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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에서 로큰롤』우리가 음악에 처음 빠지게 되었던 청춘의 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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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아이가 중학교에 다닐때 매일매일 듣던 곡들이 팝음악이었다. 귀가 아플 정도로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시위하듯 듣고 있는 모습을 발견하고는 그랬었지. 나도 중고등학교때 팝음악에 빠져 있었지. 영어에 익숙하지 않았던 중학교 시절엔 영어 가사를 한글 발음으로 노트에 적어 놓고 음악이 나올때면 따라 불렀었지. 아이의 행동을 보며 내 젊은 날의 시간을 되돌려보게 되었다. 그러
"『시골에서 로큰롤』우리가 음악에 처음 빠지게 되었던 청춘의 시간들." 내용보기

  큰아이가 중학교에 다닐때 매일매일 듣던 곡들이 팝음악이었다. 귀가 아플 정도로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시위하듯 듣고 있는 모습을 발견하고는 그랬었지. 나도 중고등학교때 팝음악에 빠져 있었지. 영어에 익숙하지 않았던 중학교 시절엔 영어 가사를 한글 발음으로 노트에 적어 놓고 음악이 나올때면 따라 불렀었지. 아이의 행동을 보며 내 젊은 날의 시간을 되돌려보게 되었다. 그러다가 둘째가 또 중학생이 되어 컴퓨터에서 팝송을 틀어놓고 따라 불렀다. 아이가 듣던 음악중 내 귀를 사로잡은 것이 고티에(Gotye)의 'Somebody That I Used To Know'라는 곡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음률을 가진 곡이라 나는 음악을 내 휴대폰에서 듣고 싶어 음악 파일을 구했고, 휴대폰 벨소리로, 통화연결음으로 사용해 한동안 들었다. 아마 LP 같았으면 늘어지도록 들었을 것이다. 나는 팝음악, 클래식음악, K-Pop 등을 대중없이 들었고, 본격적으로 팝음악을 다시 들게 된 계기가 이 음악이 아니었을까 싶다.

 

  나도 한동안 팝음악에 빠져 있었던 때가 있었는데, 그때 들었던 음악들. 내가 가지고 있는 LP판들. 내가 들었던 라디오 방송들. 나는 다시 오래전에 듣던 '배철수의 음악캠프'를 다시 듣기 시작했다. 집에서는 MBC가 잘 잡히지 않아 휴대폰 앱으로 듣게 되면서 다시금 팝송과의 인연을 시작했다. 라디오에서 들려주는 음악을 들으며 청취자들이 보내오는 사연에 귀기울이는 시간들이 참으로 소중했다. 나 혼자 휴대폰에 저장된 음악들을 듣는 것보다 얼굴은 보이지 않지만 누군가와 함께 듣는 음악이 참 좋다는 걸 다시 느끼고 있다. 왜 라디오에서 듣는 음악들은 이렇게 좋은 걸까. 오래전에 들었던 추억의 음악, 새로 나온 음악들. 모두의 시간을 하나로 묶는 시간이었다.

 

  음악에 대해 이야기하다보니 나의 음악 이야기가 길어졌다. 우리가 소설가로 알고 있는 오쿠다 히데오가 로큰롤에 빠져들게 되는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말이다. 소년 오쿠다의 음악 입문기를 읽다보니 어느새 추억에 젖어든 것이었다. 물론 오랜 시간 차이가 있어 내가 알고 있는 뮤지션과 모르는 뮤지션이 있지만 그래도 반가움이 앞서는 건 어쩔수 없다.

 

팝송. 그것은 잿빛 구름 새로 비쳐 드는 일곱 색깔 빛.

팝송. 그것은 초원에 흐드러지게 핀 색색의 꽃.

팝송. 그것은 낡은 것을 모조리 날려버리는 향기로운 바람. (294페이지, 「홀리데이 히트 팝스」)

 

 

 

  저자 오쿠다 히데오는 '록을 만나지 않았으면 나는 작가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라고 까지 했다. 우리의 자아가 형성되는 시기에 만나는 음악이 우리의 삶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는 건 우리 모두 경험으로 알고 있다. 우리가 사춘기 시기가 자연스럽게 다가오듯, 음악과 함께하는 것 또한 자연스럽게 다가오는 것 같다. 클래식 전공하는 사람과 몇몇을 빼놓고는 대체적으로 음악에 빠져들지 않을까.

 

자유롭게 살고 싶다, 남이 안 하는 일을 해보고 싶다, 체제와는 반대편에 서고 싶다, 소수파로 있고 싶다, 모두가 오른쪽을 보고 있을 때 나만은 왼쪽을 보고 싶다. (57페이지)

 

  작가 오쿠다 히데오는 나오키상에 빛나는 유명한 작가다. 작가의 추억의 음악 스토리에서 음악과는 거리가 먼 규율을 강제했던 중학교가 제일 싫었다며 강연회를 의뢰해도 전혀 해주고 싶지 않다며 소심한 복수를 하고 있는 작가의 모습에서 슬며시 웃음이 나왔다. 가족과 떨어져 자신의 방에서 라디오를 듣는 일, 바로 독립의 상징이라는 말을 시작으로 그의 음악 입문기가 시작되었다. 처음 가요에서부터 비틀즈, 티 렉스, 퀸, 핑크 플로이드, 딥 퍼플, 브루스 스프링스틴 등의 팝 가수들을 만나며 오쿠다 소년은 점점 음악에 눈을 떴다. 

 

  우리가 들었던 음악들, 밤새워 부르며 가수들을 흠모하기도 했던 것처럼, 그 또한 어린 소년이었을때부터 라디오를 사고, 음악을 듣고, 레코드를 사들이는데 공을 들였고, 학교 방송국에서 좋아하는 팝송 한 번 듣고자 시위를 했던 일들까지 우리를 추억의 시간으로 인도했다. 그가 들려주는 십대시절 음악이야기와 함께 그의 에세이의 내용과 비슷한 단편 소설까지 수록되어 있어 책을읽는 즐거움이 더 컸다.

 

  누구보다도 자유롭고 싶어했던 오쿠다 소년. 그가 로큰롤에 빠지게 된 것은 필연적인 것인지도 모른다. 자유로움의 상징인 록음악이 그를 작가의 길로 들어서게 했는지도 모르는 일. 음악에 빠져들수 밖에 없었던 우리 모두의 십대. 록이 전세계 모든 사람들을 구해주었을 것이라는 작가의 말에 동조할 수 밖에 없다. 우리 청춘의 시대는 거의 음악과 함께 했으므로. 우리에게 음악이 없었다면 어땠을까. 어떤 청춘의 시간을 보냈을까.

YES마니아 : 플래티넘 h*****9 2015.10.29. 신고 공감 5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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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ck Will Never 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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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쿠다 히데오의 책은 처음이다. 이름은 많이 들어 봤는데, 일본 현대 작가들 중에는 거품이 낀 사람들이 많아 선뜻 찾아볼 마음이 들지 않았었다. 그러다 우연히 신간의 출간 광고를 보게 됐고 두 페이지 쯤 미리 보기 해봤다. 그리고 바로 구매.훌륭하지 못한 소설을 쓰는 작가라도 훌륭한 '에세이'를 쓰는 경우는 자주 있다. 소설과 에세이의 작법 난이도 차이 때문이다. 아무래도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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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쿠다 히데오의 책은 처음이다. 이름은 많이 들어 봤는데, 일본 현대 작가들 중에는 거품이 낀 사람들이 많아 선뜻 찾아볼 마음이 들지 않았었다. 그러다 우연히 신간의 출간 광고를 보게 됐고 두 페이지 쯤 미리 보기 해봤다. 그리고 바로 구매.


훌륭하지 못한 소설을 쓰는 작가라도 훌륭한 '에세이'를 쓰는 경우는 자주 있다. 소설과 에세이의 작법 난이도 차이 때문이다. 아무래도 소설은 어렵다. 구성도 있어야 하고 캐릭터도 있어야 하고, 아무튼 겁나 짜증나는 일이 많다. 그런데 에세이는 그냥 쓰면 된다. 다소 중구난방 다른 애기가 이어져도 "이 에세이는 참 구성이 엉망이에요"라고 투덜대는 독자는 없다. 소설을 쓰는 사람에게 에세이는 쾌변 같은 것이다. 소설은 변비고. 그래서 하루키는 장편 하나를 쓰는 동안 그토록 많은 에세이를 쏟아내는 것이다. 안 그러면 똥독이 올라 죽어버리거든. 에세이 조차 한 단어 한 단어 바위에 새기듯 힘겹게 밀어 쓰는 사람은 아마 김훈이 유일할 것이다.


<시골에서 로큰롤>은 오쿠다 히데오를 오늘의 오쿠다 히데오로 만들어준 Rock 음악에 대한 이야기다. 국가를 막론하고 Rock 음악은 청년기에 앓게 되는 병인 것 같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아웃사이더들이 청년기에 앓는 병이다.


아웃사이더는 아웃사이더를 알아보고 우리에겐 우리만의 언어가 있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이 좋다. 엄청 재밌다. 동시에 오쿠다 히데오가 정말 부러웠다. 그는 Rock 음악의 탄생과 중흥기에 청년으로 살았던 사람이다. 일종의 숙주 같은 거다. QUEEN이 전세계적 명성을 얻기도 전에 그들의 라이브 공연을 본 사람이란 말이다. 아웃사이더들은 누구나 알만한 밴드의 누구나 알만한 앨범에 대해 말하기 보다는 그들의 알려지지 않은 명반 얘기를 하는 걸 좋아하고, 그걸 일종의 라이센스로 여기고, 그런 걸 알아보는 자기 자신에 도취하고, 그런 얘기를 관심도 없는 남들에게 해줄 때 자부심과 우쭐함을 느낀다. 그런데도 오쿠다 히데오가 싫지 않은 이유는? 잘난척 쟁이들 특유의 꼰대스러움이 없기 때문이다.


나는 이미 Rock Will Never Die라고 외치지 않으면 Rock 음악이 사라져버릴 것 같은 공포를 떨쳐낼 수 없었던 90년대 중반에 처음으로 그 음악을 접했다. 그 때 Rock은 온갖 양념이 뿌려져 이 맛도 저 맛도 아닌 자극적 음식으로 변해버린 시기였으므로 그 맛을 먼저 본 나는 명반이라는 걸 들어도 "이게 뭐?"하며 오히려 촌스럽다는 느낌을 받았었다. 그래서 오쿠다 히데오가 알려주는 수 많은 앨범을 직접 들으면 당신도 비슷한 감상을 느낄지도 모른다. 그런데 세월이 흘렀다. 나도 나이를 먹었다.


그러고나니 이제 이 음악들의 맛을 알겠는 거다. 확실히 옛날 음악들은 차분히 앉아 들어야 깊은 맛이 우러나오는 것들이 대다수다. 그 때는 음악 감상이라는 것이 실제 '취미'로 존재하던 시대였다. 사무실에 앉아, 출퇴근 길에, 음질도 형편없는 MP3와 차마 형언 할 수 조차 없는 엉터리 이어폰으로 듣는 듯 마는 듯 음악을 흘려 듣던 시절이 아닌 것이다.


오쿠다 히데오 덕분에 오랜만에 음악의 참맛을 느꼈다. 사 놓고 잘 쓰지 않던 헤드폰을 머리에 쓰고 60년대 말에서 70년대 말까지 이어지는 Rock 음악의 본류를 깊숙히 빨아들였다. 그러고 나니 알겠다. 역시 Rock이 최고다.


세상 모든 게 시시해져도, Rock 만큼은 아닐 것이다.

s*******r 2015.12.27.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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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에서 로큰롤]작가가 된 왕년의 록소년
"[시골에서 로큰롤]작가가 된 왕년의 록소년" 내용보기
***   <남쪽으로 튀어>를 읽고, 도대체 이 작가는 어떤 성장기를 보냈기에? 하는 생각이 들어 읽은 책이다. 흠, 그랬군. 그는 록 소년이었군. 흠, 그랬군. 마루야마 겐지는 영화, 오쿠다 히데오는 록.   성인인 현재 시점에서 작가가 오디오를 장만하면서 이야기는 시작한다. 작가는 과거에 수집한 음반을 새 오디오로 들으며 왕년의 록 소년 시절을 회상한다. 중고교 시절의 작가
"[시골에서 로큰롤]작가가 된 왕년의 록소년" 내용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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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쪽으로 튀어>를 읽고, 도대체 이 작가는 어떤 성장기를 보냈기에? 하는 생각이 들어 읽은 책이다. 흠, 그랬군. 그는 록 소년이었군. 흠, 그랬군. 마루야마 겐지는 영화, 오쿠다 히데오는 록.

 

성인인 현재 시점에서 작가가 오디오를 장만하면서 이야기는 시작한다. 작가는 과거에 수집한 음반을 새 오디오로 들으며 왕년의 록 소년 시절을 회상한다. 중고교 시절의 작가는 여러가지로 문화 혜택을 받기 힘든 시골에서 부단한 노력을 통해 1970년대 록 밴드의 전성기를 영미 팬들과 실시간으로 누리게 된다. 1969 ~ 77년까지 대략 6년간이다. 중학교에 입학한 후 독립적인 공간이 필요한 중딩 오쿠타 소년은 라디오를 사고 테이프에 좋아하는 음악을 녹음한다. 집에 오디오가 있는 친구들을 부러워하던 시절을 거쳐, 드디어 부모님을 졸라 오디오를 산다. 이제 엘피 음반을 모으기 시작한다. 용돈을 아껴 음악 잡지를 사고 인근 대도시로 공연을 보러간다. 유명 록커들의 패션을 따라한다. 당연히 늘 돈이 모자란다. 개성 강한 친구들과도 록 음악 덕분에 뭉치고, 파칭코로 음악 관련 활동을 할 돈을 벌기도 하는 등 록 덕분에 버라이어티한 경험을 하게 된다. 이런 이야기들이 주요 곡명을 제목으로한 각각의 꼭지에 들어 있다. 그렇게 록 소년의 한 시절이 회상되면 각 꼭지 뒤에는 앨범 소개가 있다. 재미있는 구성이다. 번역도 발랄하다.

 

음악 이야기가 주이기는 하지만, 당시 영미 록 뮤직을 몰라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저자의 능청스런 입담 덕분이다. 나는 읽으면서 얼마나 소리내어 웃었는지 모른다. 작가는 당시 어린 소년의 입장에서 세세한 일화를 진지하게 소개한다. 그러다 갑자기 현재 성인의 시점이 되어 과거의 자신과 거리를 두고는 '참으로 한심한 오쿠타 소년이었다.'하는 식으로 논평해 버린다. <제인 에어>에서 반항적이었던 어린 시절을 회상하면서 소녀와 숙녀의 두 시점을 사용하는 것의 코믹 버전같다. 예를 들자면 1976년 레인보의 첫 내일(來日) 공연 일화. 저자는 오전 수업 후 학교에서 도망가 공연장 매표소 앞에 줄 서서 표를 산다. 공연이 무르익자, 어린 작가는 리치 블랙 모어가 기타를 부수는 퍼포먼스를 기대한다. 그러나 그만 보고 만 것이다. 리치가 기타를 부수기 전에 몰래 무대 뒤에서 싼 기타로 바꿔 매는 것을. 그 장면을 현재 성인인 작가는 이렇게 서술한다.

 

아아, 무대 뒤를 보고 말았다. 어른은 정말 교활하구나. 하기야 애용하는 스트라토캐스터를 부술 수는 없겠지. 어차피 연출이겠다. 오쿠타 소년은 어른의 사정을 하나 더 알게 되었다.

- 252쪽

 

아아, 독특한 성장담 서술 방식이로고!

 

***

 

저자는 당시 희망대로 음악 관련 직업을 갖지 못하고 작가가 된다. 그러나 록에 빠졌던 그 경험은 작가로서의 삶에 밑거름이 되었다. 말하자면 저항 정신이나 예술가의 자세 같은 것?

 

하지만 그 시절, 열여섯 나이에 들을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 208쪽

 

나는 작가가 되고 나서 뼈저리게 느꼈다. 창작자는 고독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

그렇기에 지금의 나는 같은 창작자로서 피니건을 비롯해 '숨은 명반'을 만든 이들의 심정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렇게 훌륭한 작품이 팔리지 않은 데 대해 당신은 평정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까? 괴롭지 않았나요? 차가운 레코드 회사에 불을 싸질러주겠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습니까?

- 267쪽

 

마이크 피니건이나 에이머스 태릭이 돼서 누군가 볼 줄 아는 사람에게 발견되고 싶다. 그런 작가를 은밀히 지향하고 있다.

- 270쪽

 

간단히 말해서, 팔리고 싶다, 하지만 농담이 통하지 않는 대중은 상대하기 싫다. 마니아가 인정하는 고고한 존재로 있고 싶다, 하지만 돈과 명성에도 매우 미련이 있다. 그런 딜레마 속에서, 그럼 중간을 취한다 칠 때 어느 정도의 포지션이 이상적이냐 하면 그게 스틸리 댄인 것이다. 1년에 한 권 정도 책을 내서 그럭저럭 팔리고 평가도 받고, 오래도록 사랑해주는 팬이 있으면서 배신하지 않는다. 아아, 그런 작가로 있을 수 있다면,,,,, 나도 꽤나 얌체 같은 소리를 한다. 하하하.

 - 281쪽

 

솔직히, 나는 록 음악 이야기하는 부분보다 위의 인용 부분이 더 와 닿았다. 오쿠타 씨, 저도 고고한 작가인 척하면서 돈에 미련 있는 그 마음 충분히 이해합니다.

 

***

 

책의 마지막에는 마치 음반의 보너스 트랙처럼 단편 소설이 한 편 실려 있기도 하다. 임진모 씨의 글도 있다. 일본 원서는 어떨지 몰라도 일러스트며 표지며 대단히 공들인 티가 나는 책이다. 왕년에 록 소년이었던 분은, 아니 지금까지도 록 소년인 분(이 정도만 써도 블로그 글벗 중 누구이신지 다들 감이 오실 것이다. )은 록에 문외한인 나 보다 훨씬 더 재미있게 읽을 듯 하다.

 

자신이 십대 때 듣던 록이며 팝을 좋은 음질로 다시 듣는다는 것은 어른이기에 가능한 은밀한 즐거움이다. 나는 이제 새 음악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현역이 아닌 것이다. 복고 지향이라고 하든 말든, 사람이 뭔가를 받아들이는 데에는 허용량이라는 게 있다. 그게 다 찬 사람은 그 안에서 조용히 노는 게 일종의 점잖음이 아닐까.

- 21쪽

 

***

 

아 참, 또 와 닿은 부분이 있다. 저자가 록 음악 이야기를 하며 허세 부리는 대목. 중고딩 시절의 나는 '참으로 한심했던 오쿠타 소년'과 다른 방식으로 책을 읽으며 잘난 척을 하던 '참으로 한심했던 껌정 소녀'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가한다. 333쪽에 '개랑 원숭이랑 꿩이야. 조금은 도움이 될 테니까 데려가라." 는 말은, 일본민담인 <모모타로>에서 아기 장수 모모타로(복숭아 동자)가 개, 원숭이, 꿩을 육해공군 부하로 데려가는 것을 빗대어 자기들이 오케이의 거사를 도와주겠다고 제안한 것이라는 거, 다들 아셨나요? 그외 '기요미즈의 무대에서 뛰어내린다'라든가 '오봉 춤 박수' 등등,,, '참으로 한심한 껌정 소녀'인 저는, 책을 읽는 내내 역자 주석 없이 서술된 일본 역사 문화 배경 지식에 대해 무진장 잘난척 하고 싶어졌답니다. 키키.   

 

m******n 2015.11.18. 신고 공감 1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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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 많이 타겠어. 팝 락음악 좋아하시는 분들께는 최고일듯.
"취향 많이 타겠어. 팝 락음악 좋아하시는 분들께는 최고일듯." 내용보기
저는 오쿠다 히데오의 팬이라 그의 모든 책을 다 읽었습니다. 최근의 가나코와 나오미? 그는 그냥 그랬지만 여행 에세이같은 것도 정말 좋아하는데 제가 음악에 너무 무지하고 지식이 일천한지라 이번 책은 재미있게 읽지 못했어요. 하지만 올드락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흥분하며 읽을 수 있을 것 같네요. 오쿠다 히데오가 59년생이니 그 또래이신 분들이나 특별히 올드 팝, 락을 좋아하
"취향 많이 타겠어. 팝 락음악 좋아하시는 분들께는 최고일듯." 내용보기

저는 오쿠다 히데오의 팬이라 그의 모든 책을 다 읽었습니다. 최근의 가나코와 나오미? 그는 그냥 그랬지만 여행 에세이같은 것도 정말 좋아하는데 제가 음악에 너무 무지하고 지식이 일천한지라 이번 책은 재미있게 읽지 못했어요. 하지만 올드락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흥분하며 읽을 수 있을 것 같네요. 오쿠다 히데오가 59년생이니 그 또래이신 분들이나 특별히 올드 팝, 락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즐거울 것 같습니다. 기후라는 시골에서 어떻게든 로큰롤! 하게 살아보려는 오쿠다 소년이 귀엽기는 해요. 저한테는 거기까지. 

YES마니아 : 골드 z***o 2017.02.01.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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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결산] 오쿠다 소년의 생을 결정지은 질풍노도
"[2015 결산] 오쿠다 소년의 생을 결정지은 질풍노도" 내용보기
십중팔구 내 인생 방침은 중학교 1학년 여름에 정해졌을 것이다. 자유롭게 살고 싶다, 남이 안 하는 일을 해보고 싶다, 체제와는 반대편에 서고 싶다, 소수파로 있고 싶다, 모두가 오른쪽을 보고 있을 때 나만은 왼쪽을 보고 싶다. 청개구리라고 한다면 "네, 맞습니다"하고 대답하는 수밖에 없지만, 나는 아저씨가 된 지금도 베스트셀러 책은 읽지 않고, 브랜드 물건따위 사지 않고, 권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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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중팔구 내 인생 방침은 중학교 1학년 여름에 정해졌을 것이다. 자유롭게 살고 싶다, 남이 안 하는 일을 해보고 싶다, 체제와는 반대편에 서고 싶다, 소수파로 있고 싶다, 모두가 오른쪽을 보고 있을 때 나만은 왼쪽을 보고 싶다. 청개구리라고 한다면 "네, 맞습니다"하고 대답하는 수밖에 없지만, 나는 아저씨가 된 지금도 베스트셀러 책은 읽지 않고, 브랜드 물건따위 사지 않고, 권위를 믿지 않는다. 문학상을 타면 여러모로 편리하지만, 근본적으로는 '그런 거 하나도 안 고맙거든'하는 어린애 같은 오기가 있다. 그럼 받지 말라고? 아니, 상금은 탐나니까. 내가 소설가가 된 것은 그 시기의 감동 체험이 바탕에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책은 눈곱만큼도 안 읽었으니 말이다. (57~58쪽)

 

이쯤 되면 다들 눈치챘겠지만 오쿠다 소년은 '락 스피릿'을 지니고 있었다. 아니 중학교 1학년 이후 지니게 된 것일 테다. 그런 지향을 실천에 옮겨 오늘의 그가 있게 된 것이고. 작가로서의 길을 걷게 된 모티베이션이 그에게 벼락 같이 다가온 락 뮤직이었다.

 

중 1 때부터 고 3 때까지 6년간 오쿠다 소년의 락 홀릭 상태였다. 이 책은 그 시절에 대한 아릿한 회상이자 그의 삶을 결정지은 락에 바치는 심심한 헌사이다. 라디오 구입에서 비롯된 그의 소년기, 아니 청춘으로의 성장기는 온통 락으로 점철된 것이었다. 소설가로서의 자질을 다분히 지니고 있었던 탓인지 새로운 문물인 팝 음악과 조우하는 순간 그에게 닥친 충격의 파장은 상상 이상이었다. 그 아우라에 휩싸여 브레이크 없이 덕후의 길을 내리밟은 그의 행태는 비슷한 경험을 한 또래와 견주어볼 때 궤도를 한참이나 이탈한 외계인의 모습이었다. 라디오에서 T.Rex의 [Metal guru]를 들었을 때 감전된 듯한 충격을 느꼈다고 고백하는 오쿠다 소년에게서 남다른 감수성의 결을 느낄 수 있다. TV를 통해 사운드는 물론 락의 비주얼까지 접하게 되었을 때 오쿠다 소년은 또 한 번 전율한다.

 

백 밴드의 연주가 흐르는 가운데, 프레슬리가 스포트 라이트를 받으며 멋지게 등장했다. 오쿠다 소년은 몸을 앞으로 내밀고 화면 속에 들어갈 듯한 기세로 쳐다봤다. (88쪽)

 

그후 음악 잡지를 구독하며 매니아 로드에 온전히 진입한 오쿠다 소년에게 또 하나의 깜짝놀랄 신천지가 열리게 된다. 아버지가 오디오 세트를 구입해 준 것이다. 그로부터 오쿠다의 삶은 학교 공부는 물론 용돈 사용 같은 경제적 측면에 이르기까지 오로지 앨범 구입과 음반 재생 및 음악 감상이라는 한 지점으로 수렴된다. 특유의 감각에 음악만 생각하며 길러나간 안목까지 곁들여져 오쿠다 소년은 동년배들의 수준을 훌쩍 뛰어넘어 고 1 때 이미 걸작 판별 단계에까지 이르게 된다. 올맨 브라더스 밴드(ABB)의 [At Fillmore East]를 듣고선 '이건 대단한 물건이구나' 하는 걸 단번에 알아챌 수 있을 정도로. 그러면서 어떤 큰 세계가 작품 저편에 펼쳐져 있다는 것을 직감하며 마약에 취하듯 음악의 쾌감을 향유한다. 반면 다들 칭찬 일색이지만 오쿠다 소년이 보기에 마뜩찮은 음악과 뮤지션들도 있었다. 당시 모든 락 팬들이 입에 침이 마르도록 추켜세우던 The Band 음악의 가치를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고 평가절하한다든지 라이 쿠더를 정체불명의 고등유민으로 폄하하는 등 그의 예리한 감식안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었다.

 

이 책의 압권은 자신의 소설 작품을 음악에 비긴 대목이라 하겠다. 고등학교 진학 이후 학교 공부는 등한시하고 음악에만 몰입하다가 결국 엘리트 코스에서 비껴난 자신만의 길을 택하게 된 오쿠다. 그는 소설을 쓰면서 정체성에 대해 회의가 들 때마다 락 뮤지션의 지향에서 영감을 얻고 위로를 받았다.

 

내가 과연 어떤 포지션을 원하는지였다. 엄청난 베스트셀러 작가 따위 바라지 않는다. 그런 것은 나와 어울리지도 않거니와 또 귀찮을 것 같다. 그럼 일부 열광적인 팬을 거느린 컬트 작가가 좋으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먹고살아야 하니까 어느 정도는 팔리지 않으면 곤란하다. 그러다가 자신을 뮤지션에 견주어 상상해보니, 스틸리 댄이 될 수 있다면 더 할 나위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80쪽)

 

그래서 그는 고백한다. 락이 그를 구원하였고 그를 이끌었으며 오늘의 그를 지탱하고 있다고 말이다.

 

록이 없었다면 내 십대 시절이 과연 어땠을지. 록은 전 세계 수많은 사람의 청춘을 구해주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이 든다. (282쪽)

 

하여 락이 오쿠다 소년의 삶의 방향을 오롯이 결정지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또 삶의 무게에 치어 헤맬 때 락의 정신이 판별의 잣대로 작용하여 모든 어려움을 거뜬히 이겨낼 수 있는 힘의 원천이 되기도 했고. 그러니 이 책을 통해 락 뮤직에게, 아니 시류에 편승하지 않고 자신만의 길을 묵묵히 걸어간 락 아티스트들에게 결곡한 헌사를 바치고 있는 것일 테다.

a*****7 2015.12.28.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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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에서 로큰롤][오쿠다 히데오의 참된 인성 엿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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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에서 로큰롤] [오쿠다 히데오의 참된 인성 엿보기] [2015. 10. 26 ~ 2015. 10. 28 완독] [인터파크 10월 신간 도서단 활동] ​ ​  스위치가 켜진다는게 바로 이런건가. 나는 현재 폭주중이다. p9 ​ 오쿠다 히데오! 단지 이름을 듣는 것만으로 이전의 작품들이 떠오르며 기분이 업되고 삶이 유쾌해지는 아우라를 자아내는 작가. (For Me!) <인터풀>, <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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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에서 로큰롤]


[오쿠다 히데오의 참된 인성 엿보기]


[2015. 10. 26 ~ 2015. 10. 28 완독]


[인터파크 10월 신간 도서단 활동]


 스위치가 켜진다는게 바로 이런건가.

나는 현재 폭주중이다.

p9


​ 오쿠다 히데오!

단지 이름을 듣는 것만으로 이전의 작품들이 떠오르며 기분이 업되고 삶이 유쾌해지는 아우라를 자아내는 작가. (For Me!) <인터풀>, <공중그네>로 나의 마음을 사로잡은 뒤에 '내가 좋아하는 일본 작가' 중에 상위권을 당당하게 차지하고 있는 작가. 사실 기억하고 있는 일본 작가의 이름이 10개 미만이라.. 핫..


 어쿠스틱. 칠줄도 모르면서. 띠링, 띠링. 대충 퉁기기만 해도 즐겁다.

p10

 많은 이가 그렇듯, 악기를 잘 다루지 못하고 노래를 잘 부르지 못해도 "즐겁다". 이 한마디로 모든 것을 정의 할 수 있는 어느 누군가의 취미. 그리고 그 취미를 흐뭇하게 지켜보는 우리. 처음에는 오쿠다 히데오 소설 특유의 '유쾌함'을 기대하며 책을 읽어나가다가, "새로운 오디오를 구입했으니 (무거운 오디오를 옮기기 위해) 편집자를 불러볼까?" 라는 구절로 소설이 아닌 실제 오쿠다 히데오 본인의 이야기인 것을 알게된 동시에, 편집자는 무슨 죄를 지었길래 노동에 착취당하는 작가의 인성? 또한 볼 수가 있어서 한참 (=수초간) 웃었다.


 "있었던 것 같다."라는 구절을 쓰며 가슴 속 깊속하게 묻어둔 '로큰롤에 빠진 센치한 학창 시절'의 얘기를 엄청난 희화화하면서, 아니 로큰롤을 아는 남들과는 다른 특별한 '소년 오쿠다 히데오'를 그려나가는 모습이 퍽 재미있다.



 훗날 내가 작가가 되어 나오키 상을 수상하지, 모교에서 강연이니 기념 행사 참가 등을 누차 청했지만 모조리 거절했다. X신, 내가 거길 왜가냐? (뒤끝보게.. ㅋㅋㅋㅋ)

p32


 나는 아저씨가 된 지금도 베스트셀러 책을 읽지 않고, 브랜드 물건 따위 사지 않고, 권위를 믿지 않는다. 문학상을 타면 여러모로 편리하지만, 근본적으로는 '그런 거 하나도 안 고맙거든'하는 어린애 같은 오이가 있다. 그럼 받지 말라고? 아니, 상금은 탐나니까!

p57


 포기가 빠른 나는 이제 눈치 보지 않고 모든 에너지를 록에 쏟아 보았다. 성적은 점점 나빠졌다. 헤헤

p198

 더우기 평소에는 간접적으로 밖에 느낄 수 없었던 '감정'을 작가의 로큰롤에 관한 추억과 세기의 명곡들 (비틀즈, 롤링 스톤즈 등)과 함께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으니 '이런 것도 좋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돈에 대한 정상적인 탐욕, 육성 지원되는 구수한 욕, 영화를 선택하는 조건은 '여자 알몸이 잔뜩 등장한다.'(p133) 며 '소년'의 면모를 여실히 드러내는 <시골에서 로큰롤> 웃기다.


  레코드를 사기위해 파친코에 들락날락했던 적도 있었고, 드라마에서만 나오는 방송실에서 록을 틀기도 했으며, 학교를 싫어하며 자유를 쫓는 '고독한 록의 길'을 가는 '소년 오쿠다 히데오'. 지금도 로큰롤의 마법에서 깨어나지 않는 중년층(p288)으로 살아가고 있는 작가의 '마이웨이'를 책을 통해 지켜보는 것만으로 자유로워진 것 같다.


 앨범의 보너스 트랙처럼 추가되어 있는 <홀리데이 히트 팝스>라는 소설은 딱, 작가의 유년시절을 고스란히 옮겨 놓아 술술 읽힌다. (뭐 다른 내용은 없다.)



 오쿠다 소년과 아주 비슷한 주인공이 여전히 바보짓을 하고 있다.

p289

 팝송. 그것은 잿빛 구름 새로 비쳐드는 일곱색깔 빛.

 팝송. 그것은 초원에 흐드러지게 핀 색색의 꽃.

 팝송. 그것은 낡은 것은 모조리 날려버리는 향기로운 바람.

p294


+ 이 리뷰는 <인터파크 10월 신간도서단> 활동을 통해 인터파크도서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오쿠다 히데오를 키운? 로큰롤 모음집 : '시골에서 로큰롤'의 리뷰는 실제로 로큰롤을 들으며 써봤다. 좋구만!

k****c 2015.10.31.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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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1972 일본 - 시골에서 로큰롤
"응답하라 1972 일본 - 시골에서 로큰롤" 내용보기
비운의 영화 《남쪽으로 튀어》를 우연히 TV로 보고 난 뒤 김윤석이란 배우가 좋아졌었다. 몇 해 후 원작 소설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일본 작가의 소설이 원작이라... 나는 매우 국수주의적인 면이 있다. '일본'은 무엇이든 싫다. 더욱이 일본의 음울함도 싫다. 내 기억 속에 일본 소설에 대한 인상은 기괴와 음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작 오쿠다 히데오 (奥田英朗  ; お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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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운의 영화 《남쪽으로 튀어》를 우연히 TV로 보고 난 뒤 김윤석이란 배우가 좋아졌었다. 몇 해 후 원작 소설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일본 작가의 소설이 원작이라... 나는 매우 국수주의적인 면이 있다. '일본'은 무엇이든 싫다. 더욱이 일본의 음울함도 싫다. 내 기억 속에 일본 소설에 대한 인상은 기괴와 음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작 오쿠다 히데오 (奥田英朗  ; おくだ ひでお )의 『남쪽으로 튀어』(サウス·バウンド, 2006)에 대한 관심은 갈수록 커졌다. 영화에서 본 경쾌하고 유쾌하며, 통쾌한 화법으로 끌어가는 진지한 이야기가 가끔씩 떠올라 원 작가에 대해 궁금증을 지속해서 불러일으켰다. 그로 인해 인권에 관한 독서 모임을 하려고 할 때 제일 먼저 떠오른 것은 『남쪽으로 튀어』(奥田英朗, 양윤옥, 은행나무, 2006)이다. 잠시 한 호흡을 쉬자.

   『남쪽으로 튀어』를 읽기 전에 오쿠다를 먼저 이해하기로 했다. 자료들을 찾으니 그럴듯한 자료들이 많이 없다. 그래서 직접 읽어 보기로 했다. 시간이 많이 없어 소설들만 읽으려 했다. 하나, 유쾌하고 경쾌한 작품들을 찾는 다는 것이 이 책 『시골에서 로큰롤』(田舎でロックンロール, 奥田英朗, 권영주, 은행나무, 2015)을 제일 먼저 선택하였다. 난 그저 학창시절 소설인가 했다. 도서관에서 책을 열어보지 않은 채 허겁지겁 제목만으로 고른 몇 권의 책, 그중에 가장 가벼워 보이는 책을 집었는데, 문예지 <소설 야성 시대>에 2013~14년까지 연재한 록에 관한 에세이였다. 아! 록이라, 나는 록만이 아니라 음악을 잘 모른다. 그리고 라디오와도 별로 친하게 살아오지 않았다. 대략난감.

『시골에서 로큰롤』 한국어판 표지와 일본 원작 표지

기대를 안고 읽었다. 소설이라 생각하고 읽기 시작했기에 가볍게 읽기 시작했다. 잠시 당황, 정말로 당황은 잠시,  이내 킥킥 실소가 슬며시 새어 나온다.  영화 《남쪽으로 튀어》의 경쾌함이 살아 있다. 분명 문체는 에세이인데, 읽는 내내 소설을 보고 있는 착각이 들었다. 문예지에 연재되었을 때 독자들은 다음 편을 기다리는 일이 고역이었으리라. 록에 대해 몰라도, 간간이 나오는 일본 음악 또는 일본의 문화를 잘 몰라도 그의 문장의 그리는 길을 따라가는 걸음을 유쾌하다. 

인터파크 북이 인사이드 오쿠다 히데오 팝송 연대기

유쾌한 걸음 속에서 영화 《남쪽으로 튀어》를 발견하는 것도 꽤 큰 즐거움이었다. 음악을 무척 좋아하는 것은 물론이고, 학교를 무척 싫어라 하는 모습은 영화를 떠올리기에 충분하였다. 체제에 대한 유쾌한 반항, 무척 심각할 수 있는 상황을 경쾌하게 그려낸다. 또한 그의 글 전반에 나타나는 관심도 보인다. 야구, 올림픽, 음악 등의 관심이 자연스럽게 글감이 되었으리라. 나아가 청소년 오쿠다는 도시를 동경하지만, 영화에서는 시골로 향하는 그 근원을 살짝 엿볼 수 있었다. '자유'라는 이 경쾌한 단어를 향한 동경이 청소년기에는 도시로 향했고, 이제는 시골로 향하게 한다. 

나는 기본적으로 학교가 싫다. 똑같은 옷을 입혀 줄 세운다는 것만으로도 굴욕감을 느껴 반항하고 싶어진다. 자유를 규제하고 단일한 가치관을 심는 그런 권력의 지배를 마음속 깊이 증오한다. _282쪽.

오쿠다는 글쓰기에 대한 태도도 무척 과감하게 드러낸다. Steely Dan에 견준 그의 말을 직접 들어보자.

엄청난 베스트셀러 작가 따위 바라지 않는다. 그런 것은 나와 어울리지도 않거니와 또 귀찮을 것 같다. 그럼 일부 열광적인 팬을 거느린 컬트 작가가 좋으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먹고 살 어느 정도는 팔리지 않으면 곤란하다.  그러다가 자신을 뮤지션에 견주어 상상해 보니 스틸러 댄 이 될 수 있다면 더할 나위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_280쪽.
팔리고 싶어 하면서도 마니아층이 인정하는 작가가 되고 싶어 하는 그는 용감하게 작품을, "농담을 이해 못하는 대중"을 상대하고 싶지도 않다. 다시 말하면, 많이 팔려서 그런 "바보"들을 상대하기도 싫다. 참 용기 백배다. 일 년에 한 권씩 책을 내고 그럭저럭 팔리고 오랜 독자가 쌓이기를 기대한다. 그런 그 자신을 오쿠다는 "얌체"라고 칭한다. 

얌체 오쿠다에게 나는 읽기에 대한 통찰도 얻었다. 소년 오쿠다의 록 감상 성장기라는 시끌벅적한 동네 우물에서 깊은 샘물, 뼈 속까지 울려 더위에 허덕거릴 때 '띵'하고 정신을 차리게 하는 차디찬 냉수 한 모금에 견줄 수 있는 문장을 만났다.
"음악도, 영화도, 소설도 나중에야 대단함을 알게 되는 경우가 많이 있다. 뛰어난 예술을 이해하려면 감상하는 쪽도 지식이 필요한 것이다."

이 책 초반에 만난 이 문장은 이 책을 끝까지 읽게 하는 게 큰 몫을 했다. 읽기에 대한 이런 통찰이 있기에 그는 "농담도 이해 못하는 대중"을 "바보"라고 거침없이 이야기하며, 작가로서 자신에 대한 생각을 과감하게 드러낼 수 있겠다 싶다. 아는 만큼 보인다. 서로를 알아야 말이 끊기지 않는다. 그는 꽤 많은 독자와 소통을 하고 싶고, 그렇게 함께 글을 써가고 싶다는 욕망을 은연히 드러낸다. 나 또한 그와 소통하려 한다. 그의 소설  『남쪽으로 튀어』를 맛나게 씹어 먹기 위해  열심히 그의 글을 읽고 있다. 

인터파크 북이 인사이드 숫자로 말한다
영화 《남쪽으로 튀어》가 자주 생각났지만, 그보다 더 자주 오버랩되는 작품이 있었다. 《응답하라 1988》. 나보다 약간 윗세대의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 이 드라마에 광적으로 감정이입해서 봤었다. 드라마에 등장하는 부모 세대들에 공감하며 본다고 아내에게 핀잔과 놀림을 당했지만,  『시골에서 로큰롤』은 우리네 1988세대와 닮았고, 부모 세대와도 닮았고, 은근 나의 성장기와도 닮았다. 무지막지 나오는 록에 대해 잘 알지 못해도, 읽는 데 전혀 불편함이 없으며, 우리네 이야기이기에 무척 끌리는 책이다. 어떤 기자의 말처럼 치유가 된다고 할까? 음악을 잘 아는 사람에게는 말해 무엇하랴. 음악을 모르면 알아가는 재미, 알면 음악의 깊이로 떠나는 여정을 함께하는 재미가 있다. 

또 하나 이 책의 재미는 장르를 비교할 수 있다는 점이다. 맨 마지막에 부록으로 2007년 〈소설 신초〉에 게재된 단편소설 「홀리데이 히트 팝스」 가 실려 있어 흥미로웠다. 문학 특히 소설 전공자들에게 매우 도움이 되는 시도라 생각된다. 나는 소설보다는 앞의 에세이가 소설을 읽는 기분이어서 더욱 좋았다. 대화체가 들어가 있는 소설을 만나는 순간 시시해졌다고 해야 할까? 물론 소설도 재미있게 읽었다. 눈길을 끄는 건 오쿠다가 추구하는 자유와 반항을 여학생이 구현한다는 점이었다. 소설에서 작가의 모습은 지질한 모습에서 그녀에게 자극을 받아 성장해 가는 남학생이다. 작가가 스스로 그렇게 말했다. 나는 작가의 말대로 『스무 살, 도쿄』를 보러 간다. 그다음이 궁금하거든 보라고 하였다. 
십 대 후반에 내 큰 결점은 자의식과 자존심이 너무 강했다는 것이다. 내가 마음만 먹으면…… 같은 생각을 속으로 하면서, 실제로는 전력을 다했다가 내 진짜 능력이 들통날 것을 두려워하고 있었다. 그러니 무슨 일에나 진지하지 못했고, 모로 꼬아서 봤고, 여유 있는 척했다. 하여간 아니꼬운 녀석이었다. 그러니 기억하기 싫다. _282쪽


a***********p 2017.07.01.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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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결산][시골에서 로큰롤]-록을 만나지 않았다면 나는 작가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2015 결산][시골에서 로큰롤]-록을 만나지 않았다면 나는 작가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내용보기
<공중그네>와 함께 나는 오쿠다 히데오의 팬이 되었다. 그 이후에 읽은 <남쪽으로 튀어!>를 비롯하여 최근에 읽은 <나오미와 가나코>까지 '오쿠다 히데오'라는 작가 이름이면 모든 게 OK가 되곤 했다. 한 번도 그의 작품에 대해 일말의 실망을 느낀 적이 없었으므로. <<시골에서 로큰롤>>의 표지는 오쿠다 히데오 작품이 가지는 특유의 유쾌함이 물씬 풍기는 삽화였기에 읽어보
"[2015 결산][시골에서 로큰롤]-록을 만나지 않았다면 나는 작가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내용보기

<공중그네>와 함께 나는 오쿠다 히데오의 팬이 되었다. 그 이후에 읽은 <남쪽으로 튀어!>를 비롯하여 최근에 읽은 <나오미와 가나코>까지 '오쿠다 히데오'라는 작가 이름이면 모든 게 OK가 되곤 했다. 한 번도 그의 작품에 대해 일말의 실망을 느낀 적이 없었으므로. <<시골에서 로큰롤>>의 표지는 오쿠다 히데오 작품이 가지는 특유의 유쾌함이 물씬 풍기는 삽화였기에 읽어보고 싶다는 바람을 갖게 했다. 제2의 <공중그네>를 기대하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최근 아날로그 레코드를 사들이는 데 푹 빠져 있다.'로 시작되는 문구 역시 내 마음에 쏙 들었다. 하루가 멀다하고 빠르게 변화하고 길을 걸으면서도 인터넷을 할 수 있는 최첨단 세상 속에서 살고 있지만 그보다는 90년대 감성을 더 사랑하는 옛날사람(?)인 탓이다. 이렇게 무한 기대감을 가지고 오쿠다 히데오가 오디오를 구입하고 음질의 차이를 알게 되면서 오디오에 푹 빠지게 되고 아날로그 음반을 듣고는 터무니없이 좋음을 느끼고 좋은 음질로 녹음된 음악을 듣는다는 것이 더없이 좋다는 것을 알게 되고 십대 때 듣던 록이며 팝을 좋은 음질로 다시 듣는다는 은밀한 즐거움을 즐기다가 최근 편집자에게 아날로그 음반 이야기만 늘어놓자 "그럼 오쿠다 씨의 십대 시절 음악 체험을 한번 글로 엮어내 보죠"하고 추어올려주는 바람에 쓰여진 이 에세이를 읽기 시작했다.

 

음악이라는 것은 참 묘하다. 음악 하나만으로도 그 세대를 하나로 묶어줄 뿐만 아니라 그 시절을 추억하게 되는 힘을 발휘한다. 얼마 전 방영된 MBC <무한도전>의 '토토가' 프로그램이 큰 이슈가 된 것을 비롯하여, KBS <1박2일>의 '영화 OST 로드' 역시 그 시절을 추억하게 하는 음악의 힘을 보여주었다. 헌데 이 음악의 힘을 느낄 때 가장 우선시 되는 것이 있다. 바로 '동시대'를 살았다는 공통점이 있어야 한다는 점. 내가 <응답하라 1998>보다 <응답하라 1994>를 보면서 내 젊은 날을 추억하고 공감할 수 있었던 것은 동시대를 살았기 때문이었고, '토토가'로 행복했던 것은 90년대에 내 젊은 날을 보냈다는 공통점이 있었기 때문이며 '영화 OST 로드'로 그 시절을 추억할 수 있었던 것도 모두 동시대를 살았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주저리주저리 이야기하는 이유는 바로 내가 오쿠다 히데오와 동시대를 살지 않았다는 점이며, 이로 인해 아무리 음악이 주는 힘이 크다 할지라도 <<시골에서 로큰롤>>이 전혀 공감대 형성이 안 되었고 처음으로 오쿠다 히데오의 작품이 내 입맛에 맞지 않았다는 점을 이야기하고 위함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저자와 동시대를 살았던 분들에게는, 혹은 청춘시절 록을 사랑했던 독자들에게 이 작품은 충분히 어린 날을 추억할 수 있는 행복함과 아련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90년대에 청춘을 보낸 나는 그 시절의 가요를 사랑했으며, 연예인에 열광하기도 했지만 올드팝에 심취해 있었다. 오쿠다 히데오의 중학시절 (이하 오쿠다) 방송부에서 틀어주는 건 클래식과 이지 리스닝 레코드 혹은 시끄럽지 않은 음악이 전부였기에 방송부원의 검열을 통과하는 카펑클과 카펜터스는 이지 리스닝보다 좀 나은 정도의 음악이라고 경멸했던 오쿠다와 달리 나는 카펑클과 카펜터스를 사랑했고 클리프 리차드에 열광했으며 비틀스에 푹 빠져있었다. 음악의 대부분을 좋아했지만 록이라는 것이 시끄럽고 괴팍한 음악이 아니라는 것은 불과 얼마 전 <PAINT IT ROCK>을 읽으면서 처음 알게 되었다. 그러니 록을 사랑하는 오쿠다의 이야기에 큰 감흥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그나마 음악을 통한 성장, 자유에 대한 열망이라는 공통점이 존재했기에 어느 정도 그의 마음을 이해하며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시골 중학생이었던 오쿠다에게 외국 영화와 외국 팝송과 청바지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단순한 취미가 아닌 없으면 살 수 없는 존재였는데, 이 시기의 감동 체험이 그가 소설가가 된 것의 바탕이 되었다고 한다. 이 시기의 오쿠다의 인생방침은 '자유롭게 살고 싶다, 남이 안 하는 일을 해보고 싶다, 체제와는 반대편에 서고 싶다, 소수파로 있고 싶다, 모두가 오른쪽을 보고 있을 때 나만은 왼쪽을 보고 싶다'였다는데 반항기 가득한 십대시절 누구나 가져봤음직한 이야기에 고개를 주억거려본다. 그는 록 영상을 <영 뮤직 쇼>로 처음 체험하면서 더더욱 록에 빠져들었지만 오디오가 없어서 고군분투했으며, 라이오를 듣다가 외국인이 말하는 교재 테이프에 덮어씌워 녹음하면서 컬렉션의 즐거움을 알아갔다. 나 역시 중학생 시절 녹음 테이프를 사다가 라디오에서 들려오는 음악을 녹음하기 위해 애쓰곤 했는데, 테이프가 늘어나면 냉동실에 넣어뒀다가 쓰던 기억도 새록새록 떠오른다. 아~ 그리고 비틀스. 오쿠다가 비틀스에 빠져든 이야기는 나도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었다.

 

내가 이미 해산한 밴드의 음악에 푹 빠진 것은 중학생의 지적 호기심을 크게 자극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뭐든 알고 싶은 나이에 비틀스는 대상으로 안성맞춤이었다. 들어서 즐겁고, 이야기해서 즐겁고, 배워서도 즐겁다. 즉 연구할 가치가 있었다. 전국시대 무장이나 신센구미에 빠지는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나는 비틀스에 빠져든 것이었다. (본문 82p)

 

 

 

<<시골에서 로큰롤>>은 1972년에서 1977년까지 오쿠다 히데오의 팝송 청춘기를 그린 에세이로 오쿠다는 록이 무구했던 시대에 청춘기를 보냈다. 록을 만나지 않았다면 작가가 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오쿠다 자신은 말한다. 이 에세이는 오쿠다 히데오만의 특유의 유머와 유쾌함이 녹아있으며 시종일관 솔직하게 그려내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음악은 만국 공통언어라는 말에 실감했다. 비틀스라는 공감대가 있고, 음악을 통해 발견되는 자유에 대한 열망도 함께 느끼게 되니 말이다. 올드 팝에 빠져 가사를 한국말로 받아적느라 리플레이와 정지 버튼을 연신 눌러댔던 기억들, 좋아하는 곡이 라디오에서 흘러나올 때 녹음 버튼을 누르고 숨죽이고 있다가 DJ의 음성이 들리면 한탄을 금치 못했던 기억들, 혹 내가 보낸 엽서가 소개되지 않을까 라디오에 귀기울였던 기억들, 음악에 빠졌던 그 10대 청춘이었던 내 모습을 떠올리며 오랫동안 흐뭇해졌다. 오쿠다 히데오와 동시대를 살았다면 더 행복했을 <<시골에서 로큰롤>>이야기는 록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오쿠다와 동년배인 이들에게 정말 행복한 추억 하나로 기억되지 않을까 싶다. 그 시절 나를 행복하게 해주었던 가요와 올드 팝이 문득 듣고 싶어진다. 내 소녀 시절의 감수성을 마구마구 채워줬던 사랑하는 비틀스, 카펜터스, 카펑클 그리고 클리프 리차드여~

 

(이미지출처: '시골에서 로큰롤' 표지에서 발췌)

s*****2 2015.12.18.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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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 오쿠다를 성장시킨 힘.
"소년 오쿠다를 성장시킨 힘." 내용보기
오쿠다 히데오의 소설을 여러 편 꽤 재미있게 읽은 경험으로 인해 처음 그의 에세이를 보게 됐습니다. 아주 솔직히 말하자면 이 책 소설인지 알고 샀습니다. ㅠㅠ. 또 좀 더 솔직히 말하자면 이 책 정말 꽤 읽기 어려웠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내가 너무 모르는 음악들에 관해서 얘기하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저도 고등학교 실절 스쿨밴드를 경험해봐서 락의 역사에 관해 조금은 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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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쿠다 히데오의 소설을 여러 편 꽤 재미있게 읽은 경험으로 인해 처음 그의 에세이를 보게 됐습니다. 아주 솔직히 말하자면 이 책 소설인지 알고 샀습니다. ㅠㅠ. 또 좀 더 솔직히 말하자면 이 책 정말 꽤 읽기 어려웠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내가 너무 모르는 음악들에 관해서 얘기하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저도 고등학교 실절 스쿨밴드를 경험해봐서 락의 역사에 관해 조금은 알고 있었는데 이 책에 등장하는 밴드들은 거의가 다 모르겠더군요. 아마 나이차에서 오는 시대의 차이와 그리고 같은 시기 일본에서 유행했던 밴드들과 우리나라에서 유행했던 밴드가 좀 달랐던 점도 있는듯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오쿠다 히데오 본인의 얘기다 보니 그의 취향이 가장 많이 반영된 점도 있겠지요. 정리를 해보자면 이 에세이를 읽으며 정확하게 다가오는 감정은 이거였습니다. “오쿠다 히데오. 정말, 많이, 열심히 진심을 다해 락을 좋아했구나.” 저도 밴드를 할 때 어느 정도 프로를 지향하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열심히 하지 않았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하지만 또 어느 부분 보자면 정말 진심을 다해 열심히 하기도 했었습니다. 오쿠다 히데오도 이런 부분이 어느 정도 있는 듯 보였습니다. 그러니 음악평론가라는 꿈은 이루지 못했겠죠. 하지만 그가 그렇게 락을 좋아했고 나름 진심을 다해 열심히 들었기에 지금의 오쿠다 히데오라는 작가가 있는 것은 분명한 듯합니다. 저 또한 그때 그렇게 음악이라는 것을 좋아했기에 지금의 제가 있는 듯 하고. 물론 오쿠다 히데오와는 비교도 안 되는 너무나 평범한 인간이기는 하지만요. ㅎㅎ. 아주 솔직히 책에 대해서 좀 더 얘기하자면 락에 그다지 흥미가 없고 관심이 없으시다면 구매하지 않으시는 게 좋을듯합니다. 읽는 것 자체가 고역이실 겁니다. 반면 음악에 관심이 있으신 분이라면 락이나 60년대 70년대 팝시장의 현장성을 느끼실듯해 강력 추천해드립니다. 하지만 번역은 좀... 별로 인듯해요. 어순이 좀 불편한 부분들이 많았습니다. 뭐 저만 그럴 수 있으니 난 편하게 잘 읽히는데 하시는 분들은 저에게 돌을 던지시길.... 번역 작가분이 상까지 타신 분이라는데 에세이라서 작가의 말투를 그대로 따라 옮기느라 이런 식이 된 걸까요? 뭐 아무튼 그 분분은 읽으신 분들이 판단하시길 바랍니다. 뭐 나름 유용한 책이었어요. ㅎㅎ. 그럼 이만, 수고하십시오.

g*******a 2016.01.29.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시골에서 (오쿠다 히데오의) 로큰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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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의 몸값', '나오미와 가나코'의 오쿠다 히데오 신작이다. 전작들을 워낙 재미있게 읽은터라 신작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뜬금없이 소설이 아닌 에세이를 발간했다는 소식에 '왜'라는 의문이 먼저 들었다. 에세이는 독자와의 공감대가 우선인데 한국사람도 아닌 일본사람이 그것도 1970년대 청춘시절을 이야기한다니 나에게 감흥을 줄 수 있을까하는 생각 때문이다.   결론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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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의 몸값', '나오미와 가나코'의 오쿠다 히데오 신작이다. 전작들을 워낙 재미있게 읽은터라 신작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뜬금없이 소설이 아닌 에세이를 발간했다는 소식에 '왜'라는 의문이 먼저 들었다. 에세이는 독자와의 공감대가 우선인데 한국사람도 아닌 일본사람이 그것도 1970년대 청춘시절을 이야기한다니 나에게 감흥을 줄 수 있을까하는 생각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록음악에 문외한이라면 '시골에서 로큰롤'은 추천하고 싶지 않다. 분량의 대부분이 1970년대 사춘기 시절의 오쿠다 히데오의 록음악 평가다. 개인적으로 딥퍼플, 핑크 플로이드, 퀸, 에릭클랩튼, 비틀즈 등의 음악을 들었는데도 오쿠다 히데오의 평가에 그다지 동감할 수 없다. 풍족하지 않은 시대에 낯선 장르의 음악을 접한 작가와 다양한 팝 장르를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있는 개인과는 조건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이러한 간극이 발생한다.

 

1970년대의 일본과 동시대의 한국사회를 살아보지 않은 '나'지만 그시대를 경험한 지금의 중년들도 오쿠다 히데오의 에세이에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읽을 것으로 예상한다. 독재와 경제성장으로 압축된 1970년대 한국에 록을 접할 기회가 과연 있었을까하는 의문이 든다. 포크 음악의 쎄시봉도 그들만의 리그를 형성했으니.

 

록음악이 생경한 독자를 위해 '홀리데이 히트 팝스'란 단편소설을 삽입했다. 아쉽게도 단편소설은 오쿠다 리데오의 에세이의 요약본 그이상 그이하도 아니다.

 

유머와 재치 그리고 간결한 문장으로 구성된 '시골에서 로큰롤'이라도 공감대가 형성되지 못하면 딱딱한 문체이며 책을 읽는 것은 시간낭비처럼 느껴질 뿐이다. 소설 속 작가의 자주 언급한 단어를 이용해 한줄평을 남긴다. '시골에서 로큰롤'은 나에게 '돼지 목 진주'다.

 

p.s. 반대로 록음악에 관심이 많은 독자라면 정말 재미있게 읽을 것이다. 호불호가 분명한 에세이다.

l*****0 2015.11.02.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