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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없는 삶은 무의미하다 - 지젤(Giselle)
신분의 차이로 이루지 못하는 사랑 이야기는 수많은 형태로 변주(變奏)되어 왔다. <지젤>도 약혼녀가 있는 젊은 백작 알브레히트와 춤을 좋아하는 시골아가씨인 지젤의 이루지 못할 사랑을 다루고 있다. 그리고 여기에 지젤에 대한 순정(純情)을 외면당한 순박한 시골청년인 힐라리온의 질투가 운명의 방아쇠를 당긴다.
가벼운 유희와
같았던 알브레히트의 사랑은 지젤의 죽음을 계기로 변한다. 그는 어두워지면 숲에 가면 안 된다는 금기를
깨고 지젤을 추모하기 위해 숲으로 간다. 어쩌면 알브레히트는 자신이 사랑하던 지젤을 죽였다는 죄책감을
안고 사느니 차라리 죽겠다는 심정으로 금기를 어긴 것일지도 모른다. 아마 그에게 아직 청춘의 순수함이
남아있기에 가능한 것이 아닐까.
이처럼 사랑을 위해 모든 것을 던지는 것은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두 어린 연인에게서도 나타난다.
“사랑이란 누군가 다른 이에게 내 마음을 내어주는 것이며, 그 내어준 순간부터 나의 마음은 이미 내 것이 아니게 된다. 내 것이 아닌 마음에 불안해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1)”이다. 그렇기에 불안을 이기지 못한 유리 심장이 깨어지면 사랑을 하는 사람은 각자의 방식으로 죽음에 이르게 된다.
사랑, 빛나지만 신기루 같은 것 - 백조의 호수(Swan Lake)
발레 하면 대부분의 사람이 떠올리는 작품이 <백조의 호수>다. 그리고 그만큼 다양한 버전으로 변주(變奏)되고 있다.
예컨대 얼레그 비노그라도프 버전의 <백조의 호수>는 오데트가 지그프리드 왕자와 함께 악마 로트바르트와 대결하여 승리하는 결말을 그려낸다. 그러나 이 버전은 해피엔딩이 아니다. 싸움의 와중에서 지그프리드 왕자가 목숨을 잃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운명을 바꾸기 위해 능동적으로 움직이는 오데트의 모습은 현재의 진취적인 여성상을 보여준다.
남자 백조를 전면에 내세운 매튜 본 버전의 <백조의 호수>도 독창적이고 신선한 해석으로 유명하다.
일단 보편적인 <백조의 호수>의 줄거리를 따라가 보자.
지그프리드 왕자는 “성년의 생일을 앞둔 가장 들뜨고 설레는
밤에, 혼자 숲으로 달려가 백조 오데트와 운명적인 조우를 하게 된다.2)” 그리고 악마 로트바르트의 저주에 걸려 낮에는 백조의 모습으로
지내다가, 밤이 되어야 본래의 모습으로 되돌아올 수 있는 오데트의 안타까운 사연을 듣게 된다. 그리고 그 저주를 풀 수 있는 방법이 진실한 사랑 고백이라는 것도.
이에 “(지그프리드) 왕자는 ‘내가 바로 그 사람이 되겠소’ 하며 달빛 아래 사랑을 맹세한다. 그러나 저주를 풀 수 있는 진실한
고백이라는 것은 이처럼 마음으로만 그쳐서는 안 되고 오데트를 인생을 함께할 동반자, 결혼상대로 선택하는
것을 의미한다. 원작이 있는 많은 발레의 여주인공과는 달리 환상에 가까운 배경 아래 구현된 가장 비현실적인
캐릭터인 오데트를 구원할 열쇠가 결혼이라는, 가장 현실적이고 제도적인 장치라는 것이 재미있다.3)”
어쩌면 단 한번뿐인 기회이기에 오데트를 결혼상대로 선택해야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부부란 상호신뢰를 바탕으로 미래를 꾸려나가는 존재니까.
불행히도 오데트의 선택은 실수였다. 경솔한 지그프리드 왕자는 결혼 상대방을 결정하는 무도회에서 뭔가 미심쩍다는 생각은 하면서도 상대방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상태에서, 오데트와 꼭 닮은 오딜을 결혼상대라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동시에 존재의 전부를 건 오데트의 사랑도 신기루처럼 사라져버렸다.
사랑으로 발레를 읽다
<열아홉번의 사랑>은 이처럼 <지젤>이나 <백조의 호수> 등 클래식발레를 대표하는 작품과 <왕자 호동>과 <춘향>처럼 낯설지만 한국적인 창작발레 등 ‘사랑’을 주제로 한 19편의 작품을 가려 뽑아 사랑에 휘둘리는 인간의 마음을 그려냈다.
이 책에서 언급한 작품 가운데 <지젤>과 <백조의 호수>를 제외하고는 본 적이 없어, 각 작품을 공연한 무용수들의 몸짓과 그 몸짓이 전하는 감정을 제대로 느끼지는 못했다. 하지만 이 책이 작품의 발레사적 의의를 다루기 보다는 이야기 자체에 집중한 덕분에, 생각보다 읽기 수월했다.
아직은 대중들이 다가가기 어려운 발레라는 매개를 통해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는 저자의 시도는 왜 이 책의 카피가 ‘사랑으로 발레를 읽다.’인지 알 수 있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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