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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새해에 만난 바이오그래피 매거진의 일곱번째 주인공은 산악인 엄홍길 대장입니다. "세계 최초" 히말라야 16좌를 완등한 사람입니다. 산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에게는 '16좌'라는 단어조차 낯설 겁니다. 히말라야는 인도 대륙 북쪽에서 티베트 고원 남쪽까지 동서로 길게 뻗어 있는 큰 산맥으로 8,000m 이상의 고봉이 전부 이곳에 있습니다. 그 중 가장 높은 산이 바로 에베레스트 산(8,848m)이며 네팔에 속해 있습니다. 히말라야 16좌란 8,000m 이상의 봉우리로 공인된 14개와 비공인 2개 봉우리를 말합니다. 엄홍길 대장은 16좌 완등을 위해서 22년간 38번 도전해서 20번 성공하고 18번 실패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동료 열 명을 잃었습니다. 이제 산을 내려온 그는 17좌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엄홍길 인생의 17좌는 히말라야 오지를 찾아다니며 16개의 학교를 세우는 일입니다. 현재까지14개의 휴먼스쿨을 네팔에 지었다고 합니다. 바이오그래피 매거진은 현재를 살고 있는 한 인물의 삶을 파노라마처럼 보여주는 책입니다. 그래서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책장을 넘기며 보게 됩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유독 몇 번이나 멈춰야 했습니다. 왜? 라는 물음이 떠올라서, 그다음에는 뭔지 모를 감정 때문에...... 사람마다 인생의 꿈과 목표는 다릅니다만 간혹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습니다. 바로 히말라야 등반이 그런 경우입니다. 목숨을 걸고 올라가지만 정상에서 곧 내려와야 합니다. 산을 오르는 이들은 산을 정복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간다고들 말합니다. 자신을 향한 도전이 목적이라면 굳이 험난하고 위험한 산을 올라야 하느냐에 대해 의견이 분분할 것입니다. 실제로 히말라야 등반으로 목숨을 잃은 산악인들이 많습니다. 안타까운 죽음이기에 그들의 도전 자체가 무모하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평범한 사람들이 경험하는 도전은 실패하고 좌절할 수는 있지만 다시 시도하면 그만입니다. 하지만 산악인으로서 등반 중 실수는 죽음으로 이어집니다. 다시는 돌이킬 수도 없고 다음 기회란 있을 수 없습니다. 저 역시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산악인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이 더 컸습니다. 그런데 그들의 꿈과 목표가 무모한 도전이 아니라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더 문제였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뭐든 "1등"만을 인정해줍니다. 산악인 하면 엄홍길 대장을 떠올리는 것도 세계 최초로 히말라야 16좌를 완등했기 때문일 겁니다. 그리고 살아서 돌아온 사람이니까. "세계 최초"라는 영예로운 칭호를 얻는다는 건 매우 의미있는 일입니다. 하지만 도전은 그 자체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습니다. 세상에 무모하고 쓸모없는 도전은 없는 것 같습니다. 만약 남들이 손가락질 한다고 해서 포기했다면 이 세상에는 비행기와 우주선은 존재하지 않았을 겁니다. 히말라야라는 거대한 자연 앞에서 인간은 한없이 나약한 존재입니다만 끊임없이 도전하는 이들이 있기때문에 인간이 극복할 수 없는 한계가 어디까지인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한계를 뛰어넘는 순간 인류는 한걸음씩 성장하고 있다고 믿습니다. 또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도전했던 수많은 이들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이 책에서는 프롤로그에 언급되었는데 저는 에필로그로 적어봅니다. 히말라야 같은 험난한 시기를 겪고 있는 이 시대 모든 사람들에게 전합니다. 그동안 최대한 빨리 정상을 향해 오르는 '등정주의' 때문에 쫓기듯 살았다면 이제부터는 어떤 길을 택해 어떤 방식으로 갈지를 고민하는 '등로주의' 시대가 올거라고, "세계 최초", "세계 최고"가 아니어도 괜찮다고 말입니다. 지금 이 순간 살아있는, 살고있는 우리 모두는 자신의 인생에서만큼은 "최고"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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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겨진 생각들
당연한 얘기지만, 세상엔 제각기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 속된 말로 '무언가에 미쳐 사는' 사람들도 무척이나 많다. 그 무언가를 개인적인 기준으로 '이해할 수 있음'과 '이해할 수 없음'의 범주로 나눌 수 있다면, 산악인의 경우 '등산'은 전자에 '고산 등정(登頂)'은 후자에 해당한다. 산, 그 자체에 매료되어 취미로 산행하고, 맑은 공기를 마시며, 정상을 오르는 짜릿함을 느끼는 것은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혹은 경험하기도 싫은 '고산 등정(登頂)'은 내 기준으로선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우리나라에 있는 산들보다 몇 배는 더 높은, 세계의 고산들을 온갖 고통과 재해에 맞서 오르는 것은 분명 이해하기 힘든 일이었다.
물론 산을 맨 걸음으로 올라본 적도 없고, 그저 케이블카에 타서 정상으로 곧장 올라가 사진만 찍을 줄 아는 나이니 뭘 알겠는가. '산'이라는 것은 내 일상에서 동떨어진, 가까이할 수 없고 그저 경치로만 존재하는 것일 뿐이었다. 그러니 산악인들에 대해서도 평소에 관심이 없을 수밖에 없었고, 어떤 프로그램에 누군가가 등장하면 반짝 관심을 보이다가 금세 사그라지기 일쑤였다. 그러나 『바이오그래피 매거진』 7호, 엄홍길 편을 읽고 나선 꽤 길게 여운이 남아 있다.
그동안 정치, 문화, 과학 등 다방면의 인물들을 조명했던 『바이오그래피 매거진』이 이번 호에서는 산악인 '엄홍길'을 주인공으로 삼았다. 영화 『히말라야』의 개봉으로 산악인들의 관심이 살짝 힘을 얻고 있는 찰나였다. 히말라야 14좌를 세계 8번째로 등정한 우리나라 산악인 '엄홍길'을 대표하여, 산악인들의 인생과 다양한 것들을 담았다.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는 히말라야 14좌, 그리고 위성봉이라 불리는 2좌를 설명하기도 하고, 고산 등반의 상세한 방법들을 소개하기도 한다. 모르는 부분이 많았던 일인만큼, 새롭게 알게 된 사실들도 많았다. 산을 오르는 것도 다양한 방법이 있다는 것, 등정주의와 등로주의로 나뉜다는 것, 비용도 만만찮게 들어간다는 것, 업체로부터 후원을 받는다는 것. 그저 개인적인 도전이라고만 여겼던 등정이 이렇듯 많은 요건을 끼고 있을 줄은 상상을 못 했다.
생각했던 것만큼 고난이 가득했던 그의 완등 기록을 살펴보며 상상 속에서 오들오들 떨리는 발을 부여잡고 쉽지 않은 독서를 계속해야 했다. 죽음과 고독, 공포, 그리고 환희, 글로 보는 것보다 더 혹독하고 광포한 산에 '미쳐 사는' 그의 마음이 이해가 될 것 같기도 하고, 알면 알수록 더욱 이해가 가지 않기도 한다. 『바이오그래피 매거진』은 역시 특유의 서술과 구성으로, '엄홍길'이라는 인물에 대한 평가를 독자에게 넘기고 있다. 내가 느낀 그는, 정신력이 무척 강한 사람인 것 같다. 실제로는 순하디순한 사람이지만, 산에 올라가면 다른 사람으로 돌변한다는 동료의 인터뷰를 보고는 그의 성격이 또 다르게 느껴지기도 했다. 산에 올라가면, 오로지 신성한 산만 보고 거침없이 오르는 저돌적이고 냉정한 사람인 것 같기도 하고, 목표에 대한 의지가 무척이나 강한 사람 같기도 하다. 그와 함께한 동료와 셰르파들의 죽음이 여럿 있었다는 사실에 관하여 사람들은 그의 저돌적인 스타일을 비판하기도 하지만, 고산의 상황이란 개인의 안위를 살피기에도 어려운 것이니 절대 다른 이들의 죽음에 그를 탓할 수는 없을 것이다.
영화 <히말라야>의 소재로도 쓰였던 故 박무택 대원의 시신 수습 과정도 상세하게 나와 있다. 개인의 목숨을 부지하기도 힘든, 눈 덮인 고산에서 누군가의 시신을 수습해온다는 것은 상상도 못 할 일이라는데, 그는 해냈다. 대단한 사람이다. 산에서의 그의 모습이 어떠했든, 진심이 담긴 이 숭고한 등반에 고개가 숙여진다.
이 책을 읽다 보니 뜬금없이 '셰르파'라는 존재에 대해 더욱 마음이 갔다. 기록은 다른 이들에게 넘겨주고, 죽음의 위험 속에서도 무거운 짐을 인 채, 길잡이 역할을 하는 그들. 이름을 남길 수 없는 그들의 족적이 궁금해진다. 셰르파를 소재로 한 책이 어디 없을까, 찾아봐야겠다. 끝으로, 등반을 인생에 비유한 『바이오그래피 매거진』의 서문을 발췌한다. 책의 처음을 장식하고 있는 이 책의 서문은 언제나 가슴을 울린다.
Written By. 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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