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동안 읽어내렸던 시들 속에선 모래가 가득 찼었다. 인간의 한계상황을 가장 적나라하게 파악해낼 수 있는 곳. 그곳에서는 인생의 처음과 끝이 있을 것 같고, 우리가 부침하는 인생의 모든 고뇌들이 모래먼지되어 발밑에서 뒹굴 것 같고, 그토록 매달리는 욕심들의 부질없음이 여실히 느껴질 수 있을 것 같다. 끊어내지 못하는 아집과, 거두지 못하는 집착과, 알지 못하고 휘둘려 따라가는 이곳 아수라 인생들의 수다한 이론들과, 이념들과, 이상들, 생의 방식과, 가치관들이 다 무상으로 비워질 수 있을 것만 같다. 척박한 그곳에서 말이다. 그 곳을 동경하는 마음이 급기야는 타클라마칸이란 사막을 알도록 인도했고, 처음엔 그 주변의 몇몇 도시나 돌아보고 올 수 있다면 황송하겠거니 했던 것이 마침내는 그 사막에 대한 책이 없을까 찾게 되었고, 정말 보석같은 이 책을 만났다. 과연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했던가. 꿈이란 대단한 힘을 가졌다. 내 속에서 무엇이 날 떠나게 하는 지는 몰라도 먼 곳으로, 더 먼 곳으로 차츰 지경을 넓혀서 떠나고픈 마음이 자꾸 나를 유혹한다. 혼자서 훌쩍 먼곳으로 떠나는 나를 보며 사람들은 수군댄다. 어떻게 여자 혼자서 가느냐고, 게다가 결혼해 아이까지 있는 사람이... 이렇게 할 수 있게 되기까지 단순하게 이뤄온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 오랜 시간을 들여서 내 꿈을 주위에 이해시키고, 허락을 받아 낸 것이 결코 헛일이 아니었음을 여행지에서 실감한다. 삶을, 인생을, 그리고 나의 현재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고, 상처 난 부분을 치유할 수 있고, 무엇보다도 커다란 여유를 담아가지고 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여행지에서 돌아오면, 떠나기 전 조금씩 고장나 있던 내 마음의 부분들이 고쳐져 있음을 나도, 남도 확인하게 된다. 이 책은 우선 내가 알고 싶었던 타클라마칸 사막에 대한 궁금증을 이백, 아니 삼백 퍼센트로 풀어주었다. 역시 브루노바우만은 청소년기부터 키워 온 탐험가의 꿈을 잘 펼친 것 같다. 사막에 대한 생생한 묘사와, 사막 탐험에 대한 살아있는 노정과, 그곳에서 겪어 낸 생과 사의 쿰틀거리는 현장감을 낱낱이 맛보게 해주었다. 그뿐만 아니라, 그 주변 오아시스 도시들에 대한 자세하고 친절한 설명, 사람 사는 이야기, 주택이나 안 뜰에 관한 것, 호텔의 사정이나 바자르의 풍경들, 무엇보다도 그곳의 사람들...... 가보지 않아도 마치 그와 동행하고 있는 것처럼 생생하게 보여주고 알려준다. 그리고 많은 사진은 더 생동감있는 이야기에 물기를 더한다. 또한 그가 존경해 온 탐험가 스벤 헤딘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사막횡단의 대단한 실현은 그에게뿐만 아니라 이 책을 함께 읽어가는 우리에게도 강렬한 도전과 감동을 준다. 사막은 죽음과 가장 맞닥뜨려 있는 곳이다. 우리네 삶처럼 앞을 한치도 정확히 알 수 없는 곳이다. 물론 우리네 인생에서 처럼 미리 계획도 하고, 짐작도 하고, 준비도 하지만 앞에 어떤 것이 도사리고 있을 지는 그 누구도 모른다. 사막을 횡단하는 것은 그 기간이 아무리 짧았다 할 지라도 인생의 축소판을 경험하는 것이다. 그래서 사막을 횡단함에 있어 얻어지는 것은 횡단했다는 자랑스러움 이전에 삶을 진지하게 만나고 삶에서 중요한 무엇인가를 깨닫게 되는 것이리라. 타클라마칸, 지구상의 가장 광대한 사막, 그곳을 횡단했다는 단순한 이야기가 아니다. 마지막 책장을 덮고 나면, 가슴이 벅차오르는 감동을 느끼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곳 사막이 나를 향해 손짓하는 것이 보일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