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가을 완결을 본 "결혼적령기"를 다시 꺼내어 처음부터 읽었습니다. 다시 봐도 참 "착한" 만화라는 생각이 드네요. "재미"만으로 따지자면, 저는 참 재미있었지만 싱겁다.라던가 빤하다.라고 이야기할 사람도 분명히 있겠지만요.
"아기와 나"가 엄마 없는 삼부자의 생활분투기라면, "결혼적령기"는 낯선 남녀가 만나서 결혼을 하고 부부란 이름으로 살아가는 이야기입니다. 물론 남녀의 로맨스가 주가 된 만화는 셀 수도 없이 많지만, 그 중에 "결혼적령기"가 특별하다면 특별한 것은, 그 포커스가 결혼할 때까지의 사랑이 아니라 결혼 후의 두 사람이 남편과 아내라는 이름으로 서로 사랑하고, 아끼고, 익숙해지는 생활속의 잔잔함에 맞추어져 있다는 거겠지요.
주인공 키사라기와 코이치, 두 사람이 결혼하는 과정은 어떻게 보면 정말로 산문적입니다. 순정만화에서 "선"보는 남녀주인공을 보셨나요? 두 사람은 선으로 만나 어찌 보면 제대로 된 연애과정도 없이 부랴부랴 결혼을 결정하고 결혼합니다. 그리고 OL이었던 키사라기는 결혼하자마자 퇴직해서 전업주부가 되는, 아주 전형적인 모습을 보이지요.
그렇지만 두 사람의 사는 모습을 보면 "전형적"이라는 것이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생각해보면 흔하다는 것이 꼭 부정적인 의미일 필요는 없지요. 그만큼 많은 사람이 가고 있는 길에는 그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을 테니까요.
키사라기와 코이치를 보고 있으면, "사랑해서 결혼했지만 결혼했으므로 더욱 사랑하였다"라는 말이 떠오릅니다. 그만큼 부러운 부부이지만, 두 사람의 생활도 항상 꽃밭만은 아닙니다. 싸우기도 하고 오해하기도 하고 상처받기도 하지만, 언제나 함께 살아가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는 것이 두 사람이 좋은 부부로 남을 수 있는 요령이겠지요.
마지막 권에서 키사라기는 기다리던 아이를 출산하고, 이제 키사라기와 코이치는 부부만이 아니라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출발합니다. 키사라기의 육아기도 보고 싶었는데, 아이가 태어날 때까지 지나치게 끈 탓인지 끝나버려서 아쉽네요.
덧글) 저는 코이치가 이상형이어서 "이런 남편이라면 결혼하겠어!"라고 했는데, 이 만화를 본 남자들은 키사라기에 대해 "이런 아내라면 이상형이지"이라고 하더군요. 역시 이상형을 만나기 위해서는 스스로가 이상형이 되어야 하나봐요.
[인상깊은구절] 아무도 모르는 미래를 보자.
미래에 새로운 나 자신을 보러 가자.
어떤 모습이라도 거기 있는 것은 당신을 사랑하는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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