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학생이 된 아이들에게 아직도 배우게 하는 것이 있다. 바로 악기다. 큰 아이, 작은 아이 모두 노래를 좋아하고 악기를 좋아한다. 누군가는 그럴 시간에 공부를 시키지 그게 뭐하는 거냐고, 음악 쪽을 시킬 것도 아닌데 왜 돈 낭비, 시간 낭비를 하냐고 하지만 난 생각이 다르다. 음악이나 미술 혹은 운동은 한 두 달 한다고 표시나지 않지만, 꾸준히 하면 인생이 즐겁다는 걸 조금은 알 것 같다. 어린 시절 나는 그림을 그리고 싶었지만 그리지 못했다. 그걸 지금 하게 되니 좋은 점도 있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 보다 일찍 그 재능을 키웠다면 다른 인생이 내 앞에 나타날 수도 있었을 테니까. 하지만 나는 늦지 않았다고 생각하기에 성실하게 그림을 그린다. 이런 내 상황 때문인지 나는 아이들에게 가능하면 오래 예체능을 시키고 싶다. 우울한 날에 음악을 듣고, 스트레스 받으면 땀 흘릴 줄 알고, 그림을 그릴 줄은 몰라도 볼 줄 아는. 그런 아이들이면 좋겠다. 늘 노래를 불러 시끄럽다고 말하지만, 내 앞에서 큰 소리로 노래 부르고 장난치는 아이들이 참 좋다.
루시드 폴 음반을 선물 받았다. 노래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작은(?) 이야기가 마음을 끈다. 이야기를 읽으며 음반을 듣는데 큰 아이가 관심을 보인다. 한참을 듣더니 잠자기 전 음반을 듣고 싶다고 말한다. 이번에 큰 아이와 작은 아이 방을 구분해 각자 자신의 방을 만들었더니 그 안에서 하고 싶은 게 많은 모양이다. 나 역시도 학창시절엔 라디오를 듣고 음반도 들었었지. 조만간 작은 녀석도 자신의 방에 CD플레이어를 넣어달라고 하겠지
담백하고 담담한 음악. 그의 음악을 좋아하게 될 것 같다. 어쩜 나보다 먼저 우리 큰 아이가 더 사랑하게 될지도. 아이들이 크니 음악에 대해서도, 책에 대해서도, 사건과 사고에 대해서 이야기 할 수 있어 좋다. 아이와 함께 들을 수 있는 음반을 많이 알면 참 좋겠다. 이 CD 선물이 의미가 깊은 건 내가 아이와 소통할 수 있는 또 다른 꺼리들을 주었기 때문이지. 고마워요. 감사히 잘 들을께요. ^^
|
|
루시드 폴 7집을 사고 음악은 몇번 들었지만, 동화는 시간이 지나고서야 보았다. 이것도 책에 넣어야 할까 하고, 처음에는 한권으로 치고 수첩에 적었는데 빼기로 했다. 책이라기보다 CD에 딸린 이야기니까. 음악 이야기보다 동화를 보고 쓰면 되겠다 하고 읽었는데. 마지막은 헷갈린다. 여기 나오는 마노가 사람인지 꽃인지. 앞에서는 사람이 확실한 것 같다. 엄마 아빠 누나 이야기를 하니까. 동네 할머니도 마노한테 말을 한다. 뒤에 “모두 별 아니면 꽃이 되는 거야.” (65쪽, 73쪽) 하는 말이 나온다. 마노는 집을 떠났다 잠시 돌아온 누나한테 줄 버섯을 따러 갔다가 사고가 났다는 말인가. 아니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 엄마와 다나는 하나도 슬퍼 보이지 않고 마노 이야기도 하지 않는다. 단지 고기 잡으러 바다에 나갔다 돌아오지 못한 아빠가 태어난 날이라고만 한다. 마노가 사람이 아닌 것 같은 생각이 들게 하는 말 또 있다. 겨울인데 꽃을 피운 연꽃, 푸른 몸을 흔드는 마노. 마노는 언제 사람에서 꽃이 된 걸까. |
|
어느 예능 프로그램에서 소녀시대의 태연에게 유희열이 앞으로 어떤 노래를 하고 싶냐고 물었다. 그 질문에 태연은 조용하게 이야기하는 것 같은 노래를 부르고 싶다고 대답했다. 그 대답에 유희열은 자신의 회사에 소속된 루시드 폴이 그런 노래를 잘 만들고 부른다며 자기들과 작업을 하자는 이야기를 했었다. 사실 그런 이야기가 예능에 나오지 않아도 루시드 폴은 이미 유명한 가수다. 벌서 일곱 번째 정규 앨범을 내놓을 정도로 꾸준히 활동을 했고, 꾸준히 사랑을 받고 있는 가수이기도 하다. 인디에서 생존하기가 어려운 환경에서 확실하게 자신의 위치를 만들어낸 가수가 바로 루시드 폴이다. 그뿐만이 아니라 루시드 폴은 이미 인디라는 영역에 묶이지 않는 가수이기도 하다. 무엇보다도 활동한 시간 동안 계속해서 성장한 가수라는 점에서 루시드 폴의 음악은 언제나 기대하게 되는 부분이 있다. 그리고 이미 이전부터 루시드 폴은 어떤 음악적 해답을 찾은 모습을 보여주었고, 바로 이 앨범에서도 자신이 찾은 해답을 잘 담아내고 있다. 참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누군가를 위한,'이라는 그 제목에까지도... 제주도로 이주해 감귤 농사를 지으면서 음악을 만드는 루시드 폴의 조금은 독특한 현재의 모습은 상당히 부러운 모습이기도 하다. 어느새 우리에게 제주도는 꿈의 땅처럼 되어버린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루시드 폴에게 제주도는 여유로운 생활과 함께 진짜 삶의 공간이기도 한 것 같다. 그가 이 앨범을 내놓고 집적 재배한 감귤과 이 앨범을 묶어서 홈쇼핑에서 판매를 한 것에서도 그러한 이중적인 감각을 조금은 느낄 수 있다. 그리고 바로 그 루시드 폴의 음악은 이 앨범에서 그러한 이중적인 감각을 잘 보여준다. 이 앨범에 담긴 노래들은 상당히 독특하다. 그의 두 가지 이미지가 공존하는 삶처럼 그의 노래들은 연주곡과 보컬곡의 경계에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루시드 폴의 이 앨범에 담긴 노래들은 모두 보컬을 제외하고도 상당히 완성이 된 노래를 들려준다. 마치 처음부터 보컬이 아닌 연주를 위해서 만든 곡처럼 말이다. 그리고 그 연주곡에 보컬을 살짝 덧입힌 모습을 우리는 이 앨범에 담긴 곡들에서 만나게 된다. 보컬이 주인공이 아니라 전체적인 곡 속에서 하나의 악기처럼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그러한 노래 스타일은 루시드 폴의 높낮이가 별로 없는 보컬 스타일과 합쳐져 묘한 매력을 만들어낸다. 편안하고 담담하고 잔잔하면서도 계속해서 듣게 되는 그런 노래가 만들어진 것이다. 심지어 루시드 폴의 이 앨범에 담긴 노래들은 동요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이 앨범 자체가 동화를 함께 묶어서 발매가 되었고, 곡들에도 동화의 OST를 이야기하는 부분이 있다는 점에서 그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물일지도 모른다. 그 모든 개별적인 부분들이 이어져 이 앨범에 담긴 곡들은 상당히 편안하고 쉽게 들을 수 있지만, 그렇다고 가볍게 소비가 되지는 않는 그런 음악으로 완성이 된다. 세상에 치인 우리가 살면서 제주도라는 이름에서 떠올리는 여유롭고 잔잔한 시간에 대한 동경을 우리는 이 앨범에서 느낄 수 있다. 그렇게 작은 행복을 느낀다. |
|
얼마 전, 루시드 폴의 새 앨범을 홈쇼핑에서 판매한다는 인터넷 글을 봤다. 음반시장이 안좋으니까 별 방법이 다나오는구나.. 하고 대소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런데.. 기획부터 진행과정을 살펴보니 새삼 루시드 폴이라는 아티스트가 정말 무서운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결론적으로 루시드 폴의 이번 홈쇼핑 기획은 내가 생각하는 올해 최고의 마케팅 이었다. 본인이 만든 새 앨범과, 직접 쓴 동화와, 직접 키운 귤과, 본인이 찍은 사진엽서로 구성된 이 한정판 패키지는 한 아티스트가 만들 수 있는 그리고 만들어낸 모든 창작의 결과물의 총 집합이었다. 이정도 정성인데.. 어찌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있고, 찾아 듣지 않을 수 있고, 구입하지 않을 수 있을까.... 심지어 새벽 2시에 방영된 홈쇼핑 방송은 홈쇼핑 역사에 새 장을 열였다. 귤모자를 쓰고 노래를 부르고, 상품을 소개하는 생명공학 박사라니..ㅠㅠ 아무튼 나는, 평소 루시드 폴의 서정적인 가사를 참 좋아했다. 몇몇 구절은 들을때마다 가슴에 콕 박혀 아프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다. 그리고 이번 앨범에선 타이틀 곡 '아직 있다'가 그러했다. 나에게는 가장 예쁜 20대의 오랜 시간을 몇년째 도서관에서 보내는.. 아직도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친구들이 있다. 버스를 타고 이동을 하다. 맛있는 음식을 먹다. 문득 문득 나는 그네들이 생각난다. 잘 지내냐고, 전화라도 한 통 하고 싶지만 공부에 집중하겠다며 핸드폰도 없애버렸다. 이 노래를 듣는 동안 나는 그 친구들이 생각났다. 날씨가 더워도, 추워도, 비가와도, 첫눈이 와도 언제나 딱딱한 독서실 의자에 앉아 고개를 숙이고 있을 친구들... 친구들이 항상 안쓰럽지만 걱정이 되지는 않는다. 꼭 원하는 결과를 얻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부디, 빨리.. 친구들에게 봄이 왔음 좋겠다. 친구들은 지금쯤 어디에 있을까 축처진 어깨를 하고 교실에 있을까 따뜻한 집으로 나 대신 돌아가줘 돌아가는 길에 하늘만 한번 봐줘 친구야, 무너지지 말고 살아내 주렴 아직, 있다. 中 - 루시드 폴 (너를 응원하는 내가) 아직 있다, (너를 믿는 내가) 아직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