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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의 도서관』은, 《생각이 나서》라는 에세이집으로 10만 독자팬을 형성했다는 황경신 작가의 신간이다. 아쉽지만 난 아직 10만 독자팬의 가슴을 울렸다던 그 책을 접하지 못했다. 전작도 이와 비슷했을까? 이 책에 담긴 문장들은 소다수처럼 톡 쏘는 청량감과 독특함이 매력이다. 행간마다 마음속에 간직하고 싶고 머릿 속에 기억하고 싶은 문장들로 빼곡하다. 연애 소설인가 생각했는데, 기행문이 되기도 하고, 서간문이 등장하는가 하면, 시가 그려지고, 동화로 읽히다가, 몽환적 판타지로 호흡한다. 먼 과거 속의 인물을 불러들이는가 하면, 소설 속의 인물을 현실로 데려오기도 하고, 우체통이나 책갈피가 자신들의 고충을 털어놓는다. 작가는 예정없는 여행에 대한 동경과 거품 가득한 맥주를 흠모하는듯하다. 사물의 무형을 유형으로 마법처럼 돌려놓는다. 또한, 세계적인 대문호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작품과 그에 대한 존경과 갈망이 담겨 있다. 이야기 끝에는 오마주한 작가와 해당 글이 한 페이지를 장식한다.
나를 믿어달라는 말도 하지 말자고, 나는 생각했다. 믿음이란 혼자 지켜나간다고 지켜지는 게 아니니까. 누군가 믿어주지 않으면 빛을 잃은 다이아몬드처럼 초라해지는 게 믿음이니까. -p41 더 큰 고통이 오기 전에 죽음이 나를 데려가주었고 결국 나는 평화를 얻었소. 그것은 자비가 아닐까. 고통이 평화가 되고 슬픔이 기쁨이 되는 것. 삶은 그런 거라고 믿어. 그렇게 믿지 않으면 살아갈 수가 없으니까. -p69 지나가지 않는 사랑은 없다. 그것이 천 년의 기다림 끝에 온 사랑이라 해도. 그리고 그때는 하지 못했던 말. '지금이 아니면 안 되는 일이 있는 거예요, 세상에는.' -p196 사라지는 것들은 언젠가 한 번 존재했던 것들이다. 존재하지 않았던 것들은 사라질 수 없다. 그리고 그들이 세계에 존재했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잇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다만 내 마음 어딘가에 그 파편들이 남아 가끔 내 심장을 콕콕 찌르는 것을 느낄 뿐이다. -p223 <바나나 리브즈> 여행을 대신해주는 것을 직업으로 갖고 있는 주인공에게 색다른 의뢰가 들어온다. 여행지에 관한 정보도 증명이 될 만한 사진도 경비도 기간도 상관 없이 믿어지지 않을 좋은 조건으로 오로지 '스토리가 필요하다'는 영화감독의 제안을 받는다. 영화 제목은 '바나나 리브즈'. 그렇다면 리브즈는 leave일까, leaf의 복수형일까? <나비와 바다의 놀라운 인생> 강나비는 강바다보다 일주일 늦게 태어난 숙명의 라이벌이다. 둘의 경쟁 구도는 엄마 세대에서부터 되물림 되었다. 오랜 세월을 전쟁같은 견제 속에서 살아왔던 둘은 스물네 살에 이르러 평화 협정을 맺게 된다. 바로 결혼이었다. <나는 책갈피다> 책갈피의 희로애락, 흥망성쇠를 들여다본 기분이다. 책을 다독하던 주인으로부터 알뜰하게 살아가던 책갈피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난 주인에게서 외면당한다. 그 후로 땅바닥에 떨어져 나간 책갈피는 내년이면 장미로 피어날 씨앗을 따뜻하게 품어줄 거름이 되기로 한다. <시인이 된 우체통> 철학자인 가로수와 바쁜 신호등을 이웃으로 둔 우체통은 종일 하는 일 없이 홀로 서 있는 자신을 외롭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시를 쓰기 시작한다. 이 년 동안 매주 월요일마다 자신의 몸속에 한 통의 편지를 집어넣었던 소녀를 그리워하며. 신호등을 <피터 팬>에 나오는 시계를 삼켜버린 악어로 상상한 게 위트 있다. <마음을 사다> "마음 하나만 주세요." "단단한 것과 부드러운 것으로 크게 나눌 수 있습니다." 단단한 것은 웬만해서는 부서지지 않지만 한번 부서지면 그것으로 끝이다. 산산조각이 나버린다. 부드러운 건 아무것도 아닌 일에도 쉽게 다친다. 하지만 통증도 그럭저럭 견딜 만하고 상처도 쉽게 아문다. 나도 단단한 껍질에 물처럼 촉촉한 알맹이에 전체저가으로 부드러운 마음을 선택하고 싶다. <슈베르트의 미완성> 쾌락에 탐닉하다 매독에 감염되었고 세상을 떠나기 마지막 육 년 동안 창조한 작품 대부분이 위대한 음악으로 평가받은 프란츠 슈베르트의 행적과 인간적인 면을 조명한다. 그에게는 슬픔에 의해 태어난 것만이 세계를 즐겁게 해주는 것이었고, 육체의 고통은 정신을 각성시켜 슬픔의 본질을 들여다보게 만들었다. <내 생애 마지막 날> 내 생애 마지막 날, 스마트하고 지적인 악마와 눈부신 오렌지색 날개를 단 근육맨 천사가 번갈아 찾아왔다. 악마와 천사가 각각 내 영혼의 반을 소유하고 있다고 했다. 나는 천사와 맥주를 지금까지 경험했던 것들을 위해 건배한다. 그리고 악마를 통해 이제껏 경험하지 못했던 것들을 위해 건배한다. 그날 이후, 나의 인생은 아직 시작하지 못한 모든 것들에 대해 예전보다 좋아하게 됐다. <잘 만들어진 사랑은 없다> 사랑에 관한 한, 이렇게 명쾌한 해석과 그 유례를 본 적이 없다. 사랑으로 인한 고통과 탄식에 대해 셰익스피어는 대답한다.'당신의 가장 큰 잘못은 당신이 사랑에 빠졌다는 것입니다.'라고. 사랑을 몸과 마음으로 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머리로 한다. 사랑으로부터 한 발자국 떨어진 안전한 거리에서. 셰익스피어가 그토록 많은 사랑의 이야기를 남겼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그가 사랑에 깊이 관여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는지도 모르겠다. 세상에 현명한 사랑은 없다. 사랑의 충고가 죄다 바보 같은 이유도 그 때문이다. 영화나 소설 속의 로맨틱한 러브스토리처럼 잘 만들어진 사랑은 존재하지 않는다. 사랑이란 그렇게 제대로 될 리가 없기 때문이다. 잘 안 되면 마는 것이 바로 사랑이다. <버터 호랑이> 바로 앞에 서술된 <요스터파파쿠르쿠르 공원>의 뒤를 잇는 이야기로 주인공은 막 이 공원을 다녀오는 길에 버터로 흠뻑 젖은 버터 호랑이의 담요를 발견한다. 버터로 만들어진 자신의 몸뚱어리에서 녹여낸 버터를 갓 구워낸 빵에 발라 먹어서 너무 작아져버린 별난 호랑이의 정말로 재미있는 이야기다. <남극에서의 하룻밤> 누구에게서 온지 모르는 남극 왕복티켓과 열쇠를 받아들고 개썰매를 타고 떠난 남극에서의 하룻밤은, '나를 알기 전에 당신을 알고 싶었던' 마음에서 비롯된 여행이다. 소년이었던 당신을 만나 따뜻한 초콜릿을 마시고 불에 구운 마시멜로를 먹고 오렌지색 스웨터를 입고서 나란히 둘이 아 별을 보며 자물쇠 달린 일기장을 펼쳐 읽을 때.. 어디선가 투명한 별들이 쏟아질 것만 같은 풍경이다. <밀리언 달러 초콜릿> 남자는 그녀를 처음 만났을 때, 기묘한 심장의 반응을 일으켰고, 여자는 일상의 별다른 변화없이 그를 맞았다. '어떤 사람에게 사랑을 가볍고, 어떤 사람에게 사랑을 무겁다.' 두 남녀가 헤어진 뒤 일 년 후, 그녀의 집 근처에서 눈이 내린다. 그리고 색색의 단추들이 후드득 쏟아지고 남자는 입안 가득 그녀가 내린 밀리언 달러 초콜릿을 입안으로 집어넣는다. 이것으로 그들의 사랑은 다시 시작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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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전쟁과 죽음에 대해 사유하는 글을 여러편 만났더니 마음까지 가라앉는 느낌이어서 뭔가 다른 분위기의 책을 읽고 싶었다. 그래서 선택한게 황경신 작가의 단편 소설같은 혹은 상상의 에세이인 『국경의 도서관』이라는 책이었다. 짧은 문장들이 있기에 쉽게 읽을 수 있고, 짧은 단편 속에 깃든 사유에 고개를 끄덕이며 모처럼 나를 다독이는 시간을 만났다. 하나의 문장으로도 위로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책을 읽는 사람이라면 알 수 있는 그런 위로의 문장들을 말이다.
소설과 에세이의 경계를 넘어선 문장들이어서 일까. 마음껏 상상의 나래를 펼수 있는 글들이었다. 나는 문장들을 읽고 마음을 달래고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일들을 상상하는 것도 즐거움이구나를 느끼게 되는 것 말이다. 짧은 한 편들을 읽고나면 저절로 입가에 미소를 지을 수 있는 문장들의 모음이었다. 생각해보자. 책에서처럼 여행을 대신해주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 있다고 해보자. 나는 내가 여행을 가고 싶지, 내가 시간이 없다고 내 여행을 대신해주는 사람을 고용하고 싶지는 않다. 아무리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해도 말이다.
작가는 이처럼 타인의 여행을 대신해주는 직업을 가진 사람의 이야기를 하더라. 낯선 곳에서의 여행, 사진 기록, 여행지에서 느낀 감정들을 이메일로 전해주는 사람이라니. 퍽 낭만적인 직업인 것도 같다. 만약 그런 직업이 있다면 나는 아마 당장이라도 현재의 직업을 때려치울 준비가 되어있다.
책을 읽다가 저절로 미소를 짓게 만든 또하나의 글 중에 책갈피에 대한 글도 재미있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책갈피가 아닌 다른 무엇이 되어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를테면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올 때까지, 하나의 씨앗을 따뜻하게 품어줄 수 있는 흙 같은 것이. (「나는 책갈피다」중에서) 책을 위해 태어난 책갈피. 책사이에 숨을 죽이고 있다가 책 주인이 책을 펼때까지 얌전하게 기다린다는 표현도 마음에 들었다. 책갈피가 제일 싫어하는 장르가 미스테리 소설이라고 한다. 살인사건이라도 일어나면 책갈피는 숨을 죽이고 있어야 해서 무섭다고 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은 책갈피도 예쁜 걸 구해서 끼워놓는다. 내가 읽을 페이지를 표시하는 책갈피하나에도 이왕이면 예쁜것이 좋으므로.
내 생애의 마지막 날이라면 무엇을 할까 고민하는 이야기도 있다. 처음엔 천사가 찾아왔고 그 다음엔 악마가 찾아와 자기를 심심찮게 해준다면 마지막 날에 할 수 있는 건 무엇일까.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족과 함께 하겠다고 하지만, 책 속의 사람은 내가 읽었던 책과 그림들, 음악들을 생각했다.
지금까지 내가 읽었떤 책들, 내가 보았던 그림들, 내가 들었던 음악들, 내가 지나쳐왔떤 공간들, 내가 연주했던 피아노의 건반 하나하나, 내가 만났던 사랑하는 사람들, 그들과 함께 보낸 시간들, 그들이 한 약속들, 그들의 미소와 눈물 ..... (「내 생애 마지막 날」 중에서)
이 모든 것들이 달라져 보이지 않을까. 사랑하는 사람들과 더 소중한 시간을 보내게 되고, 우리가 미처 읽지 못했던 책들과 미처 듣지 못했던 음악들. 이 모든 것들에 대한 소중함을 느끼게 될 것이다.
사라지는 것들은 언젠가 한 번 존재했던 것들이다. 존재하지 않았던 것들은 사라질 수 없다. 그리고 그들이 세계에 존재했다는 것을 증명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다만 내 마음 어딘가에 그 파편들이 남아, 가끔 내 심장을 꼭꼭 찌르는 것을 느낄 뿐이다. (「그 집 앞」 중에서)
일 년에 단 한 번 11월 11일 11시에 셰익스피어가 참여하는 낭독의 밤이 국경의 도서관에서 열린다면. 그곳을 지나가다가 그 안내판을 본다면 아마 나라도 참여해 볼 만한 일. 그가 읊어주는 『로미와 줄리엣』, 『맥베스』 등을 읽어준다면, 아무 페이지라도 펼쳐서 읽어준다면 우리는 그의 목소리에 빠져들고 말리라.
어떤 책들을 보면 아무 페이지나 펼쳐서 읽으라고 페이지가 적혀있지 않은 책들이 있다. 아무 페이지를 펼쳐 읽어도 앞 글과의 조화가 따로 필요없고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책. 이 책이 그런 책이다. 나는 이 책을 읽는 동안에 다른 책을 읽지 않았기 때문에 책갈피를 사용해 앞 장에서부터 서서히 읽었지만 앞과 뒤를 달리해 읽어도 좋은 책이다. 그저 페이지를 펼쳐 하나의 단편에 그 글에서의 감정을 느끼면 된다. 이런 일이 있다면 어떨까, 라는 상상을 하며 슬며시 입가를 늘일 수 있는 글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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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과 에세이의 경계는 뭘까? 그 경계를 희미하게 만드는 책을 한권 만났다. 분명 에세이라는 분야라고 보고 읽었던 책인데 이야기는 소설느낌도 물씬 풍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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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편의 이야기는 짧지만 참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건 현실일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과거의 인물을 만나기도 하고 현재의 인물을 만나기도 한다. 현재를 걷기도 하지만 환상의 어딘가를 걷고 있기도 하다. 그래서 내가 지금 무얼 읽고 있는건가 싶기도 했던 이야기도 있었다. 하지만 인간의 생각과 행동에 대한 여러가지 이야기들은 짧지만 강렬한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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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힘든 상황들이 누군가에겐 활기가 될 수 있음을 알게 된다. 좌절의 순간이 또한 또다른 기회의 순간이 되는 것도 알게 된다. 그러니 기회를 얻을 순간이 오면 절대 놓치지 않길 바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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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든 다 할 수 있을 것 같은 순간들이 있었다. 결국 그렇지 않다는 것을 깨닫는데 오래걸리진 않았지만 그래도 여전히 바라게 된다. 무엇이든 다 해보고 싶다고 그리고 그러기 위해 모두 다 늘 열심히 달려가고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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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떠나보내야 할 때와 포기해야 할 때도 분명 있음을 알게 된다. 어려운 결정이 되겠지만 그 결정을 위해 두눈 질끈 감고 선택을 한다. 물론 쉽게 결정되는 경우도 있지만 신중해야 하는 경우가 더 많다. 그러니 차근차근 천천히 꼼꼼하게 다 챙겨볼 수 있길... 그래서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길 바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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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참 많은 일들을 겪으며 살아간다. 슬프고 아픈 일도 있지만 기쁘고 즐거운 일도 있다. 그러니 슬픈 생각을 너무 많이 하지 않을 수 있길... 슬픔이 가슴에 콕 박혀 빠져올 수 없게 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생각해 보면 슬픔보다 기쁘고 행복한 순간들이 더 많았으니까 그걸 생각할 수 있길... 그래서 슬픔이 날 잠식할 수 없게 조심스럽게 한모금씩 마실 수 있길 바란다.
이야기를 읽다가 웃기도 울컥하기도 혹은 멍하기도 했다. 이야기가 재미있어서 혹은 슬퍼서 혹은 이해가 안되서 혹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님의 글에서 난 희망을 너무 많이 발견해 버렸다. 행복한 순간이 훨씬 더 많음을... 그리고 사는건 쉽지 않지만 살아볼만 하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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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열한 시, 반짝반짝 변주곡 등을 통해 깊은 인상을 남긴 황경신 작가의 신작 '국경의 도서관'은 '초콜릿 우체국'의 두 번째 이야기다. 황경신 작가의 책은 나름 여러 권 읽었는데 초콜릿 우체국은 읽지 못하고 '국경의 도서관'을 접했지만 서른아홉 편의 이야기들은 책장을 술술 넘어가는 독특한 매력을 느끼게 해준다. 한 편 한 편이 다 인상 깊지만 그 중에서 몇 편을 이야기는 책을 덮고서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첫 번째 이야기 '바나나 리브즈'는 다른 사람의 여행을 대신 해주는 직업을 가진 여자가 아무 조건을 내 놓지 않은 감독의 부탁으로 여행길에 오른다. 비행기 안에서 오래전 잠깐 여행에서 만난 여자가 자신의 아이를 낳고 기른 아이가 벌써 열두 살이나 된 남자를 만나며 이야기를 나눈다. 화자는 의뢰인으로부터 여행지의 느낌을 단어로 말해 해주기로 했는데 감독은 자신이 원한 컨셉트를 잡았다며 화자에게 자유로이 여행을 권한다. 다른 사람의 여행을 대신 해준다는 직업이 흥미롭게 느껴졌으며 아닌 밤중에 홍두깨처럼 갑자기 자신도 모르던 열두 살 아들이 있다는 남자의 이야기에 세상에는 내가 모르는 삶도 있구나 싶다. 수시로 여행 가방을 싸는 여자와 그런 여자를 기다리는 남자의 이야기 '너무 많은 구두 너무 많은 계단'... 여자의 가방 안에 구두가 다섯 켤레나 담겨 있는 이야기를 듣는다. 남자는 여자를 위해서 의자를 만들어 여행에서 돌아오면 여자가 쉴 수 있게 해주는 두 사람만의 사랑의 방식을 풀어 놓은 이야기가 흥미롭다. 떠나도 항상 기다려 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 행복하다기에... 셰익스피어의 비극 '로미오와 줄리엣'의 이야기를 모르는 사람들은 없다. 헌데 로미오와의 영원한 사랑을 위해 로렌스 신부의 도움으로 잠시나마 죽음의 묘약을 먹고 잠들어 있으려고 했던 줄리엣이 유언장을 남긴 '줄리엣의 유언'... 무엇보다 이제 겨우 열네 살을 맞는 사랑에 빠진 줄리엣의 모습이 상상이 간다. 불안감에 휩싸여 약을 먹으려는 그때 혹시나 잘못되어 죽는다는 전제로 유언장을 작성하게 되는데 이 내용은 그 나이와 줄리엣이 처한 상황과 심정을 아주 잘 묘사하고 있어 인상 깊다. 불멸의 작가 괴테의 대표작품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서 베르테르의 열렬한 사랑을 받았지만 그가 죽으며 깊은 상처를 갖게 된 로테의 심정을 담은 '베르테르의 순정에 대한 로테의 입장'을 읽으며 한 사람의 사랑을 받는 것이 좋은 것만이 아니라 사랑이란 것이 서로 원할 때 느끼는 감정이어야 함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된다. 베르테르의 죽음 후 로테와 남편은 틈이 벌어진다. 베르테르의 아기를 임신한 B양과 찾아와 함께 살게 되면서 다른 사람의 눈에는 다소 어색해 보이는 가족의 모습을 갖는다. B양이 아이를 낳고 베르테르란 이름을 붙이며 사랑을 쏟으며 진짜 행복이란 것을 느끼며 산다. B과가 로테가 마지막 의식과 같은 베르테르의 편지를 없애는 과정에서 남편과 베르테르가 돌아온다. 무엇보다 로테가 자신의 삶에 대한 짧지만 진솔하며 진정한 사랑의 본질을 무엇인지 이야기 하는 대목에 공감이 간다. 이외에도 사람의 마음을 딱 한 번이지만 살 수 있다면 난 어떤 마음을 살까? 생각해 보게 만들었던 '마음을 사다', 헤르만 헤세의 자전적 소설 '데미안'을 낼 때 필명인 에밀 싱클레어의 초대를 받은 한 남자의 이야기를 다룬 '무거운 꽃' , 간절히 경매에서 상자 하나를 낙찰 받고 싶었던 여자의 소망을 다룬 '죄송하지만 주문은 취소할게요', 책의 제목이자 마지막 이야기인 '국경의 도서관'은 매년 11월 11일 밤 11시에 열리는 낭독의 밤에 이미 오래 전에 죽은 셰익스피어가 나온다는 살짝 섬뜩하면서 진짜로 이런 일이 일어나는 도서관이 있다면 얼마나 멋질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하나하나의 단편이 가진 이야기는 색다르고 매력적이다. 멋진 책이다. 밤 열한 시를 읽으며 빠져들어 단숨에 읽었던 느낌을 '국경의 도서관'을 읽으며 다시 확인하게 되는 책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작품, 문인, 음악가, 인물들을 다른 시선으로 풀어 놓는 이야기는 흥미로움을 떠나 좀 더 긴 중장편 소설로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이별은 커피 한 잔을 마시는 일과 같아. 너무 성급하게 마시면 마음을 데고, 너무 천천히 마시면 이미 식어버린 마음에서 쓴맛이 나. 이별을 잘 견딜 수 있는 방법 같은 건 없어. 하지만 겁먹을 필요도 없어. 지금 네가 커피를 마시는 것처럼, 그 마음을 다하면, 시가니 흐른 후에도 향기는 남는 거니까. -p182- 지금은 갖지 않으면 안 되는 것, 지금 전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 지금 만나지 않으면 안 되는 사람, 지금 이 순간에만 반짝이는 것, 그대가 망설이는 사이에 지나가버리는 것, 영영 돌이킬 수 없는, 그런 것. 그건 어쩌면 앞으로도 영원히 하지 않을 말. -p19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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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짧막한 글이면 글일수록 저자의 깊은 손때가 묻어 있다. 단순간의 내용들은 독자들에게 강력한 인상과 인식으로 남기기 위해서는 작가의 센스와 깊은 작가의 솜씨가 있어야 한다. 그래서 장편의 글을 쓰는 것 보다 단편의 글을 쓰는 것이 더 힘들다는 생각을 더해 본다. 그래서 황경신 작가의「국경의 도서관」는 독자들로 하여금 무궁무진한 상상력과 톡특한 글의 내용은 38편의 짧은 글을 더욱 강력하고 흥미로우면서 짧은 글로 인한 아쉬움을 느끼게 해준다. 그 아쉬움은 더 아쉬움으로 사람들에게 속삭이며 현대사람들에게 쉽게 놓치는 것들을 알려주고 기가막힌 정보를 알려주는 것같다. 예를 들면 ‘여행을 대신해 주는 사람’은 삶의 여유가 없는 현대인들을 힐링해주고 지금 삶의 현주소를 보여줌을 통해 깊은 몰입도를 형성시켜주므로 깊은 공감을 불러 일으키게 되었다는 것이다. ‘우물인가’는 글의 구성에 비하면 왜 그가 우물인간인가를 의구심을 불러 일으키는 내용을 담고 있고 작가의 마음을 이해되어지고 현실의 삶을 조명하는 듯이 그려지고 있다. ‘책갈피의 이야기’는 섬세하고 소재의 글이 마치 독자의 마음을 같이 합심으로 불러일으키어 참 이쁜 글의 이야기임을 느끼게 해준다. 그 외 35편의 내용들은 기존 글의 중심내용보다는 중심내용을 소재에 불과 하지만 이제는 그것이 중심소재로 화두가 되어 독자의 깊은 상상력과 사소한 단어의 소중함을 불러 일으킨다는 것이다. 어느 누구도 생각하지도 않았던 단어들이 주는 풍부한 감성들은 어떠한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톡득하면서 섬세한 글 속에서 아마도 작가가 현 시대를 살면서 느끼면서 아쉬워했던 부분들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은 마음에 서술해 나간 것 같다. 마지막으로 국경의 밤에서 윌리암 셰익스피어의 낭독은 그 앞에서 듣는 것처럼 그에 대한 몰입도는 정말로 환상적이라는 것이다. 이 시대가 메말라가고 점점 환상과 메말라가는 현실앞에 좋은 감성과 교훈을 주는 글인 것같다. 이 책을 읽으면서 한 편의 글에 대한 삶의 정리를 하게 한다. 지금까지 살아온 것에 대한 회고를 통해 그냥 지나쳐 갔던 내용, 무심하게 다루었던 모습 앞에서 참 미안하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삶의 작 부분일지라도 참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책인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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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글은 감성적이다. 가끔 감성을 내세운 책들을 만나다 보면 거부감이 들 때가 있다. 너무 대놓고 '감성'을 내세우는 글들이 거부감으로 이어진다. 그런데 저자의 글은 '거부감'이 아닌 공감하며 마음에 드는 구절을 만나고 내 마음과 같은 한 구절을 찾는 재미가 있었다. 사람의 마음 한구석을 살짝살짝 건드리는 글들을 통해 관심을 가지게 된 작가이다.
<초콜릿 우체국>의 두 번째 이야기라는 이 책에서는 여러 편의 짧은 글들이 담겨있다. 짧은 분량 안에서도 독특한 소재와 작가만의 감성은 놓치지 않았다. 이 책의 제목인 '국경의 도서관'은 책의 제일 마지막에서 만날 수 있다. 항상 느끼지만 제목에서도 작가의 감성이 묻어 나오는 것 같다.
이번 책에서는 독특한 소재들과 상상력이 더욱 돋보였다. 이야기의 화자가 사람이 아닌 글들이 있다. 그중에서도 '나는 책갈피다'와 '시인이 된 우체통'이라는 글이 기억에 남는다. '나는 책갈피다'는 정말 글을 읽기 전에는 책갈피가 화자일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최초로 본 세상이 온통 책으로 가득 찬, 서점의 한쪽 귀퉁이에 얌전히 진열되어 있었지만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 책갈피. 그 많은 책들 중에서도 자신을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책이 없어서 행복하지 않던 책갈피의 삶을 바꾸어줄 사람이 운명처럼 나타났다. 만지작거리다가 가버린 사람들로 상처를 받았던 책갈피는 자신을 향해 걸어온 그녀의 책들 속에서 살게 되었다. 처음부터 책을 위해 태어난 존재이며 책만 위해 살아가야 하는 책갈피. 책갈피가 바라본 세상이 우리가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작은 사물의 눈에서 상상했다는 점이 독특하다. 책을 사랑하는 그녀의 책에서 책을 위해 살아가던 책갈피가 또다시 홀로 남겨져 책갈피가 아닌 다른 무엇이 되어도 좋겠다고 생각하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시인이 된 우체통'에서는 '우체통'이 화자이다. 우체통도 책갈피처럼 눈길을 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 둘의 감정에서 외로움이 묻어난다. 옆에서 한자리를 지키는 가로등과 신호등. 우체통은 자신 스스로가 좀 외로운 것 같다고 생각한다. 이런 우체통이 시인이 되기로 하는 생각의 과정 또한 감성적이다.
하지만 외롭다고 생각하면 계속 외로워지는 거니까, 누군가에게 얘기를 좀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나 혼자 주절주절 얘기를 늘어놓는 건 궁상맞아 보이니까, 누가 간단한 질문이나 짧은 대답이라도 해주면 좋겠다. -p.54
하지만 우체통에게 이야기를 걸어주는 사람은 없다. 간혹 있다면 술에 취한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 그래서 외로운 우체통은 시인이 되기로 한다. 처음부터 시인이 되기 위해 거리에 서 있게 되었다고 생각하는 우체통. 책갈피에게 그녀가 다가와서 책 속에 살게 했듯이 이번에는 우체통에게도 한 소녀가 나타난다. 우체통에 편지를 넣는 소녀로 인해 우체통의 시는 희망과 사랑의 언어로 넘쳐난다. 하지만 모든 것에는 끝이 있고 홀로 남겨진 우체통은 생각한다.
그대와 나 사이의 좁혀지지 않는 마음의 거리를 가늠하며, 오늘도 시를 쓴다. 그러니 그대, 사라지는 것, 떠나는 것, 멀어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 거리가 없다면, 우리 사이에 바람도 불지 않을 테니까. -p.57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상처받지 않기 위해 단단하고 강한 마음을 가지고 싶어 한다. '마음을 사다'에서는 그런 사람들의 마음을 볼 수 있다. 단단하지만 한 번 부서지면 끝인 단단한 마음, 사소한 단점이 많고 상처도 잘 받지만 상처를 빨리 아물게 하는 부드러운 마음, 나는 어떤 것을 선택할까 생각해본다. '잘 만들어진 사람은 없다'에서는 사랑에 빠진 사람의 마음에 늘 있는 수많은 물음표들, 사랑에 한 발을 들여놓는 순간, 우리 속의 아이가 반짝 눈을 뜬다. '잘 만들어진 사랑'은 없으니 사랑에 빠졌으면 그냥 행복한 바보가 되라고 말한다.
이 책에는 다양한 소재와 상상력이 등장하는데, 또 '셰익스피어'가 굉장히 많은 이야기에서 등장한다. '국경의 밤'에서도 역시나 셰익스피어가 등장하고, 그는 현실 속의 사람처럼 등장하기도 해 작가의 글이 현실과 상상을 넘나드는 모호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그리고 다른 수많은 작가들과 책이 이야기 속에서 등장하는데, 책을 읽으면서 작가의 감성을 따라가 보려 체크해보기도 했다.
작가의 글은 마음을 건드리는 차별화가 돋보인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외로움과 같은 감정이 기본적으로 깔려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그리고 어떤 격정적인 사건이나 폭발하는 감정은 표현되지 않는다. 절정이 없이, 담담하고 담백하게, 차분하게 이어지는 글들이 쿵쿵쿵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천천히 다가오며 퍼지는 느낌을 받는다. 안갯속에서 조금 흐린듯한, 연한 회색이 가득한 느낌. 그리고 그 속에서 지나치지 않고 감성을 자극하는 글들이 이번에도 마음에 들었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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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만 독자가 선택한 『생각이 나서』를 읽은 기억을 떠올린다. 그 책을 통해 황경신 작가의 글을 처음 접했다. 사진과 함께 작가의 글이 짤막하게 펼쳐지는데, 별 생각 없이 펼쳐들었다가 의외로 눈길을 멈추게 되었다. 구석에 쳐박혀 먼지 풀풀 날리는 나의 옛 일기장을 우연히 꺼내보는 듯한 느낌으로 공감의 시간을 보냈다. 그 다음에 읽은『한 입 코끼리』는 독특한 소설이었는데, 여덟 살 소녀가 보아뱀을 만나 열여덟 편의 동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구성으로 되어 있다. 어린 시절 읽은 동화의 희미한 기억을 떠올리며 창의적인 상상력의 세계로 들어가보았다.
이 책을 선택하게 된 것은 황경신 작가의 책이기 때문이었다. '황경신의 이야기노트'라는 설명을 보고 읽어보기로 결심했다. 어떠한 편견 없이 읽어보려고 다른 설명은 일부러 외면했다. 작가의 이름만으로도 선택하고 싶어지는 책이었으니 말이다. '국경의 도서관'이라는 제목 밑에 '38 True Stories & Innocent Lies'라고 적힌 부분에서 한참을 머물렀다. 나에게는 제목보다 강렬하게 다가온 메시지였다. 세상의 모든 '이야기'에 시선을 모아본다. 그것이 소설이든 에세이든 어느 한 분야에 규정짓는 것이 별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적어도 이 책에서는 '작가가 들려주는 이야기'라면 그것으로 충분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특히 황경신의 이야기는 독특하니까 믿고 맡겨보기로 했다. 이번에도 역시 독특한 상상으로 내 사고의 틀을 깨주었고 책 읽는 맛을 느끼게 했다.
책을 읽는 것은 평범한 일상의 흐름을 깨고 나와 다른 세상을 맛보는 것이다. 가끔은 내 입맛에 맞지 않는 책도 있지만 이렇게 착착 감기는 책을 읽을 때에는 뿌듯한 생각이 든다. '이런 상상을 할 수도 있겠구나!' 생각하게 만드니 계속 읽어나가게 된다. 짤막한 이야기에 갖가지 인생의 맛이 녹아들었다. 때로는 작가의 목소리로, 때로는 등장 인물의 마음으로 이 책을 읽어나갔다. 뜬금없는 상황 설정이지만 이상하게도 현실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일상에서 누구나 느낄 법한 생각이 튀어나오기도 한다. 이 모든 것이 어우러져 통통 튀는 매력을 발산한다. 가능하다면 저자의 상상력을 조금만 얻어오고 싶을 지경이다.
이 책 속의 이야기는 어느 하나 더하고 덜하고를 따질 수 없이 푹 빠져들게 되는 매력이 있었다. 물론 좀더 글 속의 세계에서 느껴지는 여운에 머뭇거리게 되는 글은 있다. 특히 커피를 마시며 읽을 때에 본 글이어서 더 인상적으로 남는 부분이 있었다. "그렇게 하면, 이별을 좀 더 잘 견딜 수 있나요?" 당신은 웃지도 않고, 천천히 커피를 마시는 속도로 대답했어요. "이별은 커피 한 잔을 마시는 일과 같아. 너무 성급하게 마시면 마음을 데고, 너무 천천히 마시면 이미 식어버린 마음에서 쓴맛이 나. 이별을 잘 견딜 수 있는 방법 같은 건 없어. 하지만 겁먹을 필요도 없어. 지금 네가 커피를 마시는 것처럼, 그 마음을 다하면, 시간이 흐른 후에도 향기는 남는 거니까." (182쪽) 커피를 마시는 속도로 이별을 생각해본다.
처음에는 짧아서 아쉽다고 생각되던 글이 다 읽고 보니 오히려 짧아서 강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긴 여운을 주고 머릿속에서 다음 이야기를 상상하게 된다. 작가가 상상력의 물꼬를 트며 독자를 이끌고 나가면, 밋밋한 일상에서 벗어나 상상의 세계로 초대받는다. 긴 소설을 읽기에는 부담스러운 독자 중 한 사람으로서 황경신 작가의 글은 충분히 매력적이고, 앞으로 신간이 나오면 찾아 읽어보고 싶어진다. 독자의 기대에 부담갖지 말고 지금처럼만 상상력을 조금씩 보여주기 바란다. 마음에 드는 책이고 틈틈이 아껴가며 읽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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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경신의 신작 <국경의 도서관>에는 “38 True Stories & Innocent lies”라는 설명이 함께한다. 당신이 이 이야기를 믿는다면 진실한 이야기가 되겠지만, 그것이 아니라도 착한 거짓말이라고 할 수 있는 38개의 단편들은 때로는 동화 같고 때로는 환상 같다. 그런데 문득 “초콜릿 우체국, 두 번째 이야기”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왠지 익숙한 거 같다는 생각 끝에, 친구의 집에 놀러 갔다 만난 기억이 떠올랐다. “찰리와 초콜릿 공장”같은 책인가 하고 집어서 읽어보다가, 나중에 “한뼘 스토리”라는 부제를 보고 재미있다고 생각했었다. 어떻게보면 짧게 느껴지는 한뼘이지만, 그 한뼘안에 잡을 수 있는 것이 참 많은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국경의 도서관 역시 그런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나는 그녀와 책 사이에서 숨을 죽이고 있다가, 마침내 그녀가 책장을 덮을 때 책 사이로 들어가서, 채기 다시 펼쳐질 시간을 얌전히 기다린다” ‘나는 책갈피다’에서는 책갈피에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그때 마침 나도 손에 책갈피를 들고 있어서 더욱 재미있게 느껴진지도 모른다. 손에 무엇인가를 쥐고 있으면 계속 만지작 되는 버릇이 있어서 아마 나의 책갈피는 ‘그녀의 손을 벗어나고 싶다’라고 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렇게 책갈피에게 좁지만 다양한 세상을 열어주던 그녀의 책에서 떨어지게 된 책갈피의 이야기는 동화같이 참 예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항상 정해진 곳에서만 머물수 밖에 없었던 책갈피에게 새로운 세상이 열린 거 같았기 때문이다. "공식적으로 또 대외적으로, 나의 의뢰인을 한동안 '여행 중'인 상태로 만드는 것이 내가 하는 일이다.” 상당히 독특한 직업군이 등장하는 이야기들이 있었다. 여행을 대신해주는 사람의 이야기 ‘바나나 리브즈’와 누군가에게 편지를 받고 그 하루를 오롯이 그 편지에 집중하며 답장을 써주는 사람의 이야기 ‘우물인간’이다. 처음에는 참 낯설게 느껴지는 직업군이었는데, 어쩌면 그들은 현대인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는 것이 아닐까 했다. 여행을 간 것처럼 꾸며서라도 잠시 타인과의 관계에서 자유로워져서 자신만의 시간을 갖고 싶은 사람도 있고, 여행을 싫어하지만 다수에게서 이상한 사람으로 보이기 싫어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의 마음이 이해가 되는 것은 나만이 아닐 것이다. 그리고 초연결사회라지만 그래서 더욱 사람과의 관계가 파편적이 되어가는 요즘, 나의 이야기에 ‘토끼처럼 귀를 기울이고 들어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한 것도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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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경신하면 <생각이 나서>를 대표작품으로 드는데, 이 책은 50만 독자가 읽은 책이라고 한다. 그러나 그 책은 읽지를 못했고, 몇 년 전에 그녀의 다른 책인 <눈을 감으면>을 읽었다. 이 책은 참 독특한 책이었다. 미술 작품에 대한 책을 즐겨 읽기에 그런 생각을 가지고 읽었지만 그 책 속에는 미술 작품 33편이 담겨 있고, 그 미술 작품을 감상하고 나서, 한참 후에 눈을 감고 있으면 연상되는 이야기를 작가 나름대로의 짧은 글로 만들어낸 이야기들이었다. 뭐라고 해야 될까? 알 듯, 모를 듯한 그런 내용들도 있어서 읽으면서 어리둥절했던 느낌. 그리고 다른 작품으로는 <밤 열한 시>를 읽었는데, <생각이 나서>이후의 이야기를 120개의 이야기로 날짜까지 기록해 놓은 내용이었는데, 작가 자신의 일기가 아닐까 하는 그런 이야기인데, 작가는 어떤 하루의 기록은 시로, 어떤 하루는 에세이로 채워 나갔다.
이 두 권의 책을 읽으면서 '황경신의 글쓰기는 참으로 독특하구나 !' 하는 생각을 했는데, 이번에 읽은 <국경의 도서관>도 그런 생각을 떨쳐 버릴 수가 없다.
이 책은 '초콜릿 우체국' 두 번째 이야기인데, 책의 부제로는 '38 True & Innocent Lies'이니 현실인 듯도 하지만, 환상인 듯도 한 그런 짧은 이야기이다. 특히, 명작 속의 문장을 근거로 하여 한 편의 짧은 이야기가 만들어지기도 하고, 명작을 근거로 하여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발췌해서 인용된 문장의 뒷 이야기, 숨은 이야기 같은 이야기이지만 그런 이야기는 황경신이 만들어 낸 이야기일뿐이다. 작가, 소설가, 음악 등의 이야기의 밑바탕이 되는 그런 이야기와 사랑과 이별, 남자와 여자, 그런 주제를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이야기로 만들어 놓았으니, 황경신의 글쓰기의 독특함을 알지 못한다면 꽤나 혼란스러운 이야기일 수도 있다. 작가의 상상력과 창의성은 때로는 동화나 우화와 같은 이야기가 되기도 하고, 읽다보면 허무맹랑하게 생각되기도 하고, 때론 사랑과 이별에 대한 심리를 잘 파악하고 있기도 하다. 생의 마지막 날에 악마가 찾아오고, 뒤이어 천사가 찾아온다면... 셰익스피어와 슈베르트가 시공간을 무시하고 찾아온다면... 로미오와 줄리엣의 이야기를 재조명해 본다면... 마음을 파는 가게가 있다면.... 작가에게 상상력은 얼마든지 시공간을 뛰어 넘을 수도 있고,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으니 그 이야기들을 읽어보는 재미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이런 류의 이야기들에는 별로 공감을 받지 않기에 책을 읽으면서도 뭔가 불편한 마음이 든다. 그래서 황경신의 글은 글을 책을 많이 읽지 않은 독자들의 성향에는 좀 맞지 않는 감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나 역시 다음에는 황경신의 신작을 선뜻 읽으려는 마음이 들지는 않을 것 같다.
![]() " 가로수 녀석의 말이 옳다. 행복이나 불행은 개념일 뿐이고, 나는 애초에 행복을 위해 만들어진 존재가 아니다. 나는 그저 거리에 서 있기 위해 만들어졌을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그러나 오늘 같은 날, 가로수 녀석이 어린 싹을 재촉하고 있는 날, 횡단보도에서 파란불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느긋하게 하늘이라도 한 번 올려다 보는 날, 먹이를 쫓전 비둘기들이 가끔 걸음을 멈추고 멍하게 서 있기도 하는 날, 나는 그 소녀를 떠올려본다. 언젠가 시작되고 언젠가 끝이 난, 내가 모르는 이야기를 상상해 본다. 그리고 나, 하나의 우체통, 거리의 마음은 지금도 같은 자리에 서서 모든 것을 바라본다. 그대와 나 사이의 좁혀지지 않는 마음의 거리를 가늠하며, 오늘도 시를 쓴다. " (p. 57)
" 우리가 영원히 소유할 수 건 없잖아. 그게 사랑이든, 삶이든, 늦기 전에, 나이 들기 전에, 현명해지기 전에, 더 많은 것을 알게 되기 전에, 또 죽기 전에, 우리가 알지 못하는 친밀함을 나는 한 번쯤 경험해보고 싶어, 그것이 비록 소유할 수 없는 것을 소유했다는 착각에서 나온 것일지라도. 난, 사랑은, 하나의 생명처럼, 살아 있는 것이라고 믿어. " (p. 102)
" 이별은 커피 한 잔을 마시는 일과 같아. 너무 성급하게 마시면 마음을 데고, 너무 천천히 마시면 이미 식어버린 마음에서 쓴 맛이 나. 이별을 잘 견딜 수 있는 방법 같은 건 없어. 하지만 겁먹을 필요도 없어. 지금 네가 커피를 마시는 것처럼, 그 마음을 다하면, 시간이 흐른 후에도 향기는 남는 거니까. " (p. 182)
" 지나가지 않는 마음은 없다. 그것이 아무리 간절한 그리움이었어도. " (p. 195) " 지나가지 않는 사랑은 없다. 그것이 천 년의 기다림 끝에 온 사랑이라 해도. 그리고 그때는 하지 못했던 말. '지금 갖지 않으면 안 되는 것, 지금 전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 지금 만나지 않으면 안 되는 사람. 지금 이 순간에만 반짝이는 것. 그대가 망설이는 사이에 지나가 버리는 것. 영영 돌이킬 수 없는, 그런 것. 그건 어쩌면 앞으로도 영원히 하지 않을 말. " (p. 196)
" 우리가 서로를 미치도록 갈망했던 건, 우리가 서로를 만나기 전부터 간직하고 있었던 외로움 때문이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 외로움은 우리의 사랑으로 치유되었던가? 그렇지 않다. 우리가 너ㅜ나 사랑하여 내가 네가 되고, 네가 나 자신이 되었을 때, 우리의 외로움은 우리 속에 그 뿌리를 더욱 튼튼히 내리고 무성한 가지에 무수한 잎을 매달아 우리들을 깊은 그림자 속에 가두어 버렸다. 우리가 헤어질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인정하기 싫지만, 그것 때문이었지. " (p. 215)
" 사라지는 것들은 언젠가 한 번 존재했던 것들이다. 존재하지 않았던 것들은 사라질 수 없다. 그리고 그들이 세계에 존재했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다만 내 마음 어딘가에 그 파편들이 남아, 가끔 내 심장을 콕콕 찌르는 것을 느낄 뿐이다. " (p 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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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지고 있는 감정이나. 생각,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표현하는 방법은 무척 다양하다. 그 중 하나인 글쓰기를 통해 나는 다양한 작가들이 하고 싶어 하는 이야기들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그러한 글쓰기도 다양항 형태로 나타나기에 문학은 표현하는 방법과 형식에 따라 그 글들을 분류한다. 시,소설, 수필, 논설, 동화, 전기, 자기계발서 등등등..이러한 분류는 학창시절 수업시간에 그 형식들을 구분 짓는 기준들에 대해 배우고 익힌 분류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점점 그러한 경계가 애매해지고 그 경계선에서 이것을 어떤 형식의 문학으로 봐야하나..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작품들도 있다. 그렇기에 이제는 그러한 것이 큰 의미로 다가오지 않고 내 맘속에 어떤 감동으로 다가와 어떤 각인을 남기느냐가 더욱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는 듯 하다..
작가 황경신의 이야기들은 처음으로 접해봤다. 익히 들어 왔던 작가였고 그녀의 이야기를 많은 이들이 흠모(이 작가에 대한 독자들의 사랑은 웬지 이 단어가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꼭 읽어봐야지.. 했는데 이번에서야 그녀의 이야기를 읽게 되었다. 이 책의 전작인 쵸콜렛 우체국을 읽어보지 않았지만 이 책만으로도 그녀의 이야기가 색다르고 귀를 쫑긋하게 하는 이야기임을 알아내는데는 충분했다. <국경의 도서관>이라는 제목도 맘에 들었지만 그 아래에 조그맣게 적혀있는 '38 Ture Stories & Innocent Lies' 라는 그 문장이 뭔가 심상치 않음(?)을 느끼게 해 주었다. 처음 몇 편의 이야기는 짧은 소설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고 또 몇 편의 이야기들은 소설이 아닌 수필식의 이야기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고 그렇게 이야기 하나하나를 읽으면서 이것이 소설이면 어떻고 수필이면 어떻고 일기이면 어떻냐.. 하는 생각과 함께 각각의 이야기속으로 빠져 들 수 있었다.
비현실적이고 은유적인 이야기들을 즐겨 읽는 편이다. 혹자는 현실적이지 않은 것들을 보면서 이게 말이 돼?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야.. 뭐가 뭔지 모르겠어.. 이러한 말들을 하지만 나는 창작의 글들이기에 그런 것들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생각하지 못한 것들. 상상하지 못한 것들을 생각하고 상상하여 글을 써 주는 작가들이 그저 고마울 뿐이다. 그래서 나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들을 좋아한다. 그의 단편들을 보면 그야말로 짧은 이야기 속에 비현실적이고 은유적인 상황들이 많이 등장한다. 어떤 결말도 없는 열린 결말들이 많다. 그 안에서 객관적이고 일반적인 무엇인가를 끌어내기 보다는 나름대로의 상황을 즐기며 내가 느끼는대로 생각하면 그만인 것이다. 이 책의 몇편의 이야기들은 마치 그런 단편을 읽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화자가 우체통.책갈피가 되기도 하고 생각하지 못했던 특이한 직업들도 등장하고, 의미가 있는 듯한 이름들.. 그리고 익히 우리가 알고 있는 소설의 주인공들이 나와 이후의 이야기를 해 주기도 하고 줄리엣은 유서를 남기기도 하고..
하지만 그러한 짧은 소설들과 이 <국경의 도서관>의 차이점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이 책에서는 그러한 짧은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느끼고 있는 사랑, 외로움, 관계,만남. 이별. 치유..등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저 읽고 내가 느끼면 되지.. 하는 느낌보다는 뭔가 함께 공유하고 나눠봐야하는 것들을 하나 둘씩 남겨 주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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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소설,수필등을 통해 사랑을 아픔을 외로움등을 보고 느낀다. 공감을 하는 경우도 있고 좀 나와는 다른 생각을 할 수도 있구나.. 하는 경우도 있다. 뭐라고 명확하게 규정지을 수는 없지만 맘 속에 그것들이 어떤 형태로든 자리를 잡고 있다. 그러다가 이렇듯 내 맘속의 그것들을 꼭 집어 주는 문장을 만나게 되면 격하게 감동을 하게 되고 한번 더 그것들의 모습을 들여다보게 된다. 아무리 마음에 드는 문장이라 하더라도 그것들만 주욱 나열되어 있다면 식상한 문장들로 다가올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한 문장들이 나올 수 밖에 없는 과정(?) 들이 신선하고 흥미로웠던 그녀의 True Stories & Innocent Lies들이었다.
< 한번만 더>라는 이야기속에 등장하는 에바 캐시디의 <Fields of gold>
당신은 내 곂에 머물러 줄 건가요? 당신은 나의 사랑이 되어줄 건가요? 내가 지키지 못했던 약속들도 있지만, 난 쉽게 약속하는 사람은 아니랍니다. 맹세할게요. 우리. 이 생이 끝날 때까지, 금빛 들판을 함께 걸어요 Will you stay with me, will you be my love Among the fields of barley 에바 캐시디 <fields of gold>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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