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닥터 프로스트 시즌2를 읽었습니다. 음... 이번 시즌2는 작품의 굴곡의 좀 있네요. 시즌1을 감탄과 탄성으로 끝까지 읽었다면 시즌2는 약간의 아쉬움을 가지고 읽다가 기대 급상승으로 마무리됐습니다.
7권의 제목은 '페르소나'입니다. 영화에서 페르소나는 영화감독 자신의 분신이자 감독과 밀접한 배우, 특정한 상징을 표현하는 배우를 가리키곤 합니다. 이번 7권에서는 배우가 완전히 몰입해 배역의 입장이 되어 연기하는 메소드 연기와 이와 관련한 충격적인 에피소도가 진행됩니다. 메소드 연기지도의 정통파 박준호 감독의 신작 '페르소나'(이 영화에 경계성 장애로 프로스트 교수의 도움은 받았던 안나가 주연으로 발탁됩니다.)의 자문위원으로 추천받은 프로스트는 촬영 현장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합니다. 바로 배역에 대한 배우들의 몰입도가 무척 높은 것이죠. 결국 프로스트 교수의 노력으로 헛된 희생자가 나오는 것을 막을 수 있게 됩니다. 사실 7권은 가장 와닿지가 않았습니다. 일단 영화제작의 세계를 잘 모르기도 하거니와 영화의 완성을 위해 최면을 이용하고 심지어 약물까지 이용하는 감독이 있을 것 같지 않다는 심리적 저항이 가장 큰 이유입니다. 메소드 연기를 위해 노력하는 배우와 그 배우들 더욱 혹독하게 극한까지 몰아가는 감독. 여기에서는 가치관의 문제가 발생합니다. 사람의 생명보다도 작품을 우선시하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가? 대답은 너무도 뻔합니다. 그렇기에 7권은 제게 꽤 아쉽게 다가옵니다.
8권은 '인섬니아'입니다. 바로 불면증을 다루고 있습니다. 취업 준비 스트레스로 찾아온 불면 증상. 그리고 심리적 생존을 위해 스스로를 기만하며 낫기를 거부하는 내담자 김유건이 등장합니다. '수면장애는 심리적인 에이즈와 같다'(110쪽)고 합니다. 그리고 가장 악랄한 고문 중 하나가 잠을 안 재우는 것이라고 하죠. 그런데 이번 편에서는 어찌 보면 의도적 수면 장애를 가진 인물이 등장합니다. 주위의 기대와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인해 잠 자기를 거부하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바로 내가 이런 (정신적) 질병을 앓고 있기 때문데 주위의 기대를누그러뜨릴 수 있고 자신에 대한 이해와 배려를 얻을 수 있으니까. 어쩌면 현재 우리사회의 젊은이들의 한 단면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청년실업의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어렵게 취업을 했어도 열정페이라는 명목으로 자신의 재능과 노력을 혹사 혹은 착취 당하고 그것도 대개는 비정규직입니다. 그렇기에 오늘날의 청년들에게 미래의 꿈보다는 현재의 생계가 더 중요한 문제가 되어버렸습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국가의 미래까지도 암담한 지경에 이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아직도 서점가에는 자기계발서와 심리적 위안을 주는 저명인사의 어록이 넘쳐납니다. 문학을 읽는 것이 아니라, 인문학과 자연과학을 읽는 것이 아니라 지금 청년들에게는 지금 당장의 위안과 실용이 필요한 것입니다. 결국 현재만 보고 현재만 채우려는 그들의 잘못으로 몰아가기 딱 좋은 상황입니다. 굳이 사회 구조적인 문제를 거론하고 싶을 생각도 없고 그럴 능력도 되지 않습니다. 다만 그렇게 힘들게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 이 땅의 젊은이에게 힘이 되는,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위로와 격려를 그들의 가족이, 친구가 전해줘야 하지 않을까요? 국가제도와 정치가 못하는 것을, 아주 작은 힘이자 말이지만 그 작은 말 한 마디가 그들에게는 필요할 지 모릅니다.
그리고 이 8권에서는 프로스트 교수와 거의 쌍벽을 이루는 천재 문성현이 등장합니다. 그는 천교수와 더불어 프로스트를 심리학의 세계로 인도한 인물입니다. '어차피 인간은 누구나 거의 같으니까'(201쪽) 굳이 공감하지 않아도 인간을 알 수 있다는 논리. 이 점은 프로스트 교수와 맥락을 같이 합니다. 하지만 '놀이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의미심장한 문장과 함께 끝나는 8권.
9권은 '거울'입니다. 송선 교수가 TV 프로그램에 나온 직후 협박편지가 옵니다. 편지 내용으로 미루어 협박범은 그녀의 과거 내담자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협박범의 정체는 밝혀지지 않고 심지어 송 교수의 연구실에 도둑이 들기까지 합니다. 송선이 스물네살 때 만난 내담자. 그는 원망이 아니라 자신을 기억하고 있는지를, 자신을 기억해달라는 지나친 애착을 보이는 내담자였던 것.(129쪽) 여기에서 정말 중요한 문장이 하나 나옵니다. '실수를 하지 않는 상담자는 없다 그래서 그들의 경험은 누군가의 상처받은 마음 위에 세워진 무겁고도 귀한 탑이다.(155쪽)' 인간은 누구나 서로에게 도움을 주거나 도움을 받으며 살아갑니다. 그 과정에서 실수도 많이 하고요. 하지만 그 실수들이 모여 지금의 내가 있습니다. 내 과거의 기억과 행동이 차곡차곡 쌓여 지금의 내가 있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오늘의 나는 어제의 귀한 내가 모여져 이루어진 것입니다.
그리고 9권의 마지막에서도 문성현은 프로스트 교수를 만난 자리에서 송선을 '보러' 온 것이 아니라 '데려가려고' 왔다고 하며 끝을 맺습니다.
10권은 '터널의 끝에는 빛이 있는가'입니다. 프로스트 교수와 문성현이 대화를 나누던 도중, 문성현이 여학생이 자살을 하려고 한다 합니다. 그리고 프로스트에게 누구인지 맞혀보라고 합니다. 결국 한 여고생(정연)이 용강대에서 오빠를 만나러 왔다가 투신자살하는 사건이 일어납니다. 그리고 사랑하는 동생의 죽음이 자신 때문이라는 죄책감에 사로잡힌 오빠(김정현). 무척이나 모범적인 학생이었기에 자살의 동기가 의문인 가운데 프로스트는 죽은 여동생의 심리적 부검을 결심하짐나 가족들의 저항이 만만치 않습니다. 하지만 가족들도 자살의 동기가 무엇인지 모르기에 프로스트 교수의 심리적 부검을 허락합니다. 정연이의 자살은 터널비전(tunnel vision)이라고 설명할 수 있습니다. 자살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굳게 민데 되는 왜곡된 사고방식. 그렇기에 강한 스트레스나 심각한 좌절감에 빠진 사람이 터널 시야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충동적인 자살을 하게 된다는 것(215쪽). 프로스트 교수의 심리적 부검이 끝나고 정현은 접어 두었던 음악의 꿈을 다시 펼칩니다. 실패를 두려워하는 아이들이 넘쳐나는 사회입니다. 실패는 곧 추락이란 공포를 끊임없이 세뇌받아온 아이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들의 모습은 결국 부모의 모습입니다. '나를 돌아봐줘, 내 마음을 들여봐 줘'라고 외쳐야만 그들의 본모습을 볼 수가 있을까요? 어딘가에도 마음을 털어놓지 못한 아이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것이 이상하지 않은 나라가 돼 버렸습니다. OECD 가입국 중 청소년 자살률 1위 국가는 전혀 변동이 없습니다. 하지만 사회의 목소리는 그 때 잠시일 뿐. 소중한 생명의 빈 자리는 금방 잊고 다시 경쟁과 출세의 길로 줄달음질 칩니다. 과지옥같은 현실 속에서 우리의 아이들의 목소리는, 그들의 미래는 정녕 없는 것일까요?
그리고 마지막 엔딩에서 다시 등장하는 문성현.
11권은 'Merry Christmas Dr.Frost'입니다. 매년 그랬던 것처럼 크리스마스를 맞아 천상원 교수의 집에서 조촐한 파티가 열립니다. 당연히 프로스트도 파티에 참여합니다. 하지만 술 한 잔을 한 그는 그곳에서 잠결에 과거-현재-미래를 만나는 꿈을 꿉니다. 한편 10권에 나왔던 김정연의 오빠 김정현도 결국 자살을 하고 말고 용강대 심리학과는 충격에 휩싸입니다. 누군가 책임질 사람이 필요하고 프로스트와 송선이 책임을 지겠다고 나섭니다. 그런 가운데 천 교수는 제자 문성현이 무언가 일을 꾸미려는 것을 직감하고 그에게 제자들을 건드리지 말라고, 절대로 용서하지 않겠다고 경고합니다. 하지만 문성현을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 천 교수는 교통사고로 사망하고 맙니다. 천교수의 사망은 송선, 윤성아에게 크나큰 충격으로 다가오고 프로스트는 두려움이라는 감정을 만나게 됩니다. 그후 프로스트는 윤성아에게는 유학을 떠나라고 하고, 홀로 사고의 원인을 찾아내려 합니다. 그리고 그와 조용희 기자와의 만남...
개인적으로 문성현이 등장하는 부분부터 흥미도가 급속히 증가합니다. 상당(심리학)은 치료만 할 뿐 예방이 될 수 없다며 만든 대안학교, 마중물. 분명 그는 선한 의도로 대안학교를 설립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아무리 선의의 목적을 가지고 있더라고 그 과정이 정당하지 못하다면? 여기서 바로 윤리적 정당성의 문제가 발생합니다.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 스승까지 제거하는 문성현은 결코 올바른 멘토가 될 수 없습니다. 이후 프로스트와 문성현의 대립이 흥미진진하게 전개되리라 기대합니다. 천재와 천재의 대결, 승부는 이미 뻔하지만 그 과정에서의 긴장감을 얼마만큼 유지할 수 있을지가 관건일 것입니다. 그리고 그 과정이 충분히 흡입력 있고, 개연성 있게 전개되리라 기대합니다.
문성현과 프로스트는 감정이 없는 혹은 없는 듯 보입니다. 그러기에 그들은 인간의 감정에 굳이 공감할 필요도 없고 또 그 필요성도 느끼지 못합니다. 그런데 11권에 와서 프로스트는 두려움의 감정을 느끼게 됩니다. 좀 더 인간적인 인간이 된 것이지요. 하지만 문성현은 그렇지 않아 보입니다.(사실 문성현이란 인물에 대한 단서는 그닥 많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천교수의 죽음에 관련된 의문을 푸는 과정에서 문성현과 프로스트는 필연적으로 대립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프로스트는 좀 더 인간적인 모습으로 변모할 것입니다. 여기에 윤성아와 송선의 간접적인 도움이 개입되겠지요.
심리학과 미스터리의 결합. 시즌3으로 가면서 닥터 프로스트에 관한 저의 기대치는 상당히 올라가 있습니다. 작가는 과연 어떤 식으로 심리학과 미스터리의 결합을 마무리지을까요? 지금은 기대감 가지고 기다리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그 기대감은 마냥 즐거운 기대감 그 자체입니다. |
|
기대하고 예약구매를 했는데 정말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닥프ㅠㅠㅠㅠ 정말 너무 재밌는 것같습니다!! 강추합니다!! 안 그래도 요즘 유료화가 되어서 어떻게 봐야하나 쉽지 않았는데 이렇게 단행본으로 나와 주어서 정말 감사한 닥프입니다ㅠㅜ 요즘 시즌 3가 연재되는 중인데 그것에 연결해서 볼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답니다. 못 보신분들은 단편으로 구매해서 보시는 것보다 훨씬 경제적이니 단행본을 사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
|
제가 구식이라 컴터로 보는게 어색해서 아무리 웹툰이지만 책으로 읽고 싶어서시즌1을 책으로 일고는 1년 넘게 기다렸습니다. 라디오에서 시즌2가 책으로 나왔다는 소리를 듣고 얼른 구매했습니다. 역쉬 시즌 2를 읽어야 시즌 3가 완전히 이해되는군요. 정말 사랑하는 만화입니다. |