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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스크린상에서 보여지는 배우들의 연기는 때로는 실제보다 더 실제 같아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배우들이 자신의 연기에 몰입돼 있을 때 일어나는 이야기를 다룬 <닥터 프로스트7- 페르소나>는 '메소드 연기지도'로 유명한 영화감독과 배우들의 연기가 때로는 치명적일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이야기는 칸느 영화제에서 수상작으로 뽑힌 한국영화 <미망>의 주연배우가 사람들이 꽉 들어찬 객석 가운데 앉아 죽은 채로 발견되면서 시작된다. 시상식 당일 발생한 배우의 죽음 자체도 놀라운데다 배우가 죽은 모습이 자신이 마지막으로 연기한 영화의 주인공이 죽어가던 모습과 흡사해 더욱 큰 놀람과 충격을 준다. 신문 기사를 흥미롭게 읽던 백교수에게 예전에 망상장애로 치료받은 적 있는 아이돌 그룹 출신의 배우 안나 양이 찾아온다. 새로 찍는 영화 <페르소나>의 주연을 맡은 그녀는 백교수에게 자문위원이 되어 달라고 부탁한다. 영화 <페르소나>는 경계선 성격장애를 앓고 있는 내담자와 상담자가 치료과정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다. 내담자가 자신이 과거에 느낀 특정 감정을 상담자에게 옮기는 '전이'와 상담자가 개인적 감정이나 경험을 내담자에게 과도하게 투사하는 '역전이'를 소재로 하는 심리 영화다.
결국 자문위원이 되기로 승낙한 백교수와 윤조교는 영화 촬영장을 방문해 감독과 조감독, 메이킹 필름 담당자와 배우들을 만나고 촬영 모습을 지켜본다. 백교수는 자신의 내담자였던 안나 양이 망상장애를 완전히 극복하지 못한 상태에서 심리적 부담이 가중될 수 있는 배역을 맡은 것에 대해 우려한다. 알고 보니 촬영장에서는 배우들의 실명을 부르면 안 되는 것이 박감독의 철칙이다. '메소드 연기지도의 정통파 감독'으로 알려진 박감독의 철칙이 배우가 자신의 정체성을 배역에 두게 하는 메소드 연기와 닿아 있음을 백교수는 눈치챈다.
촬영장에서 안나 양을 비롯한 배우들이 자신의 연기에 금새 몰입하는 걸 지켜본 백교수는 이상하게 느낀다. 도서관으로 간 그는 메소드 연기이론에 관한 심리학 자료를 찾아보고 박감독이 찍은 영화 <미망>은 물론 메이킹 필름까지 점검하며 주시한다. 그는 안나 양이 최면 상태에서 연기하는 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배우가 자신의 배역에 완전히 몰입하는 메소드 연기와 '의도적인 망상'이 유사하고, '신체의 이완'을 요구하는 최면의 핵심이 촬영장의 감독과 스스로 몰입하길 갈망하는 배우의 '상호협조적인' 자발성으로 인해 가능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결과적으로 백교수는 박감독의 연기지도에 최면이나 그에 상응하는 강한 암시가 포함돼 있다면 망상장애를 앓은 자신의 내담자였던 안나 양을 보호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느낀다. 박감독이 최면에 대한 어설픈 지식으로 배우들에게 지속적으로 암시를 걸어 위험에 빠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칸느 영화제 시상식에서 자신이 연기한 주인공의 마지막 모습으로 죽은 배우의 경우도 지속적인 최면상태에서 일어난 사고로 추측해볼 수 있게 된다. 이때 촬영 도중 세트장 하나가 펑크나면서 백교수의 상담실을 빌려 촬영을 이어간다.
이즈음 촬영하는 장면은 전이와 역전이를 일으킨 내담자와 상담자가 감정적인 다툼으로 말려들어가는 장면이다. 이 장면 촬영은 암시에 걸리기 쉬운 배우가 최면이 아니더라도 깊은 '내면화' 단계까지 들어가 있으면 위험할 수 있다는 게 백교수의 판단이다. 실제로 심리학계에서는 짐바르도의 '감옥의 실험'에서 피험자들이 죄수-간수 역할을 깊이 내면화함으로써 위험한 상황이 되어 중단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박감독의 연기지도를 연구하던 백교수는 이전에 찍은 메이킹 필름을 관찰하던 중 박감독의 연기지도가 현대 최면에 가깝다는 사실과 최면을 마치고 최면에서 깨어나게 하는 '컷오프 시그널'을 박감독이 모른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을 예감한 백교수는 마침내 안나 양이 촬영 중인 상담실로 뛰어들어간다.
집단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은 누구나 여러 가지 '페르소나'를 썼다 벗었다 하면서 살아간다고 한다. 문제는 일시적인 가면인 페르소나를 자기와 동일시하며 살아갈 때 생긴다. <닥터 프로스트7-페르소나>는 자신이 맡은 배역에 몰입해 완벽한 연기를 선보이고 싶은 배우들의 갈망과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영화를 만들고 싶은 영화감독의 욕심이 결합해 때로는 배우의 목숨까지 잃을 수 있는 위험한 영화의 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나'가 아닌 다른 '누군가'로 살아가는 일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위험할 수 있다.
![]() "우리가 심연을 오랫동안 들여다 본다면, 그 심연 또한 우리를 들여다 보게 될 것이다." -프리드리히 니체-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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