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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에서 정치를 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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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낙 미술사와 음악사 관련 책을 좋아하는 편이고 그림을 정치와 관련지어 해설해준다는 점도 흥미로워서 별 고민없이 선택한 책이다.   크게 3부로 이루어진 이 책은, 세상에 맞선 지식인의 그림(안견의 몽유도원도, 김정희의 세한도 등), 왕실의 그림, 그리고 제도의 모순으로 초야에 묻혀지낼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내게 가장 감명 깊고 감동적이었던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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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워낙 미술사와 음악사 관련 책을 좋아하는 편이고 그림을 정치와 관련지어 해설해준다는 점도 흥미로워서 별 고민없이 선택한 책이다. 

  크게 3부로 이루어진 이 책은, 세상에 맞선 지식인의 그림(안견의 몽유도원도, 김정희의 세한도 등), 왕실의 그림, 그리고 제도의 모순으로 초야에 묻혀지낼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내게 가장 감명 깊고 감동적이었던 작품들은 주로 1부에 있다. 안견의 몽유도원도, 김정희의 세한도, 정약용의 매화쌍조도. 아마 아는 그림들을 만나서 더 반가운 마음도 있었을지 모른다. 

 안견의 몽유도원도와 안평대군, 그리고 수양대군의 이야기에서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혹한 권력의 속성을 새삼 깨닫게 된다. 그리고 유배지에서도 올곧은 마음을 지켰던 추사와 다산의 고매한 정신에 감동을 느낀다. 다산이 서툴게 그린 새그림에 마음이 움직였던 것은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이 깊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2부 왕실의 그림 부분이 조금 지루했다. 왕실의 권위를 내세우는 일월오악도와 어진은 분명 중요한 그림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태조가 가졌던 말을 그림으로까지 그렸다는 건 나는 조금 이해하기 어려웠다. (음... 내가 조선시대 사람이 아니라 공감이 좀 덜 되나보다.) 왕실발원불화도 조선왕실이 불교를 배척하지 않았던 걸 아는 사람들에겐 새삼스럽지도 않을 것 같다.  


  3부는 이른바 '야인'들의 이야기가 많이 실렸다. 1부가 메인스트림에 있었다가 밀려난 사람들의 이야기라면 3부는 태생적으로 주류가 될 수 없었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라고 해야 할까. 조상 잘못 둔 죄로 출사할 수 없었던 김시와 심사정. 두 사람의 작품 속에서는 울분과 함께 초탈함을 볼 수 있어서 흥미로웠다. 김홍도가 일종의 양반놀음을 했던 것은 안쓰러우면서 귀엽게 느껴지기도 한다. 


  조선시대 문인들에게 그림은 아름다움만을 추구하는 순수예술이 아니라 정신을 그대로 담아내는 그릇이 아니었을까. 그림을 그림으로만 보는 것도 좋지만 이렇게 정치적 배경과 스토리 그리고 작품에 담긴 정신을 이해하면 그림을 더 깊이 이해하고 감동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다산의 그림을 조형미로만 보자면 부족한 점이 있겠지만 글귀와 그 속에 담긴 다산의 마음에 감동을 받게되는 것처럼.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 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 

  내가 유홍준 교수님 책을 읽으며 매번 되새기는 이 말. 오늘 조선 시대의 그림을 만나며 다시 마음에 새겨본다. 

a***s 2016.05.22. 신고 공감 1 댓글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