위 안에서 소박하게 계획하는 주택 개발이 바퀴를 떠나게 만들 것이다. 바퀴도 살충제 난무하는 부엌이나 방바닥보다 청결한 곳부터 피할 것이다. 바퀴는 해충이 아니다. 그렇다고 돈을 벌게 해주는 벌레도 아니다. 집안 위생의 지표곤충이다.(p40) 겨울이다. 추운 날씨에는 집안에서도 춥게 살자. 더운 여름엔 집안에서도 덥게 살자. 이제까지 그렇게 살지 않았나? 보일러를 틀어 놓고 속옷 바람으로 집안에 있지 말고, 보일러를 끄고 내복을 입자. 외출할 때는 두껍게 옷을 입자. 여름엔 에어컨을 끄자. 그리하여 전력 사용을 줄이자. 핵발전을 없애고 무한한 에너지인 햇빛, 바람을 이용한 순환 에너지를 쓰자. 부산에서는 바닷물을 담수화해 수돗물로 공급한다고 한다. 부산 소재 고리핵발전소 냉각수가 포함되었기 때문에 시민들이 반대한다. 우리에게 마실 물이 없어서, 그런 물을 마셔야 할까? 그럼 하늘에서 내리는 비는 누가 어떻게 쓸까? 4대강으로 물이 풍부해지고 홍수조절 능력이 더 좋아졌을까? 하늘에서 내리는 비를 왜 가두어 놓고 돈을 받고 팔아먹을까? 파리, 모기, 바퀴는 박멸 대상이 아니다. 사람을 소소하게 귀찮게 하면 해충이라 하는가? 사람이 스스로 깨끗하게 한다면 충분히 함께 살 수 있다. 자연과 인간은 함께 해야 더 오래갈 수 있다. 이런 곤충이 없어진다면 인간은 몇 달 못가서 멸종할 것이라 한다.(에드워드 윌슨) 파리는 줄어든 꿀벌을 대신해 농사를 짓는다. 자본은 모든 걸 경제성장을 통한 이윤의 대상으로 한다. 그러나 경제성장이 둔화되고 정체되는 세상이 되고 있다. 우리는 경제성장의 맹신의 늪에서 벗어나야 한다. 기업 이윤의 논리인 자연 순환법칙을 인위적으로 조작하는 행동을 즉각 멈추어야 한다. 우리는 돈을 먹고 사는 게 아니다. 모든 걸 원래 있던 그대로 그냥 내버려 두자. Let it b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